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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팔팔 님의 서재입니다.

밝히는 7급 공무원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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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팔팔
작품등록일 :
2021.05.16 21:53
최근연재일 :
2021.05.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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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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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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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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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화 줄넘기 성애자 박봉구 관장

DUMMY

3화 줄넘기 성애자 박봉구 관장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다. 5년동안 쌓여있던 양기가 빠져서 그런지 아랫도리가 약간 뻐근하긴 했지만 문제없을 것 같다. 거실로 나오니 사촌형 상화가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잘잤어?”

“어, 생각보다 엄청나게 바귀었네. 혼란스러워. 형 테블릿은 잘 썼어.”

“그래 설정은 해놨고?”

“물론 숨김 설정 해놨지. 형 컬렉션이 조금 다채로워 졌더라. 많이 외로운가봐?”

“임마 취향존중이다.”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어제 말했던 체육관 가면 운동도 되고 적응하는데 수월할거야.”

“무슨 적응?”

“망가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적응.”


괜시리 멋진 척 하며 툭 내뱉는 형이었다.


***


“이게 뭔 개고생이람.”

무더운 7월 깜빡하고 형에게 버스비라도 받았어야 하는데 그냥 나온게 죄였다. 사촌형 상화가 말해준 안락교차로 인근 체육관으로 30분 남짓 걸어서 도착해서 간판을 보자니 묘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 워리어 체육관


“아 뭔가 본거 같은데. 워리어... 워리어... 가보지 뭐.”


-퍽퍽

-탁탁탁탁


계단 아래에서부터 미트치는 소리와 줄넘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 한번 더 레프트, 라이트.”


2명의 관원과 미트를 잡아주는 사람 총 3명이 체육관에 있었는데 미트를 주는 사람이 사범인 듯 싶었다.


“저기...”


체육관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인기척을 내니 아니나 다를까 미트를 잡고 있던 사범이 반색하며 입구로 왔다.


“어떻게 오셨죠?”

“저...저기 상화형이 여기 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아~ 상화 사촌동생 분이시구나. 성우 씨라고 했었나? 안 그래도 연락 받았어요. 병원에 있다 퇴원했다고요?“


미트를 잡았던 손을 앞으로 내미는 사범이었다. 땀으로 번들거려 잡기 꺼림찍 했지만 피하면 안될 것 같아 양손으로 덥석 잡았다.


“네, 병원생활 좀 했다고 하네요.”

“하하 남일처럼 이야기 하시네요.”


사범의 말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이 나질 않아서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운동은 해보신적 있으시구요?”

“해본 적은 있는데 제가 병원에 오래 있어서.”

“옷을 갈아 입으시고요. 간단하게 체력부터 갑시다.”


옷을 갈아입고 체력훈련을 하면서 묘한 기시감의 정체에 대해서 기억났다.


-탁탁 탁탁탁 탁탁탁탁 탁탁


줄넘기를 하며 정면에 보이는 포스터. 전일본 프로킥복싱 협회 챔피온 박봉구, 고등학교 1학년 순진한 마음에 찾았던 킥복싱 체육관이었다. 하지만 정통파를 자랑하는 관장은 선수부와 취미반의 구분이 없는 사람이었다. 1달, 2달간 이어진 줄넘기. 그렇다. 여긴 줄넘기 성애자 관장이 있었던 그 체육관이다. 체육관 이름만 영어로 바꾼다고 내가 못 알아 보다니...


“하아, 저기 관장님. 줄넘기 언제까지 해야... 하아 하나요?”


줄넘기 200개 정도나 했을까? 지루한 마음에 박봉구 관장에게 물었다.


“아 성우씨 줄넘기는 모든 운동에 기본이에요. 이단 뛰기 천개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줄넘기 했다고 할 수 있죠. 아직 더 해야 합니다.”


-타타탁 탁탁


“그럼 오늘은 줄넘기만 하나요?”

“오늘은 줄넘기만 잘해도 기본은 가져가는 겁니다. 그런데 성우씨는 병원에 오래있었다고 했는데 줄넘기를 제법 하네요?”


실제로 박봉구 관장의 말처럼 이상하게 줄넘기를 하면 할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쉽다고 하면 계속 줄넘기만 시키겠지.



“그...그게 아니고 제 도가니가 빠질 것 같아요.”

“쉬면서 하세요. 한순간에 되는 건 없습니다.”

“저기 관장님 관원은 여기 계신 분들이 다인가요?”


박봉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습니다. 그리고 운동이 사람이 많다고 잘 되는 건 아니거든요. 열심히 하시다보면 뭐 다 됩니다.”

“다 되는게 아니고 그 뭐 다이어트반 그런거 없나요. 저는 그런게 더 어울리는데... 여성분들 하는 다이어트반 그런 거요”


스포츠머리에 까무잡잡한 얼굴을 한 박봉구 관장이 뱁세눈을 뜨고는 코앞에까지 와서 말하며 내 가슴팍에 노란색 초급반 딱지를 붙였다.


“성우씨, 성우씨가 병원에 오래있어서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그런데 다이어트반 그런거 아무 소용 없습니다. 이렇게 운동해서 요즘 떠들썩한 각성 같은 것도 하고 그런거 아닙니까.”

“저는 각성 안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몸풀러 온거에요.”

“약한소리 하지 마세요. 우리 체육관은 그런 거 없습니다. 여기 있는 이친구들도 다 각성자에요. 공무원 각성자 특채 노려봐야죠?”


실제로 어제 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2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각성자로 떠들썩했다. 이제 세상은 각성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눠지고 있는 중이었다.


“천개 더!”

“관장님 저 더 이상은 못...”


숨소리와 겹쳐 뒤에 하는 말은 박봉구 관장이 못들은 모양이다.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하려 던 참이었다.

하지만 체육관 입구에서부터 들려온 미성은 나의 성대마저 묶어버렸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오 민호랑 인하도 역시 있었네~”

“어서와라~ 오늘은 일찍이네.”


핫팬츠 차림에 흰색 민소매티를 입은 여자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체육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네 관장님 운동해야죠~! 오늘은 반차거든요. 빨리 지긋지긋한 직장생활 끝내야죠.”

“그래 열심히 하다보면 다 될거야.”


관장에게 인사한 여자가 내쪽으로 눈짓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관장님 이쪽은 누구?”

“아 이쪽은 이성우씨 29살이라고 했으니까 아마 너보다 1살 많으실 거야.”

“안녕하세요. 김미진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웃는 모습이 참 이쁜 여자였다. 어젯밤 무리해서 빠져있던 하체에 힘이 다시 샘솟게 하는 미소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밝게 인사하는 김미진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처음 보는 여자앞이라 아무래도 부끄러웠는데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 애썼다.


“저... 저도도 잘 부탁드립니다.”

“관장님 그런데 이분은 초급반?”


아차 시발 관장이 가슴팍에 노란색 초급반 명찰을 붙여놨었다. 남자가 가오가 있지. 관심병사도 아니고 노란색 초급반은 좀 아닌데. 어차피 줄넘기만 시키기에 오늘만 나오고 나오지 않으려 했기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는데 병아리라니.


“운동을 처음 해보신다고 하셔서, 자고로 우리체육관 모토가 기초 아니냐. 기초가 튼튼해야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지.”


관장의 설명을 옆에서 듣고 있자니 마음이 급해졌다.


“관...관 관장님! 아닙니다. 저 기억 안나십니까.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2개월동안 줄넘기만 하면서 초급 딱지 땠던 그 이성웁니다.”

“이성우.... 성우... 아 그 충렬고 다니던 이성우?”

“네 맞습니다. 그때 관장님이 선수생활 하신다고 체육관 맨날 비우셨는데 저 맨날 나와서 줄넘기 했었습니다.”

“아 그래? 그럼 제대로 배웠다는 거잖아?”

“맞습니다. 저는 초급이 아닙니다.”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렴 그때는 지금보다 관원이 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게 운동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레저형 체육관에 다니기 바빴거든.


“그래 그때 배웠다면 기초를 잘 배웠겠네. 상화 동생이 우리 체육관을 다녔었다니.”

“맞습니다. 저도 긴가민가 했는데 관장님께 배운게 맞습니다! 저 포스터 보고 딱 알았습니다.”


이야기가 잘 풀려가는 것 같다. 이제 이 노란색 딱지를 떼고 고급반 정도는 붙여주겠지.


“호오! 이거이거 민호랑 인하보다 선배인걸. 자 그럼 간만에 스파링 한 번 어때?.”


“그 정도야... 네에?”


병원에서 퇴원한지 하루 지났는데 스파링이라니, 깜짝놀라 되묻는데 속사포같이 박봉구 관장이 말했다.


“그래도 오늘 전 관원이 모이고 새로 성우씨, 아니 이제 말 편하게 해도 되겠지? 예전에 나한테 배웠으면 잘 배웠을 거 아냐? 가볍게 스파링 해보지?.”


관장이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링으로 향하자 김미진이 웃음을 보이기가 무안한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호호... 관장님 오늘 처음 오셨다는데 벌써 스파링이요?”

“예전에 배웠잖아. 그리고 몸상태 보니 어제 퇴원한 사람 같지도 않게 쌩쌩 하구만 뭐. 민호가 올라가!.”


이미 10년도 더 지난 배움이 내 발목을 잡았다. 여자앞에선 쪽팔리기 싫은데...


11년 만에 올라서는 링이었다.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일단 진정시키고 헤드기어를 이민호에게 건냈다.


"형 저 헤드기어 없어도 되요."

"어... 그래?"


난 이미 헤드기어를 꼈는데 헤드기어를 안껴도 된다니. 갑자기 가슴속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어진 김미진의 말은 내 가슴 속에 석유를 끼얹었다.


"오맛! 민호 멋있어! 처음 오셨으니까 살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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