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80,164
추천수 :
1,725
글자수 :
338,928

작성
23.08.03 17:25
조회
1,917
추천
32
글자
12쪽

정범 라이더

DUMMY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 백두용에게 향했다.


“어르신,개똥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너라.”


그에게는 여전히 이석준이 아닌 개똥이였다.


“신수가 훤해졌구나.”

“다 나으리 은혜 덕분입니다.”

“네 덕에 도성 근처에 산적들이나 야생동물들 발생빈도가 무에 가깝다.”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래, 내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

“다행입니다.”


백두용은 진심으로 만족하는 듯 웃어보였고, 그만큼 나를 반겼다.


“그래, 궐에서는 잘 지내고 있느냐?”

“···”


반가움을 뒤로 한 근황토크가 이어졌다.

가볍게 물어 온 백두용에게 일부러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게야?”

“별 일은 아닙니다.”

“말해보거라.”


조대용 이야기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무투제에서 놈을 제압하면 그만이고, 백두용은 이런 자잘한 일에 쓸 카드가 아니다.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 해보래두?”

“얼마 후면 도총부내 무투제라는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무투제라면 나도 잘 알고있지.”

“거기에 나갈 생각입니다.”

“최고 병사라도 되어 볼 심산인게냐?”


최고병사.

물론 궐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조대용을 이겨 최고병사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최고병사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관이 되어 볼 생각입니다.”

“···”


얼이 빠진 채로 날 바라보던 백두용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물건은 물건이구나,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어.”

“최고병사가 그 시작입니다.”

“계획이 있느냐?”

“먼저 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할겁니다.”

“누구한테?”

“도총부 전 병사에게요.”


도총부 상벌점 제도나 조대용의 이야기 따윈 하지 않았지만..


“가능하겠느냐?”

“못마땅히 여기는 놈들이 몇 있지만 괜찮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렇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런 일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예.”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게 쉽진 않겠지만, 난 내 것을 건드리는 것을 꽤나 싫어하거든 너를 도총부에 집어넣은 것은 나다. 별일 없을게야.”


다행이었다.

백두용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면서도 나를 걱정했다.

조대용 얘기는 없었지만, 자신이 꽂아넣은 병사가 같은 병사 때문에 궐에서 쫓겨난다면 내 편이 되어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나가서 꼭 좋은 결과 가져오도록 해야할 것이다.”

“예?”


백두용은 그저 응원하는 투가 아니었다.


“이번 무투제에서 너를 눈여겨보는 이가 있을 것이야.”

“혹시···아 아닙니다.”

“말해보거라.”


조금 전 나갔던 그 어르신을 말하는지 묻고싶었지만 말을 거두었다.


“그 분이 절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제 앞날이 달라지는 겁니까?”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무투제에 모든 걸 걸어야겠군요.”

“그래야 할 것이다, 자신 있느냐?”

“예.”


백두용이 말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무투제에서 날 이길 놈도 없다.


무조건 1등을 할 생각이고 눈에 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잘 됐어.’


무투제에서 충무위를 1등으로 만들면 자연스레 백두용이 말한 자의 눈에 띌 것이다.

백두용의 말대로라면 의흥위를 눌러버리고 쫓겨나지 않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사히 마치고 나면 다시 한번 찾아오거라.”

“알겠습니다.”


무슨 일로 부르는지 알 순 없지만, 얼마 전까지 백정이었던 놈이 헌관의 말에 토를 달 수는 없다.


*


백두용과의 독대를 끝내고 이석준이 간 곳은 정범이가 있는 도성 밖이었다.


“그새 더 컸구나.”

“크와아앙!”

“잘 지냈어?”


정범이가 지내던 헛간도 어느새 웬만한 차고보다 큰 공간으로 바뀌어있었다.

문제는 이 커다란 공간도 녀석에게 한 없이 작아보였다.

겨우 한달만의 일이었다.


“대체 무슨 성장속도냐고. 여기서 더 크는거 아니지?”


언제봐도 일반적인 범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헌터시절 사냥했던 하급 몬스터 중에서도 이 정도 크기를 가진 놈은 많지 않았으니까.


“태식이가 고기는 잘 가져다주던?”

“크와아앙!”


녀석은 반갑다는 듯 날뛰며 이석준의 몸을 핥아댔고, 머리가 천장에 맞닿아있어 고개를 숙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정범이의 전투력이 얼핏 보였다.


“뭐..뭐야..?!”


한 달정도 되는 기간동안 무슨 일이 있던건지 정범이의 전투력이 변화했다.

입궐 전 정범이 전투력은 541.

한달이 지난 지금 정범의 전투력은 587이다.

게다가···


“전투력이 발육이랑도 관련이 있는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범이라는 것도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말인가..

그새 무슨 일을 겪은게야..


“핥짝.”

“에잇! 그만 핥아라 이놈아!”


석준이 친근함의 표현이 과한 정범이를 뿌리치자 녀석은 앙탈 부리듯 날뛰었다.


“저 많은 말뚝도 다 뽑히겠다 이놈아! 그만 날뛰어라. 근데.. 저건 뭐지?”


정범이를 메어놓은 말뚝은 보통 개나 소 같은 가축을 묶어놓는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말뚝은 대감집 기둥 같은 나무를 세개나 엮어 박아두었고, 끈이나 밧줄이 아닌 대장간에서 녹여낸 쇠사슬이 나무와 정범이를 이어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통째로 뽑아버렸겠지?”


강한 조치를 해두었어도 보통 인간의 힘으로 정범이를 말리는건 불가능하다.

녀석이 더 크기 전에 길들인 것은 천운이었다.


만일 더 늦게 만났다면 죽여야만 했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그 어떤 인간도 녀석을 길들일 수 없었을테니까.


“혀..형님!!”

“어! 태식아! 잘 지냈어?”


마침 태식이 놈이 수레에 고기를 싣고 오고 있었다.


“서우놈은 만났는데 형님이 안올라오셔서 다들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급하게 먼저 볼 일이 있어서, 그나저나 얘 왜 이렇게 큰거냐?”

“말도 마세요, 처음엔 성장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놈 여기 오고나서 농작물 피해도 없고 좋다고 다들 먹을거 갖다주기 바쁘더라구요.”

“아무리 사람 손을 탔다지만 범이다. 다른 사람들은 얼씬 못하게 해야될 것 아니야. 정범이가 무섭지도 않다든?”

“말도 안들어요. 이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정범이를 사랑합니다.”

“그럼 성장기에다 살까지 쪘다는 말이지?”

“예.”


어쩐지 성장기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덩치였다.

하지만 이 상태로 녀석의 야생성이 사라지게 둬선 안된다.


“네가 운동 좀 시켜라, 산책이라던가.”

“안 그래도 형님께 혼날까봐 가끔 정범이를 타고 사냥을 다니고 있습니다.”

“뭐..뭣..?!”


범을 타고 사냥을 다닌다니.

당부를 해두긴 했지만, 정범이는 분명 야생성이 강한 맹수였다.

녀석을 직접 제압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등에 태운다고..?


“네가 올라타는 것을 이 놈이 받아들인다는 말이냐?”

“예, 안 계신동안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익숙한 사람에게는 크게 경계치 않습니다.”

“허어..”

“사실 평소에는 탈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이 놈 몸이 굳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여 줄 뿐입니다.”

“그래 알았다.”


사나운 범을 이동수단이나 병기로 쓰기엔 적절치 않다.

하지만, 정범이처럼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고 올라타기 적합한 넓찍한 등판을 가졌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범이용 안장은 저쪽에 있습니다.”

“안장까지?”


말도 아니고 태식이는 호랑이용 안장까지 만들어두었다.


“예, 한번 타보시겠습니까?”

“그럼 어디 한번..”


태식이가 안장을 잡자 정범이는 산책 나가기 전 강아지처럼 신나보였다.


“앉아라 이놈아.”

“정범이가 네 말을 들을리가···”


철퍽.


태식의 한마디에 정범이는 고양이가 식빵을 굽듯 다리를 굽혀 자세를 낮췄고, 태식은 자연스레 안장을 올렸다.


“타시죠.”

“그래···”


띠링-


[ ‘정범’을 탄 채로 멧돼지 사냥에 성공하십시오. ]


정범이 등에 올라타는 순간.

대단할 것 없는 간단한 퀘스트가 생겼다.

정범이를 타지 않더라도 간단했고, 정범이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테니까.


“가자!”


옥죄던 쇠사슬을 풀자 정범이는 바람을 가르며 산으로 뛰었다.


“우워억!! 진정해라 이놈아.”


말도 안되는 속도였다.

몸뚱이와 다리가 길어서인지 한번 뛸 때마다 10척이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바이크에 견줘도 되겠구나!”


웃음이 절로나왔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바이크를 풀악셀 밟았을 때의 느낌 같았다.


태식이가 이 정도 힘을 어떻게 견뎠을지 모르지만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긴한데.. 안구건조증 오겠다··· 신체강화 스킬 아니었으면 눈도 못 떴겠어.”


인근 산까지 5리(약 2Km)나 되는 길을 가는 시간이 찰나와 같았다.

그리고 산에서 녀석이 올라가는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


“앞도 안보인다 이놈아!”


수풀이 가득한 길을 개척해가는 정범 위 석준은 온갖 풀과 뾰족한 나뭇가지들에 가려 시야가 안좋았다.


“크릉..?”

“됐으니 멧돼지를 쫓아라.”


멧돼지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대낮에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만..


“킁킁..”


잔뜩 신나있던 정범이 자리에 멈추더니 잠시 냄새를 맡더니 금세 어디론가 뛰었다.

정범이 위에서 한참 나뭇가지에 찔리던 중.

정범이 움직임을 늦추더니 자세를 낮추고 발소리를 죽였다.


“발견했어?!”


그에 맞춰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정범이는 대답없이 움직일 뿐이다.


스슥···스스슥..


슬금슬금 움직여 높은 둔덕을 올라가자..

둔덕 너머 아래로 아늑한 돼지굴이 펼쳐졌다.


“세마리인가.”


굴에는 돼지 성체 세마리가 잠을 청하고 있다.


“가만있어라.”


시스템의 요구는 ‘정범’이를 타고 ‘내가’ 사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그래도 커다란 정범이 등에서 멧돼지에게 닿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젠장.. 검 한자루라도 들고 왔어야 하는건데···”


아주 긴 창이라도 있으면 수월했겠지만, 검 한자루가 아쉬운 판이다.

눈에 포이는 것은 온통 풀포기요.

이질적인 것은 지금 앉아있는 안장 뿐이다.


“이걸 던져서라도 잡아볼까..아니야 안장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


이 시대에 더구나 말 안장도 아니고 특별히 제작한 듯한 이 안장을 망가뜨릴 순 없다.


“킁..!”

“젠장!”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는 동안 돼지굴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고, 낮잠을 청하던 멧돼지가 코를 들썩이며 냄새를 맡았다.

곧 멧돼지들이 일제히 눈을 떴고,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끼에엑!!”


난리도 아니었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온 산에 울려퍼졌다.

냄새의 근원인 거대범을 발견한 멧돼지들이 엄청난 탄력으로 둔덕을 뛰어넘어 달아났다.


가만히 있으란 말을 어찌나 잘 듣는지 지시가 있기 전까지 정범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쫓아!”


정범이의 속도는 다른 동물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비교적 덩치가 작은 멧돼지들은 정범이보다 방향전환이 좋았고, 좁은 나무 사이를 잘도 비집고 다녔다.


“젠장!”


좁디 좁은 나무 사이에 한번씩 걸렸지만, 큰 덩치와 달리 유연한 정범이는 빠르게 벗어나 멧돼지들을 쫓았다.

한번씩 멧돼지들 바로 뒤까지 쫓았지만···


“돌이라도 주워 던져야 하나..”


석준의 힘과 정확도로 돌덩이를 던지면 멧돼지는 단번에 명을 달리할 것이다.

하지만··· 정범이에게서 내려 돌멩이를 줍는동안 멧돼지가 멀리 달아나겠지.


“어푸푸! 아 이놈의 나뭇가지랑 이파리들은 진짜..!”


품 속으로 수 많은 나뭇가지가 들어왔다.


“어···? 잘하면 이걸로..”


나뭇가지를 훑어 이파리를 떼어내고, 얇은 가지들을 한데모아 손에 잡힌 긴 덩굴로 묶었다.

어느새 나뭇가지는 손잡이 없는 검의 형태를 띄었다.


“까짓것.. 한번 해보자. 신체강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해상전을 대비하라(1) +1 23.08.28 768 23 11쪽
37 권철두의 상위호환. +1 23.08.27 848 25 11쪽
36 임천형의 하위호환. +1 23.08.26 859 19 11쪽
35 해상왕..은 아니고 해적사냥꾼쯤이려나? +4 23.08.25 895 24 11쪽
34 내가 싸우면 안돼? +2 23.08.24 908 23 11쪽
33 천형이 형의 사회생활 +1 23.08.23 947 22 12쪽
32 포대장 길들이기 +1 23.08.22 965 24 13쪽
31 신임 별동대장(1) +1 23.08.21 961 23 11쪽
30 신임 별동대장. 23.08.20 998 25 13쪽
29 철 없는 상관의 등장. +3 23.08.19 1,024 20 13쪽
28 강원도 산적은 어떤지 볼까. +2 23.08.18 1,085 23 13쪽
27 원융검의 새 주인. +1 23.08.17 1,149 22 11쪽
26 노루도 내가 잡는다. +2 23.08.16 1,192 24 11쪽
25 선배님 처자식 없죠? 23.08.15 1,208 24 11쪽
24 후임 최고병사 +1 23.08.14 1,274 22 11쪽
23 오위통일(1) +1 23.08.13 1,425 24 13쪽
22 오위 통일 +3 23.08.12 1,588 26 12쪽
21 신임 최고병사의 기강잡기. +1 23.08.11 1,724 32 12쪽
20 최고병사의 몰락 23.08.10 1,715 26 11쪽
19 마지막 경기 +1 23.08.09 1,709 28 12쪽
18 어차피 우승은 이석준. +1 23.08.08 1,770 27 12쪽
17 천형이 형의 진면모. +3 23.08.07 1,784 31 12쪽
16 이석준 출전하다. +1 23.08.06 1,815 33 12쪽
15 전투력 상승 중 +1 23.08.05 1,850 32 11쪽
14 무투제 시작 23.08.04 1,873 32 11쪽
» 정범 라이더 23.08.03 1,918 32 12쪽
12 막내백정의 힘 +3 23.08.02 2,009 37 13쪽
11 오위의 최고병ㅅ... +3 23.08.01 2,145 36 12쪽
10 도총부 최고병사 +3 23.07.31 2,196 44 12쪽
9 첫 PT 회원님 +3 23.07.30 2,329 4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