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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38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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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간빙기

DUMMY

도베르만이 벌어주는 시간을 이용해 빨리 고속도로 밑으로 잠입해야 한다.

드론을 혼란스럽게 해줄 녀석들의 속도를 믿는다.


“중립으로 놓고 경운기를 밀어 봐.”

“내가 뒤에서 밀까?”

“누나는 가만있어. 밖으로 나가면 위험해. 아빠가 내려서서 밀어.”


- 두두두두두두 - - 두두두두두두- - 두두두두두두 -


멀리서 드론의 사격 소리가 들려온다.

별수 없다.

나는 구부정하게 서서 핸들을 힘껏 밀었다.

포장길이어서 그런지 차를 미는 것보다는 더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게다가 약간의 내리막이 보태지면서 속도가 더 붙었으나, 밀기를 멈출 수 없었다.

내리막 끝에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더 속도를 붙인다면 올라설 수 있을 정도의 밋밋한 경사다.

봅슬레이 선수가 스타트를 하듯이 막판 스퍼트를 했다.

대장을 통과한 똥이 직장에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나의 악다구니에 짜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힘을 주었다.


“쪄야~~~~!”


내리막에서 붙었던 가속도로 부드럽게 경사를 오르는가 싶더니, 9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거꾸로 밀려가고 만다.

변비인들의 안타까움이 이런 것일까.

아, 한물간 오왈수.


- 월! - - 월! - - 월!월! - - 월! -


도베르만이아직 충실하게 달리고 있다는 신호가 들렸다.

그 짖음에 응답하듯 축사에 있는 개들의 집단 ‘월!월!’이 골짜기를 울리고 있었다.


“시동 걸어서 오르막만 넘자!”


시동을 걸어 오르막을 넘고 50m 정도만 더 간다면 거기부터는 다시 내리막이었다.

문제는 엔진 위로 씌워놓은 패널 때문에 앉아서 손잡이를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자세 때문에 충분한 회전력을 얻을 수 있을까.


- 흡~~착! 흡~~착! 흡~~착! 흡~~착! 흡~~착! 흡~~착! -

- 콜~록 콜~록 콜~~록, 록, 록. -


“누나 뭐해!”

“가만있는 중이잖아.”

“가서 아빠를 좀 도와.”


쪼그려 앉았다 할지라도, 내가 감압밸브만 잡고 아롱이는 노를 젓듯이 양손으로 핸들만 돌린다면 좀 더 나은 회전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시작!”


- 흡~착! 흡~착! 흡~착! 흡~착! 흡~착! 흡~착! -

콜록~콜록~콜록~콜록~ 콜콜콜콜콜 딸딸딸딸딸~~


참으로 간단하다.

하여간 우리는 속도를 내어 오르막을 해결했고, 내친김에 내리막에 더 속도를 붙이려 액셀러레이터를 높였다.


- 딸딸딸딸딸따따따따 -


엔진 rpm이 올라갈 때마다 경운기는 폐암 환자처럼 탈탈거리며 배기통으로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암 덩어리에 모르핀을 주사해가며, 아픈 몸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고개를 내밀어 힐끗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침 해는 계양산을 다 오르지 못했는지 아직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고, 다행히 머리 위에 드론은 없었다.


고속도로와 연접한 공항철도 선로에는 전철이 빠른 속도로 지나고 있었다. 방음벽에 가려 사람의 승차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드론에게 쫓겨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이 시점에 전철이 지나가는 설정은 왜 필요한 거지?

우리를 세트 안에 가둬 두고 ‘트루먼 쇼’를 찍고 있는 것인가?


액셀러레이터를 최대한 낮췄다.

천천히 굴다리 아래까지 전진하고, 엔진을 식힌 다음 다시 얼마간 전진하는 방식으로 진격할 수밖에 없다.


- 두!두!두!두!두!두! -


엔진룸 위로 드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속도를 최대로 높여!!”


엔진을 덮은 패널이 너덜너덜해져 엔진이 직접적으로 공격에 노출된다면, 경운기의 진군은 목상동 솔밭촌에서 멈추는 수밖에 없다.


- 딸딸딸딸딸따따따따 -


기어를 3단으로 변속하고 액셀러레이터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경운기는 폐가 터질 듯 기침을 해대며 왕년의 속도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아롱이 드론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아롱의 공격에 잠시 공격을 멈춘 드론이 다시 엔진룸 위로 조준사격을 시작했다.


- 두!두!두!두!두!두! -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 두두 피이이이잉~~~~~~~


버드나무보다 더 아래에서 공격하던 드론은 몸체가 박살이 나며 추락했다.

드론은 불과 30m 높이에서 공격했으며, K2C 소총의 연사 시 조준 안정감은 대공사격에서 빛을 발했다.


지금쯤 저들은 천마부대가 털린 것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지, 김꼴띠나 잔지챙을 복제품으로 만든 것을 개탄하고 있을지도.


- 두루루루루루루! - 두루루루루루루! - 두루루루루루! -

“으억-”


언제 나타났는지 서너 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공격했고, 그 바람에 아롱의 어깨에 총탄이 스쳤다.


‘오, 통탄할 속도여! 30m만 더!’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아롱이가 어깨 부상으로 쉬는 사이, 순길이 대공사격을 감행했다.


- 두루루루루루루! - 두루루루루루루! - 두루루루루루! -

- 다다다다다- - 다다다다다다 -


드론의 공격과 순길의 대공사격이 한 번 더 이어지는 사이 경운기는 굴다리 아래로 숨어들었으며, 드론의 공격은 공항철도 방음벽을 때리고 있었다.


* * *


드론의 공격을 받은 경운기 엔진은 회복이 불가할 정도의 처참한 상태였다.

냉각수는 다 새버려 냉각수통에서는 허연 연기가 피어올랐고, 동력 전달 벨트의 파손으로 바퀴로 회전력이 전달되기 어려웠으며, 그 바퀴마저도 다 찢어져 더 이상 운행이 힘든 상태였다.

우리의 목숨과 바꾼 50년 된 고철 덩어리의 희생이었다.

제2의 4륜구동 이었다.


순길은 언제 챙겼는지 군용 의료구급낭을 꺼내 아롱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천마부대 김꼴띠에게 감사를 해야 하나, 순길에게 감동해야 하나.


“삼각근을 스쳤어. 팔 올려 봐.”


아롱은 붕대 감은 팔을 올렸다.

상처가 쓰리긴 하겠지만, 팔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뼈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다음 전술도 구상해야 하는 만큼 우리는 약간의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수분을 보충하고, 전투식량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니, 괘안나?”

“스쳤대잖아.”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을 가면 된다는 듯한 아롱의 태도에 양양이 떠올랐다.

양양에게 희노애락의 감정 중 노여움이 삭제되었다면,

순길이나 아롱에게는 세상의 사물에 반응하는 감정의 형태인 칠정(七情)이 없는 것 같다.

기뻐하고, 성내고, 근심하고, 생각하고, 슬퍼하고, 놀라고, 겁내는 감정을 뛰어넘은 것일까.

아니면 삭제된 것일까.

게임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삶만큼 죽음도 늘 곁에 있다고 믿게 된 것일까.


“아라뱃낄 넘으야 될낀데, 방법이 있겄나!?”

“목상교는 아치형 구조의 다리야!”


공항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음 때문에 목소리의 데시벨을 높이고 보니, 차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공항철도 전철만큼 경이롭게 느껴진다.


‘트루먼 쇼!’

웃기는 상상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쇼를 위한 연출이라면.

전철이 지나가는 것도, 차가 과속을 하는 것도,

노인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도.

경운기가 이쯤에서 운항을 멈춰야 하는 것도.


그렇다면 아롱이 삼각근 부위를 다친 것도 시나리오에 의한 철저히 계획된 부상이었을까?

우리가 아직 살아있는 것조차도?


“아치형이 누군데?!”

“근육이 튼튼한 형이야!”


저런 대화를 하면서 전투식량을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트루먼이고 우리 아이들조차 ‘연출된 인물들일까?’라는 쓸데없는 착각이 든다.


“아치를 타고 넘거나!”

“넘거나?!”

“수영해서 건너야지!”

“느그 누나 팔을 이래 갖꼬 수영을 우째 하노?”


- 월! 월! 월월! -


그때 도망갔던 개 한 마리가 숲에서 뛰어나와 짖어댄다.

그 소리 때문에 멀리 사육장에서 떼창의 ‘월!월!월!’이 다시 시작된다.

개는 다른 개들의 소리를 듣고 포장도로를 따라 사육장을 향하여 뛰어간다.


그런데 드론의 공격이 사라졌다!


- 딸딸딸딸딸따따따따 -


순길이 개를 쳐다보더니 문득 경운기의 액셀러레이터를 올렸다. 냉각수가 없는 탓에 연기는 불이 난 것처럼 피어올랐으며, 이제 동력장치도 고장 난 경운기로 뭘 어쩌자는 건가.


“밀어!”


목상교 쪽에도 드론의 공격이 사라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경운기를 굴다리 바깥으로 힘껏 밀었다.

타이어가 찢어진 경운기는 허연 다리를 노출 시키면서도 운동법칙을 착실히 따르며 움직였다.

탄력을 받은 경운기는 내리막을 타고 저 혼자 목상교 사거리로 터덜터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공격하는 드론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경운기는 마지막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 딸딸따 ――― -


일시에 소리가 없어졌다.

뒤돌아보았다.

경운기가 사라졌다. 그래서 당연히 소리도 없어진 것이다.

귀에는 딸딸거리는 경운기 소리의 환청만 울리고 있었다.

총을 장전하고 우리는 목상교를 향해 달려갔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아라뱃길 부설 도로인 정서진로에는 차 한 대 없다. 우리가 장악할 수 있는 도로에 차를 운행케 하여 적을 이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인가.

텅 빈 사거리를 지나 목상교에 다다라 급히 두 발에 제동을 걸었다.


다리가 사라졌다!

다리가 사라졌으니 경운기도 사라졌겠지.

한 걸음씩 사라진 단면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톱으로 절단하듯 약 50여 미터 되는 다리가 사라졌다.

다리는 철거되거나 폭파된 것이 아니었다.

다리의 잔해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마인크래프트’처럼 그 부분만 완성치 않았거나, 흔적도 없이 그 부분만 하늘로 증발해 버렸거나.


하지만 50m 너머에 절단된 다리는 남은 모양대로 계속되고 있었다.


“우째 이런 일이....”

“강바닥 좀 봐! 빙하기야!”


잘린 다리보다 더 까무러칠 것 같은 사실은 아라뱃길이 하얀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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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노인은 없다 22.06.09 5 0 10쪽
22 사석 22.06.08 8 0 10쪽
21 이사벨 22.06.07 9 0 11쪽
20 대마 22.06.06 9 0 11쪽
19 병장 김꼴띠 22.06.03 9 0 12쪽
18 천마부대 22.06.02 14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16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8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8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8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8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1 1 12쪽
4 목재단지 22.05.16 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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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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