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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34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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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월하의 공동묘지

DUMMY

그새 무기도 바뀌어 이번에는 쌍절곤 같은 것을 돌렸다.


- 쉬쉬쉬쉬익쉭~~~~~~ -


회전의 밀도와 중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쌍절곤을 토네이도처럼 회전시키며 고함을 내지른다.


“스핀짓주!”


영화나 만화를 보면 항상 저 주둥이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적을 놓치거나, 상황이 역전되고 만다. 초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전투에서 자신의 전술을 상대에게 노출 시키는 주둥이를 놀리느라 몇 합의 시간을 낭비하다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헉!

자세히 보니 빨간 닌자가 아니라 파란색 닌자다.

빨간색 닌자는 나의 예상처럼 나무에 기대어 가슴을 부여잡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빨간 닌자와 파란 닌자가 마치 한 몸처럼 이 오왈수를 현혹하다니.’


오호, 위장술 인정!

그런데 ‘스핀짓주’는 도대체 어떤 기술일까? 고작 쌍절곤 돌리는 기술을 공지하느라 전투 중에 입을 놀리지는 않았을 터. 하지만 그 기술을 보기 위해 기다려 줄 이유는 없었다.


나는 긴 팔을 최대한 뻗었다.

보이지 않는 쌍절곤의 회오리 한가운데로 칼을 집어넣어 흔들었다.


- 태댕탱탱태댕댕탱 -


칼에 부딪는 쇳소리가 몇 번 나더니, 황금 쌍절곤은 내 전완근의 악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회오리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간단히 닌자의 무기를 회수했다.


‘칼을 이겨낼 만큼 파워까지 겸비했었어야지.’


무기를 빼앗긴 닌자가 이제 몸으로 회오리를 만든다.

오호, 이것이 ‘스핀짓주’의 기술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기술을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서둘러 칼로 목을 내리쳤다.


- 스윽~ 챙! 처억! -


회전하는 대가리가 피를 사방으로 뿜다가 처박힌다.

몸통은 남은 회전력으로 땅을 파 들어가다 동력을 잃고 고꾸라진다.


쓰러진 닌자의 옷에 피 묻은 칼을 닦는 순간, 이번에는 하얀 닌자가 양손에 든 암기 하나를 뿌린다.


- 쨍 -


목을 향해 날아오는 암기를 간신히 칼로 막았다.

정확히 목을 조준하는 정밀한 조준술.

연이어 다른 하나가 날아온다.


- 으어억! -


미처 막지 못하고 간신히 몸은 피했다. 하지만 암기는 왼쪽 소매를 뚫고 나무에 박혀버렸다. 다행히 팔은 괜찮았지만, 소매를 압정으로 꽂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고로 난 왼쪽 팔을 못 쓰는 처지가 되었다.

소매를 찢어내려고 힘을 주려는데, 틈을 놓치지 않고 하얀 닌자가 무릎을 세우고 나를 향해 달려든다.


‘짜식이 종합격투기 기술을!’


암기를 다루는 기술은 그럴듯했지만, 몸은 너무 느렸다.

아는 체육관이라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그놈의 여유로운 니킥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가볍게 피하며 턱에 강력한 라이트 훅을 날렸다.


- 쿠욱쿡!! -


아마도 턱뼈가 얼굴에서 분리되었을 것이다. 네가 사람이라면 평생 빨대로 식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게, 여분의 암기를 준비했었어야지.’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닌자의 목을 향해 칼을 내리친다.

이때 칼을 막는 황금색 도끼.


- 챙! -


실수다.

깔끔한 마무리보다 왼쪽 팔을 먼저 해결했어야 했다. 마지막 닌자가 남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흑색 사무라이 닌자는 나의 머리통을 향해 황금색 도끼를 뻗쳐 들었다. 닌자를 겨냥하는 대신 칼을 거두어 나무에 박힌 소매를 찢으면서 얼른 몸을 피했다.


- 쩌억! -


간발의 차이로 도끼를 피했다.

도끼는 다리통만 한 참나무를 거의 쪼갤 만큼 깊게 파고들었다. 저 도끼에 머리를 맞았다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만큼 도끼는 나무를 흉측하게 파고들었다.

사무라이 자식은 도끼를 빼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깊게 박힌 도끼는 쉽게 빠지지 않았으며, 도끼와 나를 번갈아 보며 초조해하고 있다.


‘도끼를 꽂을 만큼 힘은 충분하나, 기술이라고는 도끼질밖에 없는 놈이 확실하다.’


고수들의 싸움에서 나무에 박힌 도끼를 뽑아내는 시간은 목을 베이는 시간과 바꾸어야 한다.

도끼에 미련을 버려야 살 수 있는데 집착을 하고 있다.


마치 드라큘라가 발밑에 흩어진 콩알의 숫자를 다 세기 전에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피를 빨지 못하는 심각한 편집증을 앓고 있듯이 말이다.

도끼를 뽑기 전에는 절대로 상대를 공격하지 못하는 순서에 강박증이 있는 놈이다.

경지에 이르지 못한 중생 나부랭이 사무라이 잔챙이 머저리 자식이다.


“에어짓주!”


도낏자루를 부여잡고 주둥이로 ‘에어짓주’를 외치는 꼴이 심지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저건 허수다.

물론 ‘에어짓주’가 어떤 기술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얀 닌자가 보여준 회오리는 없을 것이다.

몸은 도낏자루에 묶였고, 자유로운 것은 주둥이뿐이니, 아는 것을 외쳤을 뿐이었다.


‘죽어도 도낏자루에 미련을 못 버리는 나무꾼 수준이다.’


주둥이 나불대느라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놈.

그래서 저들의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그린 닌자’가 오늘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여지없이 사무라이의 척추에 뒤돌려 차기를 꽂았다.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허리가 꺾였고, 땅에 떨어졌을 때는 뒤통수와 발바닥이 닿아있었다.


칼도 아까운 놈들.

그들의 사부가 왜 동행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놈들은 신체조건, 준비성, 훈련 정도, 멘탈, 어느 것 하나 갖춰진 놈이 없었다. 사부는 속이 터져 죽었거나,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그들을 떠났을 것이다.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이사벨의 무감정한 멘트가 다시 고요해진 무등재를 울렸다.


‘우호적이지 않다니? 닌자들은 깨끗이 처리되었는데!’

‘처음 느꼈던 혼란과 관련된 것일까?’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짐승인 것 같기도 했던 혼재된 살기를 경고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나의 뇌파도 처음과 거의 똑같은 살기운에 심하게 파동치고 있었다.


“아부지 조심해!”

- 퍽! -

“으억!”


아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참나무 뒤에서 나타난 검은 물체에 복부를 강타당했다.

순간, 아롱이 나래차기로 물체를 걷어내지 않았다면, 저 시커먼 무게에 짓눌려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쿠구구쿵쿵! -


뭔지도 모르는 물체의 떨어지는 육중한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어두운 산을 돌아다녔다.

나의 복부에 전해진 충격이나, 산을 울리는 충격음으로 볼 때 닌자들과 같은 급의 살수가 아니다.


순길이 헤드 랜턴을 켜고 앞을 비추었다.

순간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눈동자.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으로는 동그란 봉분에 눈이 달린 것 같았다.

순길이 눈동자들을 따라 랜턴을 비추었다.


멧돼지다!

공동묘지의 무덤들인 줄 알았던 동그란 봉분들은 커다란 멧돼지들이었다.

콧등을 찌를 것만 같은, 길게 말린 송곳니로 보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혹멧돼지임이 분명하다.


‘멧돼지까지 외제를 쓰다니.’

‘고맙다. 파괴에 대한 죄책감은 덜하게 해줘서.’


혹멧돼지는 수컷의 눈 밑에 한 쌍의 혹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그 크기가 더욱 놀랍다.

무등재의 탐방로 옆 무덤의 봉분과 비슷해 보이는 덩치로 보아, 300kg은 족히 됨직하다.

TV에서 보던 아프리카 혹멧돼지는 건기에 사자 무리의 귀중한 먹이가 되는데, 지금 우리 눈앞의 혹멧돼지는 사자의 씨를 말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체급의 깡패다.


벌써 불빛에 반짝이던 한 쌍의 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몸으로는 혹멧돼지의 저돌적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저 많은 숫자를 아롱이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 그동안 아롱이가 보여줬던 초인적인 힘이 나와 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혹멧돼지는 아롱에게로 향한다.


‘투걱- 투걱- 쿵! 쿵!’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아닌데도 최초로 두려움이 엄습한다.

어둠조차 밀어낼 것 같은 저 무시무시한 무게감이 두렵고,

아이들을 두고 아무것도 못 한다는 절망이 두렵고,

차라리 저 무게가 나를 향했더라면 하는 간절함이 두렵다.


불과 아롱의 5m 전방.

혹멧돼지가 마지막 도약을 위해 바닥을 긁으며 뛰어오른다.


- 퍽! -


도약한 혹멧돼지의 옆구리에 꽂아 넣은 아롱의 옆차기에 혹멧돼지는 한참을 날아가 관솔가지에 몸통이 박혔다.


- 끼익~ 끼익~ 꾸꿀끼익 -


솔가지에 매달린 채 그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를 온산에 퍼뜨리고 있다. 아롱의 힘이 공포의 무게를 감당해냈다.


이번에는 어둠의 눈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롱은 순길이를 뒤에 두고 세 방향에서 치고 들어오는 혹멧돼지들의 공격을 발차기로 막아내고 있다.

내가 공로가 된다면 이 싸움은 해볼 수도 있을 테지만, 아롱이도 십여 마리 혹멧돼지 무리의 공격에는 점점 버거워진다.


주먹의 파워로는 혹멧돼지를 잠시 주춤거리게 할 수 있을 뿐이었고, 오직 강력한 발차기의 파워만이 혹멧돼지의 무게를 땅으로 처박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건대, 닌자들은 아롱이를 시험하기 위해 보낸 허수였다. 그것을 내가 나서서 다 처리하고 보니 이제 본색을 드러내어 바로 아롱이를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혹멧돼지 무리는 나와 순길에게는 아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틈을 타 나는 가까스로 일어섰다.

순길을 아름드리 참나무 위에라도 피신시켜야 할 것 같아서이다. 아롱은 지금 순길에 대한 방어 때문에 100%의 공격력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만약 순길과 내가 나무 위로 올라가 안전을 확보한다면 아롱의 전투력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었다.


“순길아! 나무 타고 올라라.”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도록 순길을 힘껏 안아 올렸다.

복부와 가슴의 통증이 만만찮다. 순길이 가지를 잡고 나무를 탈 때쯤이었다. 아롱의 발차기에 맞아 날아가던 혹멧돼지의 발끝이 순길을 건드리고 말았다.

순간 잡은 가지가 부러지면서 순길은 그대로 땅으로 고꾸라졌다.


“순길아!!!”


아롱이 쓰러진 순길이를 발견하고 앙칼지게 외쳤다.

아롱이나 나 같았으면 툴툴 털고 일어날 충격이었으나, 워낙 약한 신체 능력을 지닌 순길이다 보니 한동안 쓰러져 움직이지를 못한다.


순길이를 안아 들었다.

떨어지면서 등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 보였다. 나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허리띠를 풀어 순길의 가는 호흡을 도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산을 찢어버릴 것 같은 분노가 포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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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병장 김꼴띠 22.06.03 9 0 12쪽
18 천마부대 22.06.02 14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8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8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8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7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1 1 12쪽
4 목재단지 22.05.16 18 1 11쪽
3 이사벨 22.05.13 12 1 11쪽
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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