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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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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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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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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미양요

DUMMY

“유핸진이? 미국 가 있는 가 말이가?”

“저기 학교 보이지?”

“망 쳐져 있는데?”

“동산고등학교. 류현진의 모교.”

“글마 그 충청도 아 아이가?”

“그 앞 도로가 2015년 조성된 ‘류현진 야구거리’야.

송림오거리까지 그 도로를 이용하면 돼.”

“2015년에 조승이 됐다 캐도, 그 전에 있던 길이야!”

“이사벨, 류현진 야구거리로 안내해 줄 수 있어?”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명을 말씀하세요.』


1. ‘이사벨이 인식할 수 없는 도로는 살수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는 사실을 시험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2. 살수들의 공격을 받으며 온 길을 돌아 갈 수는 없다.

3. 그러므로 ‘류현진 야구거리’는 현재 유일한 출구다.


각궁과 목검을 손에 쥐고 선루프에 몸을 내밀었다.

차량탑승간 경계를 하며 순길이 이끄는 4륜구동은 조용히 ‘류현진 야구거리’ 로 들어선다.


조명을 받은 큰 야구공과 류현진의 모형물, 유니폼, 사인볼, 핸드프린팅 등이 우리의 긴장감과는 달리 한밤의 꿈처럼 이어진다. 그 뒤로 서림초등학교와 동산고가 위치하여 배치 또한 조화롭다.

어린 순길이를 데려와 꿈을 선물 받고 가야할 것 같은 몽환의 거리다.


우리를 몰고 다니는 권력자가 캠퍼스를 예외구역으로 설정했다면, ‘류현진 야구거리’는 당연히 그 구역에 포함 되었을 것이다. 이사벨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이 거리에서 인간사냥을 하게 된다면, 아동과 청소년의 꿈을 짓밟는 비열한으로 이미지화 될 테니까.


꿈같은 ‘류현진 야구거리’ 덕분에 송림오거리까지 고요하게 올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4륜구동의 성능과 순길의 운전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안전벨트를 하고 발진을 대비했다.


- 웨에엥엥엥~~~ 찌이이익~~ -

순길이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대로 밟는다.

뒷바퀴에 제동이 걸리며 하얀 연기와 함께 헛바퀴를 돈다.

몇 바퀴 바닥을 긁은 4륜구동은 전투기처럼 송림오거리 한복판으로 튀어나간다.

나도 실감해보지 못한 고속 RPM으로 순식간에 속도를 붙이며, 4륜구동은 전혀 다른 차를 경험하는 듯 낯선 속력을 보여준다.


컴컴한 현대시장 골목, 예감이 좋지 않다.

바짝 긴장한다.

지금 속도라면 바이크들이 따라붙기 만만찮을 것이지만...

하지만 현대시장도, 다음 골목도 조용하다.


“일차슨! 일차슨으로!”

“왜?”

“든킨도나스, 든킨도나스 있다 아이가!”

“그게 왜?”

“도나스 날아 올긴가 싶으스.”

“헉. 내가 왜 엄마보다 누나한테 먼저 가자고 하는지 알아?”

“와 그라는데?”

“생각하지 말아야 될 사람이 생각을 하면 위험하거든.”


쩝.

‘던킨도너스’를 뒤로 하고 그 다음 골목도 바이크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낭패다.

그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들을 끌고 가지 않는다면, 이 구간은 스스로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동국제강의 쇳물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중장비, 계속 이어지는 제조업 거리의 육중할 공격 속으로 들어가는 지옥문이나 다름없다.

바로 앞이 인중로다.

좌회전이 임박했다.

하지만 순길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여전히 굉음을 울리며

4륜구동을 재촉한다.


- 끼익~~ -


급브레이크와 함께 핸들을 꺾어 영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좌회전이 이루어지며 운명의 인중로에 올랐다.


“글마들 와 안 오고 그카노?!”

“뒤쪽 조심해!”


나타났다, 드디어.

바이크들이 백병원 쪽에서 우회전 하며 따라붙기 시작한다.

이사벨의 경고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시점에야 울린다.

나타나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 불빛들의 행렬이 다행처럼 보이지 않는다..

제식훈련을 하듯 (8열종대?10열종대?)하여튼 따닥따닥 대오를 갖추고 추격을 한다.

중대급의 오토바이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소음은 큰 스피커를 가동하는 것처럼 도시를 울린다.


저 정도의 안전거리로 추돌하지 않고 과속이 가능하다면, 필시 누군가에 의해 동시에 조종당하는 살수들일 것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고가 밑으로 동국제강이 보인다.

내리막의 과속을 위해서 순길이 인중로를 선택한 것 같다.


“꽉 잡아!”


오늘 밤 우리에게 선택은 없다. 최대의 속력밖에..

과연 순길이 예측한 그들의 법칙은 맞을 것인가.

적인지 동진지 동국제강부터 만석부두를 지날 때까지는 저들이 필요하다.

날개가 있다면 이륙도 가능할 것 같은 속도로 4륜구동이 동국제강을 지난다.

중대급 바이크들의 굉음이 고가 밑에서 한층 증폭된 소리로 들려온다.

시끄럽긴 해도 적당한 거리다.


“니 팽소에도 운전 이래 하고 댕기나?”

“평소보다 감각이 더 예민해지고 있어.”

“그,,, 글나.”


그런가?

시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순길의 운전 실력만큼 나의 전투능력도 레벨 업 되었는지.

화살 하나를 잡았다.

화살촉은 뭉툭한 연필심처럼 조잡하고, 화살 깃은 없으며,

오늬도 없어 끝에 대충 홈을 파 놓았다.

이 화살로 명중시킬 수 있을까.


벨트를 풀고 선루프로 몸을 내밀었다.

바이크 중대들 중 몇 놈은 대열을 이탈해 50미터 거리로 우리와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차와 속도가 맞춰져 나의 눈엔 움직이지 않는 표적처럼 느껴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시위를 힘껏 당겨 발사!


- 슈우우우욱~~ -


화살의 패러독스가 육안으로도 느껴진다.

‘과연 나도 예민해지고 있는 것인가.’

저 거친 화살도 나의 예민함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휘룩~. 아니다.

힘없이 아스팔트에 떨어지고 만다.

50미터를 날지 못하고 바이크들의 바퀴에 깔리고 만다.

이사벨의 경고음이 울리며 동시에 순길이 고함친다.


“오른쪽!”


만석부두 쪽에서 다른 무리의 바이크들이 튀어나온다.

어쩔 수 없다.

벌써 길을 가로막은 두세 놈을 그대로 들이받으며 직진한다.

하지만 처음의 바이크들 보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속도는 4륜구동이 우월하지만 문제는 앞의 우회고가교.

고가도로의 오르막은 속도의 우월을 장담할 수 없다.

고가를 타지 못한다면, 내 기억으로는 북성포구로 가는 막다른 길이다.

게다가 컨테이너를 실은 긴 트레일러 한 대가 일 차로를 점령하며 달리고 있어 고가 아래쪽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탄력을 붙여 고가를 향하는데 트레일러가 갑자기 고가로 고개를 돌린다.

우군인가, 적군인가?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고가진입을 가로막는 트레일러를 피해 반대편 차로로 간신히 고가를 탔다.

앞서 오던 몇 대의 바이크들이 우리와 같은 경로로 고가도로를 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바이크 중대들은 트레일러에 의해 완전히 차단되었다.

우군이었다.


“으하하하!”

“잔당들이 쫓아오고 있어!”

“차 세아라!”

“어쩔려구?”

“맽기나!”


차에서 내려 고가도로의 중앙에 맨몸으로 섰다.

내 몸이 말하고 있었다.

준비되었다고.


‘.... 다섯 대, 여섯 대.’


바이크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팔다리를 펼쳐 스트레칭을 해본다.

무중력에 있는 것처럼 몸이 가볍다.

선두에 달리는 놈이 칼을 들고 나에게 돌진한다.

‘방망이에서 많이 진화되었군.’


몽골군들이 쓸법한 둥그스름한 칼끝이 나를 베기 위해 스윙을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느리다.

화살의 패러독스가 느껴지는 나에게 그들의 칼은 수저로 밥을 먹는 것처럼 느리다.


가볍게 돌려차기로 끝낼 수도 있지만, 가벼운 몸은 180도 돌려차기로 머리통을 타격한다.

머리통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펑!’ 하고

폭발해버린다. 폭발할 만큼 강력한 발차기다.


다음 놈은 반대쪽 180도 돌려차기.

아마 췌장에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펑!’

다음 놈 뒤후려치기로 바디를 뻑.

간이 쪼그라들며 내장 전부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펑!’

그 다음 놈, 실전에서 써 본적 없는 서비스, 브라질리언 킥.

샌드백을 치듯 머리통만 집어 날린다.

‘펑!’

마지막 두 놈이 동시에 나의 양 갈래로 온다.

뒤공중돌며 지나가는 두 놈을 동시에 타격하며 착지.

‘펑! 펑!’


마무리.

엄청난 폭발력이다.

이 정도면 국가대표가 아니라 격투계 황제가 되었을 것이다.


“태권도는 손 안 쓰는 운동이야?”


자신감이 충만한 나는 운전을 위해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손?

운전할 때나 쓰는 기야.”

- 부웅~~~~ -


“이사벨 전방 상황 어때?”

『???...』

“문디 겉은 기, 말뀌를 몬 알아 문나!”

“전방 상황 어떠냐구?”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2호 ‘화도진’을 아십니까?』

“가시나, 또 지랄뱅한다. 간장게장 팔아 처 묵을래!”

『화도진은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구실로 강화도를 침범당한 신미양요와 운양호 사건 등 잇단 내습을 방어하기위해 동구 화수동 128번지...』

“이사벨 너 또 가이드 본분을 망각하고 있어.”

『······시민들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제너럴셔먼호 사건은 병인양요지!”

『신미양요입니다.』

“프랑스 선교사 처형해서 일어난 사건이 뭐야?”

『병인양요입니다.』

“이 얼빵한 가시나, 니가 인천을 알아!”

“그게 신미양요야.”

『병인양요입니다.』

“뱅인양욘지, 쉰미양욘지 쓰마트폰 때리바.”


폰 화면의 스크롤을 몇 번씩 내렸다가 올렸다가 하던 순길이 화면을 끄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와? 와그라노? 시, 쉰미양요가?”

“≠≤≥······”

“하하하하, 므, 므 헷갈릴 수도 있지! 응?

아들, 실망하지 마. 이사베리 가시나 이거, 주입식 교육받았어. 주관식이 약해!”

『모욕적입니다.』

“모욕은 니미. 뱅인양요 원인이 므야?”

『제너럴셔먼호 사건입니다.』

“제나랄샤만호 사건은 믄데?”

『?????』

“주간식 함 풀어 바바!”


- 끼익!!!! -


액셀러레이터든 브레이크든 오늘 밤 있는 대로 밟게 만든다.

시커먼 물체들이 고가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즐마들은 므꼬?”

“한 번에 하나씩.”

“쉰미양요가 양키 새끼들 쳐들어온 거 맞더나?”

“어.”

“하도진에서 즈 새끼들하고 붙어야 되나?”

“참으로 역사적이다.

저거 화도진공원에 있는 대포 아냐?”

“대포? 쌔리 뚫고 가 뿌까?”

“병력이 어마어마해.”

“맻 맹인데?”

“군함 5척에 1200명으로 쳐들어 왔으니까.”

“츠, 츤 이백맹? 인자 우째야 되노?”

“후진해!”

“후진?”

“월미도 쪽으로 빠지자.”

“월미도?”


- 쿵! 쿵! 쿵! 쿵! -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가도로가 흔들릴 만큼 큰 대포소리가 울린다.


- 꿍! 꿍! 꿍! 꿍! -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뒤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폭발성 탄환이 아니라 그냥 철환이다.

하지만 파괴력은 엄청나 이러다간 고가가 무너질 것 같은 진동이 전해온다.

타이어에 연기가 일도록 급가속 후진을 한다.

말을 탄 기병이 우리를 쫓아온다.

월미도 진출로로 급히 핸들을 꺾었다.


- 떠그덕 떠그덕 떠그덕 떠그덕 ········· -


우리를 뒤따르는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21세기에 우회고가로 위에서 듣는 말발굽소리는 오히려 신성한 느낌이다.


- 탕 탕 탕 탕 ········· -


신성한 느낌을 현실적으로 전환시키는 총소리와 함께 4륜구동의 철판에 반응이 온다.


- 팅! 탱! 팅그랑! -


“좌회전!”

“자회전?”

“차이나타운!”

“그~는 와?”

“우리는 청나라의 번국이니 사대를 하는 신하된 입장에서 독자적으로 외교를 할 수 없다!”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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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사벨 22.06.07 9 0 11쪽
20 대마 22.06.06 9 0 11쪽
19 병장 김꼴띠 22.06.03 9 0 12쪽
18 천마부대 22.06.02 15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16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8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8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8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8 0 12쪽
» 신미양요 22.05.19 8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1 1 12쪽
4 목재단지 22.05.16 18 1 11쪽
3 이사벨 22.05.13 12 1 11쪽
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1 파전에 정액을 쏟았습니까? 22.05.11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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