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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30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5.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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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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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사벨

DUMMY

차창에 얼굴을 대고 내부를 보는 사람, 타이어를 퉁퉁 차는 사람. 쪼그리고 앉아 차 밑을 살피는 사람 등에 의해

나의 애마는 완전히 결박당해 있다.


‘4륜구동을 포기하고 지하철로 전술을 변경해야 하나?’


그때, 통장과 몇몇 사람들이 빌라 옆 공사장의 부직포를 걷으며 나온다.


“쫌만 기다리자.”

“기다린다꼬 믄 수가 있겄나?”

“공사장에서 나오는 걸로 봐선 우리가 탈출한 거 이미 확인했을 거야. 고로 저들은 4륜구동에 더 집착할 이유가 없어졌어. 후~~”


긴장이 풀리는지 순길이 긴 숨을 뱉으며 벽에 등을 기댄다.

아들에게는 몇 년간의 에너지를 다 배출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치 못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시스템인지 뭔지가 우리를 어떻게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를 대비해 바람막이로 방한을

해야 하며.

그다지 허기지진 않지만, 비상식량으로 미리

배를 채워 두어야 한다.


“어느 단계까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자일까?”

“능력자? 능력자가 와 씰데없이 이런 짓을 하노?

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이 특별한 기 하나도 없는데”

“요 며칠 새 별다른 이상 없었어?”

“으음······ 파전?”

“파전?”

“······ 그기 아이모 정액?”

“뭔 소리야?”

“???”

“회사에서는 별 일 없었어?”

“·········. 머... 니 엄마 설비과에 있다가 연구소로 옮긴 거 말고는 특별하게...”

“연구소?”


‘딩띠리리롱’


난데없는 문자수신을 알리는 핸드폰 소리.


‘쿵’


급히 꺼내느라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다시 주워들고 사주경계를 한다.

다행히 골목은 고요하다.

물론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끈적이는 촉수들이 잠복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발신인. - 이사벨 -


“이사벨? 니 혹시 들어봤나?”

“역사적 이사벨이 두 명 있고, 경기도 홍보대사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 있지”


『지금 이동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사벨년이 와 내한테 이런 문자를 보내노?”

“시간 됐다는 소리야. 출발하자.”

“이 문자를 믿는다 말이가?”

“생전 처음 해보는 게임인데, 룰을 다 알고 할 수는 없잖아. 일종의 아이템일 수도 있지 뭐.”


불안하다.

발밑에서부터 5m 단위로 끊어서 4륜구동이 있는 곳까지 골목의 구석구석을 다시 확인 했다.

원래 이 시간쯤 인적이 없긴 하지만, 너무 차분한 밤기운에 우리를 기다리는 덫이 있을 것 같은 불길함이 엄습한다.

하지만 먼저 애마를 향해 뛰어가는 순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보로 이동하여 4륜구동이 만들어주는 어둠 속에 재빨리 숨어들었다.

차 키를 꺼낸다.


열고,

타고,

시동,

출발,


머릿속으로 순서들을 시뮬레이션 한 후 키를 누르려는 찰나 순길이 제지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한다.

그리고 배낭을 풀고 엎드려 차 밑으로 들어간다.


“와 그라노?”

“추적장치가 있나 확인은 해야지”


순길은 작은 몸뚱이를 차 밑으로 조금씩 밀어 넣는다.

만약 추적장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차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그건 몸이 두꺼운 나보다는 순길의 몫이 맞긴 하다.


하지만 이 아이를 지금 차 밑으로 밀어 넣는 행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정의롭지 않다고 해야 하나? 도덕적이지 않다고 해야 하나? 어떤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생각이 든다.

가녀린 몸뚱이가 육중한 차 밑으로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식도 부근이 쿡쿡 쑤셔오는 것으로 보아, 지금 이 상황이 내게 결코 유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괜찮아. 출발해”


‘유쾌하지 않음’속에 ‘이사벨’마저 덮어씌워져 어지럼증이 관자놀이를 쑤셔댈 즈음, 언제 나왔는지, 순길이 웃는 얼굴로 나를 재촉한다.


- 삐빅 -


우리는 순식간에 열고, 타고, 시동, 출발을 수행하며 오늘 두 번째 백마빌라 권역을 벗어나 원적로에 애마를 올렸다.


“갑자기 신호가 왜 이래?”


거리의 모든 신호가 동시에 점멸등으로 바뀌고, 가로등마저 깜빡깜빡 점멸하고 있다.


“우리 함봉산 넘어야 되지?”

“글치.”

“사거리에 차가 엉겼는데. 어떡하지? 여기 앞에서 좌회전해서 십정사거리 쪽으로 둘러 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기 먼 소리고?”


순길과 나는 동시에 뒷좌석을 돌아보았다.

검정색 가죽 시트 위에는 우리가 벗어둔 두 개의 배낭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니도 들었나?”

“응”


원적사거리는 엉긴 차들의 경적소리마저 엉겨 더 이상 진입이 힘들어 보인다.


“십정사거리가 났겄제?”

“빨리 꺾어”


『도로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함봉산 방향을 권장합니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야!”

“그라모 내비가 지가 알아서 말을 한다꼬?”

“모르지. 내빈지, 라디온지.”

“마, 니 누구야!”


『본 음성의 주인은 이사벨입니다.』


“이사벨? 문자 이사벨!”

“요새 내비는 대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나?

4차산업핵맹 우짜고 쌌더마, 세상 좋아짔네.”

“아빠, 내비 언제 바꿨어?”

“사나흘 됐지.”


『저를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으로 간주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입니다.』


“모욕? 내비가 내비지 지랄뱅 한다.”

『순화된 언어로 대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왜 십정사거리 방향으로 가면 안 돼?”

『3060부대 앞을 경유해야 합니다.』

“부대 앞을 경유하는 것은 왜 안 되지?”

『본 차량이 통과하기에는 적대적 구간입니다.』

“이사벨은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지?”

『이사벨은 도로만 안내하는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이 아닙니다. 길이 가진 감성까지 파악하여, 운전자와 합치되는지 여부도 판단하는 종합적인 가이드입니다.』

“얀마! 그라모 우짜라꼬!?”

『·········』

“우회로가 있어?”

『함봉산 방향을 권장합니다.』

“앞에 저 지랄하는 거 안 보이나? 실시간 교통상황도 좆도 모리나?”

『순화된 언어로 대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회로 알려줘.”

『원적산터널 옆 길주로 339번길에서 세월천로137번길을 이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안내를 듣자마자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우회전을 했다.


“이사벨인지 이삿짐인지 일단 가보고 판단하자.”

“거기가 어딘데?

“그 길로 가모, 맹신여고 앞으로 바로 가는 길 겉은데.”

“4구역을 점프 해서 간다.”

“근데 이년 이거 믿을 수 있겄나?”

『모욕적입니다.』

“사기꾼들도 신뢰를 주기 위해서 몇 개월씩 작업을 하거든.”


불안함을 품고 길주로 339번길을 들어섰다.

간신히 차 두 대가 지나갈 수 있으며, 한쪽으로 주차된 차들 때문에 주말에 차량통행이 많을 때는 오도 가도 못하고 길에 갇혀버리기도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저녁시간이 넘어서인지 마주 오는 차량은 없다.


“아빠, 라이트 꺼”

『동의합니다.』

“동의? 적들이라도 잠복하고 있다 그 말이가?”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널 것을 경고하는 것입니다.』

“가시나, 돌삐로 대가리 쌜 줄라 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챠뿌라 문디 겉은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이 구간에 위험요소들이 있어?”

『아직 인지되지 않으나, 운전자의 특성에 따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내가 뭐? 내가 우쨌다꼬?”

『본 차량의 운전자는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으며, 운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빈도가 높아 사고위험률이 매우 높은 불량 운전자입니다.』

“이 가시나가 보자보자 하니까, 내 이십 년 무사고!

이십 년!”

『좌회전 하세요. 세월천로 137번길 입니다.』


좌회전을 했으나, 세월천로는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산길이다.


“내 머 하나 물어보자. 니가 볼 때는 와 이런 좆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꼬 보네?”

『전방 상황에 유의하세요. 좌우로 굽고, 오르막 내리막 구간입니다.』

“이거 지금 내 무시하는 기제? 니가봐도 그렇제?

와~ 돌아삐겄네!”

『순화된 언어로 대화할 것을 권장합니다.』

“그래, 좋다. 이사벨이 볼 때는 어이하여, 무슨 연유로 우리 빼밀리에게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고 보는 거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데 와 씰데음는 소리를 하는 거니?”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속 디비지는 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주지 않겠니?”

“아빠, 명신여고야”


명신여고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함봉산 고개로 방향을 잡았다.


“맹신여고 요새 야간 자율학습 안 하나? 그라고 세일고등학교, 니 자율학습 땡땡이 치고 온 거 아이가?”

“그러게. 학교에 불빛이 하나도 없어.”


유령 같은 세일고를 지나쳐 ‘원적산길 생태통로’로 터널로 진입하는 데 오가는 차 한 대 없이 고요하다.


“뭐 쫌 이상하다. 차가 한 대도 없일 수가 있나?”


이사벨의 화면이 경고음과 함께 붉은색으로 점멸한다.

‘뚜- 뚜- 뚜- 뚜-......’


『전방에 멧돼지 출현 주의 하십시오.』

“이기 미친나? 인천시내에 멧대지는 먼 멧대지!”

“안성 칠장산에서 김포 문수산까지 이어지는 한남정맥이야. 멧돼지 가능해.”


- 우당탕! -


보닛을 치고 떨어지는 괴물체.


“쩌 머꼬? 지, 진짜 멧대지가?”

“아니야. 멧돼지는 아니야. 공인지 돌멩인지 모르겠어.”


- 쿠구구구궁! 쿵! 쿵! 쿵! -

- 뻐억 -


차로 날아오는 수없는 물체들 때문에 운전석의 유리창이 금이 가는가 싶더니 두 번째 날아든 물체로 인해로 깨지고 말았다.


- 쿵! -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돌아보니 선루프가 금이 가며 반쯤 안으로 들어와 있는 물체는 평범하고 투박한 돌이었다.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빠 좌우로!”


맞다 지그재그!

조준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미친 차 마냥 중앙선을 넘나들며 왔다 갔다 하던 중 순길이 어떤 규칙을 발견한 것 같다.


“반대편! 거리가 이쪽 차선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 함봉산 쪽으로 더 붙여.”

“역주행을 하라꼬?”

『동의합니다.』

“동의는 씨..”


과연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 바깥차선을 달리니 돌멩이들은 전부 반대쪽 차선으로 떨어지고 만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올라오는 차량이 한 대도 없으며, 이대로 300미터 정도 내리막을 타면 함봉산 구간이 끝나고 건지사거리에서 투석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머, 생각했던 거 보다 밸 거 아이네!”


- 에엥~~~. 위용위용위용 -


컥.

언제 따라 붙었는지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온다.


“일단 세워할 것 같아. 장고개 쪽에 경찰차가 여러 대야.

전쟁이 될 수도 있어.”


“에엥~~~~. 9102, 차 세우세요.

구! 하나! 공! 둘! 옆으로 차 세우세요!”


“순길아, 목검 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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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천마부대 22.06.02 14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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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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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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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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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차이나타운 22.05.20 7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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