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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25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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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석

DUMMY

우리가 생태터널에 도착했을 때는 공촌동 쪽 전차들이 계산동 쪽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의 관측장비에 포착되어서는 안 되었기에, 우리는 낮은 포복으로 생태터널의 등산로를 건너고 있었다.


K1 전차의 요란한 굉음이 지축을 울린다.

그야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고 있는 격이다.

전차는 도로를 가득 메우며 고개로 올라와 열을 맞춰 일시에 터널로 들어간다.

동시에 그 소음도 따라서 들어가고 있다.


- 펑! -


국지적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음의 발신지는 이사벨 방향이었으며, 전차의 포 소리는 아니었다.

클레이모어!

그것은 이사벨이 첫 임무 수행을 완료했음을 알린 것이다.

3분마다 하나씩!

스무 개면 총 한 시간이다.


“1시간 되기 전에 이사벨을 발견해 낼 거야. 최대한 빨리 피고개를 넘어야 돼.”


- 쾅! - - 쾅! - 콰쾅! - - 콰가쾅! - - 쾅! - - 콰쾅!

- 슈웅~~ 쾅! -


클레이모어의 폭발에 이어 전차들의 무지막지한 폭격이 이어졌다. 미사일이 밤하늘에 떠다니는 것으로 보아 현궁을 발사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이동하는 이곳에서부터 중구봉 일대에는 1,800년대 후반 중심성(衆心城)이라는 성곽이 축조된 자리였다.

물론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설령 성곽이 남아있다고 해도 저 무시무시한 화력은 성을 함락시켰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빈 성을.


“순돌, 이사벨 그냥 놔두고 가는 거야?”

“어차피 하루 이틀이면 이사벨은 무용지물이 돼.

일종의 사석작전이지 뭐.”


사석작전.

순길이 말하는 안 받을 수 없는 팻감이란 게 이거였던가.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어차피 쓸모없는 이사벨을 사석으로 이용하는 것.

처음부터 클레이모어는 살상용이 아니라, 폭발음으로 저들에게 위장된 위치를 각인시켜 주는 용도로 준비된 것이었다.


“즐마들, 우리는 놔두고 와 이사벨만 공격하노?”

“이사벨은 처음부터 저들의 위치추적기였어.”

“뭐 이사벨이? 저런 썅년!”

“누나 좋아한 건 진심일 거야, 후후후.”

“그럼 진작 부숴버리지 왜 데려왔어?”

“이용도 했으니까. 지금도 절실하게 이용하고 있구.”


1993년식 초대 내비게이션이라는 맹점을 이용하기도 하였고, 그 이후 업그레이드된 이사벨을 보고 저들과 쌍방 연결되는 통신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마지막으로 사석으로 이용하여 대마를 살리는 역할도 한 셈이었다.


- 펑! -


멀리서 이사벨이 다시 임무 수행을 알리고 있었다.


- 쾅! - - 쾅! - 콰쾅! - - 콰가쾅! - - 쾅! - - 콰쾅!

- 슈웅~~ 쾅! - - 슈웅~~ 쾅! -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전차와 현궁의 포격 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몇 번째 똑같은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클레이모어 한 발에, 전차의 포탄과 현궁 미사일 수십 발이 소모되고 있었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는 특수부대원 몇이 투입되어 살충제를 뿌리면 될 상황인데, 화염방사기로 초가삼간 동네를 다 태우고 있는 꼴이다.


“아직 위성을 통한 추적은 불완전한 것 같애.

이사벨도 디지털 반, 아날로그 반이야.”

“디, 디지탈?”

“위성 신호가 아니라 기계 신호를 사용했을 거야.

- 쿠르르쾅쾅!~ - -꿍꾸르르르꽈꽝!! -


탑골에 도착했을 때였다.

징매이고개 쪽에서 천둥소리를 방불케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는 진동이 전해져왔다.


“터널이 폭파됐어.”

“이, 이사베리는?”

“이미 장악되었단 뜻이지. 20분 걸렸어. 완전히 멍청하지는 않네.”


- 꽝! -


이것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방금 지나온 탑골에 포탄이 떨어졌다.

골짜기 가득 쌓아 올린 돌탑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무너진 돌탑은 우리의 돌무덤이 될 뻔했다.


“서둘러.”


우리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저들이 우리의 위치를 알고 조준사격을 한 것일까였다.

의문은 곧 풀렸다.

산 아래쪽에도 포탄이 여러 발 떨어졌으며, 현궁은 공촌동 쪽으로 화염을 뿜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산의 여기저기를 대충 공략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송전탑 때문에 저들도 약이 올랐던 게 분명했다.

송전탑은 남김없이 공격했으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었다.

하지만 소 뒷발질에 우리가 맞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속도를 내야 했으며, 어느덧 피고개에 도착했다.


“피고개산으로 오르까?”

“아니. 목상동 솔밭으로 바로 내려서.”


피고개에 설치된 송전탑은 사방으로 송전선이 연결되어 전기를 송출하고 있다.

그런데 포탄을 맞아 철탑의 허리가 부러져 다리 하나로 겨우 매달려 있는 형국이었다.

다행이었다.

나무 위로 쓰러졌으면 수십만 볼트의 전기가 나무에 흐르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들의 단순 무식한 공격이 우리의 진로를 가로막는 기발한 전술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 다른 추적 장치가 발동된 것 같지는 않아.”

“그러면 우리 그냥 등산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지?”

“이사베리 글마, 일그양득이네.”

“ 서둘러.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몰라.”


고갯길에서 목상동 솔밭 방향의 계단으로 내려서자 포탄 소리는 장막을 친 것처럼 한결 멀어지고, 산 아래 민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산은 평정을 되찾았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민가가 보인다.

아라뱃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두두두두두두두 - - 두두두두두두 -


난데없는 기관총 소리에 사방을 살폈다.


- 두두두두두두두 - - 두두두두두두 -


조명탄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벌써 헬기를 출동시켰나.’


“드론이야!”


이것이 말로만 듣던 드론 공격인가?

그런데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포착했을까?

우리는 일단 바위 밑으로 몸을 숨겼다.


“멍! 멍!멍! 멍멍멍! 멍! 멍멍!”


드론의 공격 소리에 민가의 개가 뛰쳐나와 요란하게 짖어댔다.


- 두두두두두두두 - - 두두두두두두 -


드론의 조명탄은 개 짖는 방향으로 집중됐으며, ‘깨갱’ 소리와 함께 개소리는 이내 조용해졌다.


- 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월! -


한 마리가 조용해지자, 그 백 배는 될 것 같은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개소리의 육중함과 위협의 정도가 죽은 개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개 사육장 것 같다.

하지만 그래봤자 개죽음이고, 떼죽음일 뿐이다.

개소리가 총알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조용하다.

망원경으로 하늘을 살폈다.

드론이 공격을 멈추고 퇴각하고 있다.


‘실탄이 떨어졌나?’

‘아니면 개소리에도 레벨이 있는 것인가.’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는 개소리에 공포를 느끼고 물러나는 것인가. 이사벨처럼 인간화 되어?’


“저기 양철지붕 있지?”

“개 짖는 데?”

“응. 내가 뛰라고 하면 뛰어.”


개 사육장에서 퇴각한 드론 한 쌍은 숲 어딘가에서 다시 공격을 개시하고 있었다.


“뛰어!”


우리는 축사처럼 생긴 양철지붕을 향해 뛰기 시작했으며,

드론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므하노 안 오고!”

“누나! 빨리 와!”

- 다다다다다다다 - - 다다다다다다다다 -


아롱이는 적외선 망원경을 머리에 착용하고 드론을 향해 조준사격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추격했던 드론 한 대가 땅으로 추락했다.

과연 저 아이의 용기의 원천은 과연 어디인가.


축사로 들어서자 개 짖는 소리는 데시벨을 더했다.

아무리 드론이 무섭다고 한들 시끄러워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한순간, 그 많은 개가 입을 싹 다물었다.


축사로 들어서는 아롱이를 발견한 것이었다.

아롱이를 전직 개장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철창마다 갇힌 개들은 아롱이의 움직임에 따라 꼬리를 말아 다리 사이로 넣으며 움찔움찔 물러서고 있었다.


“아빠, 경운기 운전할 수 있겠어?”


축사 한편에 녹이 슨 경운기 한 대가 있었다.

사용을 안 한 지 최소 10년은 돼 보이며 생산한 지 50년은 넘어 보였다.

경운기 몸체의 칠은 다 벗겨지고 녹슨 것은 물론이고, 타이어는 바람이 반쯤 빠져 있었으며, 범퍼와 라이트 덮개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갱운기? 쫌 하지. 그거는 와?”

“열추적 시스템으로 바뀐 것 같애. 여기는 스티로폼 함석판넬 지붕 밑이라 감지를 못 하는 거야.”

“그래서?”

“경운기 위에 판넬지붕을 씌우고 이동하자.”

“그러면 지붕 판넬 또 뜯어야 되는 거야?”

“문학경기장에서 해 봤잖아.”

“무신 새마을 운동 하나? 지붕 개량 마이 한다.”


문제는 고철값이나 받을 정도의 노쇠한 경운기가 시동이 걸리느냐였다.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경운기의 동력장치를 회전시켜 보아야 하는데 시동 걸 때 사용하는 핸들 손잡이가 없었다.

그 간단한 쇠뭉치가 없으면 이 경운기가 아무리 품질이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야말로 고철 뭉치와 다름없었다.


우리는 적외선 망원경을 머리에 두르고 핸들 손잡이를 찾아 사육장을 수색한 끝에 도베르만이 장난감처럼 사용하는 것을 찾아 빼앗아 왔다.


내가 경운기를 다뤄 본 것도 이 경운기의 수명만큼이나 오래된 것 같다. 어릴 적 어깨너머로 보고 몰래 배운 것이 전부였다.


왼손으로 감압밸브를 잡고 오른손으로 핸들 손잡이를 힘껏 돌렸다.


- 쉭- 쉭- 쉭- 쉭- 쉭 - - - - -


기억 속의 감각이 아니다.

뭔가 생략된 듯한 밋밋한 느낌이다.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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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노인은 없다 22.06.09 5 0 10쪽
» 사석 22.06.08 8 0 10쪽
21 이사벨 22.06.07 8 0 11쪽
20 대마 22.06.06 8 0 11쪽
19 병장 김꼴띠 22.06.03 9 0 12쪽
18 천마부대 22.06.02 14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16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7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7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7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7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7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7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0 1 12쪽
4 목재단지 22.05.16 17 1 11쪽
3 이사벨 22.05.13 11 1 11쪽
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1 파전에 정액을 쏟았습니까? 22.05.1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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