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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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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805

작성
22.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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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DUMMY

뒤로는 기병들, 앞으로는 떠오르는 해.

인천역을 옆에 두고 좌회전과 우회전의 곡예를 펼치며 차이나타운 제1패루 中華街(중화가)의 오르막길로 들어섰다.

기병들은 캠퍼스 정문의 바이크들처럼, 차이나타운에 우리를 몰아넣고 고삐를 돌리며 추격을 멈춘다.


‘휴우-’


역사적 사실관계를 유추해 전술을 착안해낸 순길의 아이디어가 다시 한 번 빛났다.

제후국 조선의 백성이 양이들을 피해 황국으로 숨어든 것이었다.


화려한 황국의 도시.

역사적인 이유로 차이나타운을 들어섰다면, 차이나타운의 역사인 ‘봉화춘’으로 가야한다.


“여기는 몇 년도고?”

“일단 2012년도는 지났어.”

“우째서?”

“짜장면 박물관이 있잖아. 구 봉화춘 자리 2012년도 설립.”

“일단 봉화춘으로 함 가보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치파오를 입은 여성과 변발을 한 남성이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2012년 지난 거 맞나?”

“글쎄. 변발까지 한 사람 본 적 있어?”

“생즌 츠음이다.”

“치파오도 정통복장에 가까워.”

“보소 처니, 짬뽕 물 수 있어?”

“잘 생긴 옵빠, 있다 해요.”

“예쁜 처니, 이름이 므꼬?”

“양양 이다 해.”

“양양? 스케이트 타는 아 말이가?”

“깥다 해.”


순길이 만원 자리를 꺼내 변발 남성에게 보여준다.


“이 돈으로 짜장면 먹을 수 있어요?”

“카드도 된다 해.”

“카드?”

“비짜이 카드, 삐쒜이 카드, 다 된다 해.”


우리는 ‘봉화춘’으로 들어섰다.

2년 전 아롱이의 대학 입학식 날 왔을 때와 실내는 비슷해 보인다. 삼선짬뽕과 자장면을 내려놓는 직원에게 물었다.


“주차장에 중국 사람들, 언제부터 일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행사 하는 거예요.”


홀 벽에 붙어 있는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있다.

재능대 옥상에서 라면을 먹은 시간이 새벽 1시 정도였는데, 일출이 6시경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나타운까지 오는 데 5시간이 넘게 경과되었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에 들어선 순간, 네 시간 더 흘렀다.

빨리 흐르는 건지, 시간의 괴리가 생긴 것인지.


“느그 엄마가 와 야간작전이라고 했으까?”

“야간에 우리를 공격하는 숫자가 적어서 그럴 거야.”

“이 동네 2021년이 맞는 것 같아.”

“짬뽕 맛도 똑 같고.”


며칠 만에 우리 가족이 아닌 사람과 대화를 했으며, 수십 년 먹어오던 동일한 삼선짬뽕의 맛을 느꼈다.


차이나타운.

여기는 진실한 공간일까.

다른 현실로 들어가는 통로일까.

여기 어딘가 우리가 살아온 상식의 세계로 가는 입구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왜곡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일까.


차로 돌아온 우리는 아롱이와 박둘자에게 전화를 했다. 꺼져 있다는 안내음성이 나온다. 그 안내음성을 들으며 우리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화들짝 잠이 깼을 때는 해가 중천을 지나 있었으며,

시계는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3시간을 잔 것일까.

3시간이 흘러버린 것일까.

간밤을 긴장감으로 꼴딱 새운 것을 감안한다면, 한결 개운해진 몸 컨디션은 여하튼 3시간의 값어치를 하는 것 같다.


주변 경계를 위해 황제의 계단을 걸어 차이나타운 제3

패루인 ‘선린문’으로 올랐다.

올 때마다 이국적이던 차이나타운.

인천의 전부가 생경한 오늘, 오히려 가장 익숙한 곳이 된 차이나타운.


“월미도 보이나? 쩌가 인천의 강알리.”

“광안리?”

“강알리.”


선린문을 지나 등산로를 두 번 정도 꺾었을 때였다.


“잠깐! 매복이야!”

“쌔하다 싶었다.

떼그지로 몰리 댕기네.”

“여기 자유공원이야. 한미수교백주년 기념탑. 맥아더 동상.”

“맥아드?”

“차이나타운 위수지역을 벗어났어. 하얀 도복들이 등산로 주위에 깔렸어.”

“자유공원 강장으로 가자.”

“광장? 거긴 왜?”

“모아놓고, 한 번에 쌔린다!”


우리의 동선을 따라 숲속 하얀 도복들이 ‘자유공원광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광장의 단상에 올라섰다.

동시에 사방에 숨어있던 도복들이 쏟아져 나와 광장에 도열한다.

마치 내가 이들에게 한 수를 가르치기 위해 단상에 올라와 있는 형국이다.

물론 한 수를 가르칠 것이다.

숫자로 나를 감당할 수 없다는 확실한 진리를.


“저거 태권도야, 유도야?”

“태권도!”


태권도로 나에게 도전했다는 것은 어둠의 권력자가 나를 파악했다는 것이며, 나의 주특기로 나를 처리함으로써 그만한 수모를 안기겠다는 것이다.

상대가 가장 강한 방식으로 전투함으로써, 양심과 도덕에 면죄부를 받고자 함이기도 하겠지.


“저 도복들, 신미양요 병사들일까, 아니면 인천상륙작전 미군들일까?”

“상간읎다.”

“흑인이 없는 걸로 봐서 신미양요 기병들일 거야.”

“디지는 거는 똑 같다.”

“다음 공격에 누가 나올 것인가가 다르지.”


광장을 꽉 채운 도복들이 ‘꽥’ 기합을 넣으며 자세를 잡는다.


나는 너희를 논리적으로 파괴할 것이다.

유기적으로 결합된 태권도의 동작들이 빚어내는 몸의 논리로 박살낼 것이다.

기술 몇 가닥 입력되었을 너희 같은 나무토막 병졸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의태권도’를 보여 줄 것이다.


나의 허수 하나에 너희는 가진 기술을 모조리 뱉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논리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리고 조리 있게, 정연하게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그 조악한 기술조차 뱉어낼 수 없을지 모른다.

절제된 동작에서 발산되는 톤 단위의 파워와 스피드는 너희의 기술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크게 심호흡을 했다.

펄쩍 뛰어 놈들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수 많은 도복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발차기를 수행하지만,

내 눈에는 수련생들의 품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폭풍처럼 회오리치는 나의 발차기에 광장의 넓은 원에는 순식간에 수십 명이 널브러진다.

아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펄쩍 뛰어 물 위를 뛰듯이 양쪽 대열의 대가리를 밟고 넘는다. 툭툭 건드리듯 밟는 것 같지만, 순간적으로 전달되는 파워에 대갈통을 박살 나며 지나가는 족족 쓰러지고 만다.


저 정도 공격에 왜 쓰러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논리적인 몸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겪었던 상대들처럼 놈들은 도망을 가거나 피하지 않을 것이다.

두려움이 입력되지 않았으므로.

고수를 알아보는 눈조차 갖지 못했으므로.


그렇다면 심플하게 죽어라!

순식간에 광장은 도복들의 무덤이 되었다.


“아빠!”

“인자, 짜장맨이나 한 그릇 하까?”

“맥아더가 사라졌어!”


과연 맥아더 장군 동상에는 선글라스로 무게 잡고 있어야 할 맥아더가 없다. 우리는 선린문을 통해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왔다.


“맥아드가 인천상륙작전이라도 한다 그 말이가?”

“아직 해가 남았으니까 배 좀 채우면서 생각해보자.”


차이나타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양양의 인사를 받으며 다시 봉화춘으로 들어갔다.


“동네 사람들이 이상해진 시점이 언제지?”

“화욜날 퇴근할 때 쌔~하드마, 수요일 출근할 때 통장이 잡아묵을 듯이 째리밨지.”

“티비, 저거 지금 라이브지?”

“니는 지금 야구 볼 증신이 있나!”

“와이번스 육봉달 선수, 부상당해서 실려나간 건 화요일 더블헤드 1차전 경기야.”

“믓시?”

“그렇다면 여기는 아직 화요일 오후라는 뜻이야.”

“그라모 저녁이모 요게도 위험해 진다는 기가?”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해.”


그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청나라 군사들과 싸워야 할까.

어디까지가 그 시간에 해당하는 것일까.

모호한 그 조금의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차이나타운의 세 패루들을 경계로 봐야할 거야.”

“패루?”

“문짝 없이 대문같이 생긴 거.”

“옆에 중구청인데, 구청 함 가보까?”

“뭐 하러?”

“이기 우찌 된긴고 함 물어보잔 말이다. 슬마하니 관청에서 시민 때리잡을 리는 읎을기고.”

“시간이 얼마 없어”


우리는 캠핑용 즉석식품과 연료 등을 보충했다.

차이나타운을 벗어나자는 순길의 제안에도 중구청에 들리고 싶은 미련이 나를 붙들었다.


그곳도 허위의 가공조직도로 움직이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낯선 도시를 움직이는 권력자와 닿아있는 어떤 통로일까.

비록 이 어이없는 가상 속에 던져졌지만, 한 시민으로서 이 기괴함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순길 또한 궁금증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우리는 제2패루의 경계에 베이스캠프처럼 차를 세웠다.

그리고 캠프를 떠나 히말라야를 등반하듯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섰다.

일본풍거리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편안함을 자아낼 뿐, 구청에 도착할 때까지 차이나타운과 다른 이상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중구청!

별관과 본관, 의회건물, 주차장, 어느 곳에도 일본 순사들의 모습이나 청나라 군사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도 될 것 같은 구청의 일상적 모습을 확인하고 본관을 들어섰다.


가슴에 명찰을 착용한 직원이 입구에서 꾸벅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오왈수씨.”

“예? 내, 낼로 아십니꺼?”

“오왈수씨 오셨습니다!”


민원실의 직원과 민원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본다. 아니 주시한다.

심지어 관할구청도 아닌데 나를 알고 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전 직원들이 눈빛을 주고받는다.


순길이 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직원 한 명이 우리 쪽을 힐끔거리며 전화를 한다.

빨리 나가지 않으면 전화속의 상대들과 싸워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리품 하나는 챙겨야 했다.

안내하던 직원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고 현관을 나섰다.


“똑바로 말해라. 내를 우찌 아노?”

“퀙, 퀙. 이거 좀 놓으시고..퀙"

“이 짜슥이, 빨리 말 안 하나?”

“아빠, 저기 봐!”


본관, 별관, 의회건물에서 의원들과 직원들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어디선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공권력이다!


끝내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잡고 있던 직원을 땅바닥에 팽개치고 패루를 향해 뛰었다.

사이렌 소리는 중부경찰서 쪽에서 울리고 있었으며,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풍거리의 코너를 돌아 패루 앞 4륜구동을 향해 뛴다.

경찰특공대들이 타는 시커먼 승합차를 선두로 순찰차들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패루를 향해 질주해온다.


특공대들에 의해 자칫 패루의 입구가 차단될 수 있었지만, 다행히 한 발 빠르게 4륜구동에 올라탔다.


“아까 봤어?”

“므?”

“구청직원 목덜미에서 피가 났어.”

“피?”

“나무토막이나 플라스틱이 아니야.”

“진짜 사람이라는 말이가?”

“아니. 일종의 테라포밍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겠지.”

“테, 테라밍?”

“환경설정을 바꾸는 거지.

더 진짜 같이, 더 현실처럼.”

“그나 그그나 똑 같은 거 아이가?”

“그래야 사냥감들이 더 고통스럽고 두려워하니까.”

“저그는 또 와카노?”


패루의 경계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교대로 비추는 것처럼 일종의 환영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특공대들이 우리를 향해 조준사격을 한다.

하지만 그 총알은 올록볼록한 경계에서 힘을 못 쓰고 휘어져 되돌아가고 만다.


“차이나타운과 바깥의 시차 때문에 표면장력이 달라서 일어나는 현상일 거야. 시간 없어 빨리 가!”

“오데로 가잔 말이고?”

“아빠!”

“????”

“아빠, 양양 꼬실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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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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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 차이나타운 22.05.20 8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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