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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33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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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목재단지

DUMMY

이렇게 몇 시간의 고생이 허사가 되는가. 공권력과의 마찰을 피하려고 통장여자와 숨바꼭질을 하고, 8차선 너머 4구역을 헤매며, 돌멩이 포탄까지 감수한 우리의 노력을 이리도 절묘한 시점에 무력화 시킬 수 있는가.


어쨌든 장고개길 방향에 대기 중인 여러 대의 순찰차가 우리의 일에 개입하지 않게 해야 한다. 아직 그들은 우리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으니.


“목검으로 뭘 어쩌려고?”

“일이 잘 못되모, 내가 저놈들 처리하고 순찰차 숨콰야 된다. 4륜 구동은 니가 운전해라.”

“내가 운전을?”

“다 안다. 주말에 끌고 댕기는 거.”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디 닥치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정복 두 명이 순찰차에서 내리는 것이 백미러에 비친다.

두 놈 다 모두 운전석을 향해 오고 있다.

천만 다행이다. 무언가 우리를 도우는 기분이다.

만약 한 명만 내렸다면, 그 놈을 처리하고 순찰차에 있는 나머지 놈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릴뿐더러, 놈이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쪽 순찰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상황은 천운이다.

함께 있는 두 놈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오왈수의 신체능력으로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앗!

놈들(?)이 아니다. 년놈이다. 두 년놈은 엉망이 된 4륜구동의 외관을 살피며 운전석 옆으로 와 깨진 차창 앞에 선다. 나는 목검에서 손을 뗀다. 무궁화 둘 여경과 무궁화 넷 경사, 그들의 신체사이즈로 보아 맨손으로도 기절시키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충성! ‘석남제2고가교’ 방향으로 우회전하십시오.”

『동의합니다.』

“뭐, 뭐...시라꼬예?”

“장고개길 방향 보시다시피 위험요소들이 있습니다.”

“위, 위험요소....”

“따라오세요. 원적산 구간에 아직 부스러기들 남아 있습니다.”

“예...”


그들은 석남제2고가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며 따라오라 수신호를 한다.

아~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일단 가는 수밖에 없잖아.”

“니도 그리 생각하나?”

“이사벨, 왜 동의한다고 했어?”

『길은 우호적입니다.』

“우호는 니미..”


순찰차를 따라 우회전을 했다.

운전석의 여경이 연약한 팔을 내밀어 오른쪽으로 붙을 것을 신호한다. 부스러기 어쩌고 했던 거 보면 뭔 뜻이 있을 테지.

3차선으로 바짝 붙은 순찰차가 속력을 낸다. 나도 동시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차를 바깥차선으로 붙였다.


- 우두두두두두...... -


돌멩이 포탄이 또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적산 연접구간이다. 하지만 돌멩이들은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 중앙선 근처에 타켓팅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들은 우리에게 위험을 회피할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인데...’

‘왜?’

‘돌팔매질로 죽이는 것은 낭만적이지 않아서?’

‘아니면 좀 더 완벽히 처형시킬 어딘가로 안내하기 위해?’

‘석남고가는 믿어도 되는 루트일까’


우호적(?)인 원적산 구간을 지나고, 돌팔매질도 멈춘 시점에 ‘석남제2고가교’가 보인다.

순찰차의 여경이 팔을 내밀어 직진하라는 수신호를 하고, 자신들은 고가 밑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길은 외통수.

이사벨이 말하는 길의 감성이 우호적일지, 적대적일지 저 구름다리 너머에 해답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믿어도 되겄나?”

“석남제2고가도 경인고속도로 위를 지나가는 다리잖아.”

“매복할 장소도 없고, 그렇다고 10미터 아래 경인고속도로에서 공격하기도 힘들 테고.”

“밸 다른 수도 음서. 가자 씨바꺼!”

“돌멩이 날아오는 수준 보면 그리 창의적인 인간들은 아닌 거 같애.”


혹시 다리 위에 바리케이드라도 치고 있다면, 달리는 속력으로 뚫고 나갈 요량으로 외통수 고가를 향해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 뿌부웅~~~ -


“너무 무리하지 마.”

“디리 받아뿌야지.”

“고가 넘어오는 차들도 있잖아.”


그러고 보니 반대편 차선 차들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아래 경인고속도로, 아니 인천대로의 차들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양방향 원활하게 운행되고 있다.


“그란데 갱찰 글마들은 먼데 우리한테 그카노?”

“모르지. 더 큰 음모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제2의 이사벨인지.”

『경의를 표합니다.』

“경의는 좆도. 아, 그라고 이사베리!

니는 우리가 오데로 가는 줄 알고 안내를 하는 거니?”

『대답할 수 없습니다.』

“우회전 하는 데 동의한다 안 캤나?”

『도로의 감성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안내할 뿐입니다.』


석남제2고가교의 정점에 오르고 보니 석남사거리까지 별 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석남제2고가교의 내리막이 끝날 때쯤 나타나는 석남사거리.


“마, 이사베리. 우리 직진이가, 좌회전이가?”


이미 내리막은 시작되었고, 연동된 직진 신호를 따라 갈 것인지, 차선을 바꿔 좌회전을 기다려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사베리! 머 하는 거니? 와 퍼뜩 대답을 안 하는 거니?”

『석남동 외식업의 명소 ‘팔백간장게장’을 아십니까?』

“머라카노?”

『손흥민이 드리블해도 될 것 같은 탱글탱글한 속살의 맛!』

“직진이가? 좌회전이가!”

『게딱지에 꽉~ 찬 노란 알들은 먹는 이를 밥도둑 전과자로 만들어 버린답니다~.』


50미터 앞 석남사거리의 푸른색 신호는 아마도 노란색으로 바뀔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오데로 가냐고!”

“이사벨, 우리 직진이야, 좌회전이야?”


노란색으로 바뀌는 신호, 브레이크를 밟을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을지 선택해야 하는 0.5초의 시간.


『넓은 주차장, 저렴한 가격, 석남제2고가교 아래 ‘팔백간장게장’- 직진입니다.』


- 부르으응 -


“직진은 니미- ”

다행히 나는 가속페달을 밟아 직진에 성공했다.

어지간한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 끼익!!! -


차를 세웠다.

이럴 경우, 한 따까리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


“내 말 안 하더나. 이 년 이거 믿을 거 못 된다꼬.”

“이사벨, 가이드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있어.”

『여전히 매력적인 종합가이드입니다. 다만 간장게장은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며, 도로가 겹치는 구간이었습니다.』

“도로가 갭친다고?”

“고가도로와 아래도로가 겹칠 때 가끔 내비 이러잖아.”


하지만 기계와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구간마다 이 난리를 겪으며 가야 된다면, 송도까지 만만찮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둘자의 전화번호를 찍는다.


“느그 누나한테 전화 좀 넣으봐라.”


-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박둘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수신음이 끝나기 전에 안내음성이 나온다.

그렇다면 전화를 받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뜻인데..


“체육관? 거기서 뭐해?

········· 저녁은 먹었어?

········· 하여튼, 아빠랑 가고 있으니까 학교 벗어나지 말고 있어야 돼, 알았지?”

“머라카노?”

“학생회관에서 저녁 먹고, 체육관 사무실에 자려고 혼자 있대.”

“체육관? 머 이상한 얘기 안 하더나?”

“아직 아무 일 없대.”


앞뒤 가리지 않고, 단순하기로는 나를 능가하는 오아롱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는 데는 나만이 계산해 낼 수 있는 규칙, 아니 공식이 있다.


y = 0.6x


여기서 y = 아롱이의 정신세계

x = 아빠인 나의 정신세계


우리 부녀의 멘탈리티는 위의 일차함수로 설명된다.

즉 아롱이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나의 생각 즉, x값을 먼저 구한 후 거기에 0.6을 곱한다.

즉 ‘나라면 그런 상황에 이렇게 생각 또는 행동했을 것이다’에서 60%정도의 심화된 단순화 과정(40%의 지적 다운사이징)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는 앞으로 보여줄 기회가 있을 테지만, 우리 가족은 진화를 거꾸로 하고 있다. 아롱이는 나의 0.6x로 역진화 되었으며, 순길이 또한 서울대를 나온 엄마를 능가하지 못하고 잡학 다식, 쓸데없는 것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박둘자의 0.6x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0.6은 큰 의미는 없으며, 그저 ‘반은 넘는다.’는 뜻이다.

호모사피엔스가 호모에렉투스로 역진화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가 한 세대에 40%씩 다운사이징 되어 간다면, 나의 손자는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유인원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송도의 학교에 혼자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할 것 같으니 굳이 x값을 구해서 함수를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사벨, 우리 직진할까 좌회전 할까?”

『목재산업단지 방향을 추천합니다.』

“목재단지라 함은 석남동 목재단지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북항 목재단지야?”

『인천 서구 가좌동, 석남동 일대의 목재단지를 말합니다.』

“그러면 바로 앞에서 좌회전 하라는 거야?”

『100미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어디로 안내하는 거지?”

『모릅니다.』

“문디 겉은 기, 지랄뱅 한다. 간장게장이나 팔아!”

“그럼 왜 좌회전 하라는 거지?”

『운행 이력으로 보아 남서쪽 방향입니다.』

“석남동 일대의 목재단지는 1971년부터 160만 평방미터 규모로 조성되었지만, 현재는 북항 목재단지가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옛날의 위상을 잃은 지 오래야. 이런 거 감안했어?”

『인천 목재산업단지는 인천기계공업단지, 경인주물공업단지, 주안시범공업단지와 더불어 인천지방수출산업공업단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항 목재단지에 관해서는 업그레이드 안 됐지?”

『중요한 사항이 아닙니다. 가장 안전한 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우째야 되지?”


순길이 말조심하라며 손에 입을 갖다 댄다.

이사벨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 좌회전 해야지.”


목재단지 방향으로 좌회전.


“아들. 근데 니 말이야, 천지사방 모리는 기 하나도 없는데, 와 모의고사 성적은 그 모냥이지?”

“아빠가 할 수 있는 무술이 합쳐서 총 몇 단이야?”

“머.. 태권도7에, 합기도에, 유도, 주짓수.. 국궁까지 하모 18단?”

“아빠도 아빠 잘 하는 거 한 번도 못 써먹고, 빗자루 납품하고 다니잖아.”

“그거야 머..”

“나도 내가 잘 하는 거 못 써먹고 사는 거뿐이야.”

“그기 비교가 되기는 되는 말이가?”


목재단지.

적재된 원목은 보이지 않고, 철골조 패널 지붕 공장 건축물들만 4차선 도로의 양옆으로 빼곡하다.

여긴 야근을 안 하나 보다.

불 켜진 공장이 한 곳도 없는 정숙한 길을 4륜구동이 엄숙히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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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7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8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8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7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1 1 12쪽
» 목재단지 22.05.16 18 1 11쪽
3 이사벨 22.05.13 12 1 11쪽
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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