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뼈찜 님의 서재입니다.

병장 김꼴띠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뼈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2.06.10 18: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35
추천수 :
5
글자수 :
122,805

작성
22.06.06 18:00
조회
8
추천
0
글자
11쪽

대마

DUMMY

부대 내부는 김꼴띠, 잔지챙보다 더 엉망이었다.

무기고와 탄약고는 물론 상황실과 군수물자 보급창고까지 문이 열린 채 방치되고 있었다.

현실 세계라면 소대장부터 대대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군기교육대로 보내질 상황이었다.


“무기고부터!”


우리는 문이 열린 무기고의 상황실로 들어섰다.

상황실에서 무기 보관실로 들어가는 문 또한 아무런 시건장치 없이 열려 있었다. 불을 켰다.


‘헉!’

무기고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무기고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했다. 권총, 소총부터, 기관단총, 각종 폭파물 등등.


“소총 하나씩, 그리고 크레모아가 많이 필요해.”

“크레모아? 맻개나 챙기꼬?”

“스무개 이상! 유도선도 함께.”

“누나, 수류탄-”

“-야, 이거 어때? 이쁘지?”


아롱이가 들고 온 것은 터미네이터가 사용하던 ‘M134 미니건’이었다.


“니 그거 운반은 우찌 할라 그래?”

“메고 가면 되지!”

“연사력 분당 6,000발! 필요하긴 한데.”

“무게가 40키로는 될낀데.”

“가져갈 수 있겠어?”

“걱정 마.”

“됐어. 무기는 이 정도면 됐고 탄약고로 가자.”


큰 배낭을 다 비우고 크레모아와 유도선, 격발기로 꽉 채웠다. 그리고 K2C 소총 두 자루를 아롱과 내가 어깨에 멨으며, 아롱이는 그 위에 미니건을 올렸다.

순길은 적외선 망원경 하나를 목에 걸었으며, 이름도 모를 신형 권총을 허리춤에 찼다.

“자. 하나씩 목에 걸어.”


순길은 적외선 망원경을 우리에게도 건넸다.

달빛도 없는 산길에서 긴요하긴 할 것이다.


“믄 당나라부대가 장비가 이래 좋노?”

“그래서 위험하지. 멍청한 것들이 최첨단을 다루니까.”

“순돌, 누나 폼 나지?”


아롱은 미니건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수천 발이나 되는 탄약을 어깨에 멘다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보병 천 명이 하루 쓸 탄약을 단 몇 분 만에 소비시켜 버리기 때문에 미니건은 전쟁터의 필요악이었다.


“아부지, 원래 군대가 이리 쉬운 데야?”

“오데! 이래 갖꼬 다 영창 갈라꼬.”

“근데 이게 뭐야. 이런 걸 당나라 군대라고 하는 거야?”

“공격받을 염려가 없는 군대니까.”

“공격?”

“우리한테 털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겠지.”


‘김꼴띠나 잔지챙 같은 정교한 복제품까지 구비 했으면서,

왜 이렇게 허술한 부대 관리체계를 구축했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부대를 털지 않았다면, 이 무기와 탄약, 군수품들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한 가족을 몰살하기 위해 구축한 시스템일 뿐, 그 이후의 상황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무의미한 공간에 우리가 침투한 것이고, 우리의 손에 들어온 이상 이 무기들은 ‘유의미’가 된다.

오직 우리만이 이 장비를 무의미한 놈들을 향해 의미를 부여하며 사용할 수 있었다.


아무도 보초를 서지 않는 탄약고로 들어섰다.

군장 하나에 미니건 탄약 박스를 채우고 아롱이 어깨에 멨다. 수십kg이 넘는 탄약과 미니건을 메고, 천마산을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나 또한 터질듯한 배낭과 양손에 든 탄약으로 여유가 없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식량 창고.”

“당연하지!”


많은 1종 군수품 중 유일한 관심사는 전투식량이었다.

순길은 작은 배낭에 남아있던 음식들을 비우고, 전투식량으로 채웠다. 나의 군 복무 시절에는 없던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으로만.

순길은 자신의 덩치만큼 부풀어 오른 배낭을 멨다.

자신보다 큰 유치원 가방을 메고 등원하던 아이 순길이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쑤신다.

4륜구동의 추적 장치를 확인한다면서 차 밑으로 몸을 밀어 넣을 때 느꼈던 안쓰러운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지운 무거운 짐을 보니 못난 아비의 책임감으로 인해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하지만 우리의 여정에는 선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가야 했고, 한계까지 쏟아부어야 했기에 우리는 천마산 동쪽 능선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가 앞장설께.”


순길이 가이드를 자처하며 앞을 차지한다.

아마 적외선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피면서 가고자 함일 것이다. 우리는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하니 말이다.


천마산은 서쪽 능선이 너무 절경이라 그렇지, 동쪽 편도 나쁘지 않다. 30분 정도만 오르면 탁 트인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도 일품이다.


“야 순돌, 우리 그거 언제 먹어?”

“뭘?” “그거.. 전투식량!”

“왜 배고파?”

“아니, 그냥 먹어보고 싶어서. 아부지, 맛있어?”

“맛 한 번 봐 노모, 자꾸 싸우고 하고 싶다 아이가.”

“전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전투식량이야? 우와~ 시합 나가기 전에 먹어야 되겠네.”

“헐!”


아롱의 무념무상에 우리는 오랜만에 한 번 웃었다.

별것도 아닌 전투식량의 ‘아재개그’가 긴장된 우리를 하나로 수렴시켰고 한밤 행군의 노고를 잠시나마 덜 수 있었다.

어느덧 천마산 샘이 있는 안골에 다다랐을 때였다.


“잠깐!”


우리는 순길의 신호에 걸음을 멈췄고, 나는 본능적으로 K2C를 고쳐잡고 지향사격 자세를 취했다.

순길이 망원경으로 안골 쪽에서 올라오는 길을 내려다보며 손짓한다. 나와 아롱이도 망원경으로 안골 쪽을 살폈다.


“저거... 뱀 아냐?”

“맞어.”

“비암 새끼들이 므헐라꼬 떼로 몰리 댕기나?”


뒤엉킨 뱀들로 안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류도 각양각색의 뱀들이 다 있었다.

온순한 누룩뱀부터 똬리를 틀고 있는 칠점사, 대가리를 치켜든 킹코브라, 블랙맘바 등.

뱀 떼(?)는 우리와 목적지가 같은지 느렸지만, 천천히 천마산샘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천마산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세요.』

“서둘러.”

“빨리 가. 징그러.”

『평균속도면 충분합니다.』

“우리 잡을라꼬 오는 기가?”

“아니면 천마산에 뱀떼가 왜 있겠어?”

“꼭 잡으려기 보다는 호구 쳐 놓은 거지. 얼씬대지 말라고.”


어떤 의미의 장치일까.

초가을, 뱀독이 바짝 올라와 있을 시기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공격도 하지 못할 살수들을 왜 풀어놓았을까.

아니면, 뱀 떼에 놀란 우리에게 화기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탄환을 모두 소모하게 하여, 무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미인가?


하여튼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되어 적외선 망원경으로 앞을 경계하며 이사벨의 말대로 정상으로 행군을 계속했다.


- 쉬이이이이이이이이잉 -


음산한 소리를 내며 골바람이 산을 훑고 지나간다.


- 쉬익 쉭! 쉭! 쉬익 쉭!쉭! -


한동안 계속되던 바람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변칙적으로 나기 시작했다. 기압 차이로 인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망원경으로 앞을 살폈다. 팔각정이 보인다.

동쪽 능선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며 빌라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이다.


- 쉬익쉭! 쉭! 쉬익 쉭!쉭! 시시식 -


더욱 기괴해지는 바람 소리가 팔각정 쪽에서 날리고 있다.


“날아다니는 저건 뭐야!”


어둠 속에서 뭔가를 발견한 건가.

나는 망원경으로 조심스럽게 팔각정 주변을 살폈다.

바람 소리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아롱은 뭘 보았다는 건가.


-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두두두두두두두 -


아롱이 K2C를 허공에 대고 발사했다.

총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이 골 저 골에 울려 퍼진다.

아롱이 경솔했다.

우리의 위치가 완전히 노출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제 헛것이 보이는 건가.

탄창을 갈고 다시 조준하자 순길이 급히 제지한다.


“그만해! 허상이야. 홀로그램 같은..”

“암것도 음는데 믄 소리하네?”

“아부지는 저 귀신 같은 게 안 보여?”

“오데?”

“정자 위에 막 날아다니네.”

“므...? 므슨?”

“아빠, 단전에 기를 모으고 영을 맑게 해봐.”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걸까?

아니면 아이들이 헛것을 보는 걸까. 그리고 그 귀신들은 팔각정에서 목이라도 매단 원혼인가.

여하튼 우리는 팔각정을 피해 에둘러 길을 잡았다.


『천마산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세요.』

“옆구리 붙이다.”


도대체 뭘 보았다는 것일까.

순길이라면 워낙 섬세하고 예민하므로 보인다고 쳐도, 내가 못 봤다면 아롱이도 못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사벨은 어떤 의미로 길 안내를 하는 것일까.

정상밖에는 안전한 길이 없다는 것일까.

길 중에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뜻일까.


어느새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능선이 눈앞이다. 이제 능선을 타고 약 20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아롱은 저 무거운 짐을 메고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걸음걸이다. 이제 순길이를 앞장서 걸어, 가장 먼저 능선에 올라섰다.


“야, 이거 왜 이래?”


효성동 방향 산기슭에는 거친 눈보라가 일고 있었다. 한쪽 골짜기를 경계로 겨울이다.

아니 겨울로 설정돼 있었다. 1m가 넘는 눈이 하얗게 쌓여 그쪽 등산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이기 믄 뜻이고?”

“맞어. 얘들 왜 이러는 거야. 그렇다고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벽을 두텁게 하다.”

“믄 소리고?”

“호구치고, 옆구리 붙이고, 벽을 두텁게 해서 대마를 몰아 가는 거야. 혹멧돼지 2탄. 마지막에 패를 걸겠지.”

“대마가 뭐야?”

“큰 말이야.”

“천마산이라 말도 사는구나.”

“오데로 몰아간단 말이고?”

“천마산 정상. 아마 종착지는 징매이고개가 되겠지.”

“그라모 지금이라도 갱로를 바꽈야 되는 거 아이가?”

“패를 받아야지.”

“암행어사야? 패도 가지고 있어?”

“그라모, 계양산으로 들가지 말고, 공촌동 쪽으로 건너는 거는 우떴네?”

“아니. 보상을 받으려면 상대가 가장 집중할 장소로 들어가 줘야지.”

“택도 읎는 소리 하지 마라. 뱅력들이 총 집갤 하고 있일긴데, 고개 우째 넘을라꼬?”

“안 받을 수 없는 팻감을 찾아야지.”


징매이고개는 그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을 장소이며, 반대로 우리에겐 가장 힘겨울 전장이다.

불을 들고 풀섶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안 받을 수 없는 팻감’.


그런 것이 있을까.

대마를 살려줄 만큼 그들에게 절실한 패를 우리가 찾아낼 수 있을까.

호만전이궤도? 차이나타운? 류현진 야구거리?

맥아더를 협박해 전투시킨다?

김꼴띠와 잔지챙을 복제한 그들이었다.

가장 잔인하기로 마음먹은 자들에게는 통할 전술이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병장 김꼴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간빙기 22.06.10 4 0 10쪽
23 노인은 없다 22.06.09 5 0 10쪽
22 사석 22.06.08 8 0 10쪽
21 이사벨 22.06.07 9 0 11쪽
» 대마 22.06.06 9 0 11쪽
19 병장 김꼴띠 22.06.03 9 0 12쪽
18 천마부대 22.06.02 14 0 10쪽
17 아나지 고개 22.06.01 7 0 12쪽
16 월하의 공동묘지 22.05.31 8 0 11쪽
15 닌자 어쌔씬 22.05.30 8 0 10쪽
14 한남정맥 22.05.27 8 0 15쪽
13 호만전이궤도 22.05.26 7 0 14쪽
12 0.6x 22.05.25 8 0 13쪽
11 18번홀 22.05.24 7 0 11쪽
10 백중사리 22.05.23 8 0 12쪽
9 양양 22.05.22 9 0 12쪽
8 차이나타운 22.05.20 7 0 12쪽
7 신미양요 22.05.19 7 0 12쪽
6 류현진 +1 22.05.18 8 1 11쪽
5 혼령 22.05.17 11 1 12쪽
4 목재단지 22.05.16 18 1 11쪽
3 이사벨 22.05.13 12 1 11쪽
2 제4구역 22.05.12 16 1 11쪽
1 파전에 정액을 쏟았습니까? 22.05.11 2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