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an.D 님의 서재입니다.

SeyeD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10.29 18:51
최근연재일 :
2015.11.14 07: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00
추천수 :
34
글자수 :
109,148

작성
15.11.11 07:00
조회
290
추천
1
글자
13쪽

12)공포 그리고 분노

DUMMY

12)공포 그리고 분노


어둠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하지만 지금 성태와 병찬의 앞에는 그 공포심을 더해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뭐, 뭐야?”

살기와 공포를 넘어 패닉에 빠진 병찬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성태 역시 마찬가지 일수밖에 없었다.

병찬의 그 한마디 이후로 그들의 입은 다시 얼어붙었고, 그런 그들을 향해 정체불명의 살인자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그가 한발자국씩 다가올 때마다 그들의 떨림은 심해졌고, 후두로 가려진 그의 하관이 들어나자 성태는 그때서야 얼어붙은 입술을 떼고 외쳤다.

“도, 도망쳐!!”

성태는 그의 뒤에 서있는 병찬의 몸을 한 팔로 밀며, 그가 도망가길 원했지만 이미 병찬의 몸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온 몸에 힘이 빠져, 결국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그런 병찬의 모습에 성태는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성태는 충분히 스스로를 믿을 만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다. 성태는 죽을힘을 다해 그들에게 다가오는 그를 노려보자 곧 그가 걸음을 멈추었고, 성태는 그때를 이용해 주저앉은 병찬을 일으켜 세우고 바닥까지 내려앉은 힘을 끌어내서야 골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골목 앞으로 지나가던 행인들은 잔뜩 겁에 질려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그들에게 다가가 “학생 괜찮아?”, “무슨 일이야?” 관심을 보였지만 성태의 관심은 오로지 아직도 골목 안에 있을 살인자를 생각하며, 그가 따라 나오지 않는지 어둠속을 얼마간 주시했지만, 그는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성태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릴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경찰!! 경찰 좀 불러주세요! 야! 병찬아! 괜찮아?”


[사건 발생 40분 후]


“자, 이제 좀 진정이 됐니?”

경찰청 안에 있는 좁은 조사실 문을 열고 나긋한 목소리로 누군가 성태의 어깨를 살며시 만지고는 그의 반대편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성태는 그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는 그가 방금 전 겪었던 그 끔직한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그로인해 부글거리는 속을 겨우 참고 있을 뿐이었다.

“또 보는구나.”

그 누군가의 말에 성태는 그때서야 그가 익숙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힘겹게 고개를 들자, 그의 앞에 보기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혜민을 보고는 실망한 듯 다시 고개를 내렸다.

“그때는 내가 정말 미안하구나. 그날은 내가 너무 예민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날의 상황에서 그를 의심하면서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것은 물론, 성태에게 있어서 지금까지고 나쁜 감정으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익숙한 얼굴에 안심이 됐던 성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 수 있었다.

“병찬이는....”

“정말 친구를 많이 생각하는구나. 친구들은 기쁘겠는걸. 이렇게 걱정해주는 친구를 뒀다니 말이야. 걱정할 것 없어 그 친구는 지금 사건 충격 때문에 조사받을 상태는 아니라서 휴게실에 잠시 눕혀놨으니까 음, 아마 조금 있으면 정신을 차릴 거야.”

그녀의 말에 성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혜민은 자신이 들고 온 서류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나에게 협조해 줄 수 있겠니?”

성태는 살짝 고개를 들어 책상위에 올려 진 서류를 한번 바라보고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불만스러운 투로 “절 또 의심하실 건가요?” 말하자 혜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서류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니, 이번에는 다를 거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도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을 알아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널 의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맞아.”

하지만 그녀의 말을 전부 신뢰하지 않는 다는 듯 성태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휴, 아직 날 신뢰하지 않는구나? 뭐, 무리도 아니지 하지만 이번 사건은 나를 위해서... 아니, 이후에 발생할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네가 본 것에 대해서 전부 사실대로 말 해줘야해”

조사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혜민은 성태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입을 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느끼고는 먼저 입을 열어 정적을 깼다.

“좋아, 이 사건에 대해서 처음부터 말해주는 게 아무래도 너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이번 살인사건은 처음이 아니야. 얼마 전 네가 직접 목격한 건물 붕괴사건과 관련이 있어.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동일범의 소행이야.”

“동....일범?”

“범인이 같다는 소리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하는 성태를 보자 혜민은 속으로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야 관심을 보이는구나.’ 라며 스스로를 칭찬하고는 바닥에 놓아둔 서류를 집어 책상위에 다시 올려놓고 종이들을 펼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이 사건들의 공통점들이 있어, 바로 건물들의 중심에 빈 공간, 그리고 오늘 벌어진 살인사건의 시체에...”

혜민은 서류철에 있는 시체의 사진을 성태에게 들이밀자 성태는 고개를 책상 아래로 가져다 대고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아, 미안.... 미안해 괜찮니?”

성태는 순간 생각했다. ‘과연 이 여자는 정상인가? 그런 사진에 아무런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들이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각하기 힘든 행동이다.

좋게 말하면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거나 나쁘게 말하면 사이코패스가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성태가 진정하기 시작하자 혜민은 사진을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사건의 공통점 나도 얼마 전까지 믿기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그의 범행 수법을 듣고 나서야 납득했어. 그리고 그것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게 해 주었지.”

“범행... 수법이요?”

혜민은 잠시 자신의 오른손 바닥을 펼쳐 바라보다 곧 성태에게 뻗으며 아주 진지하게 “손바닥” 을 외치자. 성태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마치 모아이석상을 연상하게 할 표정을 짓자, 그녀는 뻗었던 손을 다시 접고 성태의 기대와는 반대로 웃음기 전혀 없는 얼굴을 하고는 실로 엄청난 말을 해댔다.

“초능력이지”

조사실은 정적을 넘어, 마치 진공상태로 들어갔을 정도의 무거운 침묵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이혜민! 이제 곧 시간이 다됐어. 지금 아래층에 그들이 도착했다는 구나.”

그 진공의 공간을 무시하듯 조사실의 문을 열고 혜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천성이었다.

“아, 반장님 잠깐만요. 조금만 더 있으면 돼요.”

“무슨 소리야! 그만하고 빨리나와 이렇게 너한테 시간을 내준 것도 거의 기적이라고!”

“제발! 반장님 1분이면 돼요!”

“빌어먹을! 딱 1분이다! 더 이상은 안 돼!”

창석은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는 조사실 문을 있는 힘껏 ‘쾅!’ 닫았다. 성태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주고받은 혜민과 창석의 대화가 끝나자 누군가에게 쫒기 듯 갑자기 그녀가 말을 빠르게 해대기 시작했다.

“네가 믿고 안 믿고는 자유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네가 지금 입을 열지 않으면 앞으로 또 얼마만큼의 건물이 무너질지 또, 얼마만큼의 살인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야. 난 그걸 막고 싶어. 진심이야. 그러니까. 사실대로 말해 줬으면 좋겠어. 범인의 얼굴을 봤니?”

성태는 지금 그녀에게 처해있는 상황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녀가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전에 있었던 그녀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은 곧 그녀가 이번 사건에 얼마만큼 진심을 쏟아내고 있는지를 일깨워 줬다. 그것을 느끼자 성태는 한결 그녀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고, 곧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사실대로 말할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대충 키는 180정도 되었고, 체격은 그렇게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것 같았어요.”

“범인이 입고 있던 옷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갈색 야상을 입고 있었고, 그 안에는 회색 후드 티, 바지는.... 스크래치가 들어간 진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신발은 청바지를 덮는 발목 위가지 올라오는 검정색 워커를 신고 있었어요.”

“혹시, 목소리나 범행 수법을 목격했니?”

“아니요. 저랑 병찬이 그를 목격했을 때는 이미 살인이 저질러진 후였어요. 죄송하지만 목소리는 듣지 못했어요.”

“그래, 죄송할 건 없어... 그리고”

혜민이 계속해서 성태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조사실 문은 창석에 의해 다시 한 번 열려졌다.

“이혜민!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빨리 나와!”

“젠장! 조금만 더 있으면....”

창석의 재촉에 견디지 못한 혜민은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성태에게 건네며 “혹시 다른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여기로 전화해 주겠니?” 말을 마지막으로 창석에게 끌려 나갔다.

그리고 성태는 건네받은 명함을 들여 보고 “이혜민” 그녀의 이름을 말하자 조사실 문은 또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석이나 혜민이 아니었다. 성태는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정체불명의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봤고, 그 남자는 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하게 걸어가 반대편 의자에 앉기 무섭게 입을 열었다.

“그를 봤나?”

조사실 분위기는 그가 입고 있는 정장의 색이 물들어 버린 것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풍겨댔고, 그의 짧은 머리와 사나운 인상은 그가 살아온 인생이 험난했음을 예상케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당연히 성태의 마음은 그에게 경계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누구시죠?”

그를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는 성태의 질문에 미간에 주름이 늘어난 남성은 책상위에 팔을 올려놓더니 양손가락을 깍지 끼고,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알 것 없거니와 알아서도 안 돼. 넌 단지 내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된다.”

성태는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에게 받았던 것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위압감을 받았고, 그것은 성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 위압감에 짓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성태에게 남성은 되물었다.

“그를 봤나?”

그의 무거운 음성과 차가운 눈빛은 성태가 살인자에게 느꼈던 살기와는 다른 의미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느낀 공포들에 성태는 깊은 좌절감을 만끽할 수 있었고, 그것이 후에 그에게 일어날 일들 중에 극히 한 부분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정체불명의 남자와 함께 조사실을 나오는 성태에게 혜민이 다가가 “네 친구는 얼마 전에 일어나서 나름대로 조사를 마치고 잘 돌아갔으니까 걱정하지 마.” 라는 말을 이어 귓속말로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말을 듣고는 건물 밖으로 나가 남성이 타고 온 검은색 세단 뒷좌석에 함께 올랐다. 그때까지도 성태는 그에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고, 차가 어디론가 움직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목격한 것, 그리고 아까 그곳에서 한 얘기, 절대 네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만약, 그것을 어길시 너에게 닥칠 일들에 대해서는 너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남성이 말하는 책임이라는 한마디, 성태는 그것을 굳이 묻지 않아도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성태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 현재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더욱 궁금했지만, 그 뒤에 흐르는 침묵과 공포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그가 익숙한 장소에 차가 멈춰선 것을 느꼈고, 지금이 이 상황을 벗어날 기회라는 것 또 한 느꼈다.

성태는 뒷좌석의 문을 열어,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문을 닫자 차창이 열리기 시작했고, 내려진 차창으로 보이는 남성은 성태를 쳐다보지도 않고 낮고 굵은 목소리로 “지켜보고 있겠다.” 라는 말을 남기고는 곧 검은색 차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항상 등교할 때 다니던 길 위에 서서 시야에서 차가 사라지는 것을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려 몸을 주체 못하고 비틀거리다 결국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버렸다.

“젠장! 씨발! 병신!”

성태는 한동안 그곳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어 버릴 것처럼 움켜잡았고, 오늘 자신이 겪었던 상황에서 그 어느 것 하나 어찌하지 못한 나약한 자신을 자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eye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5) 그의 능력(하) (도움편 끝) 15.11.14 514 1 10쪽
16 14)그의 능력(중) 15.11.13 354 1 14쪽
15 13)그의 능력(상) 15.11.12 392 1 15쪽
» 12)공포 그리고 분노 15.11.11 291 1 13쪽
13 11)나랑 싸우자 15.11.10 370 1 18쪽
12 10)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하) 15.11.09 454 1 17쪽
11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15.11.08 551 1 22쪽
10 8)관계의 시작. 15.11.07 442 1 12쪽
9 7) 3번째 붕괴. 15.11.06 443 1 16쪽
8 6)집착의 이유. 15.11.05 489 1 15쪽
7 5)그녀의 과거(후) 15.11.04 473 2 13쪽
6 4) 그녀의 과거(전) +1 15.11.03 423 3 17쪽
5 3) 그들의 하루. +1 15.11.02 416 3 16쪽
4 2)이야기의 시작. +1 15.11.01 469 3 16쪽
3 1)시작, 그 전. +1 15.10.31 573 3 13쪽
2 0)시작, +1 15.10.30 752 3 12쪽
1 프롤로그. +2 15.10.29 995 7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