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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SeyeD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10.29 18:51
최근연재일 :
2015.11.14 07: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398
추천수 :
34
글자수 :
109,148

작성
15.10.31 07:00
조회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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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시작, 그 전.

DUMMY

1) 시작, 그 전.


‘지금으로부터 8개월 전 시골 한구석에는 현재 아무도 쓰고 있지 않은 낡고 작은 창고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 (불명) 방화흔적 (없음) 둔기로 벽을 가격한 흔적 (없음) 부실공사? 애초에 건물이 낡았다지만, 이런 작은 규모에 창고가 부실공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태풍의 피해? 벼락?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빛이 안개에 가려져 흐릿하게 있는 것이, 지금 시간이 매우 늦은 새벽이라는 것을 말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한적한 거리, 이제야 막 첫차가 운행하는 시간, 잠자리에서 피곤한 몸을 일으켜 출근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보이는 도심 중심에 자리 잡은 경찰청 3층, 형사과에는 아직도 근무가 현재 진행형인 여형사가 있다. 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바치고 자신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간혹 인상을 구기고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서른 명이 넘는 순경들을 동원해 그 일대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창고가 낡은 만큼 주변은 무성히 자란 수풀들로 가득했지만, 그것들이 무엇인가에 눌린 흔적이나 바닥은 진흙이었음에 불구하고 발자국조차 발견되지 않았음. 이런 정황들을 보아하니 높고 높은 윗분들께서는 이 사건을 정말 간단하게 (부실공사)라고 결론지어 버렸고 그렇게 사건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그때 내 마음속에 남아있던 무엇인가.... 지금도 그 무엇인가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무엇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건이 있고, 이틀 뒤 사건 현장에 내가 다시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8개월 전]


정말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을 둘러싼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혀진 노란색의 테이프가 그것이 경찰의 현장 조사를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엄중히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고, 그것을 한 번 더 부각하듯 순경들이 드문드문 그 경계선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리고 포장이 되지 않은 길을 조심스럽게 한발 한 발 내딛으며 다가가고 있는 여형사가 그 앞에 다가서자 순경은 한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아서며 딱딱한 말투로 “여기서부터는 일반인 출입 금지입니다.” 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고 있던 검은색 정장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가 형사라는 증거를 그 순경에게 당당히 내밀었고, 그것을 본 순경은 기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충성!” 이라는 외마디와 함께 그녀가 노란 테이프 안쪽으로 편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그것을 최대한 들어 올려 주었다.

“조사팀은?”

무엇인가 굉장한 잘못을 저지르다 걸려버린 듯 굳어버린 순경에게 여형사가 냉담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순경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상태로 “아....안에 있습니다!” 다소 어벙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하자 그녀는 ‘흥’ 콧방귀를 뀌며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러니까. 이 건물이 부실공사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뭐, 그런 말이네요?”

무너진 잔해들 위로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건장한 남자 세 명과 그들 앞에는 지금 날씨와는 맞지 않는 두꺼운 회색 점퍼와 금방 논에 다녀온 사람처럼 잔뜩 진흙이 묻어 있는 군청색 장화를 신고 있는 한 노인이 그들 중 한 명이 던지는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렇다니까요. 여기요 건설 허가증도 있고요.”

노인은 점퍼 주머니에 주섬주섬 손을 넣어 꼬깃꼬깃해진 종이를 꺼내어 들자, 그것을 그 옆에 있던 남성이 빼앗듯 가져가 펼쳐 대충 훑어보더니 가운데 있는 남자에게 건네며 귓속말로 “문제없는 서류 같은데요.” 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귓속말로 말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것을 의식하듯 가운데 있던 남자는 노인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곧 서류에 눈을 고정했고, 대충 훑어보더니 그것을 정장 안주머니에 넣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영감님 일단 알겠습니다. 이건 저희가 따로 조사하도록 하죠. 그리고 오늘은 일단 여기서 끝내는 걸로 합시다. 그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일방적으로 대화를 종료시키고는 뒤돌아서 가려는 그들에게 노인은 정중히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간절한 말투로 그들이 노인의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말 범인을 꼭 좀 잡아주세요. 앞으로 이게 없으면 저는 먹고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꼭 좀 범인을 잡아주세요.”

“어쩌죠? 저 노인이 말하는 대로 범인이 있을까요?”

노인을 뒤로하고 사건 현장에서 벗어나고 있는 정장을 입은 세 남성 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자. 가운데 있던 남성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 이게 누군가 저렇게 했다는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그러자 다른 한 명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무리 봐도 저건 자연적으로 무너진 형상은 아닙니다. 꼭 무엇인가에 의해 압력이 가해져 무너진 형태라고 봐야 하는 것이....”

그 말을 들은 가운데 있던 남성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야! 그건 알고 있는데... 아니, 그럼 하늘에서 운석이라도 날아와 건물에 들이받았다는 거야? 그래,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치자! 근데 뭔가 없잖아! 운석 파편이라도 나와야 말이 되는데. 이건 뭐 전혀 그런 흔적이 없으니까. 미치겠는 거지! 그러니까 위에서도 일 복잡해지기 전에 그냥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로 처리하라는 거고! 알겠어? 우린 그냥 입 다물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이 말이야!”

정장을 입은 남자 셋은 그들이 속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당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이 피해자에게 신뢰를 잃는 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들이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바닥을 내려다보며 잔해들 위로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여형사를 발견하자 가운데 있던 남성은 눈살을 구기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어이구, 이 형사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입니까?”

여형사는 그 말을 듣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남자들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못 볼 것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 네 뭐 아직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서요.” 대충 둘러대자 그들 중 왼쪽에 있던 남성이 딱딱한 투로 말했다.

“걸리는 것? 이미 이 사건은 그쪽에서 우리 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형사는 그의 말에 한층 더 구겨진 표정으로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 아무래도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려서 말이죠.”

“그 부분에 어디가 틀렸다는 말이죠?”

남자의 말에 여형사는 정장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여러 장이 겹쳐져 접혀있는 종이를 꺼내 펼치고는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건...뭐?”

남자는 그녀가 내민 종이에 인쇄되어있는 것들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 되물어보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어진지 10년 된 100평 남짓한 작은 창고... 라고는 하지만... 확인해보니 확실히 건물 허가증도 있고, 조금은 알려진 건설 회사를 통해 지어졌고, 더 자세히 알아보니 그 당시 건설회사 작업반장으로 있는 심용태라는 사람은 건물주인 심철영의 아들....”

그녀는 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목소리에 힘을 넣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잔해의 흔적들을 보면 말이죠. 천장에서부터 무엇인가에 의해 눌려 무너진 듯 형성되어 있는 잔해들을 보면 이것이 물론, 이건 사고가 아닌 누군가에 의한 사건..”

“잠깐! 이건 이제 당신이 상관할 건이 아니지 않나!”

그녀가 그들의 입을 열지 못할 정도의 틈을 주지 않고 말을 하자 결국 참다못한 남자는 일방적으로 그녀의 입을 막으려 소리쳤고, 조금은 놀란 여형사는 잠깐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때를 틈타 가운데에 서 있던 남성이 왼편에 서 있던 남자에게 팔을 들어 제지 시키고는 점잖은 투로 입을 열었다.

“이혜민 형사 그럼, 이 조사는 상부에 제대로 보고를 하고 조사하는 거겠죠?”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정장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종이를 꺼내 펼쳐 보였다. 그것을 본 그들은 그 종이를 받아들어 잠시 훑어보고는 ‘흠칫’ 놀라며 헛기침을 하더니 곧 걸음을 떼어 그녀를 지나치며 역시 점잔은 말투로 말했다.

“이 형사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상부에서 이번 사건을 이렇게 처리하라고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야. 더 깊게 들어가 봐야 좋을 거 없단 말이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할 거라 생각하네.”

하지만 여형사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듯 그들을 무심히 지나쳤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그들의 오른편에 서 있던 남자는 가운데 남성에게 걱정스러운 투로 말하자 가운데 있던 남성은 역시 경력을 뽐내듯 침착하게 그에게 말했다.

“이혜민 저 여자가 무엇인가 사건을 맡으면 집요할 정도로 파고든다는 것은 우리 경찰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야. 그러니까 아마도 청장도 그녀에게 질려서 어쩔 수 없이 내준 영장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것도 없는 게, 저 여자가 무엇을 조사하든 결정은 어차피 우리가 하게 되는 거니”

“우리가 자르면 된다는 말이군요?”

그의 말뜻을 이해한 남자는 더는 가운데 있는 남자의 입을 아프지 않게 해주기 위해 충분히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날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얘기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여형사는 아직도 잔해 위에서 미련이 남은 듯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는 건물주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심철영 씨?”

건물주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뜻밖의 여성 목소리에 반응하며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려 미심쩍은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소.. 내가 심철영이오.. 근데 누구...”

여형사는 다시 한 번 정장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의 신분을 확인시켜줄 베지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자 노인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이고! 형사님 이거 죄송하게 됐소, 내가 형사님을 몰라보고”

그녀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인사하는 그를 곤란한 표정으로 “괜찮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는 것을 시작으로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절대로 이 창고는 부실공사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녀의 말에 소스라치듯 놀라 손사래를 치며 건물주는 말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 창고는 내 아들 용태가 얼마나 신경 써서 지어준 창고인데 부실공사라니요..”

여형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곧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혹시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있다거나 이런 일을 할 만한 의심 가는 사람은 없나요?”

건물주는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당황한 투로 역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고! 형사님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한테 피해 주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닙니다. 원한이라뇨? 당치도 않는 말이죠. 그리고 의심 가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럴만한 인맥도 없는 사람이에요. 정말 당치도 않는 말입니다.”

여형사는 막막해진 듯 머리를 만지며 한숨을 쉬었고 더는 무슨 말을 할 수 없이 멍하니 주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창고 주변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다. 이런 곳에 건물을 눌러버릴 만한 중장비를 가지고 왔다면, 이 주변에 분명히 흔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사 보고서를 보면, 장비를 사용한 흔적 (없음) 이게 무슨 신에 장난이지? 폭발물을 썼다 해도 잔해가 분명히 남아 있을 텐데 역시 보고서에는 폭발물로 보이는 잔해 (없음) 여기서 내가 내릴 결론은 하나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하지만.. 정말 하지만 말이지 이것밖에 없다면 이것밖에 없다. 초능력...장풍? 내가 생각해도 웃기네.’ 여형사는 ‘피식’ 헛웃음을 뱉었다.

“근데 이상하죠?”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자 건물주는 그녀에게 흘리듯 말했다.

“네? 뭐가 이상하다는 말씀이세요?”

건물주는 그녀의 물음에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논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요,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나와 보니 저쪽에서 누군가 서 있었던 거 같았어요. 이곳은 그 저녁 시간에 누가 돌아다니거나 하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여형사는 깜짝 놀라며 건물주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

“누구요? 누가 서 있었단 거죠?”

“글쎄요... 제가 나이가 있어서 눈이 좋지 않아요. 특히 밤눈이 어두워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형사는 건물주의 말에 끝나기도 전에 그가 가리켰던 곳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지만, 다급한 마음이 앞선 나머지 간혹 돌부리에 발이 걸려 주춤대며 그곳에 다다랐고 유심히 바닥을 살펴보던 중 무엇인가 발견하고는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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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그의 능력(하) (도움편 끝) 15.11.14 514 1 10쪽
16 14)그의 능력(중) 15.11.13 354 1 14쪽
15 13)그의 능력(상) 15.11.12 392 1 15쪽
14 12)공포 그리고 분노 15.11.11 290 1 13쪽
13 11)나랑 싸우자 15.11.10 370 1 18쪽
12 10)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하) 15.11.09 454 1 17쪽
11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15.11.08 551 1 22쪽
10 8)관계의 시작. 15.11.07 442 1 12쪽
9 7) 3번째 붕괴. 15.11.06 443 1 16쪽
8 6)집착의 이유. 15.11.05 489 1 15쪽
7 5)그녀의 과거(후) 15.11.04 472 2 13쪽
6 4) 그녀의 과거(전) +1 15.11.03 423 3 17쪽
5 3) 그들의 하루. +1 15.11.02 416 3 16쪽
4 2)이야기의 시작. +1 15.11.01 469 3 16쪽
» 1)시작, 그 전. +1 15.10.31 573 3 13쪽
2 0)시작, +1 15.10.30 752 3 12쪽
1 프롤로그. +2 15.10.29 995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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