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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SeyeD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10.29 18:51
최근연재일 :
2015.11.14 07: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01
추천수 :
34
글자수 :
109,148

작성
15.11.08 07:00
조회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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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22쪽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DUMMY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어둑해진 밤을 밝히고 있는 형광등불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형사과 사무실을 비치고 있었고, 그런 침묵 속에서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반짝거리는 민머리를 쥐고 있는 배나온 반장, 창석과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혜민이였다.

“이혜민... 지금 이게 뭐야?”

혜민은 창석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창석은 다시금 되물었다.

“지금... 이게 뭐냐고, 응?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줄래?”

그에게는 이미 그녀에게 분출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보시면 아시잖아요. 목격자 증언...”

그런 그에게 당당함의 극치를 보이며 그녀가 대답하려하자 창석이 곧 그녀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건 나도 보면 알겠는데! 이게... 무슨...”

창석은 정말 어이가 없었는지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겠다는 듯 그가 말하는 중간 중간 ‘허!’, ‘참나!’, ‘아니, 이게 지금 무슨’ 추임새를 섞으며 말을 이어나가려 노력했다.

“그러니까 네가 나를 밀어내고 목격자에게 얻어낸 정보라고는.... 이 말도 안 돼는... ‘그는 범인이 아니다.’, ‘그가 목격한 것은 건물에 금이 간다는 것’....” 창석은 그렇게 혜민이 내놓은 종이를 수전증이 걸린 사람마냥 손을 부르르 떨며 읽어 내려가고 있었고, 그가 내뱉는 말을 듣고 있는 주변 형사들 사이에서 웃음을 참으려 노력하는 소리를 간혹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소리를 의식한 창석은 자신이 더 창피해짐을 느끼고는 읽어 내려가는 것을 멈추고 혜민을 올려다보며 차분함을 유지하며 혜민에게 말했다.

“이혜민 이거는... 있잖아. 내년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내 딸한테 쓰라고 해도 이것보단 잘 쓸 만한 보고서?... 아니, 내 딸이 쓴 일기도 이것보단 잘 썼겠다!”

결국, 창석의 말에 그곳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혜민은 그 웃음바다가 된 상황에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뭘 쳐 웃어, 웃기는! 다들 일 안해!?”

창석은 웃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성을 내었고,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더 이상 혜민과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음을 느낀 창석은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자판기에 동전을 넣어 커피를 뽑으며, “너도 마실래?” 물어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자신의 커피를 뽑아들고 경찰청 옥상에 마련되어있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 개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여 한 모금 깊게 들이 마시고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혜민에게 말했다.

“앉아”

그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창석이 담배를 다 태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혜민아 너 언제까지 이럴래?”

창석의 말에 혜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그 침묵 속에서 창석이 다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자, 혜민이 입을 열었다.

“반장님 저 이번 사건 꼭 범인을 잡고 싶어요.”

혜민의 말에 천성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한숨을 쉬 듯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알아냈어?”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어요.”

창석은 다시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대고 한번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네 결심은 확고한 거냐?”

혜민은 그에게 대답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고, 창석이 두 번째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4년 전 그때 말이야.”

창석의 낮게 깔린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말에 혜민은 놀라 그에게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네 아버지인 이승환경감이 직접 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자고 나섰던 그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우린 직접 두 눈으로도 보았으면서도 믿지 못할 일을 겪게 됐지.”

“믿지 못할 일, 이라뇨?”

“그땐 아마 우리가 하루하루를 뜬눈으로 보내며 사건에 열중한 탓에 잘못 본 것이겠지 생각하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싶었던 걸 거야.”


[그의 과거]


내가 혜민에게 이런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4년 전 그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작은 사건들을 담당하던 어느 날, 그때 난 아마도 작은 사건들에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늦은 저녁시간 직접 우리 집으로 찾아와 어렵게 입을 열게 된 승환이의 부탁을 듣게 되었을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석아, 이건 내가 네 친구이기 때문에 부탁하는 게 아니라 네가 지금까지 해결해온 사건들의 과정을 직접 옆에서 두 눈과 귀로 보고 듣고 지내온 직장 동료로서 부탁하는 거다.”

승환이 녀석은 고등학교 때부터 오랜 친구로 지내온 사이다. 물론,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의 난 지금의 학생들이 부르는 일진이라는 위치에 서있었고, 녀석은 그런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때 당시 우리에게는 참으로 짜증을 불러올만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녀석과 나 사이에 일어난 한 사건으로 인해 승환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나 또 한 그가 꿈꾸고 있는 경찰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녀석과는 급격하게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 녀석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준 녀석이 진지한 표정을 하고는 대뜸 우리 집에 찾아와 오래간만에 회포를 풀 생각으로 술상을 내오는 나에게 한다는 말이 “이번 살인사건 보통일이 아니야. 이 사건 너와 함께 해결하고 싶다.”

이렇게 까지 말하는 녀석의 표정을 보면 고등학교 때의 그 일이 생각나버려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녀석의 이런 부탁을 오랜 지루함을 느껴온 내가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식으로 덥석 물어버려서도 안 된다. 기고만장해져 날 잔뜩 부려먹을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흥분을 최대한 참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이틀 전에 벌어진 그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말하는 거냐?”

녀석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 사건에, 미심적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는 녀석은 자신이 매고 온 가방을 열어 뒤적거리더니 서류철을 꺼내 펼쳐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피해자는 45살, 이름은 오승선...”

난 녀석의 본격적인 브리핑이 시작하려는 것을 자르며 말했다.

“잠깐, 네가 이렇게 브리핑을 시작하는 게 내가 네 부탁을 승낙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녀석은 내게 미소를 지어주었고, 난 녀석의 그 미소가 ‘넌 내가 찾아온 순간부터 그럴 준비가 돼 있었잖아.’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하, 너한텐 정말 못 당하겠다. 계속해봐”

내 말에 곧 녀석은 진지해진 표정으로 서류철을 넘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피해자 프로필은 들어볼 필요도 없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있다마다. 오승선, 녀석은 지금 재개발지역에 판을 치고 있는 놈이잖아. 승천파 대가리고, 그런데 그런 녀석이 하루아침에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라긴 했지.”

“그래, 그 녀석은 우리도 어떻게 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똑똑한 놈이지. 근데, 여기서 내가 의문을 품은 것은 그런 그 녀석이 어째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 골목에서 온몸이 무엇인가에 눌린 것처럼 죽었는가 하는 거야.”

“옥상에서 떨어진 거 아니야?”

“나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조사팀 소견으로는 그 주변 건물의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정말 악운을 타고나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 놈이 자살을 할 정도로 멍청한 놈은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건 아무리 증거가 없다고 해도, 명백한 살인사건임이 분명해.”

“뭐? 그거 참...”

“그리고 두 번째 의문, 녀석은 왜 죽었는가?”

“철거주민의 원한으로 저지른 살인? 아니면 그놈과 대립하고 있는 다른 조직의 복수나 앙갚음으로 인한 살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

“맞아, 그 부분을 생각해보면 한 층 사건이 좁혀지긴 한데, 왜 죽었는가에 한 가지 의문을 추가시키면,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버려.”

“... 어떻게... 인가?”

“맞아,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가. 시체의 훼손 상태로 봐서도 범인은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없다.”

“그렇다고 사람의 몸을 짓누를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장비가 들어갈 만큼 골목이 넓지도 않고, 만약에 들어갔다고 했어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로 인해 범인이 노출됐었겠지.”

녀석은 내말에 동의하듯 강렬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난 그때 녀석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녀석의 부탁에 확실히 승낙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바로, 그 녀석의 눈빛 때문에 라고 확신할 것이다.

물론, 녀석의 그런 눈빛을 보지 않았다 해도 부탁을 받아들였겠지만, 그때의 그 눈빛은 나와 사건을 꼭 해결하고 만다는 확신과 믿음을 나에게 주었다. 그렇게 녀석이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해서 다시금 입을 열려고 하자 방문을 열고 갑자기 들어온 아들 녀석 때문에 대화는 종료 되었고, 녀석은 내 동의 의사도 듣지 않은 체 내일 연락하자는 말을 남기고 현관을 나섰다.


다음날 난 승환의 전화를 받고 아침 일찍부터 사건현장을 찾았다. 예상대로 현장은 일반인을 통제하기 위해 순경들이 현장 주위를 막고 있었고, 그 들 사이로 현장을 살피고 있는 승환의 뒷모습이 보였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기 위해 순경들의 경례를 받으며 골목으로 들어갔고, 보게 된 사건 현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젠장! 뭐, 이런....”

골목 벽에는 온통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피로 뒤덮여 있었다. 지독한 피 비린내에 난 주머니에 있던 방독면을 꺼내 썼다.

“이거 너무 심하잖아. 오승선 놈이 불쌍해지는데.”

그런 말을 하며 승환에게 다가서자 녀석은 뒤 돌아 나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잔인한 놈이지. 시체를 보지 않아도 어떤 상태일지 예상이 되지 않아?”

“그래, 젠장!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사방에 피가 튈 정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도저히 상상조차 못하겠군.”

내 말에 녀석은 골목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무릎을 굽히고 앉아 어제의 이야기에 살을 덧붙였다.

“의문 세 번째, 여기 좀 봐봐.”

난 녀석의 에게 다가서 그가 눈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이건... 뭐...”

그곳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심하게 사방에 피가 튀었음에도 그 부분만은 지름이 1미터 정도 되 보이는 원을 그리며 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이 곳에만 피의 흔적이 없을까? 그것도 바로 시체가 있던 자리에 말이야.”

승환의 말에 난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생각을 다 해봤지만, 결국, 그의 질문에 마땅히 대답할 만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풍선...”

내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자, 곧 녀석이 입을 열었지만 난 녀석이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녀석은 나에게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힌트를 주었다.

“물이 가득 들어있는 풍선 말이야.”

물 풍선... 드디어 녀석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냈고, 난 곧 그것을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손바닥 위에 물 풍선을 올려놓고, 위에서 내려치면, 손바닥 위에는 물이 남아 있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한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을 형성하는 주변 건물의 옥상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같은 원리로 지금 우리가 서있는 바닥을 물 풍선이 올라가있는 손바닥이라고 치고, 누군가가 저 옥상위로 올라가 피해자 머리위로 떨어트리는 그 무엇인가를 물 풍선을 내려치는 손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승환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만약, 그렇게 살인이 저질러졌다면....

“그 누군가는 사람이 이렇게 눌릴 정도의 무엇인가를 들고 올라갈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거나, 설령 그 것을 가져갔다 해도, 그것이 무엇이며, 그 정도의 무게라면 떨어질 때 바닥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으로 인해 소음이 엄청났을 텐데도 그 소음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닥은 갈라진 흔적도 없거니와 만약 금이 가지 않았다 해도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그 무엇인가를 들고 갔다? 그 많은 인파 속으로?”

승환은 내 말에 머리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긁적이며 말했다.

“아,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

참, 녀석도 이것 때문에 머리가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고민 때문에 녀석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쉽게 다가서자. 만약 그렇다면 범인은 한명이 아니라는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잖아.”

녀석은 내말을 듣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이승환 경감이다. 지금 당장 ‘승천파’ 애들하고 트러블 있는 조직들 알아보고 연락해.”

아마도 녀석은 내 말을 듣고는 용의자들이 승천파와 적대관계에 있는 조직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녀석의 생각대로 조직원들의 소행이라면, 왜? 과연,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해서 살인을 저지를 필요가 있었던 걸까?

“승환아, 이 사건은 아무래도....”

난 녀석에게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말해주려 했다. 조직의 개입, 철거주민과의 연관성, 그리고 그들과는 다른 어떤 인물이나 단체, 같은 것이 이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내 얘기를 전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어디론가 계속해서 전화를 해대며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난 그런 녀석을 뒤로하고 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골목 주변의 건물들을 들어가며 증거를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골목 주변의 마지막 건물의 옥상을 올라 머릿속으로 사건을 정리하고 있자 핸드폰이 울렸고, 난 그것이 승환에게 걸려온 것임을 직감하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지금 어디야?”

“위”

난 핸드폰을 귀에 댄 상태로 골목으로 다가가 고개를 내려, 올려다보는 녀석과 눈을 맞췄다.

“연락이 왔는데, 승천파 녀석들하고 트러블이 있는 조직들이 한두 개가 아니야.”

“뭐, 아무래도 걔네들 사이에서는 승천파 놈들이 좀 많이 설치고 다니긴 했지.”

“일단, 난 그 조직들을 지금부터 털러 갈 거야.”

“야, 혼자선 위험해!”

“다른 놈들도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동안 넌 철거주민들을 좀 조사해줘”

난 녀석에게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미심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녀석은 시내 중심으로, 난 시내 외곽으로, 각자 조사를 위해 움직였고, 그리고 도착한 철거지역을 돌며 단서를 찾던 중, 길에서 마주친 한 노인의 안내로 철거를 반대하는 그곳의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마을 중앙,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허름한 건물의 노인정 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넓은 주방과 거실이 합쳐져 있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끼어 앉아 있었다. 난 나를 안내해준 노인을 바라보고 물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 인가요?”

노인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힘을 쓸 만한 젊은 사람이라고 해봐야....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것 같은 분들 뿐이다. 거기에 겁을 먹고 그들의 품에 안겨있는 어린 아이들.... 과연, 이 사람들이 그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을까? 만약, 다른 조직들과 연관이 돼 있다면, 그들은 이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누구시죠?”

그는 비가 올 때나 입는 진청색의 우의를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들어 봤을 때, 그는 아마 20살 중반 쯤 되는 젊은 사람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아, 저... 난 이런 사람인데...”

난 안주머니에 있는 내 신분을 증명해줄 것을 꺼내어 그에게 보여준 뒤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에 이쪽 담당자인 오승선 살인사건에 대해서 아시나요?”

“아니요. 하지만 그런 놈은 죽어도 마땅합니다.”

말하는 투나 억양을 들어봐서는 표정을 보지 않고도 그가 오승선이라는 인물을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을 제대로 보고 싶은 충동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려 그의 얼굴을 보려고 하자, 곧 그는 내 행동을 눈치 체고는 “아, 미안합니다.” 정중히 사과를 하고는 후두를 벗어 얼굴을 보여 주었다. 참으로, 선하게 생긴 얼굴이다. 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설마 이 사람이 범행을? 이라는 의심조차 힘들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오승선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음, 글쎄요. 아마도 일주일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 같은데...”

“그럼 그 뒤로 사건 당일까지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 뒤로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난 그에게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그 곳을 떠나 시내로 발걸음을 옮겨,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온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는 것, 그런 분들에게 오승선은 폭력과 협박으로 그들을 밖으로 내쫒으려 했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자신을 포함한 중년의 남자들이 힘을 합쳐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온 것 이라고 했다. 이런 사연을 듣다보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쓰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자네는 왜 이곳에 남아 있는 건가?”

“전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응? 왜지?”

“이곳에는 제 소중한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거든요.”

난 그곳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그러자 그 젊은 사람은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참, 요즘에 보기 드문 젊은이 이군. 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승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때? 성과는 좀 있어?”

“아니, 여긴 나이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그런 일을 벌이려고 한다면 아마 최소한 한 달은 걸렸을 거야.”

“이쪽도 마찬가지 인데, 그날 전부 알리바이가 확실해. 올 클리어야.”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건가? 하지만 우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 뜬눈으로 새벽을 보내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도 사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문의 살인사건이 언론과 경찰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흐릿해질 때 쯤, 그들의 기억을 다시 수면위로 떠올리려고 하듯 사건은 다시 일어났다.

“한 달 만인가...”

“같은 수법이야. 볼수록 잔인하구만.”

곧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낡은 건물 안에서 나와 승환은 오승선 살인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살인이 저질러진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다.

“어때?”

승환은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찢겨져버린 시체를 잔뜩 인상을 구기며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일단, 우리가 생각했던 그 방법은 아니라는 말이군.”

녀석은 내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녀석이 이렇게 짜증을 낼만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면, 이 낡은 건물은 절대 탁월한 선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3층 건물에 2층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 범행 수법은 시체의 훼손 상태를 봐서도, 혈흔을 봐서도 분명히 오승선 사건 때와 동일범의 소행이야.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야 할 무엇인가를 들고 올라갔다 해도, 이 천장이 있다면 범행을 저지를 수 없잖아.”

녀석은 자신이 생각했던 범행 수법이 절대 이곳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패닉에 빠진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이 대신 패닉에 빠져주는 덕분에 난 녀석보다는 조금 냉정함을 찾고 현장을 둘러 볼 수 있었다. 건물의 옥상과 3층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2층과 1층을 살펴봤음에도 그렇다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을만할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건물의 뒷문을 조사할 때 발견한, 낮게 쌓인 모래들 위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그것을 위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를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데려 갈만한 증거가 되었다.


다음날 우린 조사팀의 부름에 의해 회의실로 모이게 되었고, 조사팀이 조사한 발자국에 대한 조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복습하고 있다는 듯, 연신 하품을 해대는 승환의 엉덩이를 걷어차 듯 일으켜 세웠다.

“말도 안 돼!”

“경감님.. 어떤 부분이 말이 안 된다는 겁니까? 설마 우리 조사팀을 의심하고 있는 것은...”

하지만 녀석은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난 그런 녀석을 뒤따라 나섰고, 그의 옆에 다가서자 곧 다 죽어간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래, 알고 있어....”

“지금까지 우리가 고생하며 조사했던 건 뭐였지?”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복도에 설치 되어있던 의자에 주저앉았고, 난 그런 녀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조사팀에서 발표한 발자국, 그것은 피해자가 신고 있던 신발의 발자국과 그 위로 범인으로 추정되는 신발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외에 찍힌 발자국은 단 한명의 것..... 우린 사건을 추리했던 모든 것들을 백지상태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범인은 단 한명이다. 그리고 그는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그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승환과 나를 패닉으로 인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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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하) 15.11.09 454 1 17쪽
»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15.11.08 552 1 22쪽
10 8)관계의 시작. 15.11.07 442 1 12쪽
9 7) 3번째 붕괴. 15.11.06 443 1 16쪽
8 6)집착의 이유. 15.11.05 489 1 15쪽
7 5)그녀의 과거(후) 15.11.04 473 2 13쪽
6 4) 그녀의 과거(전) +1 15.11.03 423 3 17쪽
5 3) 그들의 하루. +1 15.11.02 416 3 16쪽
4 2)이야기의 시작. +1 15.11.01 469 3 16쪽
3 1)시작, 그 전. +1 15.10.31 573 3 13쪽
2 0)시작, +1 15.10.30 752 3 12쪽
1 프롤로그. +2 15.10.29 995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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