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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SeyeD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5.10.29 18:51
최근연재일 :
2015.11.14 07: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408
추천수 :
34
글자수 :
109,148

작성
15.11.10 07:00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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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8쪽

11)나랑 싸우자

DUMMY

11)나랑 싸우자


이미 짙은 어둠이 깔린 저녁, 시끌벅적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난 곳에 골목을 따라 올라가자 단독 주택들이 즐비한 장소가 나왔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빨간 벽돌들로 쌓아 올려진 2층짜리 주택의 옥상에 위치한 다섯 평 남짓한 옥탑 방안은 그 짙은 어둠을 반기듯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그 어둠에 익숙한 듯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침대 위에는 혜민이 눈을 뜬 체로 누워있었다. 침대 옆에는 블라인드로 가려진 조그만 창 사이로 달빛만이 그녀를 비춰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누워 깊은 생각에 빠져 연신 ‘휴...’ 한숨을 쉬어댔다. 그녀는 그날 집에 오기 전에 창석이 해주었던 과거, 그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해준 얘기 그대로야.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어. 이건 사실이고, 내가 지금까지 숨겨왔던 비밀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물 붕괴 사건이 4년 전 있었던 의문의 살인과 백화점 붕괴 사건과 범인이 동일하다는 말씀이 신거에요?”

“그렇게 이해했다면 그게 맞을 거다.”

“하지만 그 사건을... 그 범인을 숨기려는 이유와 ‘그’가 거느리고 있는 그 사람들의 정체는 뭐죠?”

“아마도 4년 전 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올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들이 범인을 숨기려는 게 아니야.”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4년 전 그들이 그랬듯이 지금도 그들은 범인을 자신들이 처리하길 원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범인을 찾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마도 그들은 아직까지 그 청년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의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지.”

“놀랍네요. 반장님 말씀대로라면 범인은 손바닥으로 살인과 건물을 무너트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 범인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인물이 현 정부조차 건들이지 못하는 ‘그’ 라니...”

“그러니까 혜민아 이번 일은 단념하고 그만 손을 떼라. 아마 그걸 승환이도 제일 바라고 있을 거다.”

“반장님이 아버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요! 전 계속 하겠어요. 분명, 이것이 아버지가 원하시는 거였을 거예요.”

“혜민아! 이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야! 넌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있어! 그렇게 고집만 부려서 될게 아니야!”

“반장님 이건 고집이 아니에요. 제가 있는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요. 더 이상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죄송해요 반장님...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해도 말이냐? 목숨이 위험해 질수도 있는데도 말이냐?”

“네 그렇다 해도 전 하겠어요. 하고야 말거에요.... 전 아버지의 딸이니까요.”


혜민은 그날 옥상에서 천성과 나누었던 대화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결심을 다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일은 꼭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천장을 향해 오른팔을 뻗어 손바닥을 펼치고는 왼쪽 눈을 감고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손바닥으로 살인.... 건물을 무너트린다고?”

혜민은 손바닥을 오므리고는 그 말을 무시하듯 콧방귀를 ‘흥’ 하고는 팔에 힘을 빼고는 나머지 왼쪽 눈마저 감았다.


다음날, 혜민의 고민과는 다른 고민을 안고, 시내 중심을 걷고 있는 성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건이후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의 소꿉친구인 연희의 병문안을 가고 있었다. 매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병찬의 간절한 부름까지 무시하면서 말이다. 그런 성태의 행동을 병찬이 환영할리 없었다.

“빌어먹을 성태 녀석이 날 계속해서 무시는 바람에 다른 학교 녀석들이 날 만만하게 보는 거라고!”

학교의 마지막 종이 울리고 모두들 편안한 집으로 돌아간 이 시간, 병찬은 여전히 학교 뒷산에 올라, 오지 않는 그를 목 빠지게 기다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자 그의 뒤에 있던 제일 마른 체구에 딱 봐도 연약해 보이는 세 녀석 중 가운데 있는 녀석이 입을 열었다.

“요즘 그 녀석 병문안 다니느라 바쁜 것 같던데”

“뭐? 병문안?”

병찬이 녀석은 그렇게 성태를 뒤따라 다니면서도 정말 신기하게도 혼자서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왼쪽에 서 있던 녀석이 거들었다.

“얼마 전에 무너진 마트 건물 있잖아. 거기에 연희가 다쳤다나봐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학교 끝나면 병원부터 가는 것 같던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자신보다 훨씬 바보 같은 두 녀석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이 오히려 더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 가닥 희망은 있었다. 세 놈 중에서 아직 입을 열지 않은 녀석의 얼굴을 보며 ‘너도 몰랐지?’ 라는 눈빛을 보내자 그 녀석은 병찬의 눈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내에 있는 성인병원 아라고 하던데”

병찬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하지만 병찬에게는 그들보다 자신이 무엇인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머, 멍청한 놈들 내가 설마 그것도 모를 줄 알았냐? 내가 니들보다 성적이 더 높은 거 알잖아?”

그러자 세 놈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병찬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일침을 가했다.

“너 이번에 반에서 꼴등하지 않았어?”

그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는 ‘공부...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0.0001초 정도 했다. 물론, 병찬에게는 공부라는 단어를 생각했다는 것마저도 스스로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러지 말고, 언제나 항상 성태한테 이기지 못하잖아.”

무릎과 손바닥을 땅에 겨우 지탱하며, 좌절해 있는 병찬에게 가운데 있는 녀석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자 병찬은 더 이상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 싫은 듯 화를 고개를 들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

“뭐, 뭐, 뭐, 그래서 뭐 어쩌자고!”

자신의 실력으로는 성태를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병찬이다. 그런 그에게 세 놈은 너나 할 거 없이 입을 모아 얘기했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이제 고3이고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승산 없는 싸움은 그만두고 앞으로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가 아니냐는 거지.”

녀석들의 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병찬은 절대 그들의 말에 동의 할 생각이 없는 듯 용수철처럼 자리를 박차고 튀어 올라 가운데 녀석의 멱살을 잡고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니, 안 돼! 난 놈을 이겨야겠어.”

병찬의 진심어린 말에 숙연해지는 세 녀석들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할 기회가 앞으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아니면 이제 그런 그의 행동에 질린 것인지 병찬이 잡고 있는 멱살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 그럼 너 혼자 하던가. 병신처럼 이기지도 못하면서 매일 이러는 것도 이젠 진짜 지겹다.”

그에게는 지금이 그의 19년 평생을 살면서 들었던 말 중에 이번이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아래에 속해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그의 충격이 어느 정도 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병찬은 상할 대로 상한 자존심 회복을 위해 그들에게 진심으로 화내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들이 지금 뭐라는 거냐? 뭣도 아닌 것들이 씨발!!”


달빛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산을 걸쳐 내려가며 아름다운 푸른색 빛을 쏘아대고 있었고, 그 빛은 나무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차가운 기운과 함께 홀로 바닥에 자빠져 있는 병찬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에 닿고 있었다.

“아, 씨발...”

병찬은 생각했다. 아, 내일부터 학교 어떡하지? 자퇴할까? 전학? 쪽팔려! 이런 생각들이 그의 좌 뇌와 우뇌를 교차할 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 놀랄 정도의 생각을 해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밖으로 내뱉었다.

“그래, 내가 보기 좋게 성태 녀석을 이기면 되잖아! 비겁하겠지만 병원 밖에서 놈을 기다리다가 뒤를 치면 간단한 일이다! 어차피 그놈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려면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니까.”

병찬이 이런 철없는 결심을 다짐하고 있을 때 성태는 그때의 충격으로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연희가 입원해 있는 성인병원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아마도 연희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그런 마음을 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무심결에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어느 잡화점 앞이었고, 문득 언제인지 모를 날에 했던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성태는 그녀의 부름에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잔득 불만을 품은 얼굴을 하곤 그녀와 함께 쇼핑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햇볕은 따스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좋은 주말을 그들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즐길 생각으로 미소를 품고 있었으며, 그들과 마찬가지로 연희 또 한 입가에 미소를 가득 품으며 잡화점 앞에 진열되어 있는 바이올린 모양으로 큐빅이 박혀져 있는 머리핀을 보며 “와, 이거 예쁘다. 그치? 근데 머리핀 주제에 뭐 이리 비싸” 라며 상큼한 미소를 그에게 보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예쁘다고 했던 그 머리핀, 사실 그녀가 쇼핑하는 내내 예쁘다고 했던 것들이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많았지만 유독 그가 그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 그 시기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혼자 살고 있는 성태를 위해서 몸소 저녁을 해주겠다며 집으로 무작정 쳐들어 왔을 때의 일이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그녀에게 “뭐야 요리도 못하면서 어디서 요리사인 척 하냐?” 라며 투덜댔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던 성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슬프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완성된 요리를 함께 먹으며 그들만의 대화에 빠져 들 때, 성태가 간직하고 있는 단 하나뿐인 가족사진 앞에 놓여 있는 해바라기 모양의 머리핀을 보며 “어머니 꺼야? 예쁘다.” 라고 던진 한마디에 고민할 것 없이 그것을 집어 들어 “그럼 네가 해. 어차피 나한테는 필요 없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연희는 기뻤다. 그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그 머리핀을 그녀에게 주었다는 것은 그가 그녀를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머리핀을 하고 다닌 것을 성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그 머리핀은 그녀의 머리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낡아 있었다..

“저기요. 이거 주세요.”

성태는 그런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그녀가 깨어나는 날 그가 직접 산 머리핀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가 그녀에게 줄 머리핀을 사들고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그가 언제부터인가 잊고 있었던 인물이 그의 앞에 나타나 삿대질을 하며 말을 걸어왔다.

“진성태! 이, 씨바아알 놈아!!”

“아, 김병찬...”

병찬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성태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친숙하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제대로 한판 붙자!”

어깨위에 올려져있는 병찬의 팔을 살며시 잡아 내려놓고는 성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받지 않게 최대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야, 이젠 하다못해 날 스토킹 하는 거냐?”

“개소리 집어치워! 네가 순순히 일진 자리만 내놓았다면 이렇게 까진 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

그렇게 순순히 성태를 스토킹 한 사실을 인정하는 병찬 이였다.

“조용히 말해! 쪽팔려!”

계속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두리번거리는 성태와는 달리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병찬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낼 수 있는 목청을 있는 힘껏 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오늘 진짜 승부를 가리자고!! 진정한 성운고 일진이 누군지 오늘 이 자리에서 결판을 짓자!”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시선을 신경 쓰고 있던 성태는 결국, 체념하고 그의 결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분명 일이 커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성태는 병찬을 데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골목으로 그를 데리고 가 마주서서 못 말리는 병찬을 바라보고는 “빨리 끝내자.”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찬이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그동안 겪었던 치욕을 오늘 제대로 갚아주마!”

성태는 그런 병찬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매일 너 따라다니던 녀석들은 어쩌고 혼자 왔냐?”

단번에 일침을 놓았다. 당황한 표정의 병찬은 이를 갈았고, 곧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씨발놈아! 너만 아니면 난 지금쯤 그놈들하고 이 지역 통합 일진이 돼 있었을 거라고!”

병찬의 상태로 보아서 대충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예상한 성태는 더 이상 그의 아픈 가슴을 후벼 파지 않기로 생각했다. 아무리 만만하고, 바보 같고, 고집불통이며, 집요한 놈이지만 그래도 미운 정이라는 것이 들었기 때문일까? 성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빠르게 상황을 종료시키고 불편한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는 병찬을 바라보자 그의 매서운 눈빛에 위압감을 느낀 병찬이 “으악!” 소리를 지르며 성태에게 달려들었고,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자, 신기하게도 병찬의 몸은 굳어버린 것처럼 멈춰져 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성태는 “미안하다.” 한마디를 남기고 힘껏 팔을 뻗어 병찬의 볼에 꽂아 넣자. 병찬은 보기 좋게 “우웩!”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부어오른 볼을 어루만지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병찬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손을 뻗고는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다. 괜찮냐?”

그렇게 아파하던 병찬이 그가 뻗은 손을 과감히 내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아직 안 끝났어! 다시 간다!” 외쳤고, 성태는 그런 그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덤벼드는 병찬의 굳어버린 몸에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다시 일어나 덤벼드는 병찬의 굳어버린 몸을 걷어차 버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다른 날이었으면 벌써 지쳐 버렸을 병찬이 오늘따라 집요했다. 성태는 정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고 달려드는 그를 더 이상 장난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마지막 한방을 날리기 위해 굳어버린 병찬의 얼굴에 다시금 주먹을 날리려고 할 때였다.

“자, 잠깐만!! 다, 다가오지 마!”

그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골목의 안쪽에서 어떤 한 남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을 들은 성태는 곧 행동을 멈추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굳어져있던 몸이 풀린 병찬이 한눈을 팔고 있던 성태의 볼에 주먹이 닿게 된 것이다.

병찬은 처음으로 녀석의 몸에 데미지를 입힌 기쁨에 어쩔 줄 몰라 “어? 씨발! 닿았어!! 우와!! 닿았어! 주먹이!! 닿았다고!!” 환호를 질러댔다.

하지만 그렇게 분위기 파악 못하고 기쁨을 표출하는 병찬을 곧 찢어발길 눈빛으로 노려보자 병찬은 그래도 자신감에 차올랐는지 “씨발아! 이제부터 본방이다!” 라는 말을 해댔고, 성태는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의 병찬을 보자 화를 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진지하게 그에게 자신이 들은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 설명하려 했다.

“병찬아, 미안한데 가만히 있어봐. 뭔가 이상해”

“뭐, 병신아! 쫄리니까 씨발! 둘러대는 거봐!”

“그게 아니야. 뭔가 있다니까!”

“닥쳐 이 새끼야! 처음으로 널 때렸다고!”

성태와 병찬이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자 그들의 행동이 보기 싫었다는 듯, 곧 정체불명의 남성의 “으아아아아악” 비명이 들렸다.

둘은 그 비명을 듣고 서로 아무 말 없이 눈빛을 교환했고, 그 목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어둑한 골목의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둘이 어느 정도 발걸음을 옮겼을 때 오로지 달빛만이 그들 앞에 펼쳐진 상황을 인지시켰고, 실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은은하게 내려쬐는 한줄기 달빛은 골목의 벽 사방에 퍼져있는 붉은색의 그것이 바닥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것에서 나온 ‘피’라는 것을 알게 했고, 그 일그러진 것은 그들이 들었던 비명의 정체였다는 것을 연상하게 했으며, 그것의 앞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후두를 뒤집어쓰고 서있는 정체불명의 사람에게서 내뿜어지는 살기로 서늘해진 공기를 들이마셔 도저히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공포심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살기가 그들을 곧 죽일 것 같이 노려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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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그의 능력(하) (도움편 끝) 15.11.14 515 1 10쪽
16 14)그의 능력(중) 15.11.13 354 1 14쪽
15 13)그의 능력(상) 15.11.12 393 1 15쪽
14 12)공포 그리고 분노 15.11.11 291 1 13쪽
» 11)나랑 싸우자 15.11.10 371 1 18쪽
12 10)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하) 15.11.09 455 1 17쪽
11 9)그가 말하지 못한 비밀(상) 15.11.08 552 1 22쪽
10 8)관계의 시작. 15.11.07 443 1 12쪽
9 7) 3번째 붕괴. 15.11.06 443 1 16쪽
8 6)집착의 이유. 15.11.05 489 1 15쪽
7 5)그녀의 과거(후) 15.11.04 473 2 13쪽
6 4) 그녀의 과거(전) +1 15.11.03 423 3 17쪽
5 3) 그들의 하루. +1 15.11.02 417 3 16쪽
4 2)이야기의 시작. +1 15.11.01 469 3 16쪽
3 1)시작, 그 전. +1 15.10.31 573 3 13쪽
2 0)시작, +1 15.10.30 753 3 12쪽
1 프롤로그. +2 15.10.29 995 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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