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내 오랜 계획은 성공적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스스로 흠집을 남겼다. 그러지 말았어야 할 실수를 남긴 것이다.
마지막을 앞두고 난 내가 저지른 실수를 정면으로 맞이해야만 했다.
빌딩 옥상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 다가온 녀석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더 확신하게 됐다.
“하, 한성우 아저씨? 아저씨 맞죠?”
녀석이 날 보지 못하게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썼다.
“아저씨! 다들 아저씨를 저승사자라며, 살인자라 불렀지만 전 믿지 않았어요. 아저씨를 전... 지금까지 찾아 다녔다고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녀석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나타나지 않으셨나요. 왜 그때 절 버리고 떠나신 거죠!”
잘못 알고 있다. 넌 처음부터 내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넌 단지 내가 저지른 실수일 뿐이다.
녀석을 끌고 재판계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나에게 녀석이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보군요... 아저씨가 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인 것이...”
귀찮게 됐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녀석을 기절시킨 뒤 자리를 떠났으면 됐다. 그랬다면 일이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어째선지 녀석에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닫고 있던 입을 열어버린 것이다.
“넌 더 이상 날 쫓지 마라. 다음에 널 만난다면 그땐...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저도 이제 어쩔 수 없겠네요. 아저씨를 상대할 수밖에요.”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어린아이를 그곳에서 죽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내가 가장 의지했던 녀석의 이름을 따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를 돌봐주며 조금씩 변하는 내 감정을 다시 잡기 위해선 떠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올 애송이를 위해서라면... 이젠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
“앞으로 날 찾지 마라. 그리고 찾았다 하더라도 나와 마주쳐선 안 된다. 이건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강철.”
“그래요. 나도 죽여 봐요.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였을 때처럼 나 역시 죽여보라구요!”
조숙예, 신용훈... 미안하군. 네 자식마저 내 손으로 끝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버티고 서있는 녀석을 난 결국...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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