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484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1.26 18:00
조회
128
추천
2
글자
11쪽

(3) 시작되는 8년 전[6]

DUMMY

(3) 시작되는 8년 전[6]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날을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날은 나에겐 그저 시끄러운 날 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송이가 얘기하는 데이트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에겐 그저 시끄러운 곳을 일부러 나가 정신없이 활동하자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싫다.”


라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난 내 의사를 녀석에게 전달했다... 분명 그랬을 것인데...


“선배, 나오니까 너무 좋죠!”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복잡하고 시끄러운 거리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싫다.’ 는 말을 끝으로 애송이를 밖으로 밀어내 문을 닫았다.

그렇게 녀석이 포기 했을 줄 알았다. 아니, 난 녀석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날 더 이상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돌아간 녀석의 행동을 의심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돌아가는 애송이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안심했던 그 결과가 이거라니...


“와, 좋다.”


어쨌든 아까부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좋다’는 말만 남발하고 있다.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냐. 내 스트레스 수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보기만 해도 헛구역질 나는 시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거부감이 밀려왔다.


“선배! 저기 가 봐요!”


설마, 저 곳을 들어가자는 건가. 제정신이 아니군.


“거절한다.”


역시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팔을 끌어안고 억지로 끌고 들어가는 애송이였다.. 버틸 수 있으려고 했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내 뒤에서 수많은 인파가 등을 떠밀고 있었기 때문에 녀석에게 끌려 갈 수밖에 없었다.


“악!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선배, 미아방지 차원에서 선배 팔은 제가 붙잡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히 이런 인파라면 귀찮아지기 전에 방지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 된다. 하지만 너무 바짝 붙은 것 아닌가? 아니, 생각해보면 애초에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들어오지 않았으면 됐던 거 아닌가?


“아! 선배, 저기 구경 가요!”


난 지금 어느 때보다 집에 가고 싶은 욕망이 끓어 넘치고 있다. 그렇군... 집이라는 곳이 그렇게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었군. 새삼 느끼고 있었다.

시내를 3시간이나 걸었다. 미치겠군. 임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밖으로 나온 적도 없지만, 임무를 포함해서도 이렇게 많이 걸었던 적은 더더욱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애송이도 지쳤는지 근처 카페에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돌아다니며 들렀던 매장에서 구입한 잡동사니들을 꺼내 머리에 끼워보기도 팔에 걸어보기도 하며 그 어떤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짓는 애송이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잘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 어때요? 잘 어울려요?”


빨간색 머리띠를 하고는 매장에서 백번은 물어 봤던 질문을 또 하고 있다. 어째서... 나에게 물어봐 봤자 난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의 기준을 모른다. 그저 여기서는 객관적으로 얘기하고 서둘러 종지부를 찍는 것이 좋겠군.


“빨간색은 피하는 게 좋을 거다.”


빨간색은 피를 암시한다. 그런 사고를 당해 놓고도 빨간색을 고집 한다는 것은 다음에도 그런 상황에...


“아, 그래요.”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말투가 딱딱해 졌다. 왜지... 몇 초 간격으로 눈에 띄게 감정 변화가 이루어지는 애송이였다..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이후로 몇 십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된 거다.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했다.

창밖으로 걸어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추운 날씨에도 굳이 밖에 나와 거리를 거닌 다는 것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인가. 그럴수록 안전이 취약해진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만약, 여기서 건물이라도 무너져 내린다면... 순간 어머니가 생각났다. 백화점을 같이 갔던 그 날 오늘처럼 추웠던 날이던가? 그날의 날씨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도 나도 저들처럼 웃고 있었다.


1시간은 휴식을 하자며 들어왔던 카페에서 어째선지 3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애송이에 의해 난 또 거리로 나왔다.

이제 슬슬 거리는 어두워지고 있었고, 조명이 하나 둘씩 거리를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었던 탓에 잊고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노점상에서 사먹었던 음식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 애송이도 그것을 느꼈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선배, 이제 밥 먹으러 갈까요?”


오늘 애송이가 나에게 한 질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이었다.

식당은 다행히 시내를 벗어난 곳에 있었다. 사람이 줄어들수록 거리는 조용해 졌고, 나와 애송이의 발자국 소리만이 겨울의 바람을 타고 잔잔히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 눈이다.”


서로 아무 말 없이 걷던 중 녀석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꺼낸 첫마디였다. 나 역시 걸음을 멈춰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금이긴 하지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선배,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그런 명칭이 있었군... 시내를 벗어나 걸으면서 애송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이렇게 말이 없는 녀석이 아니다. 쉴 틈 없이 떠들어 대던 녀석이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고개를 돌려 애송이를 바라봤다. 여전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련한 눈빛이 녀석은 말하고 싶은 뭔가 있다고 직감했다.


“애송이, 혹시...”


그때였다. 정적을 깨고 누군가 내 말을 잘랐다.


“와,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누구지? 고개를 돌려 시선을 고정시킨 곳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숙예씨!”


그렇게 말하며 애송이가 그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마치 오래된 친구마냥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는 녀석과 예언자였다.

그리고 조숙예 옆에 있던 놈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야, 병정자! 오랜만이다.”


신용훈... 그다지 반갑지 않은 얼굴들을 뜻하지 않게 보게 되다니.


“너희들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내 질문에 내밀었던 손을 거둬들이며 신용훈 녀석이 대꾸했다.


“어? 나 숙예랑 데이트... 그러는 넌... 아, 진아씨랑 데이트 나왔구나.”

“착각하지 마라. 데이트 따위가 아니다”

“아... 그러냐?”


신용훈 녀석 사람이 변한 듯 날 대하는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 주먹이 먼저 날아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번에는 애송이와 다정하게 손을 붙잡은 조숙예가 다가와 나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한성우씨 그때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신용훈 녀석은 무시한다고 해도, 조숙예에게는 빚이 있다. 손을 붙잡고 인사를 받아 줬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용훈 녀석이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아! 이 병정자 나쁜 놈 사람 차별 하냐!?”


그렇다.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다. 녀석은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선배, 이분들 근처 식당으로 저녁 드시러 간다는데 우리도 같이 가요!”


애송이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아무리 그날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녀석들이 누군지 모르는 건가.


“애송이 제정신인가? 이 녀석들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며 조숙예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같이 가요... 마침 잘 됐네요. 한성우씨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


“그렇다면, 여기서 해라.”


나를 제외한 세 명이 서로를 번갈아보며 눈을 마주쳤다. 뭐하는 짓이냐. 예언자 녀석들은 그렇다 쳐도 어째서 그런 눈빛교환에 애송이마저 가담하는 거지.


“아, 선배! 추워 죽겠는데 무슨 얘기를 여기서 해요! 같이 가요!”


라고 말하면서 내 팔에 매미처럼 달라붙는 애송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숙예는 웃음을 터트렸고, 신용훈 녀석은 뭔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녀석들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건가. 애송이는 뭔가 많은 착각을 하고 있다. 고작 재판계에서 대화 몇 마디 나눴다는 이유로 같이 갈 명분이 생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절한다. 두 집단 사이에 나와 있는 규율에는 비공식적인 어떠한 접촉도 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있...”


내 말을 자르는 신용훈이었다.


“그걸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인간이, 그래서 그렇게 구소현 과장님을 팬 거냐?”


예언자 녀석들은 상대의 말을 자르는 것이 습관인가? 그리고 때렸다? 재판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따지고 보자면 정당방위였다.

녀석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며 이를 갈고 있자 조숙예가 나섰다.


“한성우씨, 15년 전 그날의 진실에 관한 얘기입니다.”


15년 전... 백화점 붕괴 사건... 여자의 입에서 다시 그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는 것은...


“뭔가 더 알아냈다는 건가?”

“네,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식당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걸까. 딱히 15년 전에 벌어진 진실에 다가기 위해 녀석들을 따라 온 것은 아니다.

그 일은 박현석 의사에게 들어서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내 팔에 달라붙어 사정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애송이와 어쩌면 그날 날 구해준 예언자에 관한 단서를 얻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선배, 여기 분위기 좋네요. 고개를 돌리면 이렇게 눈 내리는 것도 바로 보이고”


그것 때문에 네가 이 자리에 앉고 싶다 했던 것 아니었나. 어쨌든 지금 이 모습을 두 집단 중 어느 누가 본다면 충분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오해를 할 것이 분명하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나와 애송이는 자리를 뜬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또 어떤 사실을 알아낸 거냐.”


그러자 메뉴판을 덮으며 조숙예가 입을 열었다.


“본격적이네요... 뭐, 좋아요. 오히려 이러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르죠... 15년 전 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획한 것이 이민성 의사와 아니, 지금은 부장으로...”

“상관없다. 계속 얘기해라.”


그가 의사건 부장이건 상관없다. 이번에는 내가 말을 잘랐다. 그러자 짧게 한번 웃음을 던지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민성 의사와 곽도원 부장의 계획으로 실행된 백화점 붕괴 사건. 그것은 신설아라는 인물의 예언 때문이었다고 말했었죠. 하지만 그들이 그런 계획을 실행했던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어요.”

“다른 이유?”

“네... 한성우씨는 혹시 우리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우리와 다른 능력... 알고 있다. 실제로 그는 재판이 있기 며칠 전 날 찾아 왔었다. 혹시 그를 얘기하는 것인가?


“알고 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요. 그들이 계획하고 있었던 것은 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이민성 의사와 곽도원 부장은 사실,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날 백화점에 나타난 다른 능력을 가진 인물을 차지하기 위해 그곳에 갔던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에필로그 19.01.03 108 3 3쪽
56 (8) 끝 그리고 시작. 19.01.03 105 2 14쪽
55 (신년 데이트) 18.12.31 96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8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7 3 13쪽
51 (6) 시작되는 5년 전[1] 18.12.27 94 3 14쪽
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49 (5) 시작되는 6년 전[4] 18.12.24 110 2 14쪽
48 (5) 시작되는 6년 전[3] 18.12.20 141 2 15쪽
47 (5) 시작되는 6년 전[2] 18.12.20 116 2 13쪽
46 (5) 시작되는 6년 전[1] 18.12.17 127 3 12쪽
45 (4) 시작되는 7년 전[6] 18.12.17 111 2 13쪽
44 (4) 시작되는 7년 전[5] 18.12.13 121 2 13쪽
43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8 2 13쪽
42 (4) 시작되는 7년 전[3] 18.12.10 109 2 12쪽
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4 2 13쪽
40 (4) 시작되는 7년 전[1] 18.12.06 138 2 17쪽
39 (3) 시작되는 8년 전[11] 18.12.06 123 2 16쪽
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2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19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 (3) 시작되는 8년 전[6] 18.11.26 129 2 11쪽
33 (3) 시작되는 8년 전[5] 18.11.26 131 2 13쪽
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31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6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2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0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