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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496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1.22 12:00
조회
136
추천
2
글자
13쪽

(3) 시작되는 8년 전[3]

DUMMY

(3) 시작되는 8년 전[3]



우리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 그런 것 따위 관심 없다.


“꺼져라...”


더 할 말도 없다. 솔직히 말할 힘, 움직일 힘 따위조차 내게 남아 있지 않다.


“버릇없는 놈... 하지만 내가 너 같은 녀석을 좀 다룰 줄 알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팡이로 내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미쳤군. 결국 그렇게 죽음을 자처하는 건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를 노려봤고, 그는 여유가 담긴 미소를 지으며 날 비웃었다.

비웃어? 앞이 보이지도 않는 맹인 주제에...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은 벌어졌다. 앞에 있던 남자는 어느새 내 오른쪽에 서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


“두 눈 멀쩡한 녀석이 장님하나 못 잡나?”


도발을 건다. 하지만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주먹을 남자에게 휘둘렀... 다. 확실하게 남자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남자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 속임수 따위가 아니다. 분명 남자는 믿을 수 없지만 순간이동을 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장난이냐.”


그러자 남자는 내게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며 말했다.


“장난이나 속임수 따위가 아니야. 이건 진짜다.”


지팡이를 막으려 팔을 들었다. 그러자 또 이번에는 내 왼쪽으로 순간 이동해 지팡이로 등을 가격했다.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남자가 말한 우리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순간이동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누구에게도 이런 능력, 그러니까 결정자와 예언자 외에 다른 능력자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놀랍군.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기 보단, 우리 외에 다른 능력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놀랐냐? 놀라기는 아직 이른데... 어쩌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눈은 마치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능력, 도대체 뭐지?”


궁금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정말 순간이동인지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그리고 정말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뭐야? 이제 안 덤빌 거야? 근성이 없네... 아무튼... 그래, 이제 좀 얘기할 마음이 생겼나? 내 능력은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이지. ”

“공간을 지배한다?”

“쉽게 말해서 내 시야에 있는 것들은 모두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에는 다시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있었다. 공간을 멈춘다. 그 공간 안에 내가 있었으니 나에게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군.


“그런데... 시야라는 건...”


내 말에 뭔가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난 것처럼 남자는 ‘아!’ 하는 탄성을 지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눈으로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작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더 많지.”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청각, 촉각, 후각 같은 것들을 말하는 건가?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밖에서 누군가 웅성대기 시작했고, 남자 역시 그 소리를 들었던 것인지 나에게 말했다.


“됐고, 시간이 얼마 없다. 날 재판계로 데리고 갈 거야? 말거야?”


그와 함께 재판계로 간다... 방금 남자의 말을 떠올려 보면 그가 애송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입에서 재판계로 데려가라. 라는 얘기가 반복됐던 것을 떠올리면 아마도 재판계에서 뭔가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박현석 의사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 내가 운명 이탈자라면... 애송이를 깨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난...

생각에 잠겨 있자 남자의 지팡이가 다시 내 어깨에 내려쳐졌다. 이번에는 그다지 충격이 크진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 남자는 미쳤군.


“왜? 한성우... 화가 나나? 하지만 날 이기지 못한다는 확신이 있어 쉽게 덤비지 못하겠으니 분하기까지 하지?”


좋다. 이번 도발은 꽤 먹혀 들어갔다. 묘하게 남자의 지팡이 공격은 내 분노를 일으켰다. 어떻게 해야 그를 상대할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자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감정이 생긴다는 것은 아직 너에게 미련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미련? 무엇에 대한 미련이란 거지. 마치 다 안다는 듯 얘기하는 군.


“웃기지 마라. 나에게 그 어떤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거냐.”

“너 바보냐? 난 모르지. 그건 너 스스로 찾아라... 이제 말하기도 귀찮다. 그래서 갈 거야? 말거야?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곧 네 친구들이 몰려올 거야.”


미련... 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운명 이탈자의 진실, 그들이 정말 운명 이탈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지금까지 난 원위치를 시켰던 것이 아니라 살인을 저질러 왔다는 사실?

그리고 정작 원위치 되었어야 할 운명 이탈자가 나였다는 사실? 어머니가 결정자였다는 것? 어머니의 능력이 나에게 이어졌다는 사실? 박현석 의사가 이민성 의사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

아니, 어쩌면 나에게 남겨진 궁금증일지도... 최소은이라는 예언자는 어떤 미래를 봤던 거지? 구성진 의사의 망령은 누구였을까? 신설아라는 인물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두 집단에서 노렸던 걸까. 박현석 의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어째서... 자신의 죽음까지 받아들인 거지... 이민성 의사는 어째서 그런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던 거지? 그로 인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무엇 때문에 나에게 이런 능력을 주면서까지 죽음을 받아들인 걸까. 그리고 진성태라는 이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애송이도 남자를 알고 있을까.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풀리지 않은 의문... 이 모든 것들이 미련이라는 한 마디로 함축되어 져도 괜찮은 걸까.

진실... 에 다가가자고? 애송이... 이 모든 진실과 의문은 애송이로부터 시작됐다.

그래 애송이 넌 내 명령을 무시했다. 그래서 예언자 녀석에게 부상을 당한 거고, 난 덕분에 널 보호하지 못했다는 누명을 썼다.

처음부터 나에게 짐만 됐던 네가 어째서 그렇게 태평하게 병원에 누워만 있는 거냐?


“야, 언제까지 그렇게 고민만 하고 있을 거냐. 나 그냥 간다.”


모르겠다. 아직, 모르겠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인지도 의심스럽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들조차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다.


“한성우!!”


보채지마! ...알았다. 좋다. 진실? 의문? 모두 알아내주마...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애송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좋아, 데려가주지... 날 애송이와 만나게 해라.”

“해라? 명령? ...건방진 놈... 뭐, 어쨌든 서두르기나 해.”


손바닥을 펼쳐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재판계로 향했다. 푸른 빛깔의 바닥, 빛을 품은 사람의 형태를 한 영혼들이 느리게 한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재판계에 남자와 함께 들어온 것이다.


“건방진 놈아, 눈 감아라.”


눈을 감으라고? 난 남자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그럴 이유가 없다.


“꺼져라.”


내 말에 남자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말했다.


“진짜 박현석 의사의 말이고 뭐고 그냥 이 녀석 콱 죽여 버릴까?... 미치겠군. 착한 내가 참는다. 알아서 해. 좀 많이 어지러울 거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 내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절벽으로 향하던 영혼들의 움직임이 멈췄고, 책장을 넘기듯 남자가 손짓하자 지구가 회전하듯 재판계가 넘어갔다.


“여기는 아니군.”


그리고는 다시 책장을 넘기듯 손짓하자 재판계 전체가 회전하며 마치 다른 재판계로 넘어가듯 분위기가 조금은 다른 영혼들이 여전히 멈춰진 상태로 나타났다.


“여기도 아니고...”


남자는 역시 책장을 넘기듯 손짓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재판계는 회전했다. 이런, 어지럽다. 역시 남자의 말대로 눈을 감고 있었어야 했나.

남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눈을 움직여 남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세에서 심한 상처를 입었던 남자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눈이...”


놀라움에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에 남자는 웃어보이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넌 재판계라는 곳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 하냐?”


어떤 곳이라니... 재판계는 단순히 재판계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육체와 영혼이 있다. 육체를 담고 있는 그릇이 현세라고 한다면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은 재판계... 라고 배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사실. 아니, 지금까지 사실이라고 여기고 있던 것을 이번에도 처참히 깨트려 버릴 만한 말을 남자가 꺼냈다.


“바로 여기가 현세야... 음, 여기도 아니고...”


그게 무슨 미친 말이냐. 라는 듯 쳐다보고 있자 남자는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것의 시작, 시간이라는 것이 생겨나기도 전에 창조와 파괴를 즐기는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훗날 자신들의 분신에게 신이라 불리게 됐으며, 그 분신은 현재 인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신은 형태가 없는 모습으로... 아, 찾았다!”


창조? 파괴? 신? 상상력이 풍부하군. 역시 이 남자는 정신이 나갔군. 들을 가치도 없다.

남자가 외치자 드디어 회전하던 재판계가 멈췄다... 이런, 금방이라도 식도를 타고 뭔가 넘어올 것 같다.


“앞을 봐라, 건방진 놈아 이진아다.”


정말이다. 애송이가 눈앞에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남자를 다시 바라보자 내 표정을 읽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공간을 지배한다고 했잖아. 아무튼, 이젠 네 차례다. 시간이 얼마 없다. 수행자 녀석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걸 기억해둬.”


그렇다. 지금 나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 내 눈앞에 서있는 애송이. 녀석은 지금 의식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재판계에서 마네킹과도 같은 모습으로 절벽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녀석을 어떻게 깨워야 하지... 박 의사는 말했다. 운명을 이탈한 결정자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이런, 좋지 않다. 나 역시 운명 이탈자였다는 것이 다시 각인 됐다.

한동안 가만히 있던 나에게 한발자국 물러나 있던 남자가 답답했는지 입을 열었다.


“아직 멀었냐? 그냥 잡념을 버리고 이진아를 생각해봐.”


잡념을 버리고, 애송이를 생각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애송이를 깨우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더 생각하라는 거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뭐! 뭘 쳐다봐. 빨리하기나 해.”


방법을 모르겠다.


“자, 자세한...”

“자세한? 뭐!”


남자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 의사가 말했던 방법, 애송이의 의지가 이어진다면 가능 할 것이라는... 의지가 이어진다. 라는 것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난 알지 못한다.


“...자세한 방법을 알려주길 요구한다.”

“요구? 부탁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 한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남자는 뭔가 생각난 듯 곧 입을 열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박현석 의사가 했던 방법을 기억해보면 눈을 감고... 뭔가 명상에 빠진 듯... 아마도 상대를 생각했겠지? 함께 했던 뭐 그런 거 있잖아. 둘이서 데이트 비슷한 거 했을 거 아니야. 추억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봐라.”


요점은 진성태라는 남자도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의사님이 했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박 의사님도 역시 이런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판계에 데려갔던 것일까?

...눈을 감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애송이와 함께 했던... 확실히 데이트는 아니다. 극장을 갔었다. 술을 마셨고, 임무를 함께 했다. 운명 이탈자를 원위치 시키려고만 하면 어째선지 애송이가 방해를 해댔다.

이민성 의사에게서 날 떨어트려 놓았고, 성실병원으로 지원을 나오게 됐다... 그리고 뉴욕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애송이의 집으로 찾아갔고, 내 의문을 풀기위해 녀석과 함께 술을 마시려 술집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예언자 녀석들을 만났다.

애송이는 내 명령을 어겼고... 그리고 예언자가 휘두른 나이프에 찔려 병원에 입원해있다. 그때 나지막이 애송이가 말했던 미안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명령을 어긴 것이 미안하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 미안하다는 뜻일까. 모르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 놀랍게도 귀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고, 그렇게 눈을 뜨니 날 바라보고 있는...


“선배... 여기까지 온 거에요?”


애송이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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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에필로그 19.01.03 108 3 3쪽
56 (8) 끝 그리고 시작. 19.01.03 106 2 14쪽
55 (신년 데이트) 18.12.31 97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8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8 3 13쪽
51 (6) 시작되는 5년 전[1] 18.12.27 94 3 14쪽
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49 (5) 시작되는 6년 전[4] 18.12.24 110 2 14쪽
48 (5) 시작되는 6년 전[3] 18.12.20 141 2 15쪽
47 (5) 시작되는 6년 전[2] 18.12.20 117 2 13쪽
46 (5) 시작되는 6년 전[1] 18.12.17 127 3 12쪽
45 (4) 시작되는 7년 전[6] 18.12.17 111 2 13쪽
44 (4) 시작되는 7년 전[5] 18.12.13 121 2 13쪽
43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9 2 13쪽
42 (4) 시작되는 7년 전[3] 18.12.10 109 2 12쪽
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5 2 13쪽
40 (4) 시작되는 7년 전[1] 18.12.06 138 2 17쪽
39 (3) 시작되는 8년 전[11] 18.12.06 123 2 16쪽
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2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20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34 (3) 시작되는 8년 전[6] 18.11.26 129 2 11쪽
33 (3) 시작되는 8년 전[5] 18.11.26 132 2 13쪽
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7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3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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