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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 한성우 (결정자들과 예언자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Han.D
작품등록일 :
2018.10.01 17:11
최근연재일 :
2019.01.03 18: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3,495
추천수 :
187
글자수 :
340,680

작성
18.12.13 12:00
조회
118
추천
2
글자
13쪽

(4) 시작되는 7년 전[4]

DUMMY

(4) 시작되는 7년 전[4]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는 건가? 진성태처럼 다른 사람의 재판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인가?


“정말인가? 애송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 낼 수 있는 거냐?”

“근데, 너 아까부터 반말 찍찍해대고 말이야. 마음에 안드...”


이번에는 구태현의 말을 자르고 조숙예가 입을 열었다.


“정말 당신도 상대의 재판계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진아가 어디 있는지 알아 낼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한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나 저 버릇없는 녀석하고. 이진아라는 여자의 재판계에도 나타난 거겠지.”


맞는 말이다. 난 어째서 그런 생각을 못했던 거지? ...아니, 못한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애송이가 정신을 잃은 상태여도 녀석의 재판계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인가?”


정적이 흘렀다. 쉽게 대답하지 않는 구태현이었다. 잠시 뭔가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명쾌한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건 불가능 한데. 역시 그건 성태만 가능한 건데...”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눈치를 살피는 구태현, 하지만 곧 우리가 보내는 불신의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그 이진아라는 여자의 상태가 지금 정신을 잃지 않은 상태라면 되는 거잖아! 그럼 나도 찾을 수 있다고!”


맞는 말이다. 어째선지 그의 자존심 싸움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차라리 잘 된 건가?

단지 그에게 진성태의 행방을 물어 봤을 뿐인데, 지금은 오히려 애송이를 찾아주겠다며 재판계를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너희들 눈에는 영혼이 빛으로 보일 테니 잘 모르겠지만, 난 영혼 하나하나 누구인지 알고 있지.”


걷는 내내 묻지도 않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구태현이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는 알겠다. 상대의 신체를 접촉하지 않고 재판계로 들어오는 능력... 그것은 즉, 혼자서도 재판계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나 다른 결정자들은 접촉한 상대만의 영혼만이 실체를 나타내는 반면, 그는 재판계에 있는 모든 영혼의 실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되는데. 아무리 영혼의 실체를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 넓은 재판계에서 나를 찾아 올 수 있었던 거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우리를 찾아 낼 수 있었던 거지?”


내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구태현은 대답했다.


“나에게 영혼들의 실체만 보이는 것은 아니거든, 그들의 주변에 각자의 색을 가진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일반인들과 능력자들의 색깔이 달라. 그리고 재판계로 온 너희들의 경우 더 밝은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내가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거지.”


각자의 색을 발산한다? 그래서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사실에 놀랍기도 하지만, 난 그에게 그런 새로운 사실을 물어 본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넓은 곳에서 우리가 아무리 강한 빛을 발산한다고 해서 그렇게 빨리 우리에게 나타날 수가 있느냐는 거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의심스럽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정말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재판계에서 나타났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땐 우연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 우연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는 재판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조숙예를 만나기 위해 재판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애송이를 만나기 위해 재판계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말에 대답할 의사가 없다는 듯 급하게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와, 역시... 안되겠는데. 너무 넓어.”


그러자 조숙예가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찾아 준다면서요.”


구태현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우리를 한번 훑어보고는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말했다.


“걱정마. 처음 너희들 계획대로 성태는 찾았으니까.”


주변에는 여전히 그저 사람의 형태로 빛을 발산하고 있는 영혼들이 절벽을 향해 아주 천천히 걷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영혼의 실체가 보이는 것이다. 뒤를 돌아 앞에 있는 영혼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잠시 동안 멈춰 있는 구태현을 바라보고 있자 곧 다시 우리를 향해 돌아선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성태는 지금 시내 중심상가에 있다. 내가 대충 너희들의 사정을 얘기하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더군.”


...그렇군. 현세에서 상대의 신체를 접촉하지 않고 재판계로 간다는 것은 저걸 뜻하는 것이었군.

재판계에서 상대의 영혼에 접촉하여 재판계로 가는 것이었다. 아니, 혹은 재판계로 불러내는 것인가?


“그래서... 너희들 지금 바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의 능력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재판계를 나가서 진성태를 만나러 가야 한다... 하지만... 재판계로 두 명을 데리고 온 것은 처음이다.

이대로 재판계를 벗어난다면 그 뒤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대로 재판계를 벗어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뜬금없는 질문을 받은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구태현이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군. 그러자 조숙예가 부가 설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한명의 결정자에게 한명의 재판계로 가는 것만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린 지금 한명의 결정자에 두 명의 예언자가 재판계로 들어온 상황이거든요.”

“응?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그 역시 모르는 건가? 아니면 설명이 부족한 건가.


“재판계로 향하는 통로는 마치 통발처럼 되어있다고 들었다. 그 통로를 벗어 날 수 있는 것은 나를 제외한 한 명뿐이라고 하더군. 만약, 인원이 초과한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어쩌면 영원히 재판계에서 벗어 날 수 없다고 들었다.”


내 설명을 듣던 그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간단하게 해답을 제시했다.


“뭐야, 그런 거였냐? 걱정마라. 나머지 한명은 내가 내보내 줄 테니까.”


그런 것도 가능한 거였나. 그의 능력은 놀라움의 연속이군. 정말 특별한 능력이라 부를 만하다. 말이 끝나고 구태현이 신용훈의 어깨에 손을 올려 밀어내는 행동을 취하자 신용훈의 모습이 다른 영혼들의 모습처럼 변했다.


“봐, 간단하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느꼈다. 만약, 그의 능력이 이민성같은 사람에게 인계됐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인 구성진 의사가 어째서 자신의 능력을 아들인 구태현에게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우리도 가볼까요?”


조숙예의 말에 재판계를 빠져나왔다. 현세로 돌아오니 바보처럼 웃고 있는 신용훈이 서 있었다. 딱히 구태현의 특별한 능력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확인하니 더 놀랍군.


나와 조숙예와 신용훈은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진성태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여자의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아무리 수행자 녀석들이라도 시내를 돌아다니는 이 많은 차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의는 필요하다. 뒷자리에 엎드려 담요 같은 것을 덮어 최대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출발한 여자의 차는 몇 분을 달려 시내로 진입했다. 늦은 시간이라 시내는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성태가 있다는 건물 지하에 주차를 완료하고 주변을 경계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드디어 그가 있는 곳에 멈춰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그의 목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구하나 없는 텅 빈 방이 나왔다.

그는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슨 볼일이 있었던 거지? 나와 예언자 녀석들이 방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는 그였다.


“얘기는 들었다. 저번처럼 이진아를 또 찾으면 되는 건가?”


조숙예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는 볼 수 없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부탁하지. 애송이를 찾아 주기만 하면 된다.”


그때서야 그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와 지팡이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조숙예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닙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중요한건 그녀를 찾는 것이니까요.”


어째선지 나와 저 여자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자 지팡이로 날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버르장머리 없는 놈! 날 데리고 재판계로 가라.”


이제 드디어 애송이를 찾을 수 있다. 그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재판계로 들어가려는 찰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 지금까지 애송이를 찾으려는 내 모든 계획이 너무도 간단하게 진행되지 않았나.

이렇게 쉽게 찾아도 되는 건가? 그러다 보니 조금씩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뭐하냐! 이진아 안 찾을 거야?”


재판계로 향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자. 언성을 높이는 진성태였다. 뒤에서 조숙예와 신용훈 역시 뭐하는 짓이냐며 나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

...정말 이거면 되는 건가? 불길한 것은 그저 기분 탓 인건가. 모르겠군.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결국 그의 팔을 붙잡았고, 곧 그와 함께 재판계로 향했다.


“이번에도 눈 뜨고 있을래?”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전에 겪었던 어지럼증을 다시 재연하고 싶지는 않았다.


“경험해 보니까 알겠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아.”


내 행동을 놀리듯 낄낄 거리며 웃는 진성태였다. 사람을 놀리기나 하고, 누가 더 버릇없는지 모르겠군.


“됐다. 눈 떠라.”


순간이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자 도착해버린 것이다. 그의 말대로 눈을 뜨자 앞에는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선배...”

“애송이...”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었지만, 그건 그저 마음일 뿐이었다. 손을 뻗었지만, 어디로 뻗어야 할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여기선 애송이를 만질 수 없었다.


“애송이 지금 어디 있는 거지? 그날 무슨 일이, 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다급하게 묻는 나를 보자 애송이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지, 미쳐버리기라도 한 것인가.


“선배, 천천히 질문해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


당연히 급할 수밖에 없다.


“애송이... 지금 어디 있는 거냐?”


내 질문에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애송이였다..


“설마, 현세에서 넌 또 정신을 잃은 건가?”

“음, 그건 아닌데요.”


정신을 잃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왜 얘기하지 않는 거지?


“그렇다면, 얘기해라. 네가 어디 있는지.”

“그런데 선배, 그 구태현이라는 사람 만났어요?”


갑자기 의미를 알 수 없는 다른 말을 하는 애송이였다..


“그렇다. 그 덕분에 진성태를 찾을 수 있었던 거고, 이렇게 널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거다.”

“그럼, 선배... 그 구태현이라는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아요?”


그것까진 모른다. 아니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애송이는 어째서 이런 알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거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애송이... 네가 있는 곳을 말해라. 지금 난 조숙예, 신용훈과 손을 잡았다. 함께 널 구하러 갈 것이다.”


진심이었다. 애송이를 다시 보고 싶었다. 비록 재판계에서 이지만, 다시 보게 됐다. 반가웠다. 그리웠다. 그리고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행방불명된 애송이를 현세에서 찾을 수 있을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이상한 말로 주제를 돌리며 나를, 우리를 거부하는 말을 나에게 내뱉고 있다.

내가 구해주길 원치 않는 건가? 그렇다면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는 뜻인가? 애송이... 도대체 네가 지금 처한 상황이...

그런 내 진심을 담은 마음을 한순간에 짓밟을만한 얘기를 애송이는 다음 순간 꺼냈다.


“구한다고요? 나를? 그러지 마요. 선배... 아니, 한성우?... 하지만 네 뜻대로 정말 날 구하고 싶다면 구태현이 있는 곳을 알아 와요. 그게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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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신년 데이트) 18.12.31 97 3 6쪽
54 (7) 시작되는 계획[2] 18.12.31 84 3 13쪽
53 (7) 시작되는 계획[1] 18.12.31 118 3 13쪽
52 (6) 시작되는 5년 전[2] 18.12.27 98 3 13쪽
51 (6) 시작되는 5년 전[1] 18.12.27 94 3 14쪽
50 (5) 시작되는 6년 전[5] 18.12.24 117 3 13쪽
49 (5) 시작되는 6년 전[4] 18.12.24 110 2 14쪽
48 (5) 시작되는 6년 전[3] 18.12.20 141 2 15쪽
47 (5) 시작되는 6년 전[2] 18.12.20 117 2 13쪽
46 (5) 시작되는 6년 전[1] 18.12.17 127 3 12쪽
45 (4) 시작되는 7년 전[6] 18.12.17 111 2 13쪽
44 (4) 시작되는 7년 전[5] 18.12.13 121 2 13쪽
» (4) 시작되는 7년 전[4] 18.12.13 119 2 13쪽
42 (4) 시작되는 7년 전[3] 18.12.10 109 2 12쪽
41 (4) 시작되는 7년 전[2] 18.12.10 115 2 13쪽
40 (4) 시작되는 7년 전[1] 18.12.06 138 2 17쪽
39 (3) 시작되는 8년 전[11] 18.12.06 123 2 16쪽
38 (3) 시작되는 8년 전[10] +1 18.12.03 132 3 13쪽
37 (3) 시작되는 8년 전[9] 18.12.03 120 2 14쪽
36 (3) 시작되는 8년 전[8] 18.11.29 115 4 13쪽
35 (3) 시작되는 8년 전[7] 18.11.29 128 3 11쪽
34 (3) 시작되는 8년 전[6] 18.11.26 129 2 11쪽
33 (3) 시작되는 8년 전[5] 18.11.26 132 2 13쪽
32 (3) 시작되는 8년 전[4] 18.11.22 127 2 14쪽
31 (3) 시작되는 8년 전[3] 18.11.22 136 2 13쪽
30 (3) 시작되는 8년 전[2] 18.11.19 129 2 14쪽
29 (3) 시작되는 8년 전[1] 18.11.19 143 2 15쪽
28 (2) 시작되는 9년 전[14] 18.11.15 1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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