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을 희롱하는것. 희롱하여 꿈꾸게 하는것.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마린군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4.25 23:23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034
추천수 :
177
글자수 :
355,956

작성
24.03.14 23:28
조회
84
추천
4
글자
12쪽

39.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DUMMY

첫 만남의 대치가 무색할 만큼 보레야 장군은 무현과 출장단 일행에게 호의적으로 굴기 시작하였다. 깍듯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지만 무현을 FBO 터미널 - 전용기 사용자들의 공항이용을 위한 지원시설. 일반 여객터미널과 동일한 역할 - 로 안내하는 등 환심을 사기위해 나름 노력중인 모습이 보였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자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잔뜩 걱정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건물 안으로 우선 피신을 했던 직원들은 사태가 심각해 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발을 구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대립하던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함께 나타나자 직원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현도 그런 직원들의 걱정 고마웠는지 미소와 함께 가볍게 손을 들어주며 큰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다소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입국절차는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무현을 시작으로 제 인원들에 대한 입국 심사가 시작되었다. 하나뿐인 심사대에 자연스럽게 줄을 만든건 한울항공의 직원들이었다. 하지만 터미널 안으로 들어온 몇 명의 사람들 때문에 그 조차도 이내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터미널에 등장한 남자도 경호원과 수행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무리의 가장 앞에선 남자는 빠르게 터미널을 훑었고 자신이 만나기로한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하였다. 그래서인지 무현에게 다가오는 남자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남자가 다가오자 무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복장을 가다듬었다. 양복 자켓의 단추를 채우고 흐트러졌던 라펠과 플랩을 바로만졌다. 상대는 그렇게 응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 정도 응대를 받을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ㅡ 미스터 안.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네는 그의 손을 무현이 마주잡았다.


ㅡ 저도 반갑습니다. 라파엘 보지트 카레아(Rafael Bogit Carea) 국방 장관님.


악수와 함께 간단한 인삿말을 주고 받은 장관은 잠시 양해를 구하더니 보레야 장군에게 향하였다. 상급자인 장관에게 머리를 조아리던 장군은 꾸중 아닌 꾸중을 듣고는 쫒겨나다시피 터미널을 나서야만 했다.


장관은 오늘부터 며칠간 다른 도시들을 돌며 군 시찰이 예정되어 있다면서 일정이 진행되기 전에 무현을 만나서 다행이라며 다소 과장된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무현은 그가 자신을 만나기 위하여 일부러 그런 동선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관과 푸에르타칼레 행정부 쪽에서는 공식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촌극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자신이 가지고온 화물은 온전히 현 정부의 손으로 전달되어야 할 것들이었지 부패세력이나 반정부 세력에게 전달되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지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티나는 공작(?)은 필요했다.


잘 포장하여 보여주는 상황이야 어찌되었던 터미널 건물 2층의 한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무현과 카레아 장관은 짧은 시간동안 담화를 나누었다. 담소를 나누는 회의실 입구와 건물의 기본적인 보안은 장관의 경호팀에 의하여 철저하게 통제되었고 군섭을 비롯한 무현의 경호팀은 건물 내부의 복도와 회의실 주변을 빈틈없이 막아섰다.


담화가 진행되는 동안 무현을 비롯한 모든 인원들에 대한 출입국 절차가 마무리 되었고 앞서 출장단 보다 먼저 도착하여 사전작업을 하고 있던 선발대의 직원이 이들을 수송할 차량을 가지고 도착하였다. 국방장관의 지시를 받은 공항의 서비스 워커들이 그의 비서관과 몇 명의 실무진의 감독 하에 화물 하역작업을 시작하였고 덕분에 출장단의 개인짐도 조금 늦었지만 수하물 검사를 마치고 도착해 있던 차량에 실을 수 있었다.


40여 분의 대화를 마치고 무현과 국방장관은 회의실을 나왔다. 마지막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는지 두 사람 모두의 표정이 제법 편안했고 부드러운 공기가 흘렀다.


ㅡ 가지고 와주신 물품 덕분에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우리군이 게릴라를 색출하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ㅡ 당사의 지사 설립과 관련하여 며칠 이내로 관련 물품들이 한번 더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때는 조금 더 많은 양이 올 터이니 한번 더 신경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ㅡ 물론이지요. 귀국과 귀사의 호의에 감사할 뿐입니다.


ㅡ 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대통령님 접견은...


ㅡ 걱정 마십시오. 이틀 뒤 예정대로 진행될 겁니다. 아마 다른 문제가 없다면 곤잘레스 부통령도 동석하게 될 겁니다.


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니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었다. 두 사람도 국방장관처럼 호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후 어깨에 짊어진 일들을 해 나가는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부의 수장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부패한 관료들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체되는 일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또한 경제력이 우위인 선진국과의 여객항로 개척은 사업이나 관광의 가능성도 높여주기에 푸에르타칼레의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치안이었다. 치안력의 강화를 위하여 우선 필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반군 게릴라의 소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과 안보를 담당하는 군이 강력한 무력을 보유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무기와 군수지원이 필요했다.


무현이 싣고 온 1천여 정의 개인화기와 25만여 발의 탄약은 그런 요구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것이었고 그대로 장관이 타고갈 비행기에 옮겨져 일선의 부대에 보급될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정상적인 방법의 수출은 아니었다.


자원외교를 하고 싶어하는 한국 정부가 무현이라는 매개를 통해 보낸 비밀스런 원조였고 이해관계의 방향을 같이 하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안에서 무현은 꼭두각시 물주가 되어야 했지만 당분간의 독점을 보장받았고 그런 시장 독점으로 그 손실을 메울 궁리도 마친 상태였다. 라운지로 내려온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고 그대로 헤어졌다. 장관은 활주로 쪽 문으로 나갔고 무현은 공항 출구 쪽 문으로 나왔다. 


* * * * *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군섭은 마른 목을 축이러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밤이니 만큼 환한 불이 아니라 아주 조금, 바닥의 형체를 구별할 정도의 필요한 만큼만이 켜져 있었는데 그것은 전등불이 아닌 촛불이었다.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겨 부엌의 불을 켜자 어둠이 물러났다. 냉장고 문을 열어 작은 생수통을 하나 꺼낸 뒤 그대로 목을 축였다.


ㅡ 잠이 오지 않지?


목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반쯤은 삐딱한 자세로 벽에 기내어 있는  크라크빈스키가 있었다.


ㅡ 선배님도 마찬가지 십니까?


ㅡ 뭐... 그런셈이지.


경호 A팀의 팀장인 크라크빈스키는 선발대 직원들과 함께 도착하였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무현과 군섭의 경호 B팀이 도착한 오늘까지 약 2주간을 먼저 와 있었는데 그는 매주 한 번씩 현지의 치안상황과 주요 사건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작정하여 마샬아츠 본사로 발송했었다. 두 번의 보고서 모두 낮은 치안수준을 상당히 우려하는 보고였고 요인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방호책 - 예를 들면 방탄차량 같은 - 과 강력한 무장대응을 요구했다.


마샬아츠 측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우려하여 경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각 팀의 팀장에게 작전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특히 준방탄급의 성능를 가진 차량을 급파하였고 현지의 무기상을 통하여 중기관총과 로켓런쳐까지 조달하는 등 나름의 강수를 두었다.


무현과 직원들의 숙소는 리콘 델 발레(Rincón del Valle)라는 레지던스 타운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제법 비용이 들긴 하였지만 중대형의 주택 두 채를 임차하여 출장단 인원들이 각각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다. 두 채는 길 건너편에 마주보고 위치한 덕에 프라이버시와 접근성, 편리성 모두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레지던스 타운은 보안측면에서도 우수했다. 출장단이 지내는 집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안쪽의 하이맨션 구역이었는데 이 구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타운 입구와 중간의 검문소 이외에 별도의 검문소까지 총 세 번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당연히 각 검문소는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었고 등록되어 있거나 사전에 방문이 통보된 사람이나 차량이 아니면 통과 할 수 없다.


당연히 그렇게 비싼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니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파견나온 경영인들이었다. 게중에는 PSD팀을 운영하는 거주자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무장인원이 동반된 무현의 등장은 레지던스 관리사무소에 나름 신선한 잇슈가 되었고 레지던스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소문이 퍼지는데에 한몫 하기도 하였다.


ㅡ 그냥... 이 나라가 별로입니다. 첫 단추가 이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ㅡ 후훗. 공항에서 말인가? 대충 이야기는 들었네. 정말 깜짝 놀랐겠어.


ㅡ 네. 하지만 손쓸틈 없이 당했다는게 가장 화가 나는 부분입니다.


ㅡ 손쓸 틈이라...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ㅡ 그렇긴 하죠. 그냥... 이 나라가 그런 나라일까봐... 그게 걱정입니다.


다 마신 물병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면서 군섭이 말했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바라보는 것이야 일의 특성이 있다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편견이 되어 일에 영향을 줄까봐 두려웠다. 크라크빈스키도 그 점을 눈치 챘는지 최대한 좋은 점을 생각해 보라며 조언했다. 상황의 판단에 희망적인 예측은 금물이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ㅡ 너무 그렇게 나쁜편만 보지는 말게. 좋은 점도 많아. 열대지역이라고 해도 고산지대다 보니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하지.


ㅡ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보다... 혹시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현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해 주시겠습니까?


ㅡ 기꺼이 그리하지. 그보다 어떤가? 가볍게 한 잔?


ㅡ 그러시죠.


심란해 보이는 군섭에게 크라크빈스키가 술을 권했다. 군섭도 자신의 상태를 알기 때문에 가능한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있었지만 오늘밤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독주 한 잔 정도의 일탈이 필요했다.


나란히 거실로 나온 두 사람이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동초를 돌고 있던 요원 한 명이 두 사람을 보고는 무슨일인지 물었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아 그런다는 대답에 그는 피식 웃으며 시차적응에는 야간조 근무가 최고라는 농담과 함께 적당히 목을 축이고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했다. 덕분에 축축 처져가던 분위기도 기분도 조금 더 좋아졌다. 군섭은 조금 더 힘을 내어 크라크빈스키가 꺼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와 애독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휴재공지 24.05.02 20 0 -
공지 [연재] 연재일정 안내(변동사항 안내) 24.01.22 113 0 -
공지 [연재] 나름작가 마린군 인사드립니다. 24.01.22 38 0 -
공지 [안내] 창작물의 허구에 대한 안내 24.01.22 104 0 -
61 61.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5 27 1 12쪽
60 60.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4 30 1 12쪽
59 59.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4 41 1 13쪽
58 58.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2 40 2 12쪽
57 57.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18 50 1 12쪽
56 56.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7 48 0 14쪽
55 55.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6 45 1 12쪽
54 54.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6 53 2 14쪽
53 53.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 24.04.08 58 4 12쪽
52 52.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8 44 2 14쪽
51 51.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4 63 2 12쪽
50 50.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3 60 3 13쪽
49 49.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3 65 2 12쪽
48 48.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4.01 71 2 12쪽
47 47.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8 75 4 12쪽
46 46.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7 68 3 13쪽
45 45.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6 71 4 13쪽
44 44.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5 76 3 13쪽
43 43.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2 80 4 13쪽
42 42.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0 72 3 13쪽
41 41.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19 77 4 14쪽
40 40.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18 90 3 12쪽
» 39.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4 85 4 12쪽
38 38.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3 82 3 13쪽
37 37.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2 87 2 12쪽
36 36.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2 9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