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을 희롱하는것. 희롱하여 꿈꾸게 하는것.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마린군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4.25 23:23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039
추천수 :
177
글자수 :
355,956

작성
24.03.13 23:47
조회
82
추천
3
글자
13쪽

38.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DUMMY

푸에르타칼레 공화국의 수도 라길레과(La-guillegua), 정확히는 칼스리마 수크레 국제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Calsrima Sucre)에 착륙한 한울항공의 BZJ 트리플 쓰리 맥스나인(333 MAX-9)이 유도로(택시웨이 / Taxi Way)를 따라 터미널로 이동을 시작했다. 칼스리마 수크레 국제공항은 라길레과 시(市)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공항이었다. 도심으로의 접근성은 최상이었지만 그만큼 좁고 복잡했다. 당연히 확장성도 떨어져서 터미널은 늘 붐볐고 터미널 주기장과 유도로도 툭하면 엉켜서 정체를 빚기 일쑤였다. 그렇게 또 찔끔 움직이던 비행기는 멈추어야 했다.


ㅡ 공항이 많이 혼잡하여 이동에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터미널에 최종적으로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캐빈의 웅성거림을 들었는지 기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방송을 하자 이곳저곳에서 깊은 한숨들이 새어 나왔다. 답답하기는 군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의 답답함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군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실장에게고 향했다. 그는 코치드 시트에 앉은 채 열심히 태블릿을 조작하고 있었다.


ㅡ 실장님.


ㅡ 강 요원님. 무슨일입니까?


ㅡ 아까 그 메모, 제가 제대로 본 겁니까?


메모라는 말에 비서실장이 잠시 손을 멈추고 시선을 군섭에게 고정했다. 그리고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ㅡ 네. 맞게 본겁니다. 우리 인원도 그렇고 저쪽의 인원들도 마찬가집니다.


너무나 확고한 대답에 군섭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답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인원이라 함은 출장을 온 한울항공 측 직원들과 경호팀 인원을 이야기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쪽이라면 이곳의 공항근무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화물을 꺼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손을 빌려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ㅡ 혹시 깜빡하신것 같아서 이야기 하는데 이 공항이 민군합동구역이라는걸 잊지는 않으셨죠?


군섭은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칼스리마 수크레 공항은 민간자본에 의하여 민간공항으로 먼저 개항한 곳이었다. 이후 국가의 필요에 의하여 사이몬 볼리바르 공군기지(Simon Bolivar Air Base)가 배치되면서 민군이 함께 사용하는 곳이 된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또한 이곳에는 푸에르타칼레 공군의 군수와 물자를 관리하는 물자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었다. 비록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어쨌든 전투를 할 수 있는 병력이 있다는 뜻이었고 비서실장이 말하는 저쪽 인원에는 푸에르타칼레의 군인들도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군섭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BZJ의 화물칸에는 출장단 인원들의 개인가방을 제외하고도 7톤에 달하는 전용화물이 실려있었다. 그 정도의 무게는 사실상 이 항공기에 실을 수 있는 최대량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페이로드를 가득 싣고 날았으니 항속거리가 1만Km에 달하는 비행기가 고작 6천Km밖에 날지 못하여 알래스카와 댈러스에서 중간 급유를 받아야만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군섭은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들 가운데에 그 화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네 명 중 한 명이었다.


원하는 답을 얻어 자리에 돌아온 군섭에게 우(Wu)요원이 무슨일이냐며 질문을 던졌으나 군섭은 별일 아니라며 대강 얼버무리고는 터미널까지 얼마나 남았냐며 쓸데없는 질문으로 주의를 돌렸다. 그 이후로도 가다서다를 세 번 반복한 뒤에야 비행기는 전용기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장의 도착방송과 함께 항공기가 멈추자 군섭이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문 앞으로 나아갔다.


밖에서는 FBO(Fixed Base Operator / 운항지원사업자)의 서비스 워커들이 다가와 필요한 각종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절차에 따라 문을 개방하고 도어 스탭을 펼치자 지상에 있던 서비스워커가 계단을 천천히 이동시켜 정확한 자리에 배치시켰다. 문을 연 승무원이 가장 먼저 계단을 내려갔고 군섭이 그 뒤를 바짝 따라 움직였다. 승무원이 서비스 담당자를 찾아 서류를 인계받는 사이 군섭은 거침없이 걸음을 걸어 항공기의 후익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금 다가온 터그에서 내린 세 명이 화물칸에 실린 화물을 하역하기 위하여 움직이려는 찰나였다.


ㅡ Oye! Amigos. (어이! 이봐요.)


군섭이 양손을 입에 물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하는 제법 높은 톤의 소리가 났지만 아직 작동하고있는 엔진의 소음이 더 컸는지 작업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장으로 보이는 작업자 한 명이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봐 군섭을 보았다. 그는 지시사항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작업자들에게 신호를 주어 손을 멈추게 하였다. 그 모습을 본 군섭이 남자에게 다가가 스페인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ㅡ Hola. señor. (안녕하세요. 선생님.)


ㅡ Hola. Qué cosa?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십니까?)


ㅡ Espere un poco más sin tocar la carga. (화물은 손 대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ㅡ Por qué? (예?)


ㅡ Sólo hazlo. (그냥 그렇게 해 주십시오.)


조금은 당황스러운 요구였지만 그들은 일단 손을 멈추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이유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수근덕거리면서 터그에 대충 자리를 잡고는 군섭과 일행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사이 하기(下機)를 한 무현과 비서실장이 통역담당 직원을 데리고 근처로 다가왔다. 무현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들의 눈에 얼룩덜룩한 국방색의 지프와 뒤에 병력을 실은 작은 수송트럭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와 멈추어섰다.


트럭에서 내린 병사는 대충 열 명 정도 되어 보였다. 그들은 재빠르게 움직여서 무현과 그 주변을 에워싸더니 거침없이 총구를 겨누었다.


ㅡ Woo-Woo! Tranquilo! Tranquilo! (워워! 진정해요! 진정합시다!)


그 모습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당연히 군섭이었고 비행기에서 내려오며 상황을 본 경호 요원들이 서둘러 달려왔지만 병사의 제지에 막혀버렸다. 총구를 눈앞에 두고도 몸싸움을 불사할 흉흉한 기세가 요원들에게서 피어오르자 군섭이 나서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순식간에 긴장도가 올라가자 주기장에 나와있던 모두가 그 자리에 굳은 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위협에 대항할 아무런 수단도 확보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 상황이 절대로 유쾌할리 없었다. 군섭의 등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무현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지프의 문이 열린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160Cm은 겨우 될법한 땅딸보 같은 키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랫배, 푹 들어간 안와골과 볼성사납게 튀어나온 광대의 모습이 생김새에서부터 탐욕이 가득찬 인감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ㅡ Esta aeropuerto es una base militar controlada por el ejército. Realizaremos una inspección de carga no aprobada previamente.


남자가 다소 거만한 눈빛으로 통보같은 말을 툭 던졌다. 통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재빨리 무현에게 말을 전달했다.


ㅡ 여기가 군사기지이며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화물에 대한 검열을 하겠다고 합니다.


ㅡ 나는 한국에서 온 안무현이라 하오. 귀하는 뉘시오?


이번엔 군섭의 등 뒤에 서있던 무현이 당당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굵직한 목소리의 한국어로 말했고 통역 직원이 빠르게 스페인어로 말하였다. 그러자 군인은 자신이 이 기지의 보안을 책임지는 장군이라면서 지시에 따르라고 종용했다. 그러고 보니 상대의 어깨에는 한 개의 누리끼리한 별이 달려있었다.


군섭은 조용히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협으로만 보였고 정말로 위해를 가할 정도로 상대가 작정을 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것 같았다. 만약 그들이 일행에 대한 무언가의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귀찮게 할 것없이 그냥 총을 쏘아 전부 죽였을 것이니 말이다.


어느정도 상황을 파악한 군섭은 머리를 굴려보았다. 전용기로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눈앞에 서 있는 군인들과 모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처음보는 사람에 대한 이런 박한 대우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는 돈 많은 인간에게 뒷꽁지 콩고물을 요구하는 시위인 것이었다.


ㅡ 김 실장님. 아마도 저들은...


ㅡ 네. 물건을 전해줘야 할 상대는 아닌 것 처럼 보이는 군요.


ㅡ 그것도 그렇긴 합니다만 제 말은...


ㅡ 알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군섭이 조용히 비서실장에게 말을 건네자 그도 대강 눈치를 챈 것인지 군섭의 말을 끊었다. 이런 방면에서 군섭보다 뛰어난 센스를 가진 비서실장이니 더 말할 필요는 없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뒤 군섭은 살벌하리만큼 무서운 시선을 장군에게 고정했다.


ㅡ 그럼 당신의 뒷배는 기지 사령관인가? 내 뒷배는 그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인데 그냥 이쯤에서 포기하고 돌아가시는건 어떻겠소?


무현의 표정이 가소롭다는 듯이 바뀌었고 아까와는 다르게 상대를 비꼬는 말투가 나왔다. 그 말을 들은 통역 직원이 당황해 하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우물쭈물 거리자 무현이 얼른 말하라며 직원을 재촉했다. 직원이 어벅거리면서 말을 전하자 상대도 조금은 놀랐는지 쉽게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통역으로 전달된 그 말은 장군 뿐만 아니라 병사들에게도 전해진 터라 그들도 움찔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경호요원들이 병사들의 총구를 피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두 명은 아직 FBO센터에 들어가지 못한 직원들을 호위하며 이동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무현의 곁으로 달려와 대형을 형성했다.


ㅡ El General! Esta es una comunicación urgente del mando!


그렇게 다시금 대치가 시작되려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장군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프로 가서 퉁명스럽게 무전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과하면서도 경직된 행동으로 허리를 곳꼿히 세우며 발 뒷굽을 소리나게 부딧쳤다. 마치 독재국가 군인의 경례 같은 느낌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장군은 군기잡힌 모습으로 통신을 받고는 무현과 그 일행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뭐라뭐라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모두가 총구를 내렸다.


장군은 큼큼 거리는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복장을 다시금 정돈하고 무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무현의 경호팀이 그런 장군을 막아섰다.


ㅡ Creo que ha habido un malentendido. Soy el general Samuel Borreya, responsable de la seguridad de este aeropuerto. Como el ministro dijo que llegó al aeropuerto, llegará pronto.


ㅡ 뭔가 오해가 있었답니다. 자신의 이름은 사무엘 보레야고 이곳의 보안책임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고위인사가 곧 도착할 거라고 말합니다.


통역직원이 빠르게 장군의 말을 통역하여 무현에게 전달하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섭도 보레야 장군의 말을 알아듣고는 경호팀에게 눈짓을 보내어 장군이 무현의 경호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다.


말이 좋아서 오해라는 표현을 썻을 뿐 무현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뒷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보레야 장군의 태도는 무척이나 온순하게 바뀌었다. 딱 보기에도 약자에게만 강한 기회주의자였다. 마음 같아서는 눈 앞의 돼지같은 놈을 짓이겨주고 싶었지만 이곳은 아직 자신들에게 우호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미지의 타지였다. 굳이 날을 세울 필요는 없었기에 무현도 표정을 풀었다. 그러나 수모는 수모였다. 무현이 그런 것을 잊고 그냥 넘어갈 사람은 아니었다.


작가의말

선작해 주시고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휴재공지 24.05.02 20 0 -
공지 [연재] 연재일정 안내(변동사항 안내) 24.01.22 114 0 -
공지 [연재] 나름작가 마린군 인사드립니다. 24.01.22 39 0 -
공지 [안내] 창작물의 허구에 대한 안내 24.01.22 104 0 -
61 61.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5 28 1 12쪽
60 60.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4 31 1 12쪽
59 59.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4 41 1 13쪽
58 58.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22 40 2 12쪽
57 57. 잘못된 판단, 올바른 결정, 나와서는 안될 결과 24.04.18 50 1 12쪽
56 56.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7 48 0 14쪽
55 55.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6 45 1 12쪽
54 54.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16 53 2 14쪽
53 53.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 24.04.08 58 4 12쪽
52 52.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8 44 2 14쪽
51 51.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4 64 2 12쪽
50 50.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3 60 3 13쪽
49 49. 흑(黑)도 아니고 백(白)도 아니고 회(灰)도 아니고 24.04.03 65 2 12쪽
48 48.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4.01 71 2 12쪽
47 47.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8 75 4 12쪽
46 46.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7 68 3 13쪽
45 45.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6 72 4 13쪽
44 44.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5 76 3 13쪽
43 43.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2 80 4 13쪽
42 42.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20 72 3 13쪽
41 41.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19 77 4 14쪽
40 40. 키에로 골페아르(Quiero Golpear) 24.03.18 90 3 12쪽
39 39.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4 85 4 12쪽
» 38.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3 83 3 13쪽
37 37.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2 87 2 12쪽
36 36. 장기출장, 혹은 짧은 이민 24.03.12 91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