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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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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6,377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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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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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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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존속 전쟁 (4)

DUMMY

<리온 폴 워커>


“투항할 생각은...없겠지 리온.”


“물론입니다 루드릭. 제 명은 오직 당신들을 죽이는 것 뿐입니다.”


섬기는 왕의 기운은 칸과 함께 사라졌다. 적어도 리온 폴 워커가 감지할 수 없는 먼 곳까지 이동한 것이다.

남겨진 충신이 해야할 일은 오직 왕이 내린 마지막 명을 행하는 것.


“투항의 의지가 없음을 밝혔으니, 이제는 죽음 뿐입니다 루드릭.”


리온은 슬픈 눈동자로 자신에게 병장기를 들어올린 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미르네. 당장이라도 처죽일 기세의 부리부리한 눈을 한 드워프왕 아툴, 그리고 이전보다 더욱 쇄약해진 리치 형상의 루드릭까지.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왕은 사라졌다. 그리고···”


“...안자영이 도착했겠군요.”


리온은 그 남자가 자신에게 표출할 분노까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들을 죽인 자들의 편에 아버지가 서있는 격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어떻게 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리온의 눈이 한없이 슬픈데에는 안자영이 관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들의...동생.’


쿠우웅···!!


리온의 생각이 당사자에게까지 미쳤던 것일까. 그와 연합군 간부들이 대립하고 있는 중앙에 흙먼지가 피어난다. 지면을 울리며 내려앉은 세 인영.


“......리온···!!!!”


의형제의 원수를 앞둔 맹수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썩 빨랐구나 안자영.”


“대체 왜!! ...이딴 같잖은 질문은 하지 않겠다 리온. 패륜짓을 들먹이며 네 속을 썩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


당장이라도 처죽일듯한 분노를 눈동자에 가득 머금으며 점잖게 목소리를 흘리는 안자영. 그의 양 옆에는 아르피엘과 임예선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전투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바깥의 마물들은 괜찮은건가- 이런 늙은 몸에게 과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온듯하군.”


“썩 문제없다. 이제부터 나를 제한 모두가 그 마물들에게 전념할 계획이니까.”


안자영의 그 발언에는 루드릭의 시선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안자영···! 아무리 너라도 혼자로서는···!”


“할만합니다. 그리고 잊으셨습니까? 저흰 구원자입니다.”


루드릭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툴 또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형님이시라면! 바깥은 맡겨두십시오!”


하지만 문제는 미르네였다.


“저 자식은 내 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성이 안풀려!!!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못합니다 연합장!”


안자영은 미르네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 속에 담긴 감정. 처절함과 비통함. 그리고 ‘소중한 이에게 배신당한’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 까먹을 여유도 없어.’


“미르네랑 제가 남습니다. 다들 어서 움직여!!”


연합장은 안자영이다. 그의 결단이 목소리로 퍼져나가는 순간 모두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처컥.


리온은 비릿하게 웃으며 안자영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썩 안좋은 패를 선택하셨군요 연합장.”


“그 입 닥쳐라 리온!!!!”


분노를 머금은 화염이 미르네의 손아귀에서 피어나 변종의 검을 든 괴물에게 쇄도했다.


츠캉!! 콰하앙!!!!

쩌어어엉!!!!


“......!! 크윽···!!”


신음을 삼킨 이는 화염을 던진 엘프였다. 그렇다고 반격에 의한 신음도 아니었으니, ‘자신이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하는 자존심 문제였다.


그녀의 화염은 리온의 번쩍이는 검광에 그대로 터져 사라졌다. 그뿐인가, 안자영이 마주 쏘아낸 검광이 아니었더라면 리온의 검은 미르네의 목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려놓았을 것이다.


“뭘 생각하고 있습니까 미르네!! 저 자식은 처죽여야하는 놈이라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공격 때려부으란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위축된 모습을 두고만 보고있을 상황 또한 아니다. 안자영은 윽박을 지르며 그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어야했다.






<안자영>


정말 괴물이다. 새삼 느끼는 괴물이다.


챙강!!

츠카앙!!


어찌 흩날리는 검격들이 하나같이 재해급일 수가 있을까. 리온 폴 워커가 이룩한 검술의 경지와 변종으로서의 힘이 모두 발휘되기 시작하자 정말 식은땀이 절로 날 지경이었다.


쇄하악!!

콰하아앙!!!!


“으으윽!! 쿨럭!!”


리온이 예리하게 날린 검기. 정확하게 미르네가 딛고 선 지면을 폭발시켰고 그 파편에 미르네가 큰 타격을 입은 채 바닥을 뒹굴었다.


‘정말, 이 망할 관 안에 든 녀석보다 배는 쎈 것 같군.’


나는 등에 멘 관을 향해 신경을 돌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헌데, 정말 언제 제대로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연합장.”


“후우···! 아?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전력인걸.”


“그 커다란 관부터 내려놓으시지요. 드워프 왕성에 다녀온 이후로부터 언제나 메고 계시는걸 보아하니, 그게 당신의 힘입니까? 그렇다면 어서 개방을 하셔야지 않겠습니까- 그 목숨이 다하기 전에 말입니다!!”


쐐하아악!!!!


리온의 검은 또 다시 한줄기의 섬광이 되어 내 뺨에 생채기를 만들어낸다. 완전히 피했다고 생각했거늘, 또 이런 상처를 만들어내는 공격이라니.


‘......잠깐만. 이 자식, 이 관의 정체를 몰라?’


그럴리가 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공방을 펼치며 과거를 되짚어보았다.

확실히 말한 적이 없었다. 루드릭이 슬쩍 살피며 ‘흉흉한걸 메고 다니는구나’라고 말했기에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칸이라는 정보망을 통해 리온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아마 칸은 나이트 오브 던의 관까지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로 몰라?!’


나는 시험삼아 유도심문을 해보기로했다.


“아니, 애시당초 말이야 방귀야. 내 힘을 내려놓고 싸우라니. 바로 즉사할텐데.”


“그런데에도 이런 무리한 전투를 벌인것입니까- 썩 감사하군요, 약점을 알려주시다니-!”


쐐하악!!!!!



난 순간 두 눈이 찢어질듯 커졌다. 이 자식, 지금까지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던게 아니었나보다! 내 상체보다 큰 관만을 집중적으로 노려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카하앙!!!



“이크!?”


순간 심장이 떨리는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흔들리지 않았을까, 내 심장.

그의 검이 기어이 관의 한켠을 때리고야만 것이다.


“역시 금속이군요. 하지만 다음엔 그것을 부수고야 말겠습니다 연합장···!”


“하, 하! 이게 부숴지면 내가 더 강해질텐데?!”


“하지만 패널티가 있겠지요! 그렇기에 그렇게 꼭꼭 닫아 메고 다니는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제서야 확신했다.


‘.........진짜로 모르잖아?!’


단순함은 유전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이 부자는 그랬다는 사실을!


“...이야기가 조금 필요하겠군.”


“당신이 어떻게 왕의 간부급들을 상대해왔는지 어련히 잘 알고 있습니다.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 적의 속내를 뒤집어 헛점을 유도했지요.”


“조금은 유도당해줄 생각 없어?”


“크후후후. 아쉽게도 말입니다!”


츠파바밧!!!!


기합과 동시에 흩날리는 검기는 무려 4개! 그것도 하나같이 바위들을 한번에 절단낼만한 예리함을 담아 쏘아내고 있었다.


“이크!”


몸을 기역자로 역동적으로 꺾으며 어떻게든 피해냈지만 그 찰나를 잡으며 검을 곧게 눕힌채 찌르고 들어오는 리온 폴 워커! 하지만 그 검에 맞았다간 그대로 패복할테니 있는 힘껏 몸을 회전시켰다.


파앗! 쉬샤아악!!


“--!!”


당황한 쪽은 나였다.

나는 숨겨둔 와이어 나이프를 꺼내들며 쇄도해오는 검을 묶어내려했다. 쇄도하는 검을 중심으로 허공을 크게 돌아, 상대의 검을 와이어로 감은 뒤 바닥에 내찍으려는 셈이었다.

하지만 리온 폴 워커의 검은 내 지척에서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마치 관성을 무시하듯 뚝- 하고 멈춰 나의 곡예를 비웃듯 바라보고 있었다.


뻐어억!!!!

콰하아앙!!!!!



힘 또한 아주 무식하다. 그대로 뻗은 오른발이 내 복부를 강타하고 내 몸둥이를 바위구덩이에 처박아버렸다.


“...쿨럭. 이거 완전 괴물이구만.”


축 늘어진 몸으로 입술만을 움직였다. 눈도 게슴츠레 리온을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다가오는 리온과 널브러진 나의 모습은 누가봐도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실망이군요, 안자영. 힘을 되찾았는데 이 정도입니까.”


“그쪽이 정신 나갈정도로 강한거라니까...이봐. 이제는 이야기 좀 나누자고. 죽어도 살아나긴 하지만, 아마 레오 성 부근에서 살아날테니까.”


“...아쉽지만, 그렇게 무른 상대가 아닙니다. 돌아오셨을 때는 모든게 끝나있을겁니다!”


나는 리온의 검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몸이기에 그런게 아니다.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콰직!!!!


“...뭐하자는 짓이지?”


그 검 끝이 향한 곳은 내 목이나 치명적인 급소가 아니었다. 바로 등에 멘 관.


“왕을 위해서라도...당신이 가진 본연의 힘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으니까요.”


덜컥!!


관의 문은 열렸다. 리온의 검이 관의 파손된 틈을 비집고 움직여 문을 강제로 개방한 것이다.


“아...그래? 그럼 아주 만족스러울때까지 구경해보시지 그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리온이 비켜주는 자리를 딛고 일어나 봉인된 힘을 해방하는 정신병들린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먼저 등을 돌리고, 해적왕이 될것처럼 두 주먹을 꽉 쥔 채 활짝 벌렸다.


“......??”


리온은 아마 멀뚱멀뚱 관 속에서 터져나오는 붉은 안광을 마주할테지.






콰하아아앙!!!!!!!!


여파는 굉장했다. 등이 굉장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등 너머로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크흐윽--!!!!”


스하아아아--!!


-“인간···! 증오스러운 괴물···!! 죽어라···!!”


모두가 알겠지만, 관에 보관된건 봉인된 내 힘 따위가 아니다. 바로 풀충전 상태의 나이트 오브 던 님.

그리고 참고로 이야기하는 부분이지만, 계곡에서 처음 녀석과 조우했던 때와는 아주 다른 친구다. 마치 관 안에서만 힘을 축적할 수가 있는듯 밖에 나와서 잠자고 있던 때와는 급이 다른 전투력을 자랑한다.


‘...도적성채에서 녀석을 막을 때는 진짜 목숨 걸고 싸웠었지.’


계곡에서는 방심하다가 치명상을 내줬다면, 도적들의 성채에서는 전력전에서 죽을 뻔했다.


쿠콰하아앙!!!

콰가가각!!

콰과광!!!!


이미 검끼리의 부딪힘이라 부르기가 부끄러운 재앙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이트 오브 던. 관에서 깨어나는 시점에서 처음 보는 생자(生者)를 적으로 삼는게 그 녀석 습성이기도 하니 당분간은 치고박겠지.

나는 조용히 인기척을 죽이고 미르네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저기요. 괜찮아요 미르네?”


“......으윽...연합장...저 언데드는 대체···”


고통스러운 몸으로 볼건 다 보고 있었나보다.


“아니, 루드릭이 아무런 말도 안해줬어요? 뭐, 그 덕에 승기를 잡긴 했지만···자, 이걸 드세요. 소연이가 제작한 특제 포션입니다.”


제작 재료가 워낙 희귀하고 비싼것들이라 지금껏 우리가 열 개를 만들지 못했던 포션이다. 나에게 건네받은 포션을 복용하고 단 수 초만에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느낀 미르네. 곧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연합장···! 감정을 앞세워 도움도 되지 못했을 뿐더러 이런 추태까지···!”


“...사실 저만한 괴물이면 누구나가 그랬을거에요.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미르네. 예선이라면 죽어도 살아날테지만 미르네까지 죽었더라면 크게 상심했을거에요. 특히 샤론이 말이에요.”


“......그렇네요. 저희는 살아있는 이들이었죠.”


“자, 이제 승리를 잡을 계획을 짭시다. 그 비상한 머리를 빌려주시죠 대마도사님-”






<리온 폴 워커 - 아쉽고 슬픈 검의 대가>


칸이 옆에서 보고 있었더라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이다. 안자영이라는 남자에게 또 한 번 크게 당하고야 만 것이다.


‘대, 대체 왜 이딴걸 등에 메고···!’


당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외칠법했다. 하지만 사람도 아닐뿐더러 존속하고자 하는 이들의 적. 악을 악으로 무찌른다는데 무찔러지는 이의 반박을 누가 듣기라도 하겠는가.


쩌어엉!!!!


“쿠후우···!! 하아아!!!”


-“인간···! 기사···! 위대한 검의···! 워커의 검술···!!”


“언데드 주제에 이 검술을 아는가···!”


나이트 오브 던 또한 살아 생전엔 골수 깊은 검 덕후(?). 워커 가문이야 리온의 선대 때부터 대대로 그 이름을 펼쳤으니 알만도 했을 것이다.


-“추악하구나···! 땅을 수호하고...하늘을 비출 그 검이···!! 망할 괴물!!”


“하!! 언데드의 입에서 나오다니 참으로 웃기구나!!”


리온 폴 워커가 꽤 우세했다. 루드릭과의 전투에 이어 안자영이 간간히 내놓은 반격, 그리고 풀충전 상태의 나이트 오브 던과의 연전일터인데도 리온 폴 워커는 이기려하고 있었다.


나이트 오브 던을 무릎 꿇린 변종의 검이 들어올려졌다. 승리를 확신하며 두개골을 반을 쩍- 하고 가르는 워커의 검. 하지만 그 순간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연합장이 부리는 언데드. 설마!”


퍼석.


리온 폴 워커는 기어이 자신이 싸워 이긴 언데드의 이름을 떠올리고야 말았다.


“나이트 오브 던···”


짝짝짝-


비릿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 악역의 주인공은 안자영이다.


“고럼, 고럼. 그렇지, 그렇지. 그 친구는 잠시 뒤에 부활할 예정이라고?”


“...대체 당신이란···!”


“당신이 그만큼 연연했잖아? 원하는건 보여주는 성격이라서.”


그리고 안자영은 프루프 오브 메시아를 뽑아들었다.


“시간 없는 관계로 슬슬 정리하겠다 리온. 마지막으로 놀아서 즐거웠어.”


리온 폴 워커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처음부터 프루프 오브 메시아를 꺼내들지 않고 그저 장검만으로 변종의 몸인 자신에게 맞선 저 남자. ‘안자영은 처음부터 자신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야기를 유도했었지.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던 것인가. 그를 위한 탐색전이었나. 그런줄도 모르고 나라는 멍청이는···’


쇄하악-


“----!!!!”


회한에 젖을 시간도 없었다. 안자영이 치켜든 POM은 큰 소리 없이 쇄도하는 것이다. 자신처럼 거창한 파공음이나 큰 검격을 날리는 것이 아닌, 그저 상대를 죽이기 위해 다듬어진 검술.


푸화아악!!!!


나이트 오브 던과의 전투에서 힘을 소진한 리온은 그대로 그 검에 찔렸다. 최고의 컨디션에서 싸웠더라면 반응 정도야 했을테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안자영이 지금 선보인 움직임은 그가 가진 본연의 힘. 1:1로도 문제없이 리온 폴 워커를 능가하고 있는 안자영이었다.


화륵!


‘정말...구원자로군. 무섭고도...아득히 높은 이다.’


화르륵! 타다닷.

화륵!!


변종의 배를 관통한 정화의 마검은 그 몸둥아리를 크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마치 봉화에 불을 붙인 마냥 크게- 크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소각 끝에 남은 것은 ‘아직 반쪽의 인간 형상을 하고 있는 리온 폴 워커’. 변종으로서의 몸이 사라진 상태의 그는 하반신의 절반이, 상반신의 절반이 없었다.


“뇌가...뜨겁군요.”


“......생각치 못한 성과인가? 내 눈엔 네가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문제는 그것이다. 어째선지 리온 폴 워커는 말리온의 때처럼 재가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죽음 후 변종으로 살아난 말리온과는 다르게, 저는 산채로 변종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대로 심장을 찌르십시오 연합장.”


리온의 목소리를 들은 안자영은 그대로 단검을 뽑아들어 그의 심장을 겨누었다.


“이, 이건...어떻게된 겁니까 연합장!”


때마침 맡은바 임무를 마치고 달려온 미르네. ‘나이트 오브 던이 부활하기 전에 그 뼈다귀를 관 안에 넣어야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온 그녀였다.

미르네는 리온 폴 워커의 얼굴을 마주하고 인상을 크게 쓸 수 밖에 없었다.


“...인간으로 돌아온 모양이에요 미르네.”


“......또 배신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연합장.”


안자영이 미르네에게 대답했지만 말을 건넨 이는 리온 폴 워커다.


“확실하게 인간이 된건가요 연합장···?”


이번에는 미르네다.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연합장. 이리도 쉬이 돌아왔더라면 진작 그랬을 것입니다 연합장.”


이번엔 리온.


“도대체가 어떻게된건지 알고싶습니다 연합장! 리온 폴 워커는...리온은 이제 괜찮은건가요 연합장!”


“---아 진짜 시끄럽네!! 연합장 연합장!! 몰라요 저도!! 미르네, 조금 진정하십쇼!”


듣는 연합장 귀가 많이 아팠나보다.


“...지금 뭐하자는겁니까!!! 당장 저를 죽이십시오!!!!저는 라이브로더를 죽이고 엘프들을 배신했으며 끝내 혈육 아들까지 처죽인 남자입니다!! 당장 칼을 찔러박지 않고 뭐합니까!!”


“리온 폴 워커.”


“더 이상 이 세상은 지옥입니다···!! 대체 무슨 낯짝으로, 대체 무슨 낙으로!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지옥을 살아야하는 겁니까···! 모두가, 그 모두가 죽어버린 이 세상에···! 아들을 죽게 내버려두어야했던 이 아비가!!”


“...리온.”


안자영은 리온 폴 워커의 눈을 마주보고만 서있었다.


‘감정의 빛이...선명해졌다. 이건 루드릭과 아르피엘의 확인이 필요하겠어.’


그는 단순히 죽고싶어한다. 하지만 안자영은 그러한 부탁만으로 그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손으로 레오 형님의 아버지를 죽이란 말씀이십니까? 형님의 죽음에 이어, 이번엔 내 손으로? 헛소리 마십시오. 생사 정도야 알아서 정하십시오.”


안자영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통신에 필요한 도구를 꺼냈다. 샤론과 루드릭을 통해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찾으려는 것이다.


“미르네. 잠시 뒤 루드릭이 올겁니다. 저는 바깥을 마무리하기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네. 조심하십시오 연합장.”


심지어 그는 리온 폴 워커를 두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린다.


“...미르네. 날 죽여라.”


“그 입 닥쳐 리온.”


“난 라이브 로더를 죽였다. 그분은 네 아버지와 같은 분이 아니셨나. 바로 최근의 일이잖나.”


“닥치라니까 리온.”


“죽은 이를 욕해주어야 날 죽일 마음이 들겠나. 라이브로더를 죽이는 그 순간을 생생하게 전해주어야 날···!”


투둑.


한쪽 시야로는 그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우측 눈 밖에 남지 않은 리온 폴 워커는 좌편에 선 그녀가 잘 보이지도, 마주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고개를 돌려야했다.


“......”


“제발...제발 닥치라고 리온···! 그냥 닥치고...옆에만 있어줘···”


미르네에게 있어, 변종으로서의 리온과 함께한 순간들은 심장 깊은 곳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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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신대륙 마도연합 (2) 19.03.09 45 0 12쪽
51 신대륙 마도연합 19.03.08 46 0 12쪽
» 존속 전쟁 (4) 19.03.07 43 0 19쪽
49 존속 전쟁 (3) 18.05.31 80 0 15쪽
48 존속 전쟁 (2) 18.05.29 77 0 15쪽
47 존속 전쟁 18.02.26 142 0 8쪽
46 급변 18.01.09 144 0 16쪽
45 마물의 왕, 세상에 도래하는 어둠 17.12.28 128 0 12쪽
44 괴팍한 용의 둥지에서 17.12.16 139 0 16쪽
43 고요한 분노 17.12.06 145 0 18쪽
42 위대한 왕의 죽음 17.12.04 151 0 12쪽
41 구원자 가라사대 모두 뒤지라 17.11.28 138 0 13쪽
40 나이트 오브 던 (3) 17.11.21 145 0 13쪽
39 나이트 오브 던 (2) 17.11.20 161 0 14쪽
38 나이트 오브 던 (1) 17.11.16 152 1 12쪽
37 드워프 왕의 진노 17.11.05 156 1 19쪽
36 신 마도연합 (2) 17.11.04 162 2 18쪽
35 [외전] 이 남자는 고자가 아닙니다. 17.11.02 174 2 26쪽
34 신 마도연합 (1) 17.11.01 166 1 22쪽
33 말리온 (2) 17.10.31 179 1 16쪽
32 말리온 (1) 17.10.30 166 1 16쪽
31 변이 언데드 17.10.29 171 1 16쪽
30 인간과 엘프의 시간 (2) 17.10.28 150 1 18쪽
29 인간과 엘프의 시간 (1) 17.10.28 17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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