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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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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73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작성
17.12.0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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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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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위대한 왕의 죽음

DUMMY

<레오 1세 - 인간들의 왕>


쿠구구구구······!!


“무슨 일이냐 올--!”


레오 왕성의 왕좌에 앉은 인간들의 왕은 대지를 가득 울리는 지진에 자리에서 기립하여 소리쳤다. 그에 왕을 보좌하던 측근은 다급한 걸음으로 달려나가 지진의 근원지를 찾았고 곧 얼굴이 사색이 되어 레오 1세에게 돌아온다.


“치, 침공이옵니다 폐하···!!!! 마물...아니, 검은 점액의 괴물- 변이종 마물군세들이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왕도의 백성들을 닥치는대로 사냥하고 있습니다!!”


레오 1세가 그 보고를 듣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알현실 문을 지키던 병사가 부리나케 달려 왕의 전(戰) 장비를 가져오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갑주와 검을 장비한 레오 1세는 백성을 지키기 위해 왕성에서 몸을 날렸다.


“올! 너는 모든 기사들을 통솔하여 최대한 다른 곳의 백성들을 지키라!!”


“존명!”


왕을 지키는 것이 근위기사단장인 올의 의무였지만 그는 왕명을 거스르지 않았다. 왕의 안전이 최우선 사항임은 분명하지만, 왕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짓밟고 그 왕명을 거역한다면 왕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겨누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쿠화아아아---!!!!

괴, 괴물이다!! 도망가!!


왕성이 있는 언덕에서 왕도 전역으로 퍼지듯 내려온 왕성의 병력들은 불바다로 번져가는 도시를 볼 수가 있었다. 크고 작은 변종 마물들이 건물을 무너트리고 곳곳에서 폭음이 터져나오니 백성들의 사체가 즐비하여 거리를 가득 매웠다. 피와 시체 타는 냄새가 섞여 병장기를 든 이들의 머리를 어지럽혔고 곧 병사들은 자신의 가족들의 생사가 염려되어 더욱 흥분 상태에 접어들었다.


“머리를 식혀라!! 마물은 최소 수 천이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가족들 또한 살지 못한다!!”


“동쪽이다! 동쪽부터 파고들어라!!”


“무턱대고 달려들지 마라!! 너희가 아는 마물들이 아니다!!”


다행인 점은 병사들을 통솔하는 십보장, 백보장 단위의 기사들이 이성을 유지하고 전술을 가다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인간들의 상상을 웃도는 힘을 가진 변종 마물 수 천. 그 마군과의 전투에서 병사들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더라면 왕도는 완전히 괴멸했을테지만 기사들은 침착하게 전술적인 유리함을 찾아가며 전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한편 혈혈단신으로 서쪽의 마물 군세를 향해 처들어간 레오 1세는 압도적인 무위로 마물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변종 마물 또한 그를 강적으로 인식하여 동시에 달려드는 개체가 최소 열 이상. 하지만 그럼에도 레오 1세의 무위는 압도적이었으며 단 10분 안에 그가 완전히 침묵시킨 변종 마물은 무려 3백에 달했다.


‘하필 아버지께서 안계신 지금···!’


리온 폴 워커는 레오 왕도로 오고 있다는 안자영 일행을 마중나가기 위하여 홀로 왕도를 나선 상황이었다. 몸도 찌뿌둥하여 운동도 할겸 다녀오겠다는 아버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낸 후회가 막심했던 레오 1세.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변종 마물을 한 마리라도 더 많이 베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 침공이 흑막에 의한 것이라면 아버지께서 없는 틈을 노렸던 거겠지! 일국의 왕으로서, 아들로서 못난 모습을 보일 수야 있나!’


“차아아압--!!!!”


쐐하아악!!!

쿠화아아아아----!!!!


레오 1세가 거대한 기합 소리와 함께 휘둘러낸 검은 어마어마한 검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수 십의 마물을 바닥에 쓰러트린다. 한층 더 압도적인 모습에는 언데드가 아닌 변종 마물들이 일순 공포에 공세를 멈췄고 그 틈을 타 레오 1세는 다시 외쳤다.


“모습을 드러내라!! 망할 악룡!! 네놈이 흑막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아니면 이 몸이 두려운게냐!!”


드래곤 종인 두 대 대마도사. 둘 중 한 명 내지 둘 모두가 흑막이라는 확신까지 얻었던 신 마도연합이었기에 레오 1세 또한 당당하게 외칠 수가 있었지만 그 존재가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내주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지금의 전황만으로도 충분히 레오 세력의 열세. 숨어있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줄 이유 따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숨어있다는 마냥 이야기하는군. 어리석은 인간.”


재차 레오 1세를 덮치기 위해 쇄도하던 변종 마물들은 레오 1세의 상공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한 존재를 인식하고 다리를 굳혀버렸다.

드래곤종이라 하여 용의 형상, 또는 비늘로 덮인 외견을 하고 있을법 했지만 그 존재는 영락 없는 인간의 모습. 하지만 그것이 본모습은 아니었다. 폴리모프라는 성룡의 고유 마법이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일 뿐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본모습은 레오 왕성 보다도 거대한 용 그 자체다.


“나는 허공에 서있었다. 찾지 못한 것은 너이지 않느냐.”


“대..마도사 칸···!”


마치 고양이과의 것처럼 세로로 축소된 동공. 그 눈동자가 뿌리는 금빛 안광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운이 담겨있었다. 희끗한 백발을 깔끔하게 뒤로 넘겨 묶은 중년은 허공에서 내려와 레오 1세의 지척에 섰고 인간들의 왕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루드릭이 5인의 대마도사 중 표면적인 으뜸이었더라면 그는 실질적인 최강의 마도사였으니 말이다.


“당신이···! 당신이 마물의 왕을 부활시키려 하는 주범이었는가!!”


“그렇다. 별 달리 할 이야기도 없군 그래. 더 궁금한 것이 있는가-”


친근하다기보다 ‘숨길 이유가 없다’라는 느낌을 자아내는 드래곤 ‘칸’의 태도. 그 태도를 눈 앞에서 마주하니 레오 1세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분은...대마도사 ‘아르피엘’님은 어디 계시나!!”


“죽였다.”


연락이 닿지 않는 두 대마도사 중 한 명이 흑막의 주범임이 밝혀졌으니 다른 한 마도사의 행방이 궁금할만도 했지만 진실을 고하는 칸의 모습에 레오 1세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이 사실을 연합에 알려야하거늘···!’


하지만 레오 1세 본인이 아주 잘 알 수 밖에 없는 사실. 눈 앞의 드래곤은 자신을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이렇게 질문에 순순히 답해주고 있는 것일테니 말이다.


“살아나갈 궁리를 하고 있나? 절대로 불가능하니 생각조차 말도록. 루드릭은 스스로 죽어 언데드로 전락해주었고 건방진 아르피엘은 주제도 모른 채 내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목을 분질러 스카이 로드 정상에서 떨어트려 주었지.”


“크으으···!!!! 도대체 왜!! 우리 문명족들의 존속을 유지시키고 세계의 균형을 수호하는 드래곤이 어찌 세계를 멸망시키려하는가!!”


“다음 질문은 그건가. 네가 이해할진 모르겠다만 이왕 베푼 친절은 끝까지 베풀도록 하지.”


그리고 이어진 칸의 목소리에는 그 스스로의 감정이 절로 묻어나왔다.


“지쳤다.”


“뭣-?!”


“나와 루드릭은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해왔다. 인간들이나 엘프들 조차 상상하지 못할만큼의 세월을 말이다. 너의 아버지, 리온 폴 워커가 태어나기도 전, 먼 과거의 인간들은 어땠을거라고 생각하나. 인간은 엘프를 지배했다. 귀를 잘라내고 노예로 삼아 노리개로 사용하거나 가죽을 벗겨 스스로의 몸을 마물에게서 보호하는데 쓰기까지 했다. 그리고 드워프와는 전쟁을 지속했다. 나와 루드릭은 나서서 인간들을 침묵시키고 역사를 단절시켰으며 남은 소수의 인류를 엘프에게 던져주었다.”


“그, 그런···”


“헌데 웃기게도 이번엔 엘프들이 똑같은 짓거리를 하더군. 인간이 자신들과 다르기에 배척하고 그들을 물건으로 취급하였다. 그리고 드워프는 탐욕에 절어 동족끼리 금을 빼앗기 위해 싸우고 스스로의 물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을 죽여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지금과 같은 화합의 시기가 과거에도 없었던 줄로 아느냐. 열 손가락으로 간신히 세어낼 수 있을만큼이나 있었다. 허나 언제나 다시 돌아왔지. 공공의 적이 없어지자, 위대한 지도자가 없어지자 각 종족들은 과거보다 더욱 잔인해져있었다. ···...인간들의 왕, 레오 1세여. 이제 네게 묻겠다. 드래곤은 언제까지 이 안쓰러운 역사를 반복하여 지켜보며, 언제까지 그들을 중재하여야 하는가. 드래곤은 분명 너희 문명족들에 비하여 월등한 힘을 가졌지만, 그 또한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들의 살리고자 희생된 드래곤들 또한 있으며, 엘프를 살리고자 영겁의 미래를 포기한 어린 드래곤들도 있었다.”


“.........”


처음 듣는 이야기에 인간들의 왕이 말을 잃어버리자 칸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이제 그 반복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 드래곤이 어리석었다. 우리는 너희를 관리하기 위하여 ‘절대적인 지도자’를 세울 것이며 모든 생명은 영겁의 세월 동안 평등한 취급당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너희 문명족들이 만든 모든 것들을 무너트려도 큰 것이 아닐터이지.”


“..........마지막으로 묻겠다 칸.”


“마지막이다.”


하지만 레오 1세가 똑바로 눈을 빛내며 던지는 마지막 질문에는 칸의 눈동자가 살짝 떨릴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드래곤 모두의 의지인 마냥 이야기하는군. 루드릭님을 비롯하여, 모든 드래곤들이 네 의견에 찬성했나? 그렇다면 아르피엘님은 왜 죽여야했던 거냐.”


“............”


“모두 너 혼자만의 독선이란 소리가 아니더냐. 미천한 인간들의 왕이 그것을 아는데,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위대한 드래곤이 그것을 모르다니. 웃음거리를 주어 고맙다 칸.”


“......이제 그만 죽거라.”


레오 1세는 조용히 자신의 검을 치켜들고 눈 앞의 적을 겨눈다. 결코 쉽게 죽어줄 생각이 없다는 강한 결의의 표현. 그리고 힘의 차이를 알고도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하는 레오 1세에게 칸 또한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여 그를 침묵시키로 한다.


“경의를 표한다. 인간들의 위대한 지도자, 레오.”


파지짓---!!!!


마나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빛의 검이 칸의 우수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를 향해 쇄도하는 레오 1세의 기세는 한치의 떨림이 없었다.


푸화아악---!!!!!


곧이어 레오 1세의 갑주와 함께 심장을 관통한 빛의 검은 섬뜩한 소리를 레오 왕도의 허공을 울렸고 조용한 칸의 목소리가 죽음에 드는 왕의 귀를 간질였다.


“너의 사체는 마물들이 먹지 않도록 해주마.”


'아우...미안하네. 형님께선...여기까지인 모양이야...'


바닥에 쓰러져내린 왕은 자신과 의형제를 맺은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이 세계로 건너와 자신을 도운 것부터 시작하여, 그와 함께 웃고, 그와 함께 헤쳐나갔던 역경들.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행복했고 아쉬웠기 때문이다.

왕은 마지막 남은 여력으로 오른팔과 그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림도, 그렇다고 이곳의 문자도 아닌 것이 두 개의 곡선과 세 개의 직선이 피바닥에 그려진 전부. 드래곤 칸은 왕이 아무런 생각 없이 손가락만을 움직였다고 판단하여 마물과 함께 그곳에서 모습을 감춰버렸고 왕은 아우가 자신의 작품을 봐줄 것을 기대하며-

영원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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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세 기사의 이야기 19.03.10 54 0 11쪽
52 신대륙 마도연합 (2) 19.03.09 45 0 12쪽
51 신대륙 마도연합 19.03.08 46 0 12쪽
50 존속 전쟁 (4) 19.03.07 42 0 19쪽
49 존속 전쟁 (3) 18.05.31 80 0 15쪽
48 존속 전쟁 (2) 18.05.29 77 0 15쪽
47 존속 전쟁 18.02.26 142 0 8쪽
46 급변 18.01.09 144 0 16쪽
45 마물의 왕, 세상에 도래하는 어둠 17.12.28 127 0 12쪽
44 괴팍한 용의 둥지에서 17.12.16 138 0 16쪽
43 고요한 분노 17.12.06 145 0 18쪽
» 위대한 왕의 죽음 17.12.04 151 0 12쪽
41 구원자 가라사대 모두 뒤지라 17.11.28 138 0 13쪽
40 나이트 오브 던 (3) 17.11.21 145 0 13쪽
39 나이트 오브 던 (2) 17.11.20 161 0 14쪽
38 나이트 오브 던 (1) 17.11.16 151 1 12쪽
37 드워프 왕의 진노 17.11.05 156 1 19쪽
36 신 마도연합 (2) 17.11.04 162 2 18쪽
35 [외전] 이 남자는 고자가 아닙니다. 17.11.02 174 2 26쪽
34 신 마도연합 (1) 17.11.01 166 1 22쪽
33 말리온 (2) 17.10.31 179 1 16쪽
32 말리온 (1) 17.10.30 166 1 16쪽
31 변이 언데드 17.10.29 171 1 16쪽
30 인간과 엘프의 시간 (2) 17.10.28 150 1 18쪽
29 인간과 엘프의 시간 (1) 17.10.28 17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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