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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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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950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27 22:19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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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현명한 사람들

DUMMY

무너진 건물의 폐허속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자라나는 덩굴들.

교수는 그런 식물들을 칼로 쳐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 교수님! 저기···”


“쉿.”


교수는 노아의 입을 막고 걸음을 멈췄다.

무성하게 자라난 풀숲에 사람 모양의 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교수는 곧 그게 좀비라는걸 알아챘다.


“잘 보세요.”


교수는 주머니에서 짧고 예리한 단검을 꺼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의 뒤로 간 그는 신중하게, 그러나 빠르게 뒷통수에 단검을 꽂아넣었다.



교수는 쓰러지는 시체를 잡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힌 뒤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교수는 왔던 길을 그대로 뒷걸음질 치며 노아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단검을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단검을 받아들고 교수를 따라 천천히 놈의 뒤로 움직였다.

교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 언제든 놈이 깨어나기만 하면 바로 쏠 자세를 취했다.

노아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강하게 단검을 내리쳤다.




“...됐네요.”


“...진짜 떨렸어요.”


“잘하셨습니다 노아군. 서툴긴 했지만 침착했어요.”


교수는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뗀 후 주위를 둘러봤다.

오래된 건물 안 인듯 구멍난 외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여긴 ‘NLC’의 옛 발전소네요.”


“발전소··· 그럼 여기서 전기를 만들었단 건가요?”


노아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제가 아는 한 전기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아요. 무엇을 원료로 만들었죠?”


“원료.. 라고 해야되나. 기본적으로 수력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렸죠. 근처에 댐이 있었거든요”


교수는 수풀을 뒤적이다 작은 톱니바퀴 하나를 발견했다.


“발전소에 필요한 잔여 전력은 좀비를 이용해 생산했습니다. 녹색 좀비는 햇빛만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참 효율적인 장치였죠.”


노아는 교수에게 받은 톱니를 손에 넣고 돌렸다.

톱니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마치 팽이처럼 돌아갔다.


“이 발전소 덕분에 문명이 다시 재건됐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대단하네요. 위험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좀비를 이용하다니···”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입니다. 이로운 것들, 자신들을 해치는 해로운 것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고, 통제합니다.

통제하지 못하는게 딱 하나 있긴 합니다만...”


노아가 그게 뭐냐고 물었지만 교수는 대답하지 않고 뚫려있는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빨간 태양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빛이 두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다.

교수는 한참 걷다가 건물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그늘을 발견했다.


“노아군, 저기서 좀 쉽시다.”


두사람은 건물을 뚫고 자라난 나무에 기댔다.

수년의 세월동안 자라난 나무는 인간의 흔적을 점차 지워가고 있었다.

노아는 그늘의 한 구석에서 회색빛 덩어리를 발견했다.


“이건···”


“그건 책을 태운 겁니다. 아마 성경이겠군요. 모든 성경엔 노아의 방주에 대한 기록이 있으니···”


“이것도 아크교가 한 건가요?”


“그렇겠죠. 적어도 NLC 주민들 중엔 책을 태우는 어리석은 사람이 없었으니.”


“...그럼 NLC가 멸망한 이유가···”


교수는 먼 산을 바라봤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도시에 살았던 자신, 그리고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네. 아크교의 침략으로 멸망했습니다.”


“이해가 되질 않아요. 힘을 합쳐 좀비와 싸우진 못할 망정···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죽이다니, 신세계의 인류가 이렇게 멍청할 수가!”


“비단 신세계의 인류만 그런 건 아닙니다.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유일한 건 바로 같은 인간입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사상이 다르다고 서로를 죽이는건 좀비로 멸망하기 전에도 종종 일어났던 일입니다.”


교수는 숯덩어리를 발로 밟아 으깼다.


“아크교를 옹호하는건 아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종교도 몇백년전 자신들의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했었습니다.

13년 전 NLC의 군대도 좀비를 아크교도들의 본거지에 풀어 그들을 학살했죠.

결국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란 겁니다.”


“...”


노아는 다리에 묻은 숯검댕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들은 뭐라고 불렸죠?”


“네?”



“교수님께선 인간의 형태를 분류해 그들의 학명을 지어줬잖아요. 사상이 다르다고 서로를 죽여댄 멍청한 인간들은 뭐라고 불렸죠?”


“... 우리는 그들을···”


교수는 말하다 말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말을 잘 못 했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어린 소녀와 그는 명백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신세계에서 태어난 사람이었고 그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현명한 사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불렀습니다.”


“...그건 참 이상하네요.”


“...그러게요.”


노아도 교수를 따라 살짝 웃었다.


해가 지자 교수는 노아를 데리고 옛날 주민들이 살던 거주지역으로 갔다.

수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없어 무성한 풀숲 때문에 길 찾는데 애를 먹고 있었을 때였다.


부스럭


교수는 순간 들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부스럭



교수는 다시한번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총을 발사했다.


“왜요? 뭔줄 알고···”


“멸망한 NLC에 아직도 있는건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좀비거나, 아크교도거나.”


교수는 총을 겨누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이미 총을 한발 쐈고, 목표물이 살아있던 죽어있던 총알을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잠깐! 쏘지마시게.”


“...나와.”


풀숲에 숨어있던 남자가 양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뒤로 돌아.”


남자는 명령을 수행하려다 문득 손전등에 비친 총 든 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오 교수? 자네 오 교수아닌가?”


“...존스?”


교수는 그를 겨누던 총을 내려놨다.

레비에 존스. 기다란 챙의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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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We are the world 20.08.29 25 1 8쪽
24 멋진 신세계 20.08.27 26 3 7쪽
» 현명한 사람들 20.08.27 27 1 6쪽
22 죽어있는 사람들의 밤 20.08.27 30 2 6쪽
21 새로운 동료 20.08.25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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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신의 뜻대로 20.08.23 36 2 7쪽
18 물품 조달 20.08.21 41 1 10쪽
17 전자 마약에 취해 +2 20.08.20 75 2 5쪽
16 구세계의 유물 사냥꾼 20.08.20 59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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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간의 빛나는 지성을 위하여 20.08.16 80 2 10쪽
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11 어떤 이 의 살이오, 문명의 서막이니 20.08.14 125 1 5쪽
10 누군가의 기록 (End) +1 20.08.14 104 2 2쪽
9 누군가의 기록 (5) 20.08.14 98 2 6쪽
8 나쁜 사마리아인 20.08.13 113 3 5쪽
7 누군가의 기록 (4) 20.08.13 110 4 4쪽
6 누군가의 기록 (3) 20.08.13 109 2 3쪽
5 지구 최후의 초코파이 20.08.13 171 4 13쪽
4 누군가의 기록 (2) 20.08.12 190 6 7쪽
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2 4 4쪽
2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3 20.08.12 376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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