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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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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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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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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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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그 날

DUMMY

똑똑똑


한창 뿅뿅거리며 게임하던 와중에 누가 문을 두들겼다.

누군지는 안봐도 뻔하다.


“들어와 강훈 형”


“민아. 정이 몇시에 도착한다했지?”


“2시. 그리고 정이 아니라 솔.”


“아 맞다. 얘는 왜 예쁜 이름을 바꾼거야.”


예쁜 이름?

우리들을 한명씩 따로 부르면 예쁜 이름이겠지.

이 강훈, 강 민, 강 정.

훈민정.

만약 두 집안에 아이 한명이 더 태어나면 이름은 ‘이강음’ 이거나 ‘강음’이 될것이다.

부모님들끼리 이상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어서 나온 결과이다.


“형 진짜 몰라? 정이가 왜 솔로 바꾼지.”


“왜? 무슨 이유인데.”


사실 별 쓰잘데기 없는 이유였다.

중학생때, 내 쌍둥이 여동생은 하교길에 분식집에서 닭강정을 사먹다 강훈 형과 마주쳤다고 한다.


“강정이 강정을 먹네.”


강훈형이 아무 생각 없이 친 개드립에 정이는 트라우마가 생길뻔했고, 그렇게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개명해버렸다.


“..아니야. 형은 평생 모르겠지.”


시계가 1시 반을 가리켰다.


“슬슬 출발해야할 것 같은데? 술 같은거 사오려면 지금 나가자.”


“그럴까? 근데 OT에서 술 많이 퍼 먹였을텐데 또 마시고 싶을까?”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말라 해.”


“그래. 일단 가자.”


강훈형이 운전석에 타고 난 앞자리에 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앞 트렁크에 있는 껌을 꺼내 입에 넣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은? 오늘은 집에 오신데?”


“아니. 정이랑 너 생일이라고 했는데 셋이서 파티하래. 어쩌겠냐. 돈이 넘치셔서 여행다니는걸.”


강훈 형은 아주 유복한 집에서 자랐다.

재수 실패하고 삼수를 하면서도 여유롭고 무사태평한 저 성격은 집안의 재력 때문일것이다.


“저기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솔이가 보였다.


“오빠들 안녕. 짐좀..”


솔이를 도와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짐을 싣고 보니 솔이가 내 자리 조수석에 타있었다.

어쩔수 없이 뒷자리에 타야겠군.


“와··· 버스 타고 오는데 길 엄청 막히더라. 다행히 반대편 도로였지만. 어디 사고났었나봐.”


“그래? 다행이네.”


서울에서 본 큰 건물에 대해 떠드는 솔이를 데리고 근처 마트에서 맥주 6캔을 사서 집으로 갔다.


.


“자. 쌍둥이들 생일을 축하합니다!”


“고마워 오빠.”


“고마워.”


냉장고에서 꺼낸 케이크를 반으로 잘랐다.

강훈 형이 폭죽을 하나 터트렸다.


“그나저나 정아.”


“솔.”


솔이가 강훈 형의 말을 정정했다.


“솔아, OT서 술 많이 안 먹이든?”


“동기들 마시는데 살짝 숨어서 난 거의 안 마셨어.”


역시.

똑똑하다.


“오빠는. 올해는 대학 가야지? 삼수도 실패하면 아무리 아주머니라도 가만 안두실것 같은데.”


“글쎄. 우리 부모님은 아무래도 그런거 신경 안쓸것 같은데.”


“ㅋㅋㅋ 그건 그렇긴 해.”


서울에서 뭐했냐, 잘 지냈냐 등등 덕담이 오고갔다.

세명 다 맥주 한캔을 비우고 두캔째 따고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


“근데 어디서 헬기소리 안들려?”


“그러게. 설마 여기로 오는건가..?”


헬기소리는 점점 커져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옥상에 헬기 착륙장이 있긴한데.”


강훈 형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관 문이 열렸다.

정장 차림의 한 할아버지와 그를 호위하는듯한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하.. 할아버지..! 어쩐 일로...”


강훈 형의 할아버지.

분명 정치계에 몸 담그고 계신다고 들었다.


“당장 모든 통로 폐쇄하고, 인원들 대기시켜.”


“네. 의원님.”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들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절도있는 동작을 취하며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손에 있는건 권총이었다.


“강훈이냐. 네 엄마는?”


“아버지랑 같이 여행가셨습니다.”


현관으로 5~6살로 보이는 애들 몇명이 들어왔다.


“저.. 할아버지?”


콰과광


의문의 폭발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여기까지 전달됐다.


“테레비 켜라.”


요원 중 한명이 TV를 켰다.


<...에서, 시위가 격해지는 가운데, 사상자까지 발생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있으며, 더 자세한..치지직···

...괴한이 들이닥쳐 현재 O대통령이 실종상태...>


“...뭐야 저게?”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했다.

강훈현 마저 저런 표정을 짓다니, 솔이 표정은 안봐도 뻔했다.


“너희들, 절대 밖에 나가면 안된다.”


“무슨 일인데요?”


“전염병이야. 아주 위험한 게 퍼졌어···”


강훈 형네 할아버지는 그렇게 중얼거린 뒤 다른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러 가버렸다.


“민아 정아, 이리 와봐.”


정이가 아니라..

태클 걸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창문을 통해 바깥을 봤다.

···

불에 타고있는 자동차.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를 쫓아가는···

마치 지옥 같았다.


“...좀비?”


솔이가 말하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눈 앞에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물렸다.

끔찍한 비명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이건, 실제상황이다.


.


.


.


밤이 되었고, 꼬맹이들과 우리 셋은 내 방으로 쫓겨났다.

꼬맹이는 뛰어놀지 못해 풀이 죽었지만, 내 피규어들을 모고 금세 생기를 되찾았다.


“형아. 이거 형아꺼야?”


“응. 만지면 안돼.”


애들답게 친화력이 엄청나다.

처음본 사이인데 벌써부터 앵겨댔다.


“전화 안받네.”


“어떡해? 무슨일 생기신거 아냐?”


“하···”


“영화도 아니고··· 진짜 좀비라니.”


왜 생일날 이런일이···


“강훈아. 여기있구나. 니들은..”


강훈 형네 할아버지가 갑자기 방에 들어오시더니 우리들을 살펴봤다.


“... 그 아이들이구나. 정숙이는 쓸데없는 짓을···”


···

강훈 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형은 아무 말 못하고 할아버지한테 받은 종이를 들고 다시 우리에게 왔다.


“형 괜찮아. 신경 안써.”


“오빠. 괜찮아.”


솔이랑 난 약 4년전, 부모님을 잃었다.

큰 트럭이 양쪽에서 친 교통사고였고, 두분 다 돌아가셨다.

친척 한명 없이 고아가 된 우리를 아줌마 아저씨, 우리 부모님과 절친이었던 강훈 형네 부모님이 입양 하다싶이 했다.

이전부터 소꿉친구로 지냈던 형이 가족이 된 것이다.


강훈 형네 할아버지가 저렇게 나오는것도 이상한건 아니었다.

생판 남이랑 같이 살고 있으니···

그 눈치 때문인지, 솔이는 대학 합격 하자마자 독립하기로 결정했다.

난 집에서 외주로 돈벌고 있지만, 언젠가 독립해야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돼버렸지만···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밝혀진 사실. 첫째, 오직 체액을 통해서만 감염 되며, 감염자에게 물릴시 5~10분 내로 이성이 사라진다. 둘째, 감염자는 보통 인간을 뛰어넘는 근력과 이동속도를 가지고 있다···”


감염 확산 표도 있었다.

이미 미국, 중국 등등 강대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붉은 색으로 칠해져있었다.


“행동 강령도 있네.”


솔이가 메모를 뜯어내어 읽기 시작했다.


“물을 끓여 마셔라. 감염자의 체액이나 혈액이 튀었다면 즉각 소독해라. 감염자에게 물린 사람이 있다면 물린 부위를 절단하라. 만약 절단할 도구가 없거나 절단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솔이 대신에 내가 읽었다.


“머리를 노려 물린 사람을 즉각 사살해라.”


이건 현실이다.

아마 역사상 인류에게 닥친 재난 중 가장 위험한 재난일것이다.

흑사병은 2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좀비 바이러스는 불과 하루만에 전세계를 강타했다.


.


그날밤 다섯명이 좁은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고있을때, 난 잠에 들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이 미친 현실을 견뎌낼 수 있을까.

문득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목을 축이러 슬며시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갔다.

아무래도 불면증에 걸린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강훈 형과 솔이 냉장고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왜 나와있어?”


“쉿.”


강훈 형의 손짓에 난 입을 막고 두 사람이 보고있는 창밖을 봤다.


“크르르르르···”

“크어어어어어···”

수십명의 사람, 아니 좀비들이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에 모여있었다.


“불빛에 반응하나봐.”


강훈 형이 속삭이며 말했다.

창문에서 불과 10m도 안되는곳에 그런 위험이 있다.


“이건 어른들을 깨워서 문 앞에 뭘 쌓든지 해야할것···”


부와아아앙

요란한 오토바이 배기음이 강훈 형의 말을 끊었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 상황에···

오토바이는 가로등 밑에 있던 모든 좀비들을 끌고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그나저나 좀비들은 오토바이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렸다.

저런 괴물한테서 어떻게 도망쳐..


“아. 할아버지···”


시끄러운 소리에 어른들도 잠에서 깼다.


부아아아앙!!!!

갑자기 사라졌던 배기음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소리가 커지는걸로 보아, 다가오고있었다.

순간 오토바이는 뭔가에 걸린듯(아마 좀비일것이다) 공중에서 한바퀴 돌더니 그대로 집 앞마당으로 튕겨졌다.


···

콰광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유리파편이 집 안으로 날아왔다.

오토바이가 폭발하고 그 여파로 모든 유리창이 깨진것이다!


“비켜!”


요원 중 한명이 나를 밀치고 유리창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좀비가 한마리 쓰러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또다른 놈이 금세 기어들어왔다.


“민아! 꼬맹이들 챙겨!”


난 방으로 뛰어들어가 곤히 잠든 두 꼬맹이를 한손에다 한명씩 안았다.

이미 아수라장이 된 집에서 빠져나가야 된다.

강훈 형이 냉장고 뒤편에 있던 골프채를 쥐고 솔이와 날 잡았다.


“뒷문!”


탕탕

“끄아아!!!!”

“살려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솔이는 나에게 꼬맹이 한명을 받아가 나를 앞질러 뛰어갔다.

젠장, 운동 열심히 해둘걸.

밖으로 나오자 거의 모든 좀비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있었다.


“섬으로.. 섬으로 가자!”


집 앞에 있는 바다에 홀로 떨어져있는 섬.

육지로부터 100m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그 섬은 강훈 형네 부모님 소유다.

언젠가 강훈 형한테 물려준다고 한 그 섬은 강훈 형과 내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크아아아!!”


솔이에게 좀비 한놈이 달려들었다.


“꺄아!”


강훈 형이 골프채를 휘둘러 간신히 좀비가 솔이를 물기 직전 막아냈다.

어느새 나보다 뒤쳐진 솔이 품에서 깨어난 꼬맹이도 솔이 손을 잡고 달리고 있었다.

새벽 2시.

썰물이었다.

질척질척한 바닥에 신발을 뺏겼지만 다시 주울 시간은 없었다.

문득 뒤를보니 10마리정도가 따라오고 있었다.


“세한아!”


“언니!!”


이런.

솔이를 따라가던 꼬맹이가 갯뻘에 발이 푹 들어가버렸다.

전속력으로 꼬맹이에게 뛰어갔다.

그러나···


“꺄아악!!!!”


“강솔.”


솔이는 꼬맹이가 좀비 서너마리에게 먹히는 차마 눈뜨고 못볼 잔인한 장면에 울부짖었다.


“강솔!”


솔이의 팔을 이끌고 물로 뛰어들었다.

섬까지 앞으로 30미터.


이게 현실이다.

꼬맹이를 등에 업고 헤엄을 치자니 꽤 많이 힘들었다.

섬까지 10미터.

먼저 섬의 부둣가에 도착한 강훈 형이 솔이 손을 잡고 끌어올렸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발을 잡고 밑으로 끌어내렸다.

물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발을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좀비를 떨쳐내려했다.

하지만 물속에서도 그놈들이 더 빨랐다.

발목이 거의 물릴뻔 했을때 강훈형이 물에 뛰어들어 좀비를 떼어냈다.

덕분에 섬으로 올라왔지만 등이 허전했다.

꼬맹이···

방금까지 헤엄쳤던 바다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

꼬맹이는 잔인하게 죽은것이다!


손을 덜덜 떨며 부둣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 때문에.

나때문에 죽은것이다···

죄책감이 목을 조여왔다.

그 때 부두로 올라온 강훈 형이 외쳤다.


“창고에서 무기. 빨리!”


강훈 형이 골프채를 휘둘러 부두로 기어올라오는 좀비 한 놈을 다시 물에 빠트렸다.

난 창고로 달려가 커다란 삽과 곡괭이를 들고왔다.


세사람이서 동이 틀때 까지 좀비들을 상대했다.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놈의 머리에 정확히 곡괭이를 꽂은 나는 모두와 마찬가지로 기진맥진해 쓰러졌다.


작가의말

너무 늦었네요 ;;

핸드폰이 갑자기 고장나 노트북으로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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