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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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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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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8.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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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바티칸 수색

DUMMY

“흠흠.”


무너진 건물의 조각 위에 올라간 남자는 목을 가다듬었다.

곧이어 달랑 한줄 밖에 안남은 그의 기타에서 간단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Almost heaven~ west Virginia~”


남자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앞에 내려놓았다.

챙이 긴 카우보이 모자였다.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노래에 심취한 그의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버스킹에 감명받아 동전을 던져주려는 관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자는 노래를 계속하였다.


“Country roads~ take me home~”


“크르르르···”


아쉽게도 그의 관객은 노래보단 그의 머리를 뜯어먹으려 하고있었다.


투콱


남자는 노래를 그만두고 들고있는 기타를 좀비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 여파로 마지막 남은 줄 하나가 끊어져 버렸다.


“...젠장.”


아직 꿈틀거리는 놈의 머리를 다시 한번 내려치자 기타는 완전히 부숴졌다.

남자는 모자를 주워 머리에 쓰고 콧노래를 흥얼 거렸다.


“to the place~ I belong~”


노래의 마지막 구절을 부르고 난 후 그는 노을진 하늘을 뒤로한 채 차량으로 가득 찬 도로로 들어갔다.


흡 하

그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온갖 냄새가 그의 코로 전달되었다.

나무들의 이파리 냄새, 타이어가 불타는 고무냄새, 향긋한 담배냄새···


그는 걸음을 멈췄다.

그가 맡은것은 분명한 담배향기였다.

좀비가 담배잎을 먹는건 본적이 있어도, 불붙여 피는건 본적이 없었다.

그는 곧 차량 너머로 피어오르는 흐릿한 연기를 발견했다.

그것은 명백한 사람의 흔적이었다!


“흠흠.”


그는 목을 가다듬다 문득 기타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노을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며~”


불가에 앉아있던 여자는 벌떡 일어나 총을 겨누었다.


“잡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보이는 그를 보고 여자는 총을 내리며 피식 웃었다.

어느새 입모양으로 따라부르는 여자를 본 그는 작전이 성공한걸 알았다.


“한대 빌릴 수 있겠습니까.”


“여깄습니다.”


그는 그녀가 준 담배를 감사하며 소중히 피웠다.


.


.


.


“...일어나시죠. 존스 씨.”


“...여긴 어딘가.”


“로마입니다.”


존스는 희승을 따라 갑판장으로 나갔다.

헬기 여덟대가 줄지어있는 커다란 항공모함이었다.


“..내가 이 배엔 어떻게 탄거지.”


“주무실때 슬쩍 했습니다.”


“...이 커다란걸 움직일만큼 연료가 넘쳐나나?”


“이 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드넓은 바다를 둘러보던 존스는 곧 희승이 한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 또다른 항공모함이 있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수많은 배들을 징검다리 삼는게로군.”


희승은 존스의 말에 대답을 하지않고 헬기 한대에 올라탔다.

존스도 순순히 헬기에 올라탔다.


“박사님께서 왜 이런일을 시켰는지 아십니까?”


“글쎄. 새로운 교황이라도 될려나보지.”


“아마도 두가지 이유가 있을겁니다.”


희승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말했다.


“첫째로는 ‘NLC’의 인구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건국 당시만해도 5000여명이었는데, 불과 3년만에 만 오천여명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안전지대를 만들어 사람들을 옮기려한다는 건가?”


“그렇죠. 지금 NLC의 총 수확량 만으론 굶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바티칸 정도의 크기라면 아마...”


“둘째는?”


존스는 헬기가 곧 출발할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사를 해봤는데, 시스티나 경당의 <천지창조>는 단순히 그림 한개가 아닙니다. 천장 벽화만 해도 가장 유명한 이 손가락 두개를 포함한 <천지창조>에 대한 그림 여섯점.

그리고 <노아의 방주>에 대한 그림이 세점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아크교’와 관련됐다는 소린가?”


“네. 아크교는 세상에 존재하는 <노아의 방주>에 대한 모든 기록들을 없애거나, 자기들의 교리대로 왜곡하려고 합니다. 박사님은 아마 바티칸의 기록은 훼손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시겠죠.”


존스는 밖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희승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는 <천지창조>가 훼손됐을거라 생각하나?”


“설마요. 아무리 아크교가 미친놈들이어도 좀비가 우글우글한 그곳에서 무려 천장에 있는 그림까지 훼손시켰을리가 없어요.”


헬기의 프로펠러소리가 커지자 둘은 곧 대화를 멈췄다.

어차피 말해도 서로에게 안들렸기 때문이다.


.


“보이네요. 바티칸.”


존스는 희미하게 들린 희승의 말에 창밖을 바라봤다.

원모양의 광장에 뻗어있는 도로.

광장의 이름이기도 한 성 베드로의 상징인 열쇠를 표현한 아름다운 구조였다.


수년동안 사람의 손길이 닫지 않아 성벽을 둘러싸며 자란 초목들마저 경이로운 인간의 건축물을 가리지 못했다.


“치직··· 여기는 브라보. 착륙을 허가바란다. 바티칸 내부의 착륙장에 착륙해도 되나?”


“여기는 에코. 내부의 좀비 규모에대해 아직 모른다. 성벽 밖에 착륙해라.”


존스는 무전기를 들고 명령을 내렸다.


“치직··· 알았다. 착륙하겠다. ....어라? 저게 뭐···”


무전기에서 긴박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직··· 메이데이 메이데이! 녹색 좀비들이 매달렸다. 불시착..”


“브라보. 응답하라. 브라보!”


콰과광!!!!

헬기 하나가 바닥에 부딪혀 폭발했다.

나무인줄 알았던 수많은 좀비들이 불타는 파편들을 향해 뛰고있었다.


“...수백.. 아니 수천마리는 되는것 같습니다.”


“프로펠러 소리로 놈들을 다 깨워버렸구만. ...바티칸 내부 착륙장으로 간다.”


존스는 무전기를 내려놓고 헬기 옆구리의 기관총을 잡았다.

지상에 나타나는 무엇이든 쏠 자세를 취했다.


“알파, 착륙합니다.”

“찰리도 착륙합니다.”


프로펠러 소리가 멈출때쯤엔 36명의 군인이 총을 들고 사방을 견제하고있었다.

네명이 비었다.


“브라보의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습니다.”


“추모할 시간은 없다. 작전대로 두 팀으로 나눈다.”


존스는 선두에서 팀원들을 지휘했다.

그가 속하지 않은 A팀은 또다시 다섯명씩 네 팀으로 나뉘어, 성벽을 따라 이동하며 바티칸과 외부가 연결된 입구의 개폐여부를 판단한다.

B팀은 바티칸 내부의 건물들을 차례차례 수색해 격리된 안전지대로 만들고, 거점을 확보한다.

A팀이 확인한 입구를 폐쇄하고, B팀이 내부의 적을 처리해가며 만든 거점을 점차 넓혀간다.

이것이 그들, 존스의 주도하에 세운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잔뜩 긴장하고있는 B팀 앞에 나타나는 좀비는 없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같았다.


“어떻게 된거죠? 제 생각대로라면 좀비들로 드글드글해야 될텐데요.”


“먹을게 전부 떨어져서 들어온 입구로 다 나갔을 수도 있지.”


존스는 천천히 바로 앞에 있는 건물로 다가갔다.


.


.


.


“‘아비시니 성당’, 거점 확보했습니다.”


벌써 네개의 건물을 수색했다.

그동안 좀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가설이 맞나보군. 시스티나 경당은 나 혼자 가보겠네. 자네들도 인원을 나눠 ‘성 베드로 대성전’과 다른 건물을 같이 수색해봐.”


“위험합니다. 아직 완벽하게 좀비가 없다고 밝혀진건 아니···”



존스는 하늘을 향해 총을 쐈다.

커다란 소리가 건물 벽에 부딪혀 울려퍼졌다.


“무슨짓입니까?”


“보게. 이 지랄을 했는데도 좀비가 보이나?”


희승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때, 좀비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놈들도 어쨌건 생물이라,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난거라니까?”


존스는 허리에 찬 무전기를 가리켰다.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무전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벽화를 방해없이 조용히 감상하고싶네.”


“...신을 안 믿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성경과 관련된 그림일 텐데요.”


“인류 최고의 걸작이라 칭송받는 그림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희승은 혼자 유유히 걸어가는 존스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존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커다란 건물로 들어갔다.

‘시스티나 경당’의 우아한 구조에도 감탄을 참았던 그는 결국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장엄한 벽화.


예수의 앞까지 다가간 존스는 곧 천장을 쳐다봤다.

<빛과 어둠의 분리>, 그리고 <해와 달의 창조>.

그는 뒷걸음질 치며 벽화를 감상했다.

<물과 흙의 분리>, 그리고 그 유명한 <아담의 창조>.

<이브의 창조>. 잠든 사내 옆구리에서 여자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나무를 감고있는 뱀.

그리고···


“끄아아악!”


“무슨 일이십니까!”


외마디 비명에 희승이 문을 박차고 뛰어왔다.

그는 존스의 시선을 따라가다 소름을 느꼈다.


[거짓된 기록]


인간이 그린거라곤 믿기지 않는 명화 위에 새빨간 페인트로 덧칠된 글자였다.


“... 아크교가···”


“기어코 훼손을 시켰군.”


“치직... 살려줘! 살...”


존스와 희승은 동시에 무전기를 바라봤다.




밖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알파! 응답하라!”


“치직··· 살···”


“이런.”




문이 열리고 두건을 뒤집어쓴 사람이 둘에게 달려들었다.

희승은 재빨리 그에게 총을 발사해 저지했다.


“이게 다 무슨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좀비는 아닌데···”


희승은 쓰러진 시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두 사람은 경당을 나가 헬기 착륙장으로 뛰었다.


“찰리! 무슨 상황인가?”


존스는 헬기 착륙장에 도착해있던 대원 한명에게 물었다.


“아크교도입니다.”


“입구는?”


“모두 막아졌습니다. 붕괴된 성벽도! 여긴 놈들의 본거지입니다.”


희승은 그제서야 알수있었다.

바티칸 내부에 이상하리만치 좀비가 없던건 이미 사람이 사는 안전지대이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인원은?”


존스는 멀리서 달려오는 광신도에게 총을 발사한 뒤 물었다.


“6명이 답니다.”


“두명씩 나눠타고 나머지 헬기 네대를 폭파하게.”


“세상을 쓸어버릴 홍수가 찾아왔다!!!”


아크교도 한명이 돌을 던졌다.

존스는 희승에게 총을 맡기고 헬기에 올라탔다.


마치 좀비떼같은 광신도들이 헬기에 올라타려했다.

희승은 마지막 남은 헬기에 수류탄을 던져놓고 떠오르는 헬기에 올라탔다.


존스가 발사한 총알이 희승의 뒤에 있던 광신도를 떨어트렸다.


헬기 세대는 불길에 휩싸이는 다른 헬기를 뒤로한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


“...그런가. 바티칸이 아크교도들한테···”


“네.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올해의 식량난 해결이 시급해졌다.


“그리고 박사님의 생각을 증명하는 걸 찾았습니다.”


희승은 박사에게 작은 덩어리를 내밀었다.


“... 이건 우리 도시의 빵이 아닌가.”


“네. 아크교도에게서 찾았습니다.”


“...”


박사는 덩어리를 꽉 쥐었다.

부슬부슬한 빵 덩어리는 잘게 부숴졌다.


“아무래도 ‘NLC’ 내부에 아크교도와 내통하는 자가 있는것 같습니다.”


작가의말

1. take me home country roads

2.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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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We are the world 20.08.29 25 1 8쪽
24 멋진 신세계 20.08.27 26 3 7쪽
23 현명한 사람들 20.08.27 25 1 6쪽
22 죽어있는 사람들의 밤 20.08.27 29 2 6쪽
21 새로운 동료 20.08.25 34 1 12쪽
» 바티칸 수색 +2 20.08.24 43 0 11쪽
19 신의 뜻대로 20.08.23 36 2 7쪽
18 물품 조달 20.08.21 41 1 10쪽
17 전자 마약에 취해 +2 20.08.20 74 2 5쪽
16 구세계의 유물 사냥꾼 20.08.20 58 1 5쪽
15 그 날 20.08.19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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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간의 빛나는 지성을 위하여 20.08.16 79 2 10쪽
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11 어떤 이 의 살이오, 문명의 서막이니 20.08.14 124 1 5쪽
10 누군가의 기록 (End) +1 20.08.14 104 2 2쪽
9 누군가의 기록 (5) 20.08.14 98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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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누군가의 기록 (4) 20.08.13 110 4 4쪽
6 누군가의 기록 (3) 20.08.13 109 2 3쪽
5 지구 최후의 초코파이 20.08.13 170 4 13쪽
4 누군가의 기록 (2) 20.08.12 188 6 7쪽
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1 4 4쪽
2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3 20.08.12 37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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