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아포칼립스 개척시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947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13 10:17
조회
112
추천
3
글자
5쪽

나쁜 사마리아인

DUMMY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아직도 두 다리가 멀쩡하게 붙어있는건, 인육에 환장하는 괴물이 되어있지 않은건, 다른 사람의 희생 덕이 아니라 내가 잘나서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1일째


사람을 구했다.

좀비한테 필사적으로 기어서 도망가는 한 아저씨였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했다던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연지와 나 둘뿐이었던 우리에게 어른의 힘, 두뇌가 생겼다.

그런줄 알았다.


버려진 버스 안에서 자고 있던 그날 밤.

연지는 아저씨에게 죽었다.

아저씨는 그녀를 강간하려 했고, 그녀는 저항했다.

싸늘해진 그녀의 시체를 본 나는 이성을 잃었고.

정신이 든 후엔 난도질 당한 아저씨가 연지의 곁에 쓰러져있었다.



2일째


연지.

셀수없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저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앞에 뭐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꽈광


천지를 뒤흔드는 어마어마한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서있던 곳은 커다란 기둥을빙 둘러 튀어나온 2m 정도 높이의 담벼락이었다.

눈앞에 일어난 흙먼지 속 군복을 입은 사람이 좀비에게 금방이라도 먹힐것 같았다.


"군인 아저씨! 여기요!"


내가 소리치자 군인은 내쪽으로 달려왔고.

난 손을 뻗어 그 사람을 담 위로 끌어올렸다.


"고맙구나."


군인은 총 한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군대 시스템은 진작에 파괴됐다, 자신이 속한 부대가 좀비들에게 침공 당할때 자신만 살아남았다 등등.

암울한 얘기만 들려주었다.




"넌 물리면 어떻게 할거니?"


군인은 수도없이 물린 뒤 자살하는 사람들을 봤다고 했다.


"글쎄요··· 아마 최대한 높은곳으로 올라가서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런점에선 총이 부럽네요. 한방이면 편해지니까."


군인은 장난삼아 총을 내게 준다고 했다.

쏠줄도 모르니 당연히 거절했지만.


담벼락 아래의 좀비떼는 사라질 기미가 안보였다.

뒤는 커다란 벽으로 막혀있어 내려갈 길은 오직 군인과 내가 올라온 좀비떼로 막혀있는 곳 뿐이었다.


"방법이 있어요 아저씨."


"뭔데?"


"좀비를 한곳에 모으고 한명이 반대쪽으로 내려가 어그로를 끌면 나머지 한명도 탈출하는거에요."


군인은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내 계획이 맘에들지 않았던건가?


'크르르르르'


멀리서 수십마리의 좀비떼가 이쪽으로 오고있는게 보였다.

지금 있는 수 만으로도 벅찬데, 저쪽의 수십마리가 합세하면 한명이 내려갈수 조차 없다.


"빨리요! 지금 안하면···"


"...그래."


난 소리를 꽥꽥 지르며 좀비들을 유인했고, 군인은 그 틈을 타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이제 군인이 어그로를 끌 차례였다.


"...아저씨?"


설마.

아니, 설마가 아니었다.

군인은 날 버려두고 혼자서 뛰기 시작했다.


"아저씨!!!"


군인은 뒤돌아 나를 보더니 총을 들었다.

그는, 나를 쏘려했다.

내 시끄러운 외침에 수십마리의 좀비떼가 더 빨리 왔기 때문일까?




순간 군인의 뒤를 덮친 좀비 때문에 군인은 넘어졌고, 그 충격으로 총이 발사됐다.

내 발밑에 있던 좀비들도 군인쪽으로 걸어갔다.


···

나는 살려달라는 절규를 무시하며 달렸다.



3일째


왜일까.

내가 구해준 사람마다 나를 죽이려 한다.

내가 잘못된 것일까.

세상이 잘못된 것일까.

그래.

이런 세상에서 누굴 구한다는게 미친 짓이지.

난 잘못되지 않았다.

눈 앞의 이 사람을 구하지 않는게 옳은 일이다.


"사...살려주세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외쳤다.

십자가처럼 생긴 나무조각을 보니 이 건물은 교회였던 모양이다.


"...내가 왜?"


"왜라니! ...사람을 구해야 되는건 당연한 일이잖습니까."


"...당연한 일? 내가 그 당연함 때문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


난 불과 2일전에 일어났던 일을 말해줬다.

건물에 깔린 그 사람은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내가 베품을 받고싶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라.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뭐?"


"요컨데 저를 구하시면 저 또한 당신에게 구원을 베풀거란 말이죠. 앞선 시험을 견디고···"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그말은, 그 사람들이 나에게 해를 입힌건 내 구하자는 마음이 잘못되어서라는 소리야?!"


"아뇨, 제말은.."


"닥쳐!!!"


그의 목을 두 손으로 쥐었다.

괴로워하는 그의 얼굴에 공포가 보였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순순히 선의를 베풀었고, 이 세상이 나빴던 거야. 내가 아니라!"


한참을 켁켁거리던 그는 곧 눈을 감았다.



4일째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아직도 두 다리가 멀쩡하게 붙어있는건, 인육에 환장하는 괴물이 되어있지 않은건, 다른 사람의 희생 덕이 아니라 내가 잘나서이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비가 내렸다.

내가 저지른 과오, 내가 겪은 아픔 모두가 씻겨 내려져가는 느낌이었다.

교회 한쪽 구석에 있던 우비를 입었다.

이제 더는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것이다.

죽임 당할바에야 죽일 쪽이 될것이다.

멀리서 어둠을 뚫고 이쪽으로 오고있는 차를 보며 든 생각이다.

난 차를 멈추고, 같이 탈 것이다.

그리고···


낯선이에게 자비를 베풀던 착한 사마리아인은 죽었다.

그를 비추는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개척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바이러스 설정 정리 20.08.28 40 0 -
공지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20.08.24 31 0 -
공지 인물정리 20.08.21 60 0 -
28 노아의 방주 +1 20.09.02 61 2 7쪽
27 광신도 20.08.31 27 2 6쪽
26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 20.08.30 27 2 7쪽
25 We are the world 20.08.29 25 1 8쪽
24 멋진 신세계 20.08.27 26 3 7쪽
23 현명한 사람들 20.08.27 26 1 6쪽
22 죽어있는 사람들의 밤 20.08.27 30 2 6쪽
21 새로운 동료 20.08.25 35 1 12쪽
20 바티칸 수색 +2 20.08.24 45 0 11쪽
19 신의 뜻대로 20.08.23 36 2 7쪽
18 물품 조달 20.08.21 41 1 10쪽
17 전자 마약에 취해 +2 20.08.20 75 2 5쪽
16 구세계의 유물 사냥꾼 20.08.20 59 1 5쪽
15 그 날 20.08.19 64 1 12쪽
14 누구를 위한 방주인가 +1 20.08.16 81 1 5쪽
13 인간의 빛나는 지성을 위하여 20.08.16 80 2 10쪽
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11 어떤 이 의 살이오, 문명의 서막이니 20.08.14 125 1 5쪽
10 누군가의 기록 (End) +1 20.08.14 104 2 2쪽
9 누군가의 기록 (5) 20.08.14 98 2 6쪽
» 나쁜 사마리아인 20.08.13 113 3 5쪽
7 누군가의 기록 (4) 20.08.13 110 4 4쪽
6 누군가의 기록 (3) 20.08.13 109 2 3쪽
5 지구 최후의 초코파이 20.08.13 171 4 13쪽
4 누군가의 기록 (2) 20.08.12 190 6 7쪽
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1 4 4쪽
2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3 20.08.12 376 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