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기록 (3)
42일째
사람 둘을 죽인 다음날 치곤 썩 유쾌한 아침이었다.
스크린 야구장의 창고에서 놀랄만한 수확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지 물품
창
라면 다섯 박스
이온음료 세 박스
생수 네 박스
이정도면 몇일, 아니 한두달은 거뜬히 버틸 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놈들 덕분에 이 많은 식량을 얻게 된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뒤진 두놈의 주머니를 뒤졌다.
나이 스물 한살.
새파랗게 젊은 놈들이다.
세상이 요지경이 되자 지들 세상인냥 미쳐 날뛰었겠지.
날 때리는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던 쓰레기들이다.
한시라도 바삐 시체를 밖에다 버리고 싶지만 입구는 수백마리 좀비떼로 막혔다.
어쩔수 없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배트를 쥐고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옥상은 마치 거대한 정원같았다.
온갖 꽃과 과일나무들이 조화롭게 자라나고있었다.
좀비놈들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 몇마리 보였다.
옥상은 옆 건물 옥상과의 거리가 불과 1미터도 안되게 가까웠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건너갈수 있을 거리였다.
옆 건물로 건너가자 세 마리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배트질 세번에 무기력하게 쓰러진 세 좀비를 건물 밖으로 떨어트렸다.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껏 봤던 장소중 가장 좋은 곳이었다.
일주일간 머물렀던 보호소보다도 안전했다.
정착하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일층에 있던 두 시체도 마저 처리하고 난 후, 옆 건물은 야구장과 달리 일층의 입구가 반대라는걸 알아챘다.
그말은 좀비떼를 피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단 말이다.
정찰할때 혹 좀비가 붙어도 야구장으로 넘어올때 간단하게 밑으로 빠트릴 수 있다.
완벽하다.
완벽한 공간이다.
아무리 좀비가 인간이 먹는 모든걸 다 먹는데도 씨앗까지 먹진 않을것이다.
정원을 개량해서 텃밭으로 만들면...
흥분해서 뛰어다니다 매실나무와 부딪혔다.
떨어진 매실 한 알이 아까워 입에 넣었다.
매우 셨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신맛 속에서 은은히 느껴지는 단맛을 느끼며 또 한알을 입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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