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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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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946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2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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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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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구세계의 유물 사냥꾼

DUMMY

“왜요, 먹고 살만 합니까 이제?”


고객을 상대할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그의 입버릇이었다.

이번에 의뢰된 작품은 <모나리자>.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몇년전에 도난당했다.

사실, 도난이라기 보단 그저 유리창을 깨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는 가운데 집어서 유유히 사라진 것이었다.

관광객들이 그림보단 도둑의 살을 더 탐냈긴 하지만.


“의뢰비용은 뭐. 잘 아실테고,”


“발효 빵 1트럭 맞소?”


그의 고객은 주로 ‘NLC’에서 한 권력 쥐고 있는 군인, 혹은 농장주였다.

레비에 존스. 구세계의 귀중품을 원하는 고객에게 구해다 주는 유물 사냥꾼의 이름이었다.


“이번엔 프랑스까지 가야되니 연료가 더 필요한데···”


“..그럼 두 트럭은 어떻소?”


“좋습니다! 두 트럭!”


존스는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손뼉을 쳤다.


.


고객이 떠나자 존스는 흔들던 팔을 내렸다.


“세상에. 두 트럭! 그것도 발효빵이라니···”


“왜, 부럽나?”


“제가 피땀흘려 만든 빵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이따위로 새고 있었군요.”


“이따위라니, 위대한 문화생활을 욕하지 말아주게.”


존스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론 늘 고객을 바보 취급하고있었다.

물론 그의 조수도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먹고 살아남기에 바빴던 시절엔 하등 쓸모없던 것들이, 그나마 살만 해지니 가치가 확 오르네요.”


“가치가 오르긴, 아직도 일반인 사이에선 그저 종이쪼가리에 묻은 잉크에 불과해. 그 잉크에 관심을 가져주는 저런 멍청한 부자 덕에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거라고.”


“그건 그렇네요. 그나저나 프랑스면 멀텐데···”

“자네, 미쳤나?”


“네?”


그의 질문에 조수가 당황한듯이 되물었다.


“프랑스엔 왜 가?”


“아니, <모나리자>를 찾으러 가셔야죠..”


“미쳤다고 프랑스를 가나. 그정도 헬기연료는 없네.”


“네? 그럼 어떻게..”


“다 방법이 있네.”


존스는 씨익 웃었다.

그의 눈엔 마치 5살짜리 아이같은 장난기가 숨어있었다.


“자네는 <모나리자>를 본 적이 있나?”


“저요? 당연하죠. 눈썹이 없고..”


“책 속에서 말고, 박물관에서 실제로 말이야.”


“어··· 없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없구만.”


존스는 사무실 앞에 주차된 거대한 트럭 두대를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도 없네.”


트럭 운전수가 모두 내려 떠나자 존스가 말했다.


“자네는 그 멍청한 부자가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 박물관에서 그 그림을 실제로 본적이 있을거라 생각하나?”


“어··· 아뇨.”


“그럼 됐네. 얼른 <모나리자>를 구하러 가자고.”


존스는 조수를 데리고 사무실의 지하로 향했다.

복잡한 기계들과 여러 장비들 사이에서 그의 조수는 잉크와 복사기를 발견했다.

복사기에선 이미 <모나리자>의 그림이 출력되고 있었다.


“...다른 의뢰품도 이런식으로 만드셨나요?”


“진짜 구하기 어려운것들은.”


존스는 출력된 <모나리자>를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현대미술이 가장 쉽지. 그냥 점 하나 찍은게 몇억원이라니···”


존스는 낄낄대며 웃었다.


“그런걸 인류의 걸작이라며 칭송하는 멍청이를 보며 그날의 안주로 삼는게 삶의 낙이네.”


조수는 존스가 액자에 넣은 모나리자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사실, 자세히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그 그림은 거의 냉장고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조수가 아는 한, <모나리자>는 그 위상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았다.

조수는 그 점을 지적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 멍청한 부자가 원래 그림의 크기를 알턱이 있나? 원래 이 정도 크기라고 우기면 그만일세.”


조수는 기가차서 웃다가 장비들 한구석에 박혀있는 작은 불상을 발견했다.


“이거는 뭡니까? 생긴거에 비해 너무 가벼운것 같은데요?”


“그건 저번주에 의뢰받은 불상일세. 그것만큼은 진품을 가져다 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산성비를 맞아 부식됐네.

그건 3D프린터로 만들고 금색 페인트를 칠한거야.”


띵동

사무실의 벨소리가 들렸다.


“마침 그걸 찾는 사람이 왔구먼. 이리 주게.”


존스는 불상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조수에게 건냈다.

플라스틱 통의 무게는 마치 진짜 불상이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무거웠다.


존스와 그의 조수는 사무실로 올라가 불상을 간절히 원하는 그의 고객에게 불상을 건내주었다.


“오··· 역시 아름답구먼.”


“그럼요. 아주 힘들게 구한겁니다 그거.”


조수는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그에게 감탄해 혀를 내둘렀다.


“저.. 그런데..”


불상을 품에 안은 고객이 뭔가를 말하려 했다.


“왜 그러시죠?”


존스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있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이번엔 어떤 의뢰를 맡을지 상상했다.


“저번에 발견한 구시대의 책에서 <샘>이라는 시대혁명적인 작품이 있다던데··· 그것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존스는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간신히 말했다.


“왜요, 먹고 살만 합니까 이제?”


작가의말

본 글엔 현대미술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네 담겨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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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세계의 유물 사냥꾼 20.08.20 59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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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11 어떤 이 의 살이오, 문명의 서막이니 20.08.14 12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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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구 최후의 초코파이 20.08.13 171 4 13쪽
4 누군가의 기록 (2) 20.08.12 190 6 7쪽
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1 4 4쪽
2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3 20.08.12 376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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