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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공포·미스테리

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960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20 23:41
조회
75
추천
2
글자
5쪽

전자 마약에 취해

DUMMY

휘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썩은내를 풍기는 머리가 몸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하면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칼로 깔끔하게 찌르셔야죠.”


“그치만 이게 타격감이 좋은데요 교수님.”


노아는 책에서 본 대로 좀비 머리가 골프공이라도 된것마냥 야구배트를 이용해 건물 밖으로 날려보냈다.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머리가 없는 시체를 건물 밖으로 옮겼다.


노아는 휘파람을 부르며 오늘 밤을 지내게 될 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러다 어떤 한 기구가 노아의 눈길을 끌었다.

노아가 그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다 어떤 버튼을 눌렀다.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강 초록 파랑 등등의 빛을 뿜었다.


“교수님! 이게 뭐죠?”


교수는 문을 책상으로 밀어 막고 노아에게 다가갔다.


“오. 이건 ‘펌프’군요. 아무래도 여기는 ‘NLC’의 옛 오락실인가 봅니다.”


“오락실..?”


“일종의 게임기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교수는 겉옷을 벗고 펌프 위에 올라갔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세상이 멸망하기 전···”


노아는 시끄러운 노래소리에 깜짝 놀랐다.

교수는 노래에 맞춰 화면에 나오는 버튼에 해당하는 발판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밟고있었다.

그의 현란한 발놀림에 노아는 조금이지만 공포를 느꼈다.


“허억.. 허억.. 나이가 드니 역시 힘들군요.”


노아는 땀을 뻘뻘 흘리는 교수에게 물통을 건넸다.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에너지 소모가 어쩌니 하던 모습과는 정 반대였다.


“그래서, ‘게임’이 뭔가요?”


“게임이란 인간이 재미를 느끼기 위해 하는 모든걸 말합니다.

방금 노아군이 좀비를 그냥 죽이지 않고 방망이로 냅다 날려버린것도 일종의 게임을 한거죠.”


교수는 펌프에 있는 거미줄을 걷어냈다.


“옛날에는 이런 기계뿐만 아니라 스o치 라던지, 플o이 스o테이션 이라던지.. 재밌는게 많았었죠···

그 중엔 노아군과 저처럼 소녀와 늙은이가 좀비 세상에서 같이 다니는 내용의 게임도 있었습니다.”


“그건 재밌었나요?”


“명작이었죠.”


교수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후속편이 나온다고 했지만 그전에 세상이 이렇게 되버렸죠. 참 아쉬웠습니다.”


노아는 교수의 설명을 듣고 펌프 위에 올라갔다.

그러나 노래를 선택한 순간 화면이 꺼져버렸다.


“젠장!”


“그런 말 쓰지 마세요.”


교수는 기계에 다가가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그는 금방 문제점을 알아냈다.

전력이 끊긴 것이다.


“노아군은 게임이 구시대에 ‘마약’ 취급 받았다는걸 아시냐요?”


“그치만 이건 마약처럼 실제로 존재하는게 아닌걸요.”


노아는 바지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 책에서 본 여러 주사기들을 생각했다.


“게임은 그 특유의 중독성 때문에 마약과 동급으로 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교수는 노아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창고엔 먼지쌓인 배터리가 여러대 있었다.


“사실 거의 모든 재미를 위한 행동엔 중독성이 있는데, 왜 유독 전자오락만 마약 취급을 받았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구시대의 인간들이 그렇게 똑똑하지는 않았다는 증거일수도 있죠.”


교수는 수십개의 배터리중 가장 먼지가 덜 쌓인 배터리를 들고 창고에서 나왔다.


“사실 NLC에서도 이 기계는 마약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 오락실이 개장하자 저 처럼 추억에 젖은 사람들이 농사일은 뒷전으로 미루고 펌프만 죽어라 해댔죠. 그 덕분에 소리를 듣고 몰려든 좀비떼에게 벽이 무너질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NLC의 지도자는 이 오락실을 폐쇄하고 펌프에 중독된 사람들의 다리를 잘라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매우 심한 처사였죠.”


교수가 버튼을 눌렀지만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노아는 배터리에 박혀있는 철근을 가리켰다.


“다른 배터리좀 가져와 줄래요?”


노아는 낑낑대며 또 다른 배터리 한개를 가져왔다.

교수는 배터리에 전선을 연결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노아군, 과연 이들이 게임을 그만뒀을까요?”


“... 그만두지 않았나요?”


“전혀요.

그들은 오락실로 가는 전기가 끊기자 배터리를 손수 구해서 이 기계를 작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무릎밖에 남지 않은 다리로 열심히 펌프를 밟아댔죠.

우리는 마치 마약을 하는듯한 그들의 집착을 보고 그들을 ‘호모 닐 드럭만(Homo kneel drug man)’이라고 불렀습니다.”


교수가 버튼을 누르자 기계는 다시 켜졌다.


“구시대에서도, 신세계에서도 마약 취급을 받은 게임입니다! 전자 마약에 잔뜩 취해보세요!”


노아는 열심히 발판을 밟느라 오락실 주변에 모여드는 좀비를 교수 혼자 처리하고 있는것도 몰랐다.

그날밤 노아는 근육통으로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작가의말

이 글을 라오어2를 구매한 전세계의 모든 흑우들에게 바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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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인간의 빛나는 지성을 위하여 20.08.16 80 2 10쪽
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11 어떤 이 의 살이오, 문명의 서막이니 20.08.14 125 1 5쪽
10 누군가의 기록 (End) +1 20.08.14 105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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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구 최후의 초코파이 20.08.13 171 4 13쪽
4 누군가의 기록 (2) 20.08.12 191 6 7쪽
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2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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