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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개척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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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식약처문의
작품등록일 :
2020.08.12 20:28
최근연재일 :
2020.09.02 00:0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958
추천수 :
59
글자수 :
83,166

작성
20.08.12 20:45
조회
376
추천
4
글자
6쪽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DUMMY

"교수님. 오늘은 여기서 지내죠."


"나쁘지 않은 생각이에요 노아군."


오 교수는 노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편의점에 들어갔다.

과자 한봉지 없이 텅텅 비어버린 가판대를 밀어 문을 막은 둘은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아 가방을 내려놨다.

매우 좁은 편의점이라서 그런지, 그와 그녀의 발이 살짝 닿았다.

자동으로 발을 움츠리고 괜히 민망해진 노아는 바닥에 떨어진 담배갑에서 얇은 담배 한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노아군이 몇살이었죠?"


"..열 다섯입니다."


"흡연은 해롭답니다. 특히 청소년한테는요."


노아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바닥에 떨어진 라이터가 없나 찾았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피우실 모양인가본데, 맞죠?"


"...예 뭐.."


노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세상이 이 지경인데 굳이 법을 따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담배도 마침 누가 펴달란듯이 여기 있기도 하고···"


"열다섯이면 태어날때부터 이런 세상이었죠. 뭐 이해는 갑니다."


오 교수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 노아에게 물통을 건냈다.


"담배의 해악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말해줄테니, 들어볼래요?"


노아는 심심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의 이야기는 늘 허무맹랑하지만 동시에 재밌었다.


"먼 옛날, 영국에선 인도에서 생산된 담배를 중국으로 수출을 했었죠. 무분별한 담배 수입에 중국 국민들, 심지어 군인들까지 담배에 찌들어 나라가 쇠퇴할 지경이었죠.

가난한 사람은 담배를 사느라 파산하고, 상류층은 담배에 빠져 일을 제대로 못해 나라가 개판이 됐습니다."


교수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정부는 이를 그대로 두지 않았죠. 단속령을 내렸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결국 한 항구에서 더이상 담배 수입을 하지 말자는 뜻에서 수입해온 담배상자를 모조리 바다에 던져버리는 일도 일어났죠.

이로 인해 영국과의 전쟁, 담배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담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겠나요?"


"하지만 교수님."


가만히 듣고 있던 노아가 입을 열었다.


"바다에 수입품을 던져버린건 '보스턴 차 사건'이 아닌가요?"


교수는 노아가 가진 뜻밖의 역사지식에 살짝 당황했다.


"아니. 노아군이 보스턴 차 사건을 어떻게 알죠?"


"책에서 봤습니다. 영국과 중국의 전쟁 또한 담배가 아니라 아편전쟁이고요."


"둘다 말아서 불붙여 피는거니 궁극적으론 똑같습니다."


"우기지 마시고 라이터 좀 주세요."


교수가 절대 라이터를 줄 기미가 안보이자 노아는 일어나서 편의점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맘에 안들면 다른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노아군?"


라이터를 찾다 지친 노아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자 교수는 안경을 고쳐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아군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노래, 음악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아시나요?"


"글쎄요. 300년전?"


노아가 귀찮은듯이 대충 대꾸했다.


"Music의 어원인 뮤지케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유행했다고 합니다.

음악은 예술이었으며, 문화였고, 언어가 통하지 않았던 사람과도 할 수 있었던 대화였습니다. 모든 대화를 음악으로 하는 '뮤지컬'이라는것도 있었죠."


"..."


"외로운 사람에겐 둘도 없는 친구가, 배고픈 사람에겐 훌륭한 밥벌이 수단이 되기도 했죠.

어느 시대나 모든 사람들에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었습니다. 최근 까지도 말이죠."


노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교수는 가방에서 육포를 꺼냈다.

노아는 흔쾌히 교수가 건넨 육포를 받아들었다.


"노아군, 낯선 사람과 가장 빨리 친해지는법이 뭔지 아십니까?"


"뭔데요?"


노아가 육포를 씹으며 되물었다.


"바로 그 사람과 공통된 관심사를 갖는것이죠.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많았을땐 그 관심사가 주로 '담배'였습니다."


노아는 관심이 생겼는지 주의깊게 들었다.


"자신에겐 공격 의사가 없다, 너랑 친해지고 싶다 등등의 의미가 함축된, '불좀 빌리겠습니다'가 인사법이었죠.

개중엔 인류의 원초적 대화인 '노래'를 흥얼거리며 낯선이에게 다가가 불을 빌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노아는 낯선이에게 다가가 불 좀 빌리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 후 피식 웃었다.


"이런 인류를 우리는 '호모 싱어송라이터(Homo sing a song lighter)' 라고 불렀죠."


"...라이터가 그 라이터가 아니지 않나요?"


"조용히 하세요 노아군."


"네."


노아는 육포를 다 먹고 향신료 부스러기가 남아있는 손가락을 빨아먹었다.

교수는 노아의 태클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들이 있을때는 그나마 유쾌한 세상이었는데··· '호모 싱어송라이터'는 멸종해버렸습니다."


"왜요?"


"흘러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죠. 덕분에 공연이 열린 자리엔 살아있는 청중이 없었습니다.

공연자 또한 좀비들의 만찬이 되었죠."


"..."


"이 이야기의 교훈을 알겠나요?"


교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래도 피우시겠다면 이걸 쓰세요."


노아는 한참 고민하다 불을 붙이고 깊게 한모금 빨았다.

연기 너머로 지는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싱어송 라이터의 스펠링은 Singer-Song writ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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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포영화도 식후경 20.08.15 9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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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군가의 기록 (1) 20.08.12 242 4 4쪽
» 외로운 예술가에게 불을! +3 20.08.12 377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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