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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9 18:00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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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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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
글자수 :
1,791,531

작성
24.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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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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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6쪽

45화. 원수(怨讐) (1)

DUMMY

이틀 전.


“없다고?”


천중은 눈깔을 뽑아 씹어 먹기라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수하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면서 대답했다.


“그, 그것이··· 정황상으로는 걸협이 나타나 녀석을 빼돌린 것, 컥!”


꾸우욱!


수하의 이마가 삽시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천중이 그의 목을 움켜쥔 것이다. 천중의 손이 점점 그의 목을 강하게 죄어갔다.


“걸협? 그 거지 새끼가 왜?”

“커, 커흑?!”

“등신 같은 새끼들이. 왜, 여기에 천가방의 방주가 숨어 있다고 소문이라도 내지 그랬냐? 앙? 거지새끼들 눈깔 조심하라고 내가 몇 번을 일러줘야 하는 거냐? 앙?!”

“그··· 그르륵.”


빨갛던 수하의 이마는 푸른빛의 질린 색이 되었다, 그의 입에서 게거품이 기어 올라왔다. 파들거리며 떨리는 그의 몸의 경련은, 이제 그가 느끼는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목숨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너희 머저리들의 똥구멍을 얼마나 더 닦아 줘야 하냔 말이다!”

“형님.”


천중은 혓바닥을 뽑아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눈으로 입을 연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 아라부카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이 이상은 죽임이 있는 것입니다.”

“···.”


말없이 아라부카의 얼굴을 쏘아보던 천중은 손을 놓았다.


“컥! 시이잇, 크륵! 쿨럭!”


퍽!


“컥!”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수하의 배를 걷어찬 천중은 아라부카에게 다가가 이마로 그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천중의 눈은 당장 튀어나와 아라부카의 눈을 꿰뚫기라도 할 기세로 아라부카를 밀어붙였다.


쿵!


벽에 뒤통수를 들이받고서야 멈춘 아라부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천중의 눈을 그대로 마주 보았다. 이마를 뗀 천중은 무자비하게 아라부카의 따귀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쩍! 철썩!


“새끼야! 이 개새끼야! 그게 미친개도, 성화년도 놓친 새끼가 할 소리냐! 앙?! 야 이 개새끼야! 씨브아아알!”


빡! 콰득!


천중의 구타는 손바닥으로 시작해서 주먹질로 이어졌다. 어찌나 거칠게 후려쳤는지, 아라부카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크륵! 퉷!”


천중의 주먹질이 멈추자, 핏덩어리를 뱉어낸 아라부카는 그 덩어리에 깨진 이빨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도 곧 일어나 발을 붙이고 정자세로 섰다. 천중은 그런 아라부카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죽고 싶냐?”


살기가 서린 천중의 음울한 목소리에도 아라부카는 정자세를 풀지 않았다.


“아라부카의 목숨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형님··· 아니, 부천호께 있는 것입니다.”

“···.”

“아라부카가 장택상의 목을 베던 그날 말했던 것입니다.”


장택상란 이름이 귓바퀴를 따라 천중의 뇌를 두드렸다. 천중은 아찔하니, 찰나 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호로관의 정천호, 장택상. 기실, 천중이 지금의 이 꼬라지로 살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던가.


천중이 비틀거리자, 아라부카가 눈짓했다. 그러자 수하들이 번개같이 달려와 천중을 부축하여 그를 의자에 앉혔다. 천중은 의자 팔걸이에 몸을 기댄 채 관자놀이를 움켜쥐었다.


“부천호께서는 이렇게 무너지실 수 없는 것입니다.”


천중의 잇새로, 뜨겁고 거친 숨결이 새어 나왔다.



* * *



장택상은 말하자면, 무인보다는 정치가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경력을 위해 무관의 길을 택한, 전형적인 정치군인.


그러나 그런 장택상에게 문제점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정치가의 자질과 역량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무관으로서 그의 자질과 역량은 절망적일 정도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정천호라는 직분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가지 요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운이요, 둘째는 인맥이었다.


장택상의 본가는 강서에 있었다. 장택상이 무과를 통과해 군문에 몸을 담게 되었을 때, 천하의 실권을 손에 쥔 수보(首輔)는, 다름 아닌 강서 출신의 하언(夏言)이었다. 장택상과 하언이 연을 맺게 된 것은 바로, 무당에서였다.


정치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무관이란 진로를 그에게 정해준 장씨 가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은 바로 그를 무당의 속가제자로 보내는 것이었고, 거기서 장택상은 하언이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난 것이다.


하언은 무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도교의 광신도인 천자의 시대에서 풍운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어떤 줄을 잡아야 하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언이 잡은 줄은 바로 현문진인이었고, 그런 하언을 붙잡은 것은 장택상이었다. 장택상은 하언을 통해, 또 그를 붙잡은 현문진인을 통해 정5품의 정천호에 안착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언은 꼭두각시로서 권좌를 누리는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배반의 낌새를 눈치챈 현문진인에 의해 제거당했다. 정확히는 그가 키워낸 새로운 정적, ‘엄숭(嚴嵩)’이란 새로운 꼭두각시를 통해서.


그렇게 하언이 몰락하자, 장택상 또한 끈 떨어진 연이 되어 추락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조정에서는 ‘패왕성 토벌’이란 명령이 내려졌다.


패왕성(覇王城)─


계묘혈사로 천하가 어지러워진 틈을 타, 하남성 각지에서 모여든 도적 떼는 초한 쟁패기 당시 ‘광무 대치(廣武 對峙)’로 유명한 광무산(廣武山)의 패왕성 유적지에 자리를 잡았다.


광무산은 천하의 영웅인 한고조 유방과 서초패왕 항우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네놈의 아비를 삶겠다느니, 그러면 삶은 국물을 내게도 나눠주니 하는 괴이한 패륜적 욕지거리를 주고받은 아주 기묘한 서사가 얽힌 장소였지만, 도적들에게 중요한 건 역사적 서사 따위가 아니었다.


광무산은 산의 가운데에 커다란 계곡이 있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산이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이다. 따라서 그 입구와 길목이 마치 호리병 같은 구조에, 좁은 입구를 에워싸고 내려다볼 수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가 있어서 방어에 매우 용이한 이점을 지닌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을 타고 북쪽으로 빠져나가면 곧장 황하가 흐르는 강가란 점에서, 수비(水匪) 패거리가 대다수인 하남성의 도적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거점이 없었다.


하나둘, 머릿수를 불려 나가던 패왕성은, 어느 순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도적 떼가 되어있었다.


그 수는─ 무려 3만.


정천호 장택상은 자신에게 주어진 천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3만에 달하는 도적 떼를 토벌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권력이란 줄이 끊어진 연의 처지라면 처지겠지만···.


어찌 산 인간이 스스로의 죽음을 그리 쉽게 용인할 수 있겠는가?


죽음─ 그 외의 답이 보이지 않는 선택지 앞에서, 장택상이 선택한 것은 도주였다.


장택상은 기백에 이르는 부하들을 이끌고 탈영을 선택했다. 패왕성이란 훌륭한 모범답안이 존재하는 마당이다. 그에겐 이미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몰랐던 것은, 무능한 지휘관인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은 지엄한 국법과 군율뿐이었다는 점이다.



* * *



“천중.”

“떡대.”


천중을 바라보는 달구의 눈빛은 의외로 잠잠했다. 적어도 겉으로 봐서는 감정의 동요가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달구의 태도는 침착했다. 그러나 천중은, ‘염천호의 하오문이 진을 치고 있는 송화루’라는 철옹성을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버리고 달려온 그 자체에서 이미 달구가 동요 중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가만히 있음, 알아서 찾아갈 것인데··· 뭣땀시 이리 쫄래쫄래 뛰어왔대? 뭐, 숨겨놓은 꿀단지라도 잃어 먹었어?”


달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천중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이전과는 다른 달구의 대응에 천중의 톱니 같은 눈이 가늘게 날을 세웠다.


“닥치고 있는 꼴을 보니 꿀은 잃어 먹은 게 아니라 처먹은 것 같고··· 각 잡고 서 있는 걸 보니까, 진지 빨고서 할 소리가 좀 있나 보다?”

“네놈하고 대화할 마음은 없다.”

“그럼, 왜 대꾸해, 병신아! 계속 닥치고 있어!”


천중의 욕설에도 달구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시비를 걸어도 반응이 없으니, 도리어 시비를 건 천중의 이마가 슬슬 일그러지려는 찰나, 달구가 말했다.


“적삼이는 무사하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등신 새끼야?”

“당연히 네놈한테 물어봐야지.”

“그니까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왜냐고?”


시비조로 계속 언성이 높아지는 천중과 달리, 달구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달구는 처음 천중의 이름을 부르던 때보다 현저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적삼이의 상태에는 너희 천가방의 명줄이 달렸으니까.”

“···뭐?”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달구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천중이 크게 코웃음을 쳤다.


“하! 미친개랑 같이 굴러먹더니 미친 게 옮았나···. 한설총이가 뭐 좀 가르쳐주디? 팔다리 휘적휘적? 그거 좀 배워서 똥배에 힘 좀 들어갔어?”


천중은 뭔가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


“아참! 내가 깜빡했는데, 한현보의 무심결은 익히다 보면 공력이 쌓이질 않고 외려 흩어져버리는 희대의 병신 심법이었지? 똥배에 힘은 안 들어가고 오히려 빠졌겠다. 이야, 지금 보니까 너 전에 출렁거리던 똥뱃살이 쏙 들어갔다? 그게 살 빼는 덴 아주 제격이었나 보다, 그치?”


천가방의 패거리들이 일제히 비웃음을 터뜨렸다. 계속되는 도발에 도끼와 홍두는 도저히 더는 못 참겠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천중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적삼인지 홍삼인지가 뒈졌는지, 다진 육포가 돼서 똥간 바닥에 뿌려졌는지는 내가 알 게 뭐야, 등신 새끼야!”


그런 천중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달구가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천중.”

“왜!”

“적삼이 어디 갔냐?”

“···뭐?”


천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놈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가? 걸협이 중간에? 아니, 걸협과 놈의 흔적은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개봉인데, 공의현에서 온 달구 놈이 정주로 오는 길에 개봉을 들렀다 왔을 리도 없고···. 놈이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지?


천중의 머리가 복잡하게 굴러갔다. 천중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와중에 달구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 혓바닥 긴 놈 아니잖아. 팔이든 다리든 썰어놓고 시작하지. 안 그래?”

“···.”


이번에야말로 천중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가늘게 맞물려 있던 눈은 벌어지고, 벌려 있던 입은 다물어지는 가운데, 달구가 말했다.


“없던 패도 만들어 쓰는 놈이, 가진 패를 안 쓴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내가 바보로 보여?”

“···그건 미안하군.”


천중의 입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내가 널 너무 우습게 봤나 보다.”

“그럼, 뒷골목 양아치 흉내는 그만두자.”

“뭐라?”

“쓸데없이 저잣거리 골목 싸움으로··· 우리 수준을 끌어내리지 말잔 얘기야.”

“끌어내리지 말자?”

“당신, 원래 싸움하기 전에 상스런 소리 내던 사람 아니라며?”


달구는 이를 드러내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부천호 양반.”


천중의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오호라, 어떻게 알았··· 아니, 아니지. 그 도련님이랑 한 패거리였지, 참. 그놈이랑 붙어먹은 마당에··· 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래. 지금까지 몰랐던 게 정말 이상한 일이지.”


달구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놈이 바로 적갈패의 부두목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 알았다.”


천중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설총이란 놈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꿰고 있었던 모양이다. 적갈패의 일은, 장택상이 놈의 모가지를 그 몸에서 떼어버리는 순간, 함께 떼어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무엇을 알았더냐?”

“내가 그동안 하고 있었던 모든 건, 소꿉놀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천중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는 즐거움에 못 배기겠는지, 품을 뒤져 여송연 하나를 꺼내 물고 말했다.


“그건 장족의 발전이로군.”

“그렇지?”

“암. 이제 다 컸는데?”

“크기야 원래부터 네놈보다는 컸지.”

“그건 맞는 말이군.”


천중이 여송연을 까딱이자, 곁에 서 있던 수하가 화섭자로 불을 붙였다. 천중의 입가로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하얀 연기를 머금은 채 천중이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이제 다 큰 어른이 됐으니, 어른의 방식으로 해결을 보자? 너도 ‘사업’에 관심이 좀 있냐? 어때, 너희도 좀 끼워줘?”

“설마.”


천중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렇지. 그건 달구패의 조달구가 할 짓은 아니지. 실망할 뻔했다.”

“한 가지를 꼭 말해주고 싶었다.”

“뭔데?”

“천중, 그리고 적갈패의 개 같은 호로 새끼들아. 네놈들은 우리 부모님의 원수야.”

“응?”


천중이 물고 있던 여송연을 손가락에 옮기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몇 차례나 달구와 그 패거리의 얼굴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던 천중이 탄성을 질렀다.


“아! 기억난다, 기억나! 딴 놈들은 모르겠는데, 저기 저 민둥머리 돼지 녀석은 내가 봤었네. 아, 그렇지. 부뚜막에 숨어 있던 그놈 아니야?”


홍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적의가 드러날 정도로 사납게 일그러졌음에도, 그의 눈에는 그의 일생에 흉터를 남겨놓은 정신적 외상, 그 자체를 대면해 드러나는 혼란과 공황,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다란 두려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물전 옆집 말야. 이야, 그러네. 옛날 생각나는구만? 그래, 그때가 좋았지.”


까드득!


잇새로 부서지는 소리가 났지만, 누구의 입에서 났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적어도 고무래와 도끼 두 사람만큼은 확실했지만, 달구는 아닌 듯했다. 달구는 여전히 잠잠한 표정 그대로였다.


“그래서, 옛 인연을 좀 재회시켜주고 싶어서 온 거야?”

“아까 말했잖아. 적삼이 어딨냐고.”

“몰라.”

“몰라?”

“그래. 모른다.”

“그래?”


캐묻는 어감이 짙어지자, 천중이 이를 드러냈다.


“네 말마따나, 놈의 팔이나 다리 하나쯤 잘라놓고 가지고 있을 걸 그랬다.”


뻐끔, 흰 연기가 부뚜막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천중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긴, 이미 팔다리 합쳐서 세 개밖에 안 남았는데, 하나를 또 떼는 건 좀 너무한가?”


그 말에, 달구의 입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진짜 모르는군. 천하의 천중도 실수를 하나?”

“···서로 정겹게 수다를 떠는 것도 한계란 게 있는 사이인 것 같은데. 본론으로 넘어가자, 응? 이제 슬슬 지겨워졌거든.”

“그래. 그래야지.”


달구는 등에 차고 있던 박도를 뽑아 들었다. 아니, 그건 박도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모양새는 박도에 가까웠지만, 엄청나게 크고 두껍고 무거운, 마치 쇳덩이를 통짜로 잘라다 손잡이만 붙여놓은 게 아닌가 싶은, 말 그대로 날을 세운 철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쪽에만 날이 선 일반적인 도와 달리, 날이 양쪽으로 서 있었다. 긴 손잡이를 붙잡고 휘두르면, 사람과 말을 한꺼번에 짓이길만한─ 그야말로 참마도(斬馬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게 본론이냐? 폭력은 아주 좋은 대화 수단이긴 하다만···.”


천중의 손이 양옆에 늘어선 기백 명의 천가방 패거리를 가리켰다.


“지금 상황에서 너네한텐 별로 좋은 수단이 아닌 것 같은데?”

“길고 짧은 건···.”


달구의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대봐야 알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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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54화. 구보신개(九步神丐) (1) 24.02.13 24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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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52화. 거래 (2) 24.02.08 254 8 13쪽
172 52화. 거래 (1) 24.02.07 28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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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50화. 예언(豫言) (1) 24.02.03 273 7 14쪽
167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6) +2 24.02.02 271 8 14쪽
166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5) +2 24.02.01 265 7 14쪽
165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4) 24.01.31 258 7 15쪽
164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3) 24.01.30 262 9 14쪽
163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2) 24.01.29 272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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