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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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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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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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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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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7쪽

43화. 백무원(白武元) (1)

DUMMY

“···그러니까, 현재까지 발견된 단서는 하나뿐입니다요.”

“금 한 냥짜리 옥병. 맞나?”

“···맞습니다요.”


툴툴대는 발가락의 태도에 도종인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궁상맞게 뭐 하는 겐가?”


득구는 콧구멍을 후비적거리더니 말했다.


“덜 맞아서 그래, 덜 맞아서. 나처럼 만날 두들겨 맞고 자랐어봐?”

“만날 두들겨 맞아서 좋겠네. 동네방네 소문내라. 자랑스럽겠다야.”

“뭐야?!”

“그만하게, 두 사람 다.”


도종인은 혀를 차면서 씩씩대는 두 사람을 떼어놨다. 도종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에 그리 실망스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여기 한 소협이야, 아직 지학도 덜 지난 어린 나이라곤 하지만, 약관을 넘은 자네까지 그래서 되겠는가?”


도종인의 점잖은 질책에, 발가락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게···. 면목 없습니다요.”


만담에 실패한 것이 어지간히 상심이 컸던 모양이다. 도종인은 다음엔 억지로라도 한 번 웃어줘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말했다.


“우선, 밤새도록 고생해준 공 향주에게 감사한단 말씀을 좀 전해주게나.”

“안 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엉. 그 할망구한테 그러면 안 돼.”


득구는 한쪽 콧구멍을 엄지로 막고 킁, 코를 풀어내더니 말했다.


“그 할망구가 심각하게 위험한 할망구라 이거요. 섣불리, 감사니 뭐니 이딴 말 했다간 기냥 꼬랑지부터 정수리까지 홀딱 털어먹을 가능성이 아주 다분하다 이거지.”


발가락이 머리를 끄덕였다.


“···솔직히 너무 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못 하겠다.”

“거 보쇼.”


도종인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도리란 게 있는 거라네. 한 소협 자네가 모시는 도련님도, 그런 자잘한 손해보다는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의 도리를 더 중히 여긴다지 않았던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득구가 눈만 껌뻑이자, 도종인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나··· 걱정은 마시게. 진 빚보다 더 큰 이자를 요구하는 것이 강호의 상도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는 처지니. 그리 쉽게 당할까.”

“뭐, 화검 양반도 그간 강호에서 굴러먹은 세월이 있으니 그 정도야 아시겠지만···. 그 할망구는 좀···.”


득구가 눈살을 찌푸리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자, 도종인은 득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환기하듯 다른 주제로 말머리를 돌렸다.


“어쨌든, 단서를 잡았으면 이젠 움직일 때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지당한 말씀입니다.”


발가락은 아침에 받아온 첩보를 꺼내 들었다.


“근데 말야,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뭐?”

“그거, 정주에서 온 거 아냐?”

“그렇지.”

“어제 새벽에 쓴 거고?”

“그렇지.”

“근데 그게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와?”

“···어, 그게.”


발가락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도종인을 쳐다보았다. 도종인은 피식, 웃으며 대신 설명해주었다.


“한 소협도 앞으로 강호에서 생활하려면, 강호의 생리를 좀 알아둘 필요가 있겠군?”

“뭘 말유?”

“보통, 강호에서는 타 문파의 비방(秘方)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예절이라네.”

“비방? 무슨 비방 말하는 거유? 난 무공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 없는디?”

“한 문파가 갖는 비방은 꼭 무공만이 아니라네. 그 문파에서만 통용되는 암구호라든가, 또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 특히나 하오문처럼 정보를 사고파는 문파에서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 역시 굉장히 중요한 비방에 속한다네.”


잠시 어물거리던 득구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항, 어물전에 방씨 아저씨가 가끔 해주던 비빔소면 같은 거구만?”

“···.”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득구를 쳐다보던 도종인은 흠흠, 헛기침을 내뱉고서 되물었다.


“그게 뭔가?”

“그건 말요. 해질녘 즈음해서 어물전에 가면, 이제 슬슬 간당간당한 고기가 몇 마리 있수. 어차피 괭이밥이 될 건데, 비빔소면이나 한 상 차려 달라 그러면, 동전 두 닢에 해주는 거요.”


득구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잠시 허공을 멍하니 쳐다봐야 했던 도종인은 잠시 후에야 그 말 뜻을 알아듣고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공의현 저잣거리에 있는 어물전 주인인 방씨가 싼값에 파는 요리가 있다는 말인 겐가?”

“그렇수다. 동전 두 푼 치곤 맛이 아주 끝내줬었지. 하기야,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비싸게 받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안 그렇수?”

“맞는 말일세.”


도종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득구는 실실 웃으며 입맛을 다시더니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 비빔소면 만드는 법을 좀 알려달라고 엄청 졸랐는데, 끝까지 안 가르쳐 주더라, 이거요. 고작 두 푼짜리 장사지만, 어쨌건 밥벌이 수단인데 가르쳐주겠냐고 그러더라고.”


도종인과 발가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내용이야 어쨌든 맞는 말 아닌가? 그러다 발가락은 득구가 말한 비빔소면이 무엇을 비유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이런 씨···.”

“왜?”

“하오문의 백단(百端)을 어디 동전 두 닢짜리 비빔소면에다 갖다 붙이냐?!”

“뭘, 내가 보기엔 똑같구만!”

“에이, 젠장. 말을 말지, 말을 말어.”


도종인은 발가락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말머리를 돌렸다.


“어쨌건, 중요한 점은 그 어려운 걸 하오문이 알아냈고, 또 이렇게 빠르게 전달까지 해줬다는 점 아니겠나. 강호에서 많은 문파가 하오문을 흑도방파라 괄시하고 있지만, 대단한 문파임은 틀림이 없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십이본에 속한 화산의 화검이 하는 칭찬에 발가락의 눈에는 눈물까지 핑, 돌았다. 감격한 얼굴로 눈물을 찍어내던 발가락이 말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요, 대협. 강호에 대협 같은 분들만 계셨더라면 참으로 살 만했겠는데 말입죠. 어디 꼭 더벅머리에 싸가지 밥 말아 먹은 놈들만 죄 굴러 댕겨서···.”

“뭐야?! 내 얘기냐?!”

“아닌뒈, 아닌뒈.”

“이게 진짜···.”

“거기까지 하시게. 어흠!”


두 사람을 갈라놓은 도종인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각설하고, 중요한 건 바로 그 홍진서란 의원의 단서가 발견되었다는 점 아니겠는가.”

“···음.”


두 사람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지자, 이제야 좀 살겠다는 듯 도종인의 미간의 주름이 펴졌다. 적어도 득구는 한설총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진지해지는 편이고, 득구가 진지하게 굴 때는 발가락도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니, 이야기가 좀 편해질 테다.


“금 한 냥짜리 옥병이면, 그걸 바꿀 만한 곳도 그리 많지 않았겠군. 안 그런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원래부터 부티가 좔좔 흐르는 부자면 모를까, 저잣거리서 밥벌이나 겨우 하던 의원 나부랭이가 은도 아니고 금값 드는 옥병을 쉽게 바꿀 수야 없지요.”


발가락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거기서 실마리를 잡은 겁니다요. 애초에 그만한 물건이면, 어지간한 전당포에서는 돈으로 바꿀 수가 없죠. 제값을 받기도 힘들구요.”

“그래서 결론이 뭐야?”


성급하게 말꼬리를 잘라먹는 득구를 보면서 발가락은 미간을 와락, 구겼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만한 물건을 돈으로 바꾸려면 정주의 부잣집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야.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보여주고, 또 값을 치를 의향이 있는지 떠보고 거래해야만 하지. 부자 중에는 값나가는 귀한 물건을 보면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이 있거든.”

“먹지도 못하는 걸 뭐 하러?”

“그게 고상한 취미생활이시라는데 뭘 어쩌겠냐.”

“···.”


도종인이 헛기침을 냈다.


“흠, 여하튼 그래서, 그 홍 의원이 물건을 팔았나?”

“예. 팔긴 팔았더랍니다. 대신 꽤 여기저기 발품을 판 덕분에 소문이 나긴 했죠. 공의현에선 정말 오래전부터 사라질 준비를 했던 사람처럼 열심히 흔적을 정리해놓고 사라진 주제에 그깟 옥병 하나 팔려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 걸 보면, 정말 어느 집단에 소속된 사람은 아닌 모양입니다.”

“금 한 냥은 멀쩡한 눈을 멀게 만들기엔 충분한 금액 아닌가.”

“그야 그렇죠.”

“아니, 대체 얼마나 비싼 거야? 동전으로 몇 푼인데?”


발가락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금 한 냥이면 방 다섯 칸짜리 집을 다섯 채는 살 돈이야.”

“요즘 시세로 보면, 대략 은자 한 냥이 일천 문이고, 금 한 냥이면 은자 열 닷 냥이니···. 동전 일만 오천 문이면 다섯 채는 조금 과장이고, 두어 채 정도일세. 한 소협 자네가 원하는 대로 푼으로 계산하자면, 그 열 곱절이니 십오만 푼이로군.”


득구의 입이 쩍, 벌어졌다.


“비··· 비빔소면 칠만 오천 그릇···!”

“···먹는 건 셈이 빠르다잉?”


도종인은 손을 내저어 환기를 시키고 말머리를 돌렸다.


“여하튼, 본래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평생 처음 만져보는 금액이라면 그럴 만하다는 뜻일세. 그럼, 옥병을 팔고 난 이후의 행적은?”

“···그게 또 이상합니다요.”

“어떤 점이 말인가?”


발가락은 미간을 엄지로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우선은 홍 의원의 옥병을 구매한 사람의 말로는 그 양반이 다녀간 게 벌써 스무날 전이랍니다. 대충 따지고 보면, 송화루에 사독파파가 나타났을 즈음에 공의현을 뜬 거죠.”

“···에이, 젠장.”


득구는 입맛이 쓴 얼굴로 침을 퉤, 뱉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씨부랄, 천중 그 개새끼만 아니었어도···.”

“그러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필 일이 맞물려도 그렇게 맞물렸대냐.”


도종인이 득구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 좋게 생각하세나. 그때 마침 홍 의원이 공의현에서 몸을 피한 덕분에, 백련교가 약왕서를 손에 넣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지만···.”


발가락은 도종인의 말에 맞장구쳤다.


“하기야, 차라리 무당이 손에 넣은 게 어찌 보면 잘된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요. 아무리 백련교라 해도, 무당이 가지고 있는 걸 빼앗으려 하진 못할 테니까요.”

“그렇지. 무당이 미치지 않고서야, 약왕서 같은 물건을 백련교에 내어줄 일도 없을 테니···.”


고개를 끄덕이던 도종인이 멈칫, 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홍진서 의원이 가지고 있던 약왕서가 무당으로 넘어갔다면··· 약왕서를 찾고자 한다면, 무당을 찾아가라 하는 게 올바른 순서이거늘. 서동천 그자는 어째서 홍진서 의원을 찾으라 했단 말인가?”

“···음?”


뜬금없는 질문에, 득구는 갸우뚱, 고개를 꺾었다. 가만히 도종인의 말을 듣고 있던 발가락은 대수롭잖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뭐, 필사본 같은 거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요? 일단 찾고 보면 알 일이지요.”

“음, 그런가? 혹, 서동천이란 자가 아직 무당이 약왕서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발가락이 뭐라 답하기 전에, 득구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닐거유.”


득구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 서동천이란 작자는··· 뭘 모르고 흰소릴 하거나, 거짓말을 할 인간은 아뇨. 내가 보기엔··· 적어도 그렇수.”


득구의 말에 도종인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맞는 말이겠지. 으흠, 어쨌거나··· 난 그 부분을 지적해두고 싶군. 만약, 홍 의원을 끝까지 찾지 못한다면··· 약왕서를 무당에서 찾는 편이 가장 확실하고 빠르지 않겠는가?”

“설마하니, 그걸 넘겨주겠수? 그랬음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겠지.”

“그건 뭐···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겠지.”

“에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 득구와 달리, 발가락은 무언가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약왕서를 가져간 대상이 바로 그 ‘무당’이었기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천하지회’가 아닌가? 설마하니 천하지회에서 백련교에 관한 안건을 다루는 마당에 약왕서 같은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해, 지금 약왕서가 있는 장소는 천하지회가 열리는 숭산, 소림이란 뜻이다.


그리고 소림에는··· 왕초가 있다.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왕초께 전달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요, 화검 대협.”

“도움이 됐다면 다행일세. 최후의 최후에··· 정말 도리가 없다 싶으면, 그쪽이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당한 말씀이십니다요.”


발가락이 존경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자, 도종인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냈다.


“흠, 흠···. 그나저나, 아까 홍 의원의 행적이 이상하다고 말한 건 무슨 뜻인가?”


발가락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 그거 말입니다. 그게 그러니까···. 옥병을 팔고 나서의 행적이···.”

“행적이?”

“완전히 끊겼습니다요.”

“무슨 소리야? 방금 뭐 옥병? 그거 팔아서 돈 벌었다며. 근데 왜 갑자기?”

“그러니까 이상하단 소리지. 야, 잘 생각해봐.”


발가락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그만한 금액을 손에 넣었으면, 그때부터 오히려 눈에 더 띄어야 정상 아니냐, 이거야. 안 그래? 대협, 안 그렇습니까? 사람이 목돈을 손에 넣으면, 그걸 티 안 내고 배기는 게 말이 되냐, 이겁니다요.”

“오히려 너무 큰 금액이라 쓸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도종인의 말에 득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발가락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로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요. 홍 의원이 그 큰돈을 손에 넣은 직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잊으셨습니까요?”

“사독파파가··· 아!”


도종인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냈다. 발가락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득구가 발가락에게 되물었다.


“사독파파가 나타난 거랑 무슨 상관인데?”

“사독파파가 나타나면서, 정주가 아주 아사리판이 났잖냐. 그럼,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정주에서 도망치기 위해서든··· 돈이 있으면 쓰는 게 정상이라 이거지. 당장 정주에 살던 토박이들도 표국에서 호위무사를 고용해 피난을 가는 마당에, 홍 의원이 금자를 싸들고 무덤에 묻힐 생각인 게 아니라면··· 뭐라도 했어야 정상이라 이거야.”

“···어, 그러네.”


그때, 누군가 발가락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으악?”


발가락의 옆구리를 찌른 사람은 성채였다. 성채는 수화를 알아보지 못하는 도종인을 위해 지필묵을 챙겨 와서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홍 의원이 약왕서를 대가로 받은 것이 금 한 냥짜리 옥병이라고?]


“네. 일단은 추정이지만, 목격 정보가 홍 의원의 인상착의와 일치하고, 또 관련 시기가 일치하는 만큼, 옥병과 홍 의원과의 관계는 확실합니다요.”


성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내 말은 홍 의원이 팔았다는 게 ‘금 한 냥짜리 옥병’이냔 말이야.]


발가락은 성채가 던지는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끄덕이는 기이한 행동을 해 보였다.


“아···. 넵, 그런 것 같습니다요. 아, 아니, 맞습니다요.”


성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붓을 들었다.


[그럼, 금 한 냥짜리 옥병에는 뭐가 들었겠어?]


“···에?”


발가락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발가락만이 아니라 득구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성채가 쓴 글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군.”


눈을 가늘게 뜨고 글자를 내려다보던 도종인이 말했다.


“옥병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었군. 그렇지, 병은 보통 무언가를 담기 위한 도구지, 그 자체로 값이 나가는 물건은 아니지. 옥병이 너무 비싼 탓에 그걸 놓치고 있었군.”


도종인은 금방 자신이 한 말을 곱씹었다. 금 한 냥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란 말을 했었는데, 비단 홍 의원만이 아니라, 이 경우도 딱 그랬다. 옥병 자체가 워낙 비싸다 보니, 약왕서의 대가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셈이다.


“이거 좀 부끄럽구만.”


도종인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고 성채를 쳐다보았다. 놀라운 통찰력이다. 도종인의 시선을 느꼈는지, 성채는 얼굴을 붉히더니 글을 이어 썼다.


[금 한 냥짜리 옥병에 넣어 보관할 만한 물건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출처가 무당인···. 그걸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아요.]


그 글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도종인과 발가락이 동시에 헉, 숨을 들이켰다.


“백무원(白武元)!”


두 사람이 동시에 뭔가 깨달은 얼굴로 소리치자, 득구가 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뭔지 가르쳐주고 아는 척을 하든가. 옘병.”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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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5) +2 24.02.01 26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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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49화. 소영암향무(疎影暗香舞) (2) 24.01.29 272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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