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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제국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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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오스타
작품등록일 :
2019.04.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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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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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펜더모니엄의 늑대들

DUMMY

잘린 드라코의 팔이 허공에서 빙글 돌다 떨어질 때까지 다들 멍한 눈만 껌벅거렸다.

물론 드라코만은 자신의 팔목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되게 시끄럽네. 팔 하나 잘린 것 가지고 뭐 그리 꽥꽥 되냐?"

"크으, 네놈은 누구냐?"


드라코는 눈빛에는 공포가 올라와 있었다. 지금 눈앞에 이 사내 보통내기가 아니다.

테츠는 무심한 눈으로 드라코를 바라봤다.


"자신의 팔은 소중한 줄 알면서 타인의 생명은 소중한 줄 모르지?"


말라키의 눈빛이 괴기스럽게 변했다. 마치 악마의 눈빛처럼 변한 말라키는 입가가 쭉 찢어지며 징그러운 미소까지 지었다.


"안돼! 말라키 덤빌 생각 하지 마라. 놈은 우리가 이길 만한 상대가 아니다."


헐버트를 든 수염이 말라키를 말렸지만 적어도 놈은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카아악!"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고함을 치더니 다짜고짜 테츠에게 덤벼들었다.


'이놈도 야생의 본능으로 투기를 끌어내는 부류군.'


테츠는 말라키의 성향을 단번에 알아봤다. 검술이나 도검의 기술보다는 본능의 감각이 앞서는 부류들이다.


상대가 약하고 강하고를 떠나 자기만족에 사는 괴인들. 중원에도 이런 놈들은 널렸다.


말라키의 무기는 완전한 반월형의 무기였다. 양손으로 교차시키며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수법은 독특했다. 정공의 수법으로 이런 기술을 방어하기란 요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식 기사가 이런 변칙 검술을 만나면 대체할 방법을 몰라 당황하게 된다.


말라키도 그 덕분에 많은 수의 기사들 베고 넘을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선택한 대상은 기사 따위가 아니었다.



테츠는 검에 내공을 주입하고 지저분하게 파고드는 말라키의 검을 튕겨 냈다.


"천마수라검(天魔修羅劍). 수라의 검."


테츠의 낭랑한 외침과 함께 검 끝의 변화가 무쌍 일변도 변했다. 그것은 지저분한 말라키의 검을 압도할 만큼 변화가 극심한 검법이었다.


말라키는 테츠의 검을 막아 내기 급급했다.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다만 거의 기이하도록 긴 팔이 조금은 효과를 보였는데 인간의 행동반경을 훨씬 뛰어넘는 기술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참마의 검"

"헉"


말라키는 떨어져 내리는 테츠의 검을 막으려 반월검을 엑스자로 교체하며 받아쳤다. 테츠의 검은 말라키의 검을 완전히 쪼개 버리며 들어왔다.


하지만 말라키에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테츠의 검도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그때 테츠의 손이 쭉 뻗어 오더니 잠시 주춤한 말라키의 안면을 덥석 움켜쥐었다.


"내게 자비를 바라지 마. 난 원래 천마거든. 흡성대법"

"크으윽!"


진기가 쭉 뽑혀 나가자 말라키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이놈. 손을 놓아랏"


턱수염의 헐버트가 무섭게 허공을 가르며 테츠의 팔 위로 떨어져 내렸다.

테츠는 오른손을 뒤집어 중지를 검지로 누르며 내공을 모았다가 힘껏 퉁겼다.


"파천혈옥지(破天血玉指)"

"깡!"


헐버트에 파천혈옥지가 적중하자 쇳소리가 나며 하늘 위로되려 튕겼다,


"넌 잠시 기다려 이놈 먼저 뽑고 난 다음이다."

"이럴 수가!"

"마, 말라키!"


드라코가 말라키를 불렀지만, 그의 동공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딴딴하고 다부진 말라키의 근육이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볼품없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몇 번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키더니 축 늘어졌고 몸은 완전히 미라가 되어 버렸다.


"이런 미친!"

"전부 공격해 놈을 죽엿!"


뒤쪽에서 말을 타고 있던 늑대탈들이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테츠님 제 검을 쓰세요."


더프가 자신의 검을 던져주자 테츠는 한 손으로 낚아챘다.


"귀찮은 것들 죽음을 모르는 불나방 같구나. 천마현신(天魔現身) 천마섬(天魔閃)"


가장 앞서 말을 달리던 세 명의 늑대탈의 수급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저런!"


턱수염은 너무 놀라 잡고 있던 헐버트를 놓칠 뻔했다. 지금 말과 테츠의 거리는 적어도 20m는 넘는 거리였다. 그 거리에서 검기가 뻗어 나가 세 명을 추살한 것이다.


테츠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천마비행으로 달려드는 군마 위로 신형을 띄웠다.


"천마섬"


낭창한 외침과 이어 달려오던 네 명의 머리가 또 허공으로 떠올랐다. 머리를 읽은 몸뚱이는 말 위에서 방황하다 모두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살아남은 세 명은 기겁하고 말을 멈추더니 아예 말머리를 돌리고 도망쳤다.


"말했지? 내게 자비를 구하지 말라고!"

"우아악"


그 세 명도 여지없이 바닥에 뒹굴었다.


턱수염은 한쪽 팔이 잘린 드라키를 보며 말했다.


"이봐 오늘 우린 사신을 만난 것 같다."

"미친!"


땅 위에 내려선 테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왜 죽였나?"


드라키는 지혈도 못 해 잘린 팔에서 피가 줄줄 새 바닥을 적셨다.


"네가 아무리 사신이라도 내 입에서 어떤 정보도 듣지 못··· 컥!"


드라키의 목이 비스듬히 떨어져 내렸다.


"넌 살고 싶으냐? 죽고 싶으냐? 그건 순전히 네게 달렸다."


턱수염의 목젖으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난 두말하지 않는 성격이다. 물음에 답해."

"몇 명을 죽여 놓으면 그들이 물건의 내줄 것으로 생각하고 그랬습니다."

"너희에게 의뢰를 한 자가 누구냐?"

"그건 정말 모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저희 대장뿐입니다."

"그는 어디에 있지?"

"실버팽을 쫓아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왜 한곳에 모아 뒀지?"

"실버팽을 꿰어 내기 위한 인질입니다."

"일각 마녀의 뿔피리에 대해서 아는 것을 전부 말해."

"그것도 모릅니다. 대장만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물건 이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넌 이곳에서 몇 명의 마을 사람을 죽였지?"


턱수염의 얼굴빛이 확 달아올랐다.


"여섯 명입니다."

"흡성대법"

"크악, 사, 살려"


테츠의 손아귀에 잡힌 턱수염은 부들부들 떨면서 반항했으나 머리가 마치 거대한 거인의 손아귀에 움켜 잡힌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살려줘? 네놈은 살려 달라는 마을 사람들을 살려 주었느냐? 사람은 말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하는 거야. 너는 살려 주지 않았는데 왜 살려 달다고 하는 거냐? 자고로 녹림의 새끼들은 한결같거든. 살려 주면 뒤에서 또 사람을 죽여. 내가 한두 번 속은 게 아니거든."

"켁, 켁"


턱수염은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진기를 헌납당했다.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더프와 메헬릭은 테츠가 마냥 웃음 지으며 사는 착한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저놈들은 죽어 마땅한 놈들이지만 테츠는 그에 못지않게 잔인한 사람이란 걸 느꼈다.


축 늘어진 턱수염을 던져 버린 테츠는 더프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놈들이 언제 온 겁니까?"

"어제 오후쯤입니다."

"마을에 오크맨들의 시체를 봤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또 다른 놈들이 데리고 갔습니다. 아버지와 촌장과 함께 말이죠."

"세일럼과 할아버지는?"

"아마도 동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그 이상 자세히 모릅니다. 저와 메헬릭은 오크 잔당을 추적하는 중이었습니다. 테츠님도 찾을 겸 해서. 참 아버지를 구해야 합니다. 테츠님이 도움을 주시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도 가는 길에 저놈들을 만났습니다."

"남쪽에는 여자와 아이. 노인들뿐이었습니다. 아마 남자들은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 모양입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물건을 숨겼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오크맨들을 먼저 구합시다."


테츠는 더프와 함께 서쪽으로 움직였다.


***


"순순히 말을 하지 않을 테냐?"


늑대 탈을 쓴 인물이 검을 뽑아 들고 촌장 에이곤의 목을 자를 듯이 위협했다.


"무엇인지 알아야 대답을 하든 말든 하지 않겠습니까? 도대체 무엇을 내놓으라고 그러시는지요?"

"가늘고 하얗게 생긴 뿔피리다. 그걸 보지 못했느냐? 누가 숨기고 있다면 당장 내놓는 게 좋을 거다."

"상단은 내가 관리해 왔소. 그분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


드로이얀은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늑대탈을 노려 봤다.

이미 이들의 무력을 경험해 봤으므로 자신들이 모두 덤벼들어도 이들을 절대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이렇게 무력하게 잡혀 있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으하하. 우리가 왜 여자와 아이들을 따로 떼 놓았는지 아느냐? 네 놈이 물건의 행방을 말하지 않으면 하루에 20명씩 그 녀석들이 죽을 것이다."


드로이얀은 그 말에 크게 분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인간보다 못한 놈들 네놈들이 그러고도 용병이라 불리냐? 오크보다 더 추한 인간들이구나."


늑대탈은 검을 잡은 손을 흔들 드로이얀에게로 다가왔다.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는걸 알면서 왜 입을 다무는 것이냐. 물건의 행방만 알려 준다면 모두 살려 줄 건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걸 왜 그걸 안 하려 하지?"

"말했잖냐? 그따위 물건 관심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 알기만 하면 당장 내주겠다고!"

"물론 네 말은 믿어. 얼굴에 진실이라고 씌어 있거든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너와 같진 않겠지? 누군가 물건의 행방을 아는 놈이 있을 거야? 그렇지?"

"없는 물건을 이리 막무가내로 내어놓으라 하니 그것도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위협까지 하다니 네놈들은 산적이랑 다를 바가 무엇이냐?"

"후후, 산적 따위를 우리와 비교하면 섭섭하지. 너는 입이 그리도 정직하냐? 목숨이 아까운 줄은 잊어버린 모양이지?"


늑대탈의 검이 무섭게 움직이며 드로이얀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은 딱 목젖 앞에서 멈췄다. 작은 생채기가 생기며 피가 맺혔다.


"후후,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구나. 칭찬은 하지. 하지만 너희들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끝난 일은 아이야. 저쪽에서는 못 볼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엇이? 그녀들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어보라 지옥 끝까지 네놈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미안하군. 우리는 그 지옥에서 왔거든 그쪽 동네가 지겨워서 이쪽 공기를 좀 쐬려고 말이지."

"그럼 다시 돌아가면 되겠네. 파천혈옥지(破天血玉指)"


한 가닥 예리한 지풍이 날아와 늑대탈의 명문에 내리꽂혔다.


"큭"


그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꺼꾸러졌다.


"누구냐?"


화들짝 놀란 다른 늑대탈들이 무기를 움켜쥐고 쫓아 나왔다.

테츠는 천마잠영술(天魔潛形術)로 단번에 수십 장을 미끄러져 오더니 늑대탈을 여섯 명을 한꺼번에 휘어 감고 흡성대법을 펼쳤다.


"확실히 단련한 놈들답게 오크보다 더 질 좋은 진기를 가졌구나. 고맙게 받아가마. 그렇지 않아도 내공이 많이 필요했던 참이다."


테츠의 덫에 걸린 늑대탈들은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온몸이 쇠사슬에 감긴 것 마냥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더프와 메헬릭도 무기를 들고 전투에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여섯 명을 처리한 테츠는 덤벼드는 늑대탈 무리를 비집고 들어가 금나수로 놈들의 무기를 낚아챘다.


테츠의 손에서 천마삼검이 전개되자 늑대탈들은 여지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버지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더프 너도 무사했구나. 걱정 많았다. 남자들을 이끌고 여자들과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


더프가 테츠를 돌아보니 나머지 늑대탈을 잡아 족치고 있었다. 자신은 검 하나 섞기 힘든 늑대탈을 저리 쉽게 처리해 버리니 테츠 위용이 남달라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테츠로 인해 늑대탈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뭘 해보기도 전에 수십 명이 죽어 나자빠지니 살아남은 자들은 단번에 오크맨들에게 둘러싸였다.


오크맨들은 덤비지는 못해도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탈출로는 완전히 메꾸어 버렸다.

오크를 잡을 때 쓰는 수법이지만 늑대탈도 여지없이 걸려들었다.


테츠는 천천히 남아 있는 늑대탈을 모조리 때려잡으며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이들은 녹림의 마두들과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사정을 봐주면 굽실하며 머리를 조아리다가 뒤돌아서면 등에다 검을 박을 놈들이기 때문이다.


"마을 여자들은 동쪽에 있습니다. 저를 따라서 오십시오"


더프와 오크맨들은 늑대탈들의 무기를 주워들고 말을 올랐다.


여자와 아이들을 감시하는 늑대탈은 스무 명 정도 되었는데 오크맨들이 말을 타고 뛰어들어 늑대탈의 유인해 내자 테츠가 기다렸다는 듯이 도륙을 내 버렸다.


"엘리나, 어머니 고생이 많았습니다."


더프는 여동생 엘리나와 어머니 에드윈다를 발견하고 뛰어갔다.


"아지, 마리 다 무사하구나."

"더프 형아. 엉, 엉."

"이놈들 남자들은 모두 죽이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노예상에게 팔 거라고 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들은 무사합니다. 아버지도 오셨습니다."


상황이 정리되자 아서는 드라이얀에게 다가갔다.


"이제 남은 놈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놈들의 두목과 몇 놈이 세일럼을 쫓아갔다. 동쪽으로 갔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구나."

"한 가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마을에 돌아가시면 큰 검을 가지고 있는 10살 남짓 오크 아이가 있을 겁니다. 그놈을 부탁합니다."

"오크 아이? 알겠네! 걱정하지 말게."

"그럼 전 놈들을 추적하겠습니다."

"알겠네. 몸조심하게 마을 사람들을 구해 주어 전부를 대신해 감사하게 생각하네."


테츠는 말하나에 올라타고 힘차게 고삐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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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렘차카의 수호자들(2) +9 19.04.11 10,368 1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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