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성하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천마 제국 정벌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새글

페오스타
작품등록일 :
2019.04.04 22:30
최근연재일 :
2024.06.25 22:20
연재수 :
1,118 회
조회수 :
1,820,692
추천수 :
31,840
글자수 :
6,879,038

작성
19.04.07 20:00
조회
12,584
추천
123
글자
12쪽

임페리얼 나이트

DUMMY

비계 덩이가 서서히 정리되고 사람다운 모습이 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진버트는 흐뭇해했다.


처음에는 말로만 큰소리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망나니는 사람이 완전히 돌변했다고 말을 할 정도로 바뀌었다.


몸무게도 이제 100 이하로 떨어지고 사람다운 체격을 점점 갖추어 갔다.


테드가 연무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올 때 진버트는 비단을 건넸다.


"태자 저하 땀을 닦으십시오."

"아니, 두어 바뀌 더 돌고."


테드는 그리 말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몸의 기운이 이제야 제 경로를 찾아가는구나. 내공이 조금씩 쌓이고 있으니 슬슬 경공을 연마해도 될 것이야.'


"진씨, 여기가 연무장이 맞지?"

"네, 그렇습니다."

"왕궁에서 연무장이 여기뿐인가?"

"아닙니다. 여러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무장에 어찌 무를 닦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인가?"

"그것은 황태자님이 운동하시니 기사들이 알아서 자릴 양보한 덕분이지요."

"그렇군,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했지. 말이 나온 김에 이 나라 기사의 풍모를 한 번 감상해 볼까?"

"그럼 다른 연무장으로 왕림하시려는 겁니까?"

"그렇네, 내 그들이 어떤 식으로 무공을 단련하는지 그 기사란 무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단단한 철갑옷을 입은 무인을 스쳐보긴 했네만."

"그럼 소신이 미리 연락을···."

"아니 연락은 하지 말아줘. 그런 건 불시에 들이닥치는 게 제맛이지."


역사학자 버클의 역사학 강의를 들어 보면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와 힐러, 그리고 제국의 상징인 기사를 종종 언급했다.

성황 잉그람 또한 성기사로 기사이다.


성황의 성정으로 보아 기사란 무사들이 얼마나 대단한 무력을 가졌는지 늘 궁금해 왔다. 운동을 연무장으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인데 사실 이곳에서 한 달 남짓 운동하는 동안 연무하는 기사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황태자가 운동하는 데 방해됨이 없도록 진버트가 미리 손을 써 놓았던 탓이다.


진버트는 황태자의 특별한 나들이를 위해 임페리얼 가드군이 훈련하는 훈련장을 선택했다. 임페리얼 나이트는 성황의 직속 군으로 오직 성황 잉그람을 위해 검을 세운 왕궁 기사단이다.


신성기를 사용하는 성기사군과 대조적으로 임페리얼 나이트는 좀 더 완벽한 기사에 가깝다. 그들이 사용하는 스킬은 대부분 근접전에 특화된 검술과 창술, 방패를 이용한 가드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역시, 이렇게 사람이 북적북적해야 사람 사는 곳 답지. 내가 있는 곳은 너무 한산해서 운동하는 기분이 영 그러했는데."


단번에 울리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기개가 실린 함성은 괜히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 있다.


"황태자 저하 납시었습니다."


진버트가 크게 외치며 연무장에 들어서자. 대결을 펼치던 수많은 기사가 동작을 멈추고 검을 하늘로 세워 황태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황태자 저하를 뵙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훈련이나 계속하시오."


테드는 연무장 한가운데를 지나 단상이 있는 곳으로 올랐다.


"여기가 구경하기 좋을 것 같군."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테드가 누구인가 천하의 망나니가 아닌가?

테드가 황태자로 책봉되고서도 단 한 번도 연무장을 찾은 적이 없다.


그들은 테드가 뭔가 시비를 걸거나 황당무계한 짓거릴 하기 위해 왔다고 지레짐작했다.


눈이 부시게 하얀 섬광을 일으키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인물이 테드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매우 듣기 좋은 금속성 마찰음이 연무장을 살짝 울렸다.


"임페리얼 나이트 제3군단의 기사 단장 샘워락입니다. 황태자를 알현하여 영광입니다."


테드는 대답 대신 고개를 까닥했다.

그 순간 샘워락의 호랑이 같은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호오? 기개 하나만은 황하의 물결같이 흘러넘치는구나. 호안이로고. 하지만,'


샘워락의 두 눈은 활활 타오르는 장군상의 두 눈과 짙은 눈썹, 호랑이 턱수염이 그의 성정이 올곧고 흔들림 없이 강하다는 것을 대변해 주었다.


옆에 있던 진버트가 뭔가 안절부절못한 얼굴을 보이더니 살짝 허리를 굽혀 테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저기, 저분이 일 황비의 오라비 되시는 대공(大公) 레미 테일리아드 후작이십니다."

"그래?"


테드는 버클경의 역사학 강의 때 들었던 테일리아드 가문에 대해서 떠 올렸다.

일 왕비 가문은 제국 내 가장 큰 명성을 가진 명문 가문 중 하나였다. 테일리아드 가문은 주신 제국 성립 이전부터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를 만큼 위대한 가문이었다고 했다.


가문에서는 늘 최고의 기사를 배출해 냄은 물론, 정계 쪽으로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주신 제국의 또 다른 실세였다.


성황 잉그람을 제외하고 테일리아드 가문이 어쩌면 주신 제국을 움직이는 진정한 권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이 가문이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테드 황태자다. 솔직히 일 왕비인 세르자비와 성황과의 사이에서 후손이 없는 관계로 독자인 테드에게 가는 시선이 고울 수 없었다. 거기다 개망나니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관계가 좋지 않았다.


"하하 외숙부께서 와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테드는 성큼 걸어가 뒷짐을 쥔 체 등을 보이는 인물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흥, 나를 알아보긴 하는구나. 그래 그 귀하신 황태자가 여긴 어인 일로 왔느냐? 설마 무슨 장난 거리라도 찾으려 하느냐?"

"그럴 리가요. 저는 단지 기사들이 궁금해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왔을 뿐입니다."

"허, 무슨 바람이 불어 기사의 훈련을 참관한다는 거냐? 그러지 말고 이참에 직접 검술이나 배우지 그러냐?"


그가 돌아서자 테드는 지긋이 그를 올려 봤다.

둘 다 서로 놀라는 눈빛을 띄웠다.


'일 황비의 외숙부라고 과연 기개가 남다르군. 만만히 상대해서 될 인물이 아니다. 마치 검성 북당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하지만 평범한 그 인상 속에 감쳐진 힘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기사 단장이라는 샘워락이 기를 풀풀 뿌리는 스타일이라면 레미 후작은 속으로 갈무리 되어 전혀 표시가 안 나는 스타일이었다.


진버트가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쉽게 눈에 띄지도 않았을 인물이다.


'이놈 봐라? 근간에 도는 소문에 살을 뺀다고 하기에 웃고 넘겼더니···.'


레미 후작은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나타난 테드에 적지 않게 놀란 모양이다.


"저도 슬슬 운동을 시작한 김에 그렇지 않아도 검술에 관심이 가던 차입니다."


샘워락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모두 훈련을 재개한다. 황태자님이 직접 보고 계시니 진심을 다해라."


레미 후작과 테드는 단상에 급히 마련한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훈련장 안은 금세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기사의 호승심으로 넘쳐났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방을 벌이는 기사들을 보며 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마나라는 것을 저런 식으로 쓰는구나. 검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이 느껴진다. 저 친구는 마나의 역량이 뛰어나네. 확실히 상대방을 압도하는군.'


훈련장 한가운데서 유독 멋진 기도를 뿜어내는 한 기사를 보며 눈빛을 빛냈다.

잘 다듬어진 신체와 상당한 미남형의 얼굴은 다른 이에 비해 빚을 내고 있었다.

여기사들이 힐긋힐긋하는 거로 봐서 제법 유명세를 치르는 인물인 것 같았다.


"어디 보고만 있으면 감흥이 서나? 직접 한 번 검을 잡아 보지 않겠나?"


레미 후작은 테드를 은근슬쩍 부추겼다.

테드가 이곳에 온 것이 몹시 맘에 들지 않은 상태였다.

연무장은 기사들의 훈련을 위한 어찌 보면 신성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곳에 개망나니 하나가 기어들어 왔으니 그는 불편한 심경을 감출 수 없을 정도였다.


"하하. 검을 잡아 본 적도 없는데 대결이라니 가당찮습니다. 다음 기회에."

"배울 기회란 흔치 않은 법이지 기회가 있을 때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도 제자를 가르치기 위해 온 것이니 서로서로 배움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나. 그렌."


레미 후작의 부름에 테드가 눈여겨봤던 미남 기사가 이쪽을 돌아보며 예를 취했다.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황태자께서 검을 잡아 보신다 하니 적절히 검을 받아 드려 보아라."

"황태자 저하 영광입니다."

"쩝, 외숙부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일단 검을 한번 잡아 보겠습니다."


테드는 연무장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진버트가 놀라 따라붙으려 하자 레미 후작이 한 손을 들어서 막았다.


"진검의 대결이네. 거기 가서 무얼 하려고? 여기서 지켜나 보게."


테드는 그렌을 마주 보고 섰다.


"난 검이 없는데?"

"누가 황태자 저하께 검을 빌려 드리겠습니까?"


그렌의 말에 샘워락이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며 나섰다.

샘워락은 묵직한 대검 자루를 테드에게 향해 보이며 말했다.


"소신의 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테드는 잠시 망설였다. 이건 검이 아니고 무식하리만치 큰 거대한 대검이었다. 한 손으로 휘두르기조차 벅차 보였다.


"허허, 샘워락 단장 그런 거대한 검을 황태자가 들 수나 있겠나. 적당한 검을 권해 드리게."


그 말에 여기저기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 나왔다.


"작은 거면 됩니다.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를 수 있는 평범한 검이 좋아요. 하하."


테드는 그렇게 말하고 앞에 선 기사가 차고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롱소드 하나를 건네받았다.

한두 번 허공에 휘저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충분해."

"그렌, 황태자님은 검을 처음 잡아 보시는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 혹시 옥체에 문제가 생긴다면 성황의 노여움이 떨어질 것이다."


진버트가 걱정되어 미리 고함을 질렀다.


"그렌, 그런 수고로움은 내가 책임 질터이니 기사의 근본을 황태자께 성심껏 보여 드리거라."


레미 후작은 의자에 앉아 그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렌의 입꼬리가 작게 떨리며 살짝 올라갔다.


"황태자님이 선공하십시오. 몇 합은 반격하지 않고 검을 받기만 하겠습니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좌우로 늘어선 기사들은 이 희한한 대결의 결과를 상상하며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금 있으면 천하의 개망나니 황태자는 그렌의 검에 혼비백산 혼쭐이 날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잡아 본 것인가 아니면 중원의 검과 달라 어색한 것인가. 느낌이 별로야.'


"황태자님 어서 공격해 보십시오. 하하. 기다리다 지치겠습니다."

"하하하."


장내에서 벌써 웃음이 터진 기사들이 소리죽여 어깨를 들썩였다.


파천일로의 투로에 따라 천마 삼 검의 제 일 초 천마현신이 검 끝에서 작은 울림을 토했다.


-번쩍


"앗!"


실로 눈 깜짝할 사이 뭔가 눈앞에서 번쩍였다는 것을 그렌은 느꼈다.

섬(閃)의 이치에 따른 검신에서 뿜어진 검기가 그렌의 가슴을 감싸고 있던 갑옷에 길게 파인 자국을 그려 놓았다.


"이, 무슨!!"


레미 후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저, 상처를 보라구. 검에 베인 상처를!"

"와~"


장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그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익. 마나 4성!"


그렌은 검에 4성의 마나를 밀어 넣었다. 검이 윙윙거리며 검음을 토했다.


"스텐 베인 그라쉬!"

"그렌!!!"


그렌의 스킬과 레미 후작의 놀란 외침이 동시에 터졌다.

진버트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렌의 검에서부터 작렬하는 검기가 일직선으로 테드에게 날아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 제국 정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오크 슬레이어(1) +6 19.04.17 8,331 97 14쪽
21 일각 마녀의 뿔피리 +9 19.04.16 8,548 97 13쪽
20 실버팽(2) +8 19.04.15 8,628 108 14쪽
19 실버팽(1) +11 19.04.14 9,128 106 12쪽
18 렘차카의 수호자들(5) +11 19.04.13 9,279 102 15쪽
17 렘차카의 수호자들(4) +14 19.04.12 9,638 105 13쪽
16 렘차카의 수호자들(3) +12 19.04.12 9,906 112 13쪽
15 렘차카의 수호자들(2) +9 19.04.11 10,350 107 13쪽
14 렘차카의 수호자들(1) +7 19.04.11 10,861 112 13쪽
13 오크 더 없어? +12 19.04.10 11,047 115 13쪽
12 오크! +6 19.04.10 11,258 114 12쪽
11 일 황비 세르자비 테일리아드 +10 19.04.09 11,512 119 12쪽
10 세렌 라메이트 +8 19.04.09 11,611 121 13쪽
9 콜로세움 +10 19.04.08 12,039 116 13쪽
8 내공이 필요해! +10 19.04.08 12,395 124 13쪽
» 임페리얼 나이트 +7 19.04.07 12,585 123 12쪽
6 천마 마나를 깨우치다. +5 19.04.07 12,990 129 13쪽
5 역사를 알면 하나가 아닌 둘이 보인다. +10 19.04.06 13,179 127 16쪽
4 오늘부터 지옥의 다이어트다. +7 19.04.06 13,798 123 13쪽
3 천마는 자포자기 했다. +8 19.04.05 14,957 111 15쪽
2 "내가 천마 신군이다." +13 19.04.05 17,175 129 13쪽
1 망나니? 노, 노 사이코 새끼인 거다. +23 19.04.04 31,043 152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