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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제국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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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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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4.1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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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렘차카의 수호자들(1)

DUMMY

두툼한 망토로 전신을 가린 후 제프가 가르쳐준 푸릉롱의 주점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정체가 밝혀질까 봐 속으로 내심 불안했지만, 솔직히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제 갈 길 바쁘고 제 할 일 바쁘다.


"제프 레파드가 무언가 남기지 않았나요?"


카운터 안 푸짐한 인상의 부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 제프 그 양반이 보내신 분? 이 층 올라가 왼쪽 세 번째 방이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탁자 위에 제법 묵직해 보이는 여행 가방 꾸러미가 하나 있었다.

대충 살펴보니 여행에 필요한 속옷과 자질구레한 장비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건 불을 피울 때 쓰는 부싯돌이고 작은 주머니칼 하나에, 준비는 깔끔히 해 두었군."

"슬슬 움직여 볼까? 최대한 빨리 어반마르스를 벗어나야겠지? 지금쯤 왕궁이 뒤집혔을 테니까."


가죽옷으로 갈아입고 속이 깊고 챙이 넓은 모자를 덮어썼다.

제프가 가르쳐 준 지역을 향해 빠른 걸음을 했다. 처음 나와 본 곳이지만 제프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어렵지 않게 목적지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노새렌의 장터. 어반마르스에서 인기 있는 장터 중 한 곳이다. 노새렌의 장터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상인들로 늘 북적인다. 그만큼 사건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가만있자? 렘차카 이 친구들이 몇 번째 골목이라고 했지?"


검은 가죽옷이 멋들어진 훤칠한 키의 청년은 주변을 서성이며 무엇을 찾고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가죽 검집을 가진 장검을 보건대, 어느 높은 관직의 관리가 고용한 용병 정도로 보였다.


그는 채소 가게 앞에 서더니 주인에게 다짜고짜 질문부터 한다.


"여기 혹 렘차카의 수호자들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채소 가게 주인은 챙 넓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청년을 흘깃 보더니 한쪽 골목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골목 안을 벗어나자 큰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그곳에는 수많은 마차와 말들이 어수선하게 서 있었다.


마차의 뼈대 위에 큰 포장을 씌운 캐러밴들이 일렬로 늘어선 장관을 지나치며 마차의 깃대에 매달린 깃발의 문양을 하나하나 살폈다.


"저거다. 부러진 오크 이빨 문양"


청년은 자신이 원하는 깃발 문양을 발견하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는 마차 앞에 서 있는 검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상체가 떡 벌어진 시원한 인상의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이곳이 렘차카의 수호자들입니까?"


사내는 바람에 살짝 나부끼는 깃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는 대로. 무슨 일이오?"

"제프 레파드가 보내서 왔습니다."

"아, 이번에 북쪽으로 여행한다는 그분?"

"네, 테츠라고 합니다."

"난 이 상단의 우두머리 드로이얀이라고 하오."

"반갑습니다. 드로이얀 앞으로 신세를 좀 져야 할 것 같군요."

"신세는 무슨? 용병 출신이시라고? 어디 검은 좀 다를 줄은 아는 게요? 이런 상단은 늘 위험에 접해 있어 제 몸 간수는 본인 스스로 하는 편이 좋을 듯해서 말이오."


테츠는 허리에 찬 검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제 밥값은 충분히 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지금 막 출발하는 참인데 괜찮겠소?"

"네 괜찮습니다. 빨리 출발하면 더 좋습니다. 하하."

"그럼 이 마차 안에 짐을 싣고 올라타시오."


테츠가 올라타고 얼마 되지 않아 채찍질 소리에 반응해 캐러밴을 움직이는 말들의 투레질 소리가 들려왔다. 서서히 구르는 마차 바퀴의 진동을 느끼며 테츠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차 안에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청년 두 명과 한 명의 소녀 그리고 두 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반가워하는 눈빛 안에 생글생글하는 미소를 담고 테츠를 바라봤다.


"안녕 난 테츠라고 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귀염둥이 소녀와 콧물의 흔적이 볼에 남아 있는 소년이 방긋 미소지으면 말했다.


"나는 아지 누나는 마리야."

"반갑구나. 아지, 마리."

"헤헤, 형은 우리랑 함께 가는 거야?"

"그래 그렇게 됐다."


아지는 테츠의 허리에 찬 검을 보며 말했다.


"형은 검사야?"

"응"

"와, 아지에게 검을 가르쳐 줄 수 있어?"

"하하, 물론 아지가 배울 생각만 있다면"

"아지, 초면에 너무 실례하는 것 아니니?"


눈 밑으로 작은 주근깨가 있는 귀여운 소녀는 테츠를 힐긋 본 뒤 아지의 어깨를 슬쩍 눌렀다.


"아이 큰누나 나 소드 마스터가 되고 싶단 말이야."

"안녕하세요. 전 엘리나예요."


양 볼에 작은 주근깨가 있는 이 아가씨는 금발에 동생들처럼 짓궂음이 살짝 남아 있는 인상이다. 나이는 세렌과 또래로 보였다.


"이 두 개구쟁이의 친누나예요?"

"네, 귀여운 동생들이죠."

"전 여기 상단 대장인 드로이얀의 아들 더프입니다. 이 세 녀석의 형이지요."

"하, 그렇군요. 인제 보니 한 형제지간이었네요."


이마에 가는 검흔이 있는 이 사내도 은근히 엘리나와 닮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드로이얀이 수염이 없다면 상당히 닮았을 인상이다.


"저쪽에 있는 저분은?"


팔짱을 끼고 짐 포대기에 기대어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더프와 비교하면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체격이 힘깨나 쓸 장사의 기질이 있어 보였다.


"그는 오크맨 메헬릭입니다. 우리 렘차카의 식구죠."

"오크맨?"


그 말에 아지가 자랑스럽게 팔을 아래로 내리고 힘을 주며 인상을 쓴다.


"오크맨이라는 거 말이죠. 이렇게 생긴 무서운 오크를 때려잡는 사람이에요."


오크맨. 진버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메헬릭이 바로 오크 생포 전문 전사였다.


그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캐러밴은 어반마르스의 서쪽 성문을 막 지났다. 이제부터 왕궁이 있는 수도를 벗어나 낯선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북쪽으로 열흘을 움직였다. 열 대의 캐러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판과 산길을 가로질렀다. 그동안 드로이얀 가족과 매우 친해졌다.


그들은 제국의 북쪽인 로렌드 평원을 주 무대로 떠돌이 유목 생활을 하는 유목민의 후예들이다.

주로 소와 양을 돌보며 예로부터 침공한 오크들과 초원의 생활권을 두고 긴 전쟁을 치러올 정도로 강인한 종족이다.


렘차카의 수호자 상단은 수도 어반마르스에 가죽을 공급하는 전문 상인 집단이다. 열사 풍이 불고 사시사철 건조한 기후 덕분에 로렌드 산 가죽은 품질이 좋기로 소문이나 가죽옷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상등품으로 취급받는다.


렘차가의 수호자들은 두세 달 모은 가죽을 실어 나르는 상단이다.

오크를 잡아 콜로세움에 상납하고 쏠쏠한 이윤을 챙기는 일은 오히려 부업이다.


돌아올 때는 가죽을 판 돈으로 부족이 쓸 생필품과 곡류 등을 사 온다.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이제 편히 잠을 청할 정도로 몸이 적응했다.

초반에는 이 덜컹거림이 머릿속에서 울릴 정도로 극심히 고생했는데 이젠 잠도 잘 잔다.


이날도 노곤한 오후의 따사로운 기운에 취해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말발굽 소리? 누군가 접근하는 소리다.'


테츠는 캄차카의 캐러밴 말발굽 소리 안에 섞여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기마가 달리는 소리를 감지해 냈다. 내공이 있는 고수라 청력이 일반인보다 월등하므로 가능한 것이다.


'동쪽에서 접근한다. 일곱, 여덟, 확실히 우리를 지나치려는 건 아니고 우리 쪽으로 아예 대놓고 달려오는군.'


테츠는 눈을 번쩍 떴다. 마차 안에는 아지와 마리 앨리나가 서로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만큼 접근해 왔다. 테츠는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쏜살같이 달려오는 무리를 봤다. 모두 중무장한 집단으로 신체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이런 상단은 항시 도적과 노상강도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렘차카의 수호자들도 강도의 공격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상단을 운용하다 보면 으레 겪는 통과 의례와 같은 것이다.


"베무토 마차를 멈춰라! 젊은 녀석들은 무기를 잡고 마차에서 내리고."


드로이얀의 고함에 아지와 마리가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쉿, 조용히 하고 있어."


테츠는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입술에 검지를 붙여 보이고는 마차에서 내렸다.


-히힝


선두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말이 기수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한발을 치켜들며 급히 멈춰 섰다.


마차에서 같이 내린 더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복장을 보니 강도는 아닌 것 같고 용병무리인가 본데? 무슨 일이지?"


등에 검을 엑스자로 둘러맨 사내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서며 렘차카 수호자들의 상인들을 휘둘러 봤다.


"이 상단의 수장이 누구요?"


검은 수염 드로이얀이 거대한 도끼날을 햇볕에 반사 시켜 보이며 앞으로 나섰다.


"묻기 전에 본인들의 정체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 아니오?"


드로이얀이 눈을 부라리자 쌍검을 맨 인물이 말에서 내리며 정중하게 인사를 보내왔다.


"우리 에르녹의 용병입니다. 현재 매우 중요한 도적 한 명을 추적하는 중입니다."

"도적을 추적하는 일과 우리 상단이 무슨 관계입니까?"

"도적의 자취가 여러분의 마차로 이어져 있음을 어제저녁 여러분이 숙영한 곳을 조사하다 알게 되었습니다."

"음, 그대들이 뒤쫓는 도적이 우리 상단에 쥐새끼처럼 숨어들었다는 이야기요?"

"바로 맞추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작은 수고를 끼치고자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음, 마차를 일일이 조사해 보시겠다?"

"서로 피차 얼굴 붉힐 일 없이 허락해 주신다면 귀하의 물품에는 일절 손대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우리 물건이 훼손되는걸 지켜 보고만 있지 않을 거요."

"그럼 허락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조사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우리 물품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샅샅이 뒤져도 좋소."


에르녹의 용병이라 밝힌 자들은 열 대의 캐러밴을 일일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막 테츠가 탄 캐러밴을 뒤지자 애들이 까르르 웃으며 마치 술래잡기 놀이하듯 신나 했다.


"어때 놈은 찾았소?"

"못 찾았습니다. 벌써 다른 곳으로 샌 것 같습니다. 저희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병은 한 차례 더 드로이얀에게 인사치레를 해 보이더니 말을 몰아 앞길로 사라져 갔다.


"우리도 다시 출발들 하세. 모두 마차에 올라라."


캄차카의 카라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나절 더 나아갔을 때 또다시 불청객의 등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아까 전의 그 녀석들인가? 아니군. 좀 더 날렵한 놈들이다."


테츠는 카라반으로 점점 다가오는 소리를 집중하고 있었다. 에르녹의 용병보다 속도가 더 빨랐다. 마치 어떤 대상을 습격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치달리는 도적 떼 같이


"산적이다. 모두 무기를 들고 방어진을 만들어."


가장 선두에 있던 드로이얀의 마차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일렬로 행군하던 마차가 일시에 정지함과 동시에 손에 무기를 쥔 사내들이 속속 마차에서 쏟아져 나왔다.


테츠가 살펴본 바로는 렘차카의 수호자들 대부분이 오크맨을 했을 정도로 전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었다.


오크의 괴력과 전투 능력은 콜로세움에서 경험해 봐서 잘 안다. 숙련된 검투사도 다섯 마리 이상 뭉치면 버거워하는 오크를 가뿐하게 때려잡는 인간들이 오크맨이다.


솔직히 다른 상단이면 몰라도 렘차카의 수호자들 상단 깃발을 보면 덤비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어제저녁에도 드로이얀이 웃으면 말한 것을 기억한다.


"이놈들은 우리가 캄차카의 수호자들인 걸 알고 덤비는 거야? 뭐 하는 놈들이지."


이런 경험 한 두 번 겪어 본 드로이얀이 아니다. 그는 덤벼드는 놈들이 단번에 초짜임을 간파했다. 산적들은 자신들이 누구에게 덤비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일단 평범한 상단이라고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덤벼든 것처럼 보였다.

다만 놈들의 병력은 제법 됐다. 아마 놈들은 모든 것을 제쳐놓고 자신들이 수적 우의임을 내세워 상단 상인이 지레 겁을 먹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첫, 뭐 오래간만에 운동하는 셈 쳐야겠는걸"


더프도 대충 사태를 파악하고 검집에서 검을 뽑아 올렸다. 그들은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만 보고서 산적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는지 알아봤다. 지금 저 산적들은 이들에게 오합지졸 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곧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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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렘차카의 수호자들(3) +12 19.04.12 9,906 112 13쪽
15 렘차카의 수호자들(2) +9 19.04.11 10,350 107 13쪽
» 렘차카의 수호자들(1) +7 19.04.11 10,860 1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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