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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제국 정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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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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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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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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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콜로세움

DUMMY

돌아온 테드는 다시 묵묵히 운동에 전념했고 변함없는 일상생활이 이어졌다.

운동의 강도는 더욱 강해졌고 그에 따른 성과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

180cm의 큰 키는 그동안 비계 덩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는데 살이 빠지자 훤칠하고 다부진 모습으로 비쳤다.


더욱이 내공으로 심맥을 튼튼히 하자 서서히 몸에서 운기 즉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타인이 보았을 때 황태자의 지위가 아닌 테드 본연의 모습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힘이었다.


레미 후작과의 격검은 많은 생각을 가져왔다.

내공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 이곳 무인들의 마나 운용법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진버트의 말은 레미 후작이 불세출의 기재이며 성황도 한 수 양보 한다는 검의 귀재라고 볼 때 만약 그를 황태자의 외숙이 아닌 적으로 만났다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었겠냐는 전재에 소름이 바짝 올랐다.


'남자는 모름지기 강해져야 한다. 대의를 품고 그 뜻을 관철하든 무위도식하며 놀이판을 전전하든 강해야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펼칠 수 있다.'


이것이 테드의 생활신조였다.


며칠이 지나고 진버트는 벌겋게 달아오른 안색으로 난색을 보였다.

조금 전 테드에게 엄청나게 화난 목소리로 신나게 한소리를 들고 쫓겨난 상태였다.

테드가 너무 운동에 전념하는 터라 일전에 기쁨조를 소집하여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치도곤을 당하고 쫓겨난 거였다.


"변하셔도 너무 변하셔서 나도 적응을 할 수가 없구나. 멜로데즈 황태자께서 다른 분부는 없으셨느냐?"


멜로데즈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진버트를 바라봤다.


"네, 태자 저하는 명상을 시작하셨어요.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 당부하셨고요."

"후, 그러냐?"


멜로데즈의 얼굴에는 언 듯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황태자 저하를 모신다고 다른 시종들이 부러움을 다해 그녀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서너 달 전만 하더라도 어떠했는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옥죄어 오는 감각을 매일 매일 겪어야 했다.

냄새나고 추악한 태자의 비계 덩이도 매일 주물러야 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정도로 혹독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는 태자의 지명을 받고 태자의 전속 시비가 되면서 분위기 반전이 시작되었다.


올곧고 사리 분별력이 확실하고 꾸짖음과 칭찬의 선이 분명하니 망나니가 아닌 진정한 태자가 지녀야 할 품위가 위력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안 좋은 소문이 일소하여 욕이 아닌 부러움과 칭찬의 소리가 돌기 시작했다.


추악한 작태 대신 늠름한 태자로서의 언행과 품위가 이제 낯설지 않았다.

태자의 시비 중 가장 신이 나는 사람은 트레번이었다. 태자의 뒷정리(?) 전담이었지만 이제는 가장 가까이서 태자를 모시는 일급 시종 중 하나로 변모했다.


그의 삶은 활기를 되찾았으며 태자를 가장 가까이 모신다는 자부심으로 얼굴에 언제나 웃음이 돌았다. 일전 레미 후작과의 결투에서 보여준 신위를 경험하더니 자신의 목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어깨를 펴고 돌아다녔다.


그에 따라 또 섭섭함을 토로하는 자들도 있었다. 태자의 시중을 들게 되어 있던 케니스와 미켈, 레이크윌은 태자가 시중 필요 없이 활기차게 움직이시니 할 일이 없어져 버린 탓이다.


테드의 식사 당번인 파로나는 이제 콧소리를 흥얼거릴 정도였고 그녀 또한 테드를 곁에서 보좌한다는 자부심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버트는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황태자의 침실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똥 마려운 강아지 꼴을 하고 있었다.


"거참, 방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 집중이 되지 않네. 진씨 무슨 일이야? 그냥 다른 곳에 가서 쉬면 어디 좀이라도 나는가?"


태자의 버럭 임이 문안에서 들려 왔다.


"아닙니다. 요즘 저하가 너무 운동과 명상에 매진하여 내심 걱정이 앞섭니다. 때로는 여유를 가지고 나들이라도 가심은 어떨는지요?"

"음, 듣고 보니 그러네. 어디 추천해 줄 만한 곳이라도?"

"저하께서 자주 가셨던 곳은 콜로세움이 있습니다."

"콜로세움? 기억이 없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신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오랜만에 바람 좀 쐐보러 가는 것도 좋지."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태자가 격투장 출입을 좋아하는 것 같아. 성황이 직접 명령하여 테드 전용 도로를 닦아 놓은 것이다. 당연히 태자 이외에 사용하는 인원이 없다.


"허, 참 내, 내 전용 도로라. 아비의 자식 사랑이 너무 과하군, 하하."


콜로세움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부랴부랴 선수도 교체되고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그것은 황태자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리라.


"무슨 소리! 나는 못 나가. 황태자 온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누가 들어가겠어?"


검투사 게오르그는 철장 문을 닫아걸고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우리가 노예냐? 우린 무예를 파는 검투사일 뿐이야. 누가 죽으라면 죽겠냐고?"

"게오르그 말이 맞지. 우리는 돈을 받고 무예를 파는 거지. 명예를 위해 죽음을 택하지는 않을 거야."


주변의 검투사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감독관인 룩셈을 몰아붙였다.


"제길 어떻게 하지? 모두 출전을 거부한다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감독관 옆의 보좌관 안드레이가 짧은 건의를 했다.


"몬스터끼리 대결을 붙이는 것이 어떨까요?"

"그거라도 해야지 일단 시간은 벌어야 하니까. 오래 계시지 않으셔야 할 텐데."

"그리고, 그게···."

"뭐라고 좋으니 말해보게나."

"야센에서 도착한 노예들이 있기는 한데···."

"맞아. 그놈들 어제 도착한 노예들이 있지? 태자 저하는 과격한 것을 즐기시니 놈들을 몬스터 떼거지에 몰아넣으면 되겠군. 아깝지만 그렇게라도 시간을 벌자고."


테드는 불편한 기색을 지으며 좌석에 앉았다.

아무리 황태자라고 하지만 자신의 좌석은 온통 금으로 도배된 황금좌였다.


'도대체 이놈은 평소 어떻게 살았길래 가는 곳마다 이따위 호사를 처발라 났어?'


그러다 등장하는 오크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진씨 저놈들은 뭔가?"

"오크잖습니까? 하하. 제국의 다양한 몬스터 중 가장 악질적인 녀석들이죠."

"오크? 마물인가? 형태를 보니 요괴인 것 같기도 하고."


초록색 피부에 멧돼지의 어금니를 가진 추악한 생김새는 테드가 보기에는 분명히 요괴로 보였다.


오크는 제국내 횡횡하는 야생 몬스터 중에서 가장 포악하고 흉포한 종에 해당한다. 제국의 각 지역에서 두루 볼 수 있으며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는 대표 몬스터다. 제국에서도 오크 퇴치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많은 모험가나 헌터들이 오크를 토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콜로세움의 격투장에서 오크는 좋은 관람 재료다. 관중들은 악랄하고 거친 오크들의 만행에 격분한다. 그리고 그런 오크를 잡아 족치는 검투사에게 무한 신뢰를 담은 열렬한 응원을 내고. 그러나 오늘은 그런 환호를 받을 검투사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콜로세움의 격투장 안은 흥분된 오크 무리가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관중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 순간 입구의 철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인간들이 가드들이 든 장창의 위협에 밀려 안으로 들어섰다.


-철컹


문이 닫히지 20여 명 남짓 인간 무리는 단번에 오크이 표적이 되었다.

괴성을 지르며 뛰어든 오크는 성인 남자 하나를 번쩍 들어서는 괴력으로 찢어 버렸다.

붉은 피가 튀고 내장이 쏟아져 내리자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내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렸다.


"저게 뭐 하는 짓이야? 평범한 사람들이잖아?"

"검투사, 검투사는 어디에 있는가?"

"미쳤어? 저건 일방적인 학살이잖아?"

"우~ 우~ 우~ 검투사를 내보내라!"


관중들은 흥분하며 두 주먹을 내지르며 목소리를 높였다.


"콜로세움이 원래 이런 곳이야? 저게 무얼 하는 짓이지?"


테드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장내를 주시했다.

진버트의 얼굴이 또다시 확 달아올랐다. 도대체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너희들 감독관을 불러와라. 빨리"


격투장 안은 난장판이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고 그 뒤를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다녔다. 오크에게 잡히면 온몸이 찢어졌다.


"모두 진정해요. 등을 벽에 대고 공격 범위를 줄이고 좌우로 뭉쳐요. 흩어지면 죽는 겁니다. 모두 검을 잡아요. 어서."


정리되지 않은 긴 생머리의 흑발이 바람결에 휘날리며 굵은 땀방울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었다. 그녀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길 여유조차 없었다. 상큼하게 치솟은 눈썹은 그녀의 성격이 마냥 수수하진 않을 거라는 느낌을 준다. 오목하고 봉긋한 코와 살짝 들어간 보조개는 앙증맞은 입술과 꽤 괜찮은 조화를 보인다.


그녀는 무리에 앞서 나와 근처 사람들을 모아 진형을 형성했다.


"벽을 등지고 자세를 잡아요. 여러 곳을 보지 말고 자신의 정면만 봐요."


그녀의 빠른 지휘 덕에 십 수명의 사람들이 가까스로 위치를 잡고 오크에 맞섰다.


"거기 다섯 명 앞으로 나서 오크의 하체를 노려요. 뒤에 네 분 오크가 당황할 때 상체를 노리세요."


그녀는 몰려오는 오크를 보더니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날렵한 신체가 회전하며 오크의 무릎 관절을 노리고 접근해 들었다.

그녀의 검은 예리한 살풍경을 허공에 남기고 정확히 오크의 무릎을 베었다.


"지금이에요. 모두 공격하세요."


그녀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남성들이 오크의 몸에 검을 박았다.


차앗!


오크가 쓰러지자 그녀는 다음 타켓을 향해 허리를 완전히 굽힌 자세로 물찬 제비가 물 위를 수평으로 비행하듯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두 마리의 오크가 그녀를 향해 거구의 몸으로 돌진했다. 오크 특유의 전법 몸통 박치기다. 하지만 그녀는 재빠른 동작으로 오크의 다리 사이로 슬라이딩하듯이 빠져나오는 순간 검을 휘둘러 무릎 관절을 정확히 잘라냈다.


날렵한 민첩성을 바탕으로 조금은 둔한 오크에 대해 잘 상대하는 것 같았지만 그런 그녀 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무리로 뛰어든 오크 두 마리에 의해 진형이 무너지자 또다시 피가 튀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른 비명에 관중들은 흥분하며 야유했다.


"저게 뭐냐? 당장 멈춰. 검투사를 풀어 저들을 구해줘라."

"뭐 하는 거냐고. 인간들이 학살당하고 있잖아!"


관중석에서 비통한 비명을 지르는 자까지 나왔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검에 묵직한 힘을 실을 수 없어 완전히 오크를 베어내지 못했다. 그녀가 관절을 노린 것도 자신의 힘을 알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설 수 없어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오크에게 파고든 탓에 긴 생머리 채가 오크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혔다.


"아악"


그녀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공포가 그녀의 눈동자를 흔들었다.

오크의 투박한 손이 그녀의 한쪽 팔을 잡아 찢듯이 당겼다.


"아악!"

"천마 잠영(天魔潛形)"


테드는 한 번에 수십 미터를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테드는 오른손을 가슴 부위로 당겨 내공과 마나를 장심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가냘픈 여자아이를 잡은 오크의 등에 일정을 후려쳤다.


-크아


오크는 기혈이 뒤틀리고 내장이 뒤흔들려 괴성을 지르며 피를 토해냈다.


땅에 내려섬과 동시에 오른발 끝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롱소드 하나를 튕겨 올려 오른손으로 낚아챘다. 그와 동시 신체를 회전시키며 천마검을 연이어 출수했다.


"천마 일식 천마섬(天魔閃)"


-케엑


천마섬은 정확히 오크의 한 마리의 목을 허공을 띄웠다.

테드의 낭랑한 외침이 사람들의 비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섬(閃) 그 가공할 빠르기는 비록 내공이 형편없었지만, 오크 따위가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녔다.

그 환수의 검 레미 후작마저 꼼짝 못 했을 검이다.


갑자기 난입한 사람이 오크를 도살 내자. 관중들의 함성은 콜로세움이 무너지라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죽여라, 죽여라, 오크를 죽여라."

"와, 저 사람은 누구냐? 어?"

"자, 잠깐 황태자가 아닌가?"

"설마, 진짜냐?"

"저기 황태자가 앉아 있던 옥좌가 비었잖아?"

"서, 설마?"


"당장 가드를 출동시켜라. 황태자를 구해라!"


진버트가 악을 쓰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불려 나왔던 감독관 룩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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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부터 지옥의 다이어트다. +7 19.04.06 13,798 123 13쪽
3 천마는 자포자기 했다. +8 19.04.05 14,957 111 15쪽
2 "내가 천마 신군이다." +13 19.04.05 17,175 129 13쪽
1 망나니? 노, 노 사이코 새끼인 거다. +23 19.04.04 31,043 15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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