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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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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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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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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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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물 헌터(2)

DUMMY

몸 안 가득 차오르는 고양감.

그동안 저주로 레벨업 하지 못한 채 쌓이기만 했던 경험치가 한순간에 몸에 적용됐다. 그 결과로 무려 20개의 레벨이 단숨에 올랐다.


머리로 번개가 내리쳐 발끝으로 뚫고 나간 느낌이다.

짜릿한 충격이 전신을 훑고 나자.

나는 레벨 40이 되어있었다.


“드디어···”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천공의 매 정수]


푸른 빛깔을 흘리고 있는 마정을 꺼냈다.

아주 오래전.

이독 팀장이 남기고 간 마정을 손에 쥐었다. 따스한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들어와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꽈악. 조심스럽게 손에 쥔 마정을 흡수했다.


[Lv : 40]

[신체능력 : 2506.8]

[정신능력 : 2318]

[특수능력 : 흡수정신(Absorbent mind)]

[체화특성 : 위기 모면, 약물제조. 극한생존. 일점돌파. 저주무효.]

[기술 : 파손불가. 무한체력. 흔들리지 않는 신체. 형상유지.]

[마정 : 카악투라의 정수. 호문쿨루스의 정수. 초거대 슬라임의 정수. 환상 두더지의 정수. 천공의 매 정수.]


“이런 느낌인가.”


무게와 중력을 다루던 이독 팀장의 능력. 그 힘의 근원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의자에 손을 얹고 중력강화를 사용했다.


파삭. 나무로 된 의자가 혼자만 다른 중력을 느끼며 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과정에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박살이 나버렸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이 가능하겠군.’


이독 팀장은 마력이 너무 부족했다.

F등급 각성자였던 그는 이 능력을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직 노력과 뛰어난 오성으로 오리지널 기술인 [고유오의(固有奧義)]를 만들어냈다.


‘이젠 내가 이어받아야지.’


그가 만든 고유오의인 [유성검(流星劍)].

그에게 전수받았으나 마정을 흡수할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젠 가능하다. 나는 이 기술을 한층 더 강력하게 개량해 볼 작정이었다.


거기다 마정을 3개 더 흡수 가능했다.

레벨이 오르니 할게 많아졌다.

생각해 둔 마정들은 차차 구해봐야겠고.

일단은 이 힘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이 필요했다.

만만한 마루타가 하나 필요했다.


***


“우악!!”


오드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붉은 기운이 이철진의 왼쪽뺨을 스치고 지나쳤다.

한참을 날아가 훈련장 벽에 닿은 기운이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광!!!


“이 미친놈아! 맞으면 가루도 안 남겠네.”


“그러니 잘 피해야 해. 동료를 죽이고 싶진 않다.”


“···미치겠네.”


이 미친놈은 적당히가 없다. 기술 하나하나가 목숨을 노리고 뻗어왔다.

속도도 힘도 나무랄 데가 없다.

거기다 오드의 가장 강력한 장기인 방어력은 어떤가.

이건 아예 전투 성립이 안된다.

임한수국장은 이걸 대체 어떻게 잡아넣은 걸까.


“너 대체 그 감옥엔 왜 들어가 있던 거야? 솔직히 말해라.”


제 발로 들어간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대련을 하며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건 적으로 두면 안된다. 절대로.


“어머니를 인질로 잡았지. 오랜 시간 피해 다녔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아, 미안하군.”


이철진은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도 가족을 인질로 삼는다는 게 어떤 건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아니다. 계속하지.”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이철진의 속도에 맞추어 적절한 공격을 뻗었다.

이번에 얻은 힘. 중력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이었다.

평범한 화염마법구에 중력의 힘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상대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중력을 높이면 어떻게 될까.

내가 가진 능력들 하나하나에 중력의 힘을 더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나는 이독 팀장과 다르다. 재능도 마력량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으아악!”


다행히 이철진은 놀라운 회피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무술은 강한 힘을 부드럽게 흘리는데 특화되어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기술들을 아낌없이 시도해 보는 중이었다.


‘이 정도면 가능할까.’


임한수. 그는 단순히 음모와 모략으로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1세대 탐험가인 그는 정말 강했다.

압도적인 권력을 구축한 이후로 더 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것들을 얻어왔던 그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랬기에 그와 벌였던 첫 번째 전투에서 나는 김어수 마법사를 잃어야 했다.


‘여기서 헤어지자꾸나. 먼저들 가거라.’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나의 스승들.

그렇기에 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했다.

나는 그를 이길 수 있나.


‘이긴다. 무조건.’


“으아악! 미친놈아!”


쿠과과광!


너무 흥분했나. [피해폭발]의 힘이 흘러나와 중력과 뒤섞였다.

결과는 훈련장 벽의 붕괴였다.


“이런.”


“이런? 이런? 이 훈련장에 깔린 결계가 몇 개인지 아냐? 저게 부서진다고? 아주 지구를 둘로 쪼개지 그러냐!”


“여기까지 하지.”


힘을 꽤 썼나 보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았다.

구시렁대던 이철진은 대기실로 들어오자마자 대자로 드러누웠다.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쉬어라. 먼저 가지.”


“그래. 고생했다. 괴물아.”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방에서 명상에 잠겼다.

도무지 곁을 떠날 생각이 없는 9호는 남의 책상을 차지하고 책을 읽고 있었다.


‘지금 시기엔 구가 있지.’


머릿속 공략집. 오랫동안 잊고 있던 추억을 꺼내어 보듯이. 미래의 지식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나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동료였다.


임한수는 작은 적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강한 동료들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이 시기라면 적당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이제 곧 각성하게 될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였다.


‘미래가 많이 바뀌었어. 강릉 참사도 없었던 일이고. 나로 인해 바뀐 게 너무 많은데. 그대로일까.’


세상은 내가 지난 삶에서 경험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내가 찾는 이가 그때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확인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


2029. 11. 29 17:27


“여긴 어디예요?”


9호가 물었다. 동료들을 두고 홀로 나온 오드. 그가 찾은 곳은 제주도의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비교적 게이트 관리가 잘되는 편인 제주도는 침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사람들은 평화롭게 거리를 거닐고, 마물과 게이트에 대한 걱정 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름다워요.”


이철진에겐 냉소적이었으나 생각보다 감성적인 9호가 마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노을이 지는 도시의 전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했다.


“이걸 보려고 오신 거예요? 역시 오드님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어요.”


9호가 미소 지었다.

겨울이 다가오는 이곳에 갑자기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가 포근하게 공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


“누군데요?”


“동료.”


“에? 진짜요?”


이런 곳에 유월의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고.

아마도 오드의 옛 동료를 말하는 것 같았다.

9호는 궁금증과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남자예요? 여자예요?”


오드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남자다.”


“좋아요.”


뭐가 좋다는 거지.

그때. 마을 외곽에서 기이한 마력파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대로군.”


“네? 뭐가요?”


세상이 이렇게나 바뀌었음에도 똑같은 날짜에 일이 벌어지다니.

나는 세상을 이루는 거대한 흐름 같은 게 느껴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도도한 강줄기의 흐름이 몸을 휩쓰는 것만 같았다.


“···오드? 저기 마물 같은데요?”


“그래. 가자.”


마을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코뿔소를 닮은 마물들.

6등급 마물 [갑옷 코뿔소]들이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마물들의 땅울림에 마을 사람들이 놀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으, 으아! 마물이다!”


“마, 마물이야! 도망쳐!”


“어떻게 하지. 어떻게···”


평화로운 마을은 그만큼 마물에 취약하다.

마물에 주는 위압감은 생각보다 떨쳐내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대피 훈련을 받은 게 아니라면 올바르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마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왕좌왕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 동료라는 사람의 실력이 궁금하네.’


9호 혼자서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마물들이었지만.

보통의 각성자라면 혼자서 한 마리도 상대하기 힘든 수준의 마물이었다.

과연 오드의 동료라는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피해폭발]


오드의 오른손을 검은 기운이 감쌌다가 쭉 뻗자. 달려들던 코뿔소들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바닥에선 뜨거운 김이 솟았고, 멀리 숲에는 커다란 원통형 길이 생겨났다.


“와······”


9호. 그녀는 청무대의 일원으로 게이트국에서 암약하는 압도적인 능력의 각성자들을 보아왔다.

기이하고, 상식을 초월하는 능력의 각성자들. 괴물 같은 힘을 가진 압도적인 전투력의 각성자들.

그들을 수도 없이 보아온 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너무 강해.’


이 힘은 무언가 잘못됐다.

일반적인 각성자들의 능력과는 달랐다. 아예 궤를 달리하는 힘이었다.

9호는 마물들이 쓸려나간 대지 위로 자신이 아는 강자들을 하나씩 세워보았다.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없어.’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이 불공평한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평범해졌다.

그녀가 아는 세상에서 오드는 최강의 인간이었다.


***


“우와···”


“재훈아. 얼른 들어와!”


“잠깐만요. 이거 봐요 엄마!”


“보긴 뭘 봐! 얼른 들어와 있으라니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시원한 인상의 학생.

이재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달려들던 마물들이 신기루인양 하얀 김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환각을 본 거라 착각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재훈은 달랐다.

기초 수료반을 통해 능력을 각성한 그는 이게 각성자의 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누구지. 누굴까.”


이재훈의 눈이 바삐 움직였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각성자를 보고 싶었다.


“어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불청객이 있었다.

압도적인 체구를 가진 거구의 사내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집 앞에 서있었다.


“어, 저기···”


“반갑다.”


“네. 저도요.”


이재훈은 상대가 내민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생각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각성자인가?”


“네, 네! 기초수료반만 나오긴 했지만···”


기초수료반의 결과는 C-. 아쉽게도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는 데는 실패했다.

애초에 각성자가 되길 반대한 어머니는 대행업체를 통한 레벨업을 반대했기에 탐험가의 꿈은 거기서 멈춰야만 했다.


“그랬군. 탐험가가 되고 싶나?”


“네? 네! 저 유월에도 들어가고 싶어요!”


이재훈은 눈앞의 사내가 누구인지 알았다.

강릉 참사에서 생존자들을 구해낸 영웅.

점점 게이트국의 패악질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유월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빨랐다.

벌써 유월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저 예전부터 게이트국이 싫었어요. 정부 놈들 다 사기꾼 놈들이에요.”


하지만 눈앞의 이재훈은 그럴 수 있었다.

그가 어머니와 이런 한적한 시골에서 생활하는 건 모두 정부의 탓이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가보겠나?”


“유월을요? 진짜요?”


“저, 저기···”


그때 문을 열고 이재훈의 어머니가 나왔다.

유월이니 탐험이니 하는 소리에 반대부터 하고 싶었지만 거구의 사내를 마주 보니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별일 없을 거다. 우리 유월은 국제연맹의 관할하에 있으니.”


게이트국조차도 찾지 못해 난감해하던 유월의 진짜 본부.

그곳은 현재 국제연맹의 감시단이 상주하며 위치가 모두 공개되었다.

유월의 수뇌부가 이번 재판에 모든 걸 걸고 있었다.


“좋아요! 엄마 가봐요. 본부 구경해요!”


천진난만한 표정의 청년.

아직은 앳되지만 앞으로 4년 뒤의 그는 달랐다.

한국 랭킹 2위. 세계 랭킹 7위에 오르는 압도적 재능의 각성자.

지금 막 동료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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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공략집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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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물 헌터(2) 24.04.08 32 1 13쪽
54 마물 헌터(1) 24.04.05 28 1 13쪽
53 세상을 가르는 힘 24.04.04 32 0 12쪽
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7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4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0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7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7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2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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