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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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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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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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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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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1)

DUMMY

2029.10.20 12:28


“3팀, 12팀, 17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3개 팀이 뚫렸는데 이렇게 조용하다고? 통신에 문제 있는 거 아냐?”


“아닙니다.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분명히···”


콰광! 콰과광!!


폭발음과 함께 하늘 높이 불기둥이 치솟았다.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는 화려한 신호탄이었다.


“···시작된 모양이군. 모두 긴장해라. 전쟁이다.”


태백산맥에 파묻힌 이차령 대장을 대신해 마물 특전대를 이끌고 있는 태항호 중장. 그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작전이 시작되면서 필연적으로 예상했던 일이었다.


‘민간인 희생은 뼈아프지만··· 이걸로 유월 놈들을 일벌백계할 수 있다면···!”


나라를 좀먹는 암덩어리 같은 놈들. 그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면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할만 했다. 물론 희생당한 자들의 입장은 달랐겠지만.


“정말로 온 걸까요? 함정인걸 뻔히 알 텐데···”


“그놈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올 수밖에 없을 거다. 아니면 이 모든 일을 다 뒤집어쓰게 될 테니까.”


태백산맥에서의 작전 실패 이후로 임한수 국장은 지체하지 않고 다음 작전을 펼쳤다.

무려 강릉이라는 지역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는 작전이었다. 아니 단순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민간인들을 모두 지워버리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책임을 유월에게 둔다면 큰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너무 비인간적이라 사용할 수 없던 수많은 마법병기들과 대량살상무기들을 사용해도 국제사회에서 비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유월에서도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강릉이 공격받았다는 걸 알았을때 분명 본인들에게 책임을 미루리란 걸 알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이게 유월과 정부의 전면전이 될 걸 알면서도.


“길드연합, 말콤의 푸른 잔에서 온 정예병들, 게이트국 산하의 탐험가들과 국가에 소속된 수많은 각성자들이 오고 있다. 유월은 끝이야.”


“네. 이걸 견뎌내진 못할 겁니다. 준비해 두겠습니다.”


부관은 서둘로 명령을 하달했다.

임한수 국장이 만든 거대한 함정.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안에 발을 들이는 유월을 비웃으며 말이다.


***


“본부에서 뭐라고 하냐.”


“대기하라고 합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근접 부대에서 다 연락이···”


“이런 시발··· 우리 버려진 모양이다.”


“네? 버려졌단 말입니까?”


“하아···시벌.”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작전이 아니었다. 민간인 학살이라니. 아무리 명령을 받는 군인이라지만 내키지 않았다. 자국민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건 정말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그건 너무 무책임한가.


털썩. 털썩. 푸욱.


한숨을 내쉬는 동안 귓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였다. 동시에 옆구리로 파고드는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하하하. 시발. 이럴 줄 알았지.”


베레모를 집어던진 남자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려는데 자꾸 손가락에 힘이 빠졌다.

툭. 누군가 옆에서 불을 주었다. 아무래도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은 놈인 것 같다.


“유월이냐.”


“그래.”


“이름은?”


“오드.”


“응?! 하하하. 영광이네. 게이트국 최대 현상금 보유자를 만나다니.”


“그런가?”


“몰랐나? 아, 아직 공표 안 됐겠네. 곧 발표될 거다. 전 세계의 모든 현상금 사냥꾼이 널 잡으러 갈 거야.”


“영광이군. 임한수가 약이 바짝 오른 모양이야.”


“그래···후우···”


더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의식이 흐릿해졌다. 허락된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모양이다.


“그거 아나. 나도 임한수가 싫다.”


“그럴만하지. 누가 좋아하겠어.”


“하하하하···. 하하··· 그래.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한데. 시간이 없는 모양이야.”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이젠 정말 끝이었다.


“나는··· 이런 삶을···”


“······”


말이 없다. 기절한 모양이다.


“거참 거창하게 기절하는군.”


애초에 깊게 찌르지도 않았다. 마비독이 침투할 수 있게 피부만 살짝 파고들었을 뿐이다.


“엄살이 심하군. 다음에 보자.”


나는 쓰러진 마물 특전대의 병사들을 지나쳐 강릉 시내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곳에선 임한수와 유월의 수뇌부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이뤄지고 있었다.


“후속부대를 기다려야겠지.”


유월의 수뇌부는 임한수의 작전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단순히 강릉 시민을 볼모로 전면전을 벌이려는 게 아니었다.

좀 더 확실하게 이 모든 일의 책임을 유월에게 떠넘기려는 더럽고 치졸한 계획이 깔려 있었다.

물론 이미 다 간파했지만.


“살아있는 이들이 있어야 할 텐데.”


멀리 쥐떼가 보인다. 아무래도 저것들이 큰 문제인 것 같다.

주먹을 쥐어 가볍게 휘둘렀다. 하지만 위력은 가볍지 않았다.

발생한 바람이 강한 풍압을 만들어 도로를 휩쓸었다. 멈춰져 있던 차들을 뒤집어엎으며 휘몰아친 바람이 쥐떼를 한순간에 짓이겨 버렸다.


“생각보다 약하네.”


바닥에 핏물로 남겨진 쥐떼를 보았다. 조금 약하게 해도 되겠다.

나는 거대한 몸뚱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물의 지붕을 밟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쥐떼를 소멸시켰다. 동시에 생존자를 찾았다.

임한수의 작전을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꼭 생존자가 있어야 했다.


-오드. 그쪽은 어때?


-아직 생존자는 없다. 마물 대응팀은?


-잡았어. 멍청한 놈들. 아직도 안 빠져나가고 숨어있더군.


이철진은 바로 강릉에 상주하는 마물 대응팀을 잡으러 간 참이었다. 동시에 조세은도 통신을 보내왔다.


-경찰도 다 잡았어. 허술하기 짝이 없네.


-아니. 이제 죽이러 올거야. 잘 지키고 있어라.


-그렇겠지. 걱정 말고 생존자 좀 찾아봐


-그러지


통신을 하는 와중에도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력을 따라가야 한다. 일반적인 벽으론 저것들을 막을 수 없었을 테니. 마력으로 보호받는 자들을 찾아야 했다.


***


쿠구궁! 쿠궁!


“무슨 소리일까요? 싸우는 소리 같은데요?”


“우릴 구하러 온 걸 거야. 구하러 온 거라고!”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물 대응팀이 민간인들을 무시했다는 걸 알고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이들에게 폭발음은 하나의 희망이었다.


“침착해져 봐요.”


털보는 사람들을 들뜨지 않게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런 털보의 심장도 빠르게 쿵쾅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전투가 시작된 게 틀림없다. 마물 대응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게 거짓이 아니라면 저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인 게 틀림없다.


“근데, 여길 못 찾으면 어떡하죠?”


“맞아요.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지 못하면···”


금속문에 깃든 마법이 약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근처도 오지 않던 쥐새끼들이 점점 금속문에 접근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몸이 닿자마자 불타오르던 쥐들이 이제는 화상을 입는 정도였다.

점점 문을 두드리는 쥐들이 늘어났고, 금속문엔 수많은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신호를 보내야겠어.”


“신호를요? 어떻게요?”


“신호탄을 쏴야지.”


털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뒤졌다. 오래전에 사뒀던 비상용품들을 뒤적이며 원하는 걸 찾아냈다.

그건 마력을 담은 신호탄이었다. 단순히 밝은 불빛만 내는 것이 아니라 마력을 응축 시켰다 퍼트려 각성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신호탄이었다.


“그걸 어떻게 터트려요? 지금 문을 열면 다 죽을 거예요.”


“맞아요. 그냥 기다리죠? 분명 알아채고 와줄 거예요.”


“시간이 없어요.”


끼긱. 끽.


때맞춰 금속문이 기이한 소리를 뱉어냈다. 쌓이는 쥐들로 문이 점점 휘고 있었다.


“괜찮을 겁니다.”


털보는 주방 안쪽에 자리한 조그만 계단을 타고 기어오르듯 천장을 향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후우.”


다행히 쥐는 없었다. 모두 정문에 모여있는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 털보가 신호탄을 하늘을 향한 채 발사했다.


피융!! 퍼엉!!


신호탄은 자신의 목적에 맞게 어마어마한 소음을 내뱉으며 하늘높이 날아가 거대한 불빛을 만들었다.


“끼긱. 끼기긱.”


벽을 타고 오르는 쥐들의 소리에 깜짝 놀란 털보는 재빨리 문을 닫고 주방으로 내려왔다.


쾅! 쾅! 쥐들은 바로 문으로 달려들어 몸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예요?”


“신호탄 때문에 더 몰리는 것 같아요!”


끼이익. 끼익.


금속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꺾이기 시작했다. 수천 마리의 쥐떼가 몰려들자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이대로면···!”


그때. 바람이 불었다. 강하고 파괴적인 바람이 건물전체를 휘감았다.


투두둑. 투둑.


쥐떼가 허공에 떠올랐다. 갑자기 날개라도 생긴 것처럼 허공에 떠오른 쥐떼는 빙글빙글 공중에서 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먹어치울 먹잇감이 없어 모여든 쥐떼 수천 마리가 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오드가 앞으로 내뻗은 손을 오므려 주먹을 쥐자.


파악!


수천 마리의 쥐떼는 핏물이 되어 붉은 비가 되었다. 하늘을 뒤덮은 붉은 핏물이 잠시동안 일대에 붉은 비를 내렸다.


“색감이 나쁘지 않군.”


붉게 물든 도시에 햇빛이 내리쬐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적당히 미친 예술가가 자기 멋대로 디자인한 동네 같달까.


“가볼까.”


터덜터덜. 핏물이 흐르는 바닥을 밟아 다 부서진 금속문에 다가갔다.

한 손으로 가볍게 문짝을 뜯어내자 위협적으로 칼과 도끼, 몽둥이 같은 걸 들고 노려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누구냐. 마물이냐!”


“···마물이라니. 말이 심하군.”


“마물이 아니면 뭐냐. 아니면···”


“잠깐만···”


털보가 흥분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마물은 애초에 대화가 통하질 않았다.


“저흴 도와주러 오신 겁니까.”


“그래. 신호를 보고 왔어. 나는 유월에서 왔다.”


“유월?!”


“거긴 반란군들이···”


“조용히 해···”


반란군이라니. 눈앞에 두고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유월은 범죄자들의 모임. 도와주러 왔다지만 언제든 적으로 돌변할 수 있었다.

거기다 눈앞의 사람은 너무 괴상했다. 같은 인간이라기엔 너무 기괴한 모습이었다.


“근처의 마물은 모두 죽였다. 곧 유월의 수송기가 올 거야. 조금 기다리자.”


“네. 알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털보는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경계를 풀진 않았지만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기에 정중한 태도를 취했다.


-적! 적이다! 이 미친놈들 정말로 암살자들을 보냈네.


-여기도야. 오드는?


-아직. 상황을 보니 여기도 곧 오겠군.


-다 계획대로네. 다들지지 마라.


마물 대응팀과 경찰들. 이곳에 있던 모든 목격자를 지우기 위한 임한수의 암살대가 도착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곳도 곳이겠다.


“어? 여기 왜 어린애가··· 아닌가?”


“응? 혼자 온 건가? 저기요?”


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위험천만한 곳에 있기엔 너무 왜소한 체격의 남자를 보며 말을 걸었다.


“하하. 여기 다 있었네요. 그리고 당신. 오드죠?”


“······”


나는 뒤를 돌았다. 분노로 타오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으흠···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정말 태오형이에요? 아니면 그냥 김태오 호소인?”


“이주원.”


죽여야 할 이름이 그곳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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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 강릉(1) 24.03.28 48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1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7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6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5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1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2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90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4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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