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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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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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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1
추천수 :
94
글자수 :
337,668

작성
24.03.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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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랭커가 되다(1)

DUMMY

털썩.


투둑! 투둑!


살았다. 후우. 숨을 몰아쉬면서 상황을 돌아봤다.

산에 깔리는 거에 비한다면 산사태는 가벼운 해프닝 정도였다.

문제는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는 거다.


“저거 다시 파낼 수 있을까요.”


“파낸다고 뭐 남아있겠냐. 그냥 망한 거야. 빌어먹을!”


차태백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방패로 나무를 내리찍었다.

그 옆에 주저앉은 이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괜찮아요? 얼굴이 너무 창백한데요.”


“괘···괜찮아···요. 폐쇄 공포증이 조금 있어서요.”


그제야 이유라의 얼굴을 확인한 차태백이 다가왔다.


“유라야. 괜찮아? 많이 놀랐겠다. 저 빌어먹을 미친 종교쟁이들!”


차태백이 다시 분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윤의 표정을 살폈는데 전혀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었다.


‘알 수가 없군.’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근데 구찬혁이 너무 조용한데?’


원래대로면 나보다 먼저 사람들을 챙겼을 텐데. 너무 조용하다.

얼굴을 보니 표정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구찬혁도 폐쇄 공포증이 있었나.


“구찬혁. 괜찮나?”


“아, 네. 팀장님. 괜찮습니다.”


“······알았다.”


이독 팀장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구찬혁을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조금 쉬고 있자니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게이트 관리국의 수송헬기였다.


“와! 너무 큰데요!”


이주원의 탄성처럼 커다란 헬기였다.

앞뒤로 큰 로터 두 개가 달린 커다란 헬기에 화랑 탐험대와 호국 탐험대가 모두 올라탔다.

우린 반쯤 허물어진 산을 벗어나 정부서울청사로 곧장 이동했다.


정보국에 불려 간 건 이독 팀장과 흉터남 둘 뿐이었다.

우린 딱딱한 소파가 있는 정보부의 휴게실에서 서로 거리를 둔 채 휴식을 취했다.


“······”


“······”


방을 절반으로 갈라 차지한 두 탐험대 사이에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어쨌든 방금 전까지 같은 적을 두고 다퉜던 전우였는데.

물론 모두가 침묵을 원하는 건 아닌 듯싶었다. 호국 탐험대의 남자들은 이유라를 보고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

하지만 게이트국의 그 불문율이라는 게 뭔지.

우린 결국 끝까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퇴근이다!”


호국 탐험대의 팀장이 휴게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쳤다.

이유라를 힐끔거리던 호국 탐험대의 사람들은 억지로 발을 떼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며칠 내로 다시 모일 거다. 쉴 수 있을 때 쉬도록.”


이독 팀장이 말했다.


“넵!”


“아휴··· 산에 깔려 뒤질뻔했구먼. 휴가도 얼마 안주네.”


이주원은 밝게 대답하고 떠났고, 구찬혁은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다.

나는 투덜거리는 차태백의 뒤를 따라 정부 서울 청사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에게 붙잡혀야 했다.


“태오. 나랑 얘기 좀 해요.”


***


“무슨 일인가요?”


나는 내 경계심을 내비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차분하게 물었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자 가장 인기 있는 여성.


꿀꺽. 나는 속으로 침을 한번 삼켰다. 이유라를 정면으로 마주 보려니 조금 긴장됐다.


“태오. 당신 외부인인가요?”


“······네?”


이건 무슨 소리야? 자기가 외부인이면서 나에게 외부인임을 묻다니.

아니. 침착해야 한다. 어떤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외부인임을 아는 건지 떠보는 것일 수도 있고.

외부인임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선빵을 날린 걸 수도 있다.

아니면 임한수 국장의 지시일지도.


“태오가 가진 힘. 그건 3등급 마정이 아니에요. 확신할 수 있어요.”


“어떻게 확신한다는 건가요? 내가 가진 게 어떤 마정인지도 모를 텐데요.”


“내가 썼던 능력을 봤을 텐데요. 난 2등급 마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상위급 마정을 가지면 본능적으로 알게 돼요. 상대가 나보다 더 강하다는 걸.”


“······”


마물들은 절대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마물을 공격하지 않는다. 확실한 우열관계가 있는 것이다.

마정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위 등급의 마정을 지닌 사람에게 위압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론 그랬다. 하지만.


‘그냥 떠보는 건가.’


아니면 이유라가 특별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걸까.


“난 외부인이 아니에요. 하지만 마정에 대해 말해줄 순 없어요.”


“···좋아요. 어차피 강제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내일 뭐해요?”


“내일? 쉬면서 어머니와 맛있는 거나 먹어야죠. 취재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나갈 수 있게 해 줄게요. 나랑 봐요.”


“글쎄요. 일단 게이트국에 보고하고···”


“내가 할게요. 어차피 임한수 국장이 나한테 태오의 감시를 맡겼어요.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서로에게 좋을 거에요.”


“······알겠어요. 내일 봐요.”


카페를 나선 이유라는 어느새 앞에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라타고는 쌩하니 가버렸다.

나는 차량이 멀어지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차나 한 대 살까.”


생각해 보니 지금 내 나이면 운전이 가능했잖아?

어머니랑 여기저기 다니려면 튼튼한 SUV 한 대 사둬야겠다.


다음날.

어머니와 아침을 차려먹는데 누군가 벨을 울렸다.


“엄마가 가볼게. 먹고 있어~”


“네. 아마 기자일 텐데 그냥 무시해요.”


나는 이른 아침부터 육즙 가득한 소고기를 입에 집어넣었다.

적당히 익혀 질긴 구석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입안 가득 퍼지는 육향에 감칠맛이 가득했다.

이런 최고등급의 고기를 매 끼니마다 아무런 고민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었다.


“어머나~ 조심히 들어와요. 근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응? 엄마 누구 왔어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라면··· 게이트국의 이기후 정도일까.

금방 다시 모일 수 있다고 하더니 다음날 아침에 찾아올 줄이야.


“아니, 왜 이렇게 빨리···응?”


“태오야. 여자친구가 있었던 거야? 아니, 너무 미인이네. 엄만 깜짝 놀랐잖아.”


“태오. 나왔어.”


“······”


이유라였다. 오른손에 든 과일바구니를 식탁에 내려둔 이유라는 접시 가득 채워진 소고기를 보며 말했다.


“아침부터 식욕이 좋네. 소고기라니.”


“어머, 아침 안 먹었으면 같이 먹어요~ 내가 차려줄게요.”


“진짜요? 너무 좋아요. 어머니. 감사히 잘 먹을게요~”


이게 아침부터 대체 뭐 하는 짓일까.

집 주소는··· 당연히 알고 있겠네. 임한수가 내 감시를 맡겼다면 아는 게 당연했다. 애초에 게이트국에서 마련해 준 집이니.


“여긴 어쩐 일···이야?”


존댓말을 하면 어머니가 이상하게 볼까 싶어 이유라처럼 반말로 말을 걸었다.


“오늘 보기로 했잖아? 데리러 왔지.”


“어머, 오늘 약속이 있던 거니? 잘됐다. 그동안 친구들도 못 만나고 너무 심심했을 텐데. 다행이야.”


푸근한 표정으로 안심하는 어머니를 보니 뭐라 말이 안 나온다.

외부인일지 모르는 2등급 마정을 지닌 각성자.

그런 존재를 집 안에 들여놓고 어머니의 바로 옆에 두려니 마음이 불안하다.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를 아침을 먹고, 대충 챙겨 입은 후에 집을 나섰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차를 타고 이유라와 도착한 곳은 용산에 있는 커다란 영화관이었다.


“···여긴 왜 온 거야?”


“영화관에 영화 보러 왔지. 기다려봐.”


이유라는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고, 모자를 쓰더니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얼굴이 작아서 저렇게 하니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없었다.


“팝콘은 달콤한 맛으로 하고, 제로콜라로 부탁해.”


“내가 사라고?”


“그래. 한국 최고 스타랑 단둘이 영화 보는데 팝콘정도는 사줘. 티켓은 내가 샀잖아?”


“후우.”


영화관엔 오전 일찍부터 사람이 많았다. 조조영화를 보러 온 건가.

가득 찬 사람들 사이에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데 이유라가 옆에 다가와 섰다.


“평소에 영화 좀 봐?”


“아니. 처음이다.”


“······처음이라고? 거짓말 치지 마.”


“진짜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건 이번생엔 처음인 게 맞았다. 원래 회귀하면 이전의 삶은 안치는 게 국룰 아닌가.


“영광이네. 김태오의 첫 번째 영화 감상을 함께하다니.”


“시끄럽고. 근데 영화 제목은 뭐야?”


“별에게서 당신에게.”


“응? 그거 너 주연배우 아니었어?”


“맞아.”


자기 영화를 보여줄 목적이었나.

주변에서 뭔가 힐끔거리는 느낌이 들 때쯤 팝콘과 콜라를 받고 상영관을 향했다.

자리는 맨 뒷자리의 한가운데였다.


“뭐야. 가운데가 보기 편한 거 아닌가?”


“그냥 봐. 나는 여기가 제일 편해.”


공짜로 보는 주제에 따지기도 뭐해서 입 다물고 광고를 보았다.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할 때가 돼서야 이유라가 이 자리를 예매한 이유를 알았다.

맨 뒷줄에 우리 말고 아무도 앉지 않았다.


“한 줄을 다 예매한 거야?”


이유라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대답했다.


“맞아. 아니면 볼 수가 없어서.”


“···힘들게 사네.”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영화였다.

이유라는 여주인공이자 남자주인공의 첫사랑 역할이었다.

외계에서 온 여주인공이 인간의 문화를 배우며 남주인공과 알아가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둘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여주인공은 다시 자신의 별로 떠나가야만 했다.


“어때? 괜찮았어?”


“응. 생각보다 재밌네.”


영화의 스토리보다도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지난 생에도 영화관에 자주 온건 아니지만 영화는 즐겨 보았었다.

그런 내 눈에 보아도 이유라의 연기는 전혀 어색함이 없을뿐더러 다른 노련한 수십 년 경력의 연기자들에게 뒤지지 않아 보였다.


“나는 노래보다 연기가 더 잘 맞는 것 같아.”


“그런 것 같네.”


“···노래를 못한다는 거야?”


“응? 연기를 잘한다는 거야.”


잠시 이유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왜인지 미소 짓고 있었다.


“가자. 밥 사줄게.”


“밥도 사준다고?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뭐, 감시 비용이 따로 나오나?”


“그래. 그러니까 모르는 척 즐겁게 따라와.”


이걸 진짜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어디···”


“저기요!”


“네?”


웬 덩치 큰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설마 이유라를 알아본 건가?


“일신 고등학교 김태오 씨 맞나요?”


“···누구시죠?”


“와, 맞나 보네. 저 팬이에요. 랭킹 7등 축하드려요!”


얼떨결에 뻗어진 손을 맞잡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진짠가 본데? 한국 랭킹 7위 김태오?”


“와? 진짜요? 19살이라던데 키도 크고 잘생겼다. 옆에 여자는 누구지?”


“아이튜브에서 본거랑 다른데? 몸도 훨씬 좋아 보인다.”


이유라가 아니었나. 이게 무슨 상황이지 대체?


“얼른 나가자.”


이유라가 손을 잡아끌었다.

나도 일단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발걸음을 빨리했다.


“어, 저 사진 한 장만요!”


“저도요!”


“야, 찍어봐. 여자친구인 거 같은데. 릴스 올려야지.”


기자들이 기웃대서 내 신상이 어느 정도 알려진 건 알았지만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 한 반응이었다.

아이튜브에 내 영상이 올라가 있는 건가?

평소라면 난리를 쳤을 이찬수가 조용해서 괜찮은 줄 알았건만.


“저기다! 저기요!”


찰칵. 찰칵.

플래시가 쏟아진다. 셔터 누르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우린 마력을 살짝 끌어올려 속도를 올리고 나서야 간신히 사람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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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4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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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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