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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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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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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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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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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월(逾越)(7)

DUMMY

“근데 어딜 가는 거야?”


“본부로 가는 중이지. 어딜 가겠어.”


“뭐? 저번이랑 길이 다른데?”


“이미 길까지 봐둔 거야? 똑똑하네. 근데 거긴 본부가 아니야.”


“응? 그건 또 뭔 소리야?”


이철진이 귀를 후비적 대며 조세은을 바라봤다.

아니, 유월의 본부라며 여기저기 소개해 놓더니 거기가 본부가 아니었다고? 기껏 열심히 외워둔 길이 소용없어졌다.


조세은은 한껏 귀찮음을 얼굴과 목소리에 가득 담아 답했다.


“우리 유월은 그렇게 작은 단체가 아니야. 대충 따라와. 가면 알 테니.”


“까칠하기는.”


헬기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마법과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유월의 수송용 헬기 VAL-103은 아무런 소음과 진동 없이 부드럽게 하늘을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갔다.

그리고.


“이거 어디로 가는 거야? 잠깐만. 야! 이거 벽으로 가잖아!”


헬기가 산의 한쪽 면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한 돌덩이들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철진은 당황한 얼굴로 일어나 소리쳤다.

이것들은 눈알이 없어서 앞을 못 보는 걸까.


“닥치고 앉아. 제대로 가는 중이니까.”


“뭔 개소리야! 야, 박는다. 박는다고! 으악!”


“크크크크.”


“푸하하하하”


얼굴을 감싸 쥐고 자리에 주저앉았던 이철진이 슬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이를 드러내고 대놓고 비웃고 있었다.


“벽이··· 아냐?”


“마력 파장을 못 맞추면 그렇겠지. 유월의 사람들에겐 활짝 열린 문이나 다름없어.”


“······신기하네.”


헬기는 산 중턱에 만들어진 거대한 부지에 내려섰다. 놀랍게도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었다.

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이철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산속으로 들어온 거 같은데···”


이철진과는 다르게 별 표정 없이, 아니 사실 표정을 알아보기 힘든 오드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래도 과묵하고 속내를 비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최근엔 성격이 더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됐다.


조세은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무 생각 없는 이두한 덕분에 혼자 이 모든 일행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심했다.

특히나 오드의 돌발행동이 문제였다.


‘이번엔 그냥 안 넘어갈 텐데··· 큰일이군.’


유월은 모든 인간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게이트국과 각성자들에게 지배당한 한국을 해방시킨다는 게 주요한 목표였다. 하지만 그런 유월에서도 내부 인원을 단속하기 위해 철저한 규율과 처벌을 내세우고 있었다.

바깥에 알려져선 안 되는 기밀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오드의 돌발 행동은 유월의 기준에 따라 강한 처벌이 예상되었다.


“조팀장. 오느라 수고했어요. 감사실로 이동할게요.”


“바로요?”


“네. 바로요.”


역시나 얄짤 없다. 냉막한 표정의 본부에서 나온 인원은 조세은의 팀원들 모두를 감사실로 안내했다.

다행히 오드는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표정이 없다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


***


2029.10.20 10:53


“꺄아아아아!!”


“쥐, 쥐다! 미친 쥐가···!”


“도망쳐!!!”


강릉의 한적했던 거리가 비명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수천, 수만 마리의 쥐떼가 도시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건 일반적인 쥐가 아니었다. 성인남성의 팔뚝만 한 크기에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쥐들은 오히려 고양이나 개들을 공격해 뜯어먹고 있었다.

인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쥐떼는 살아있는 모든 걸 뜯어먹으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이 개자식들이!”


저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은 국민의 절반이 각성자인 국가였다.

물론 기초수료반만 수료하고 레벨 5에서 멈춘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렇다 해도 각성하지 않은 비각성자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콰직. 콰지직.


쥐떼는 그리 튼튼하지 않았다. 일반인이 휘두르는 둔기나 날카로운 무기에 상처를 입었다.

문제는 수였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수천, 수만 마리의 쥐들을 동시에 막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달려드는 몇 마리를 때려죽여봐야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싼 수십의 쥐들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여기로! 들어와요!”


단단한 금속문을 내려 창문을 틀어막은 가게에서 수염이 덥수룩한 남성이 도망치는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마물을 대비해 마법이 깃든 문 덕분에 쥐떼가 잘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흐윽···흑···”


“괜찮아. 괜찮아.”


간신히 쥐들을 피해 가게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시내에 저딴것들이 나오는데 대체 경찰은 뭐 하는 거야? 마물 대응팀은 뭐 하는 거고? 개자식들이 세금만 개같이 뜯어가더니···”


털보 남성이 불만을 쏟아냈다.

건물을 지키는 마법이 깃든 금속문들도 다 자비로 사둔 거다. 쥐꼬리만 한 지원금으로는 문 손잡이도 사기 힘들었다. 그래놓고 일이 터지자 바로 이모양이다.


“경찰들 금방 오겠죠? 시내에 있던 마물 대응팀은 지금 소탕 중인···”


“믿을 걸 믿어요. 싸웠으면 이미 여기까지 소리가 들려왔을 거예요. 지금 비명소리 말고 들리는 거 있어요?”


도시 곳곳에선 끔찍한 비명소리뿐이었다. 쥐떼는 건물 안에 숨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 갉아먹고 있었다. 도시안의 그 어느곳도 안전하지 못했다.


“으아악! 살려줘!”


가까운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털보 남성이 망치를 집어 들고 문에 다가섰다.


덜컥.


“여기에요! 여기로 와요!”


“응? 저기, 저기로 가!”


두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 총 네 명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타이밍을 맞춰 털보가 문을 닫자 달려들던 쥐떼가 금속 문에 들이 받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끔찍한 소리였다. 금속문에 깃든 마법에 몸이 불타고 터지는데도 쥐들은 달려들길 주저하지 않았다.


“후우···후··· 감사합니다.”


“여기로 와서 다행이에요. 근데 다치신 겁니까? 피가···”


“······아니요. 친구의 피에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전화되는 분 있어요? 큰일이에요.”


피에 물든 남성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통신망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에요. 핸드폰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돼요.”


“젠장···”


“괜찮아요. 조금 기다리면 지원이 올 겁니다.”


털보는 남성을 다독이며 안심시켰다. 이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구하러 오지 않을 리가 없다. 비싼 돈을 지불한 금속문이라면 몇 시간 정도는 충분히 마물을 막아줄 거다. 그러니···


“오지 않을 거예요. 제가 봤어요.”


“네? 그게 무슨···”


“마물 대응팀 놈들 다 방관하고 있었어요. 경찰도 마찬가지예요. 개새끼들 우리가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었어요.”


“네? 그게 무슨···”


“우리가 거기로 갔다가 다 죽을뻔한 거예요. 각성자 친구가 있어서 시간을 끌어줬지만 결국··· 시발!”


남성의 외침에 가게 안의 공기가 급속도로 내려앉았다. 일부러 방관했다는 말이 차갑게 다가왔다.

두려움은 겨울밤 지는 해처럼 빠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잠식해 들어갔다.


***


2029.10.20 11:17


“휴우. 그래도 다행이야.”


“그런 거야?”


“그래. 아주 개 망하는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평타다 평타.”


조세은은 이번 감사를 그렇게 자축했다.

오드에 대한 강한 제재와 오드를 통제하지 못한 팀에게 강한 처벌이 올 줄 알았는데.

3달간 본부 근신이라니. 생각보다 약한 처벌이었다.


“3달간 여기 처박혀 있게 생겼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여기 좋아. 휴양지 왔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조세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오빠!”


“······!”


짧은 단발머리. 마른 몸이지만 생기가 가득한 표정. 장난기를 한가득 담은 싱그러운 표정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는 밝은 에너지를 가졌던 동생이. 이철진이 기억하고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달려오고 있었다.


“수, 수연아!”


꽈악. 동생을 안은 두 팔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강한 두근거림도 느껴졌다. 병실에 누워 시들어가던 그때와는 달랐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으윽. 숨 막혀!”


“어, 어어.”


이철진을 뿌리친 이수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빠. 반란군이 됐다면서?”


“반, 반란군이 아냐. 혁명군이야.”


“그래? 뉴스에선 반란군이라던데. 뭐, 그거나 그거나.”


“전혀 다른 거거든.”


“알 게 뭐야. 그래서 반란군에서 뭐 좀 돼?”


“···말단이다.”


“에에? 별거 아니잖아. 쳇. 그럼 얌전히 다녀야겠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엉뚱하고 톡톡 튀는 성격도 여전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근데 이분은 누구? 풍선 같아!”


“응? 수연아!”


이수연은 어느새 오드에게 다가가 몸을 쿡쿡 누르고 있었다.

콕. 콕. 손가락이 살짝 파고들다 멈춘다. 피부의 질감이 독특했다.


“와, 신기하다. 찰흙 같아요. 부드럽네.”


이젠 대놓고 조물딱거리는 이수연을 이철진이 다가와 뜯어냈다.


“그거 크게 실례야. 얼른 사과드려.”


“괜찮아.”


오드의 건조한 목소리가 울렸다.

정말로 상관없었다. 눈 앞의 여싱이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밝은 건 처음 보는 군.’


이 능력을 얻고 나서 만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밝은 건 처음이었다.

따스하고 포근한 빛은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히 만들어주었다.


“동생인가?”


“맞아. 수연아 인사드려. 오드라고 해.”


“안녕하세요. 오드 아저씨!”


“반갑다.”


이수연은 신기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쉽게 다가서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며 빠르게 친해지는 능력이었다.

이철진이 오드를 찾느라 늦어진 며칠 동안 이미 본부의 대부분과 인사를 나눴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몸은···”


삐익. 삐익.


경보음이 울린다. 또다. 또 경보음이었다.

이철진은 검은 두더지에서의 그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듣게 되는 이 경보음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출동인데?”


“우리 근신이라며?”


“큰일인가 봐. 전면전이 될 수도 있다는군.”


“······게이트국이랑?”


“사실상 한국 전체와 붙는 거겠지.”


유월의 본부에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오드. 김태호가 검은 두더지를 탈출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균열이 점점 커져 한국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


“철저하게 통제해. 쥐새끼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크크. 진짜 쥐가 빠져나가면 큰일 아닙니까. 다 잡아 죽여야죠.”


“웃지 마 이 새끼야. 진지하게 해라.”


마물을 쳐부수는 거대한 해머 모양의 부대마크를 단 병력들이 모여 있었다.

마물 특전대의 병력들은 강릉을 오가는 모든 길을 통제했다. 지상도, 하늘도, 전파도.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고, 연락마저 두절시킨 채 마물을 풀어놓았다.


덕분에 강릉은 미리 정해놓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근데 이거··· 너무 끔찍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들을 저렇게···”


“닥쳐! 미친 새끼야. 생각하는 걸 그렇게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지 마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이게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문자 그대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정보부였다.

그들의 사상검증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언제나 입을 조심해야 했다.


“어쨌든 틀어막아. 절대 못 나오게 해. 알아들어?”


“······”


조용하다. 방금 전까지 까불거리던 놈도, 걱정을 내뱉던 놈도. 조용했다.


“뭐야? 왜 대답을··· 커억!”


누군가에게 붙잡힌 목이 강하게 조여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흐릿해지는 시야로 쓰러진 부대원들이 보였다.


“이 더러운 새끼들이. 국민을 지켜야 할 놈들이 이런 쓰레기 짓을···”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이두한의 분노와 함께 강릉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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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 유월(逾越)(7) 24.03.27 51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5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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