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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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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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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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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DUMMY

[푸른 바다 전갈]

[Lv 32~34]

[신체능력 : 1175~1260]

[정신능력 : 120~135]

[특수능력 : 꼬리 후려치기. 꼬리 독. 집게 분쇄기. 산성 거품.]

*껍질이 단단하나 내부는 연함.

*불에 약함.

*대게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가진···


꼬리길이까지 길이가 4미터가 넘는 마물이 거대한 집게손을 딸깍거리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사막에서 나와야 할 것처럼 생겼는데 왜 바다에서 나오는 건진 모르겠다만.


‘별거 없네.’


마주하고 보니 딱히 위압감이 없다. 너무 강한 상대들을 만났기 때문일까.


이놈은 열심히 찔러대는 꼬리를 피해 단단한 껍질만 깨부수면 별 것 없는 놈이었다.

그리고 극강의 공격력을 가진 우리 파티에겐 상성도 매우 좋았다.


준비운동도 안 되는 간식거리 같은 녀석을 보며 이독 팀장이 말했다.


“전투준비.”


동시에 청아한 목소리가 뒤를 따랐다.


“모래늪.”


놀랍게도 시작은 이유라의 마법부터였다.

전투에 익숙한 듯 조금의 지체도 없이 마법을 시전 했다.

단순히 쩔을 받아 레벨과 정수를 맞춘 건 아닌 모양이다.


‘근데 마법명을 외친 거지?’


스스로 기술명을 외치는 각성자는 처음 보았지만.

일단 전투에 집중했다.


푸른 바다 전갈의 발밑의 모래가 흩어지면서 집게를 제외한 6개의 다리가 모래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차태백. 꼬리를 틀어막아라. 김태오도 도와.”


“넵.”


나와 차태백이 먼저 달려들어 모래 속에 파묻혀 꼬리만 살랑거리는 마물의 주의를 끌었다.


쿵! 쿵! 꼬리가 나와 차태백의 방패를 두들길 때 이독 팀장과 구찬혁이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무게중첩]. [중력강화].

쾅! 콰직!


소리가 찰지다.

이독 팀장과 구찬혁의 무기가 단단한 껍질을 몇 번 가격하자 곧 균열이 생기며 깨져버렸다.


파삭. 푹! 껍질 안쪽엔 말랑한 속살이 자리하고 있었다. 깊숙이 찔러진 무기들은 곧 몸통을 가르고 반대편 껍질에 닿았다.


“카아···악···”


푸른 바다 전갈은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쓰러졌다.


김어수와 이주원은 나서지도 않았다. 한 대라도 때려서 경험치라도 얻으면 좋을 텐데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다.

오히려 이주원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와, 오랜만이네요 이거. 진짜 맛있는데.”


후다닥 해체도구를 챙긴 이주원이 전갈의 몸에서 속살을 빼내기 시작했다.


“···전갈이면 독이 있을 것 같은데. 먹으면 탈 나지 않을까?”


“괜찮아요. 중화하면 돼요!”


신난 이주원은 콧노래를 부르며 구찬혁에게 부탁해 껍질을 싹 분해했다.

마물을 사냥하는 시간보다 해체하는데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지만 이독 팀장을 비롯해 모두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 후.


“좋아요. 요리 시작합니다!”


“이번엔 나도 돕도록 하겠네. 내가 또 해산물은 좀 알아서 말이야. 걱정들 하지 말고 쉬고 있게나. 멋진 요리를 보여주겠네.”


전갈에게서 어마어마한 양의 살을 빼낸 이주원이 즉석에서 요리도구를 꺼내자 김어수가 다가와 함께 요리를 시작했다.


“어? 근데 이거···”


해체에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 바닷가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와서 자세히 보니 전갈 속살이 익숙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었다.


“이거 대게랑 비슷한데요?”


“맞아. 맛도 비슷하지.”


“진짜로요?”


이 정도 양의 대게살을 얻으려면 몇 천 마리의 대게를 잡아야 하려나.

말도 안 된다. 이게 다 대게 맛이라니.


“이 놈들 가져다 팔면 대게 가격 폭락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쉽게 나오는 마물이 아냐. 나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야.”


차태백이 입맛을 다지며 답해주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전투에 필요 없어 보여 대충 넘겼던 푸른 바다 전갈의 설명을 다시 찾아보았다.


대게와 비슷한 맛과 식감. 굉장히 드물게 발견됨. 한국에선 동해수산 길드가 ‘해변’ 게이트의 독점권을 부여받아 푸른 바다 전갈의 속살을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음. 따위의 설명이 튀어나왔다.

이런 중요한 내용을 대충 넘겼다니. 반성해야겠다.


그나저나 공략집에선 동해수산 길드가 독점권을 가졌다고 나오지만 시기상으론 아직 아닌 모양이다.

덕분에 이런 귀한 걸 먹어보게 됐다.


“와~ 냄새가 너무 좋아요!”


이유라는 훤히 비치던 셔츠마저 벗어버리고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피부에 선크림을 바르며 감탄사를 뱉었다.

다시 젊은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려는 찰나.


“방어구는 제대로 착용해라.”


뭇남성들의 불타는 시선이 이독 팀장의 뒤통수에 쏟아졌다.


“네~ 식사 끝나고 이동할 때 이거 다시 입을게요!”


이유라가 셔츠를 들어 보이며 말하자 이독 팀장은 별말 없이 넘어갔다.

보기와는 다르게 그냥 옷이 아니라 마법장비인 모양이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네.”


“···그러게 말이다.”


구찬혁이 중얼거리자 차태백이 답했다.

전갈을 잡은 걸 말하는 건지 다른 걸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 슬슬 모여들 보게나.”


어느새 해변 한가운데 깔린 식탁 위로 푸른 바다 전갈의 속살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 올려졌다.

보급품까지 싹 털어서 차려진 밥상엔 대게살을 이용한 샐러드와 수프, 초밥에 월남쌈. 치즈와 감자를 버무린 샌드위치에 냉라면까지.

수십 가지의 요리가 깔렸다.


“···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괜찮네. 아공간에 넣으면 썩지 않고 보관되니 남은 건 두고두고 먹으면 된다네.”


“식사하지.”


“오오! 좋아요!”


우린 의자에 앉아 갑작스러운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주원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음식을 위장에 쓸어 넣기 시작했다.

이유라도 맛을 보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어머나. 이거 정말 맛있어요! 마법사 할아버지 요리 정말 잘하시네요~”


“허허. 내가 소싯적에는 호텔에서 주방장도 해본 적이 있다네. 그때 내 밑에서 설거지하던 녀석이 지금 라온 호텔 주방 총괄을···”


“와~ 그랬구나. 어쩐지 호텔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김어수에 대한 파악이 끝난 걸까. 가볍게 말을 끊어주며 자기 할 말만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유라는 기본적으로 밝은 사람이었다.

거기다 톱스타이자 최고의 아이돌로 주가를 올리고 있음에도 항상 남을 칭찬하는 성격이라 팀원들과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이것도 먹어보세요. 맛있습니다.”


“고마워요. 태백 오빠!”


“어?! 오빠요? 하하하. 맞지. 오빠···하하”


“네. 이제 한 팀인데 말 편하게 해요. 그냥 유라라고 해주세요~”


“어, 어! 그래. 유, 유라야. 앞으로 잘 부탁해!”


젊은 남정네들은 이미 홀라당 넘어간 모양이다.

식사시간은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언제나 침묵이 감돌던 저번 탐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유라는 연예계 뒤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괄약근이 약한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서 예능 방송 때마다 촬영을 중간에 끊어먹는 유명 mc에 대한 이야기나, 여자를 너무 밝혀서 촬영할 때마다 들이대는 유명 남자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는 사이 해변가로 붉은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서 휴식한다.”


“오예! 알겠습니다!”


“하루 날로 먹었네.”


팀원들은 즐거워하며 빠르게 천막을 설치했다.

날씨가 따뜻했기에 옆면이 뚫린 캐노피 천막을 설치하고, 바닥에 깔개만 적당히 깔 자 훌륭한 잠자리가 완성됐다.


“유라 누나. 텐트 하나 따로 쳐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이제 한 팀인데 함께 행동해야지!”


이유나는 자리에 털썩 드러눕더니 양팔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이젠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구찬혁과 차태백을 보고 있자니 왜인지 자괴감이 몰려온다.

화랑 탐험대가 이런 분위기였나.


이후로는 모두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며 휴식시간을 즐겼다.


쿵. 쿵. 이독 팀장은 운동기구를 설치하기 위해 이주원에게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달라 부탁했다.


“고맙다.”


“넵! 저는 이만 쉬러 가볼게요!”


단단한 대지위에 지지대를 세운 이독 팀장은 바로 스쿼트를 시작했다.


“와아··· 탐험 중에도 운동을 하시다니 대단해요!”


이유라의 감탄이 크게 퍼졌지만 이독 팀장은 운동에 집중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아, 팀장님은 원래 운동할 때는 말 거는 거 싫어하셔. 유라는 바로 쉴 거야?”


“아뇨! 아직 초저녁이잖아요. 우리 재밌는 거 해요~”


“재, 재, 재밌는 거? 좋, 좋지. 뭐든 하자고. 하하하.”


구찬혁이 저렇게 망가질 줄이야.

잘 생긴 데다 늘씬하고 키도 큰 편이라 대학교에서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숙맥인가.


“어이! 같이 놀자고. 나도 심심하네.”


차태백이 끼어들었다. 구찬혁과 이유라가 둘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다.

잘하면 삼각관계니 뭐니 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펼쳐질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이유라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그럴리는 없겠지.


“근데 태오 씨는 말이 원래 없는 건가요?”


“···아, 그랬나요?”


“네. 오늘 태오 씨랑만 대화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19살이시죠? 저랑 동갑이네요!”


얼떨결에 이유라가 뻗은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눴다.

구찬혁과 차태백의 눈초리가 심상치가 않다.

나는 빠르게 손을 빼고는 말했다.


“원래 말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그럼 우리 넷이 같이 놀까요?”


“저는 좀 쉬려고요. 세분이서 노세요.”


“아··· 피곤하신가 봐요. 그럼···”


“저도 같이 놀래요!”


이주원이 끼어들며 결국 네 명은 바닷가로 가 물놀이를 시작했다.


나는 김어수에게 다가가 물었다.


“마법사님. 혹시 남는 안마의자 하나 더 있나요?”


“훌륭한 젊은이가 왔구나. 물론 있다네. 잠시 기다려 보게나.”


파우치에서 쑥 하고 안마의자 하나를 더 빼내 옆에 내려두더니 말을 덧붙였다.


“10분에 3천원이라네.”


“······30분만 해볼까요?”


역시 공짜는 없구나.


“으어어어어.”


내가 집에 사다둔 한국에서 가장 비싼 최신식 안마의자를 반품하고 싶어졌다.

그건 쓰레기나 다름없다. 이것과 비교하자면 말이다.

이 안마의자는 정말로 안마사가 몸의 상태를 보면서 마사지를 해주는 느낌을 줬다.


“우어어어··· 마법사님. 이거 파는 것도 있나요?”


“물론이네. 하나에 1억 5천이지. 내장된 마법진이 주변에서 마나를 끌어모아 작동하기 때문에 코드가 없어도 되는 게 장점이라네. 어때? 자네라며는 싸게 해서 1억 4천 5백에 해주겠네.”


“나가서 하나 부탁드릴게요. 어머니가 좋아하시겠어요.”


비싸긴 하지만 수백억 자산가가 된 마당에 이런 걸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돈이야 앞으로 벌일 만 남았다.


“우아아아!”


“어머! 꺄하하하하!”


“여기도 보라고!”


다들 즐겁게 노는구나.

나는 바다 끄트머리에 걸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태양빛에 온몸을 붉게 적시고는 푸르고 투명한 바닷물보다 반짝이는 이유라를 잠시 바라보았다.

톱스타를 가까이서 보는 것도 놀라운데 저렇게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건 더 놀라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경계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불편하다.’


아름다운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여자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를 대하는 건 불편했다.

목구멍에 뭔가 틀어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불쾌한 기분.


‘아름다운 것엔 독이 있기 마련이지.’


지난 삶. 내가 배웠던 가장 큰 교훈.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할 땐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

내가 어디까지 흘러가버릴지, 그 끝에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예상할 수 없다.

마약에 취하듯 감정에 취해버린 내가 무슨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달이 뜨는구나. ‘해변’ 게이트들은 밤하늘이 특히나 좋다네. 오랜만에 휴가 나온 기분이구먼. 허허허”


해가 저물자 기다렸다는 듯 밝은 달빛이 떠올랐다.

붉고 푸른. 두 개의 달빛. 그리고 그 달들을 감싸듯 알알이 박혀 빛나는 수많은 별들.

나는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잠겨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았다.


“후우··· 힘드네.”


물놀이를 마친 사람들이 몰려와 시끌벅적 해질 무렵.

함께 하늘을 바라보던 김어수가 조용히 입을 뗐다.


“3시간 사용료 기록해 두겠네. 슬슬 자러 가세.”


“······”


차태백의 불평이 조금은 이해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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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마물 헌터(1) 24.04.05 28 1 13쪽
53 세상을 가르는 힘 24.04.04 32 0 12쪽
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4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0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7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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