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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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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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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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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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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수 :
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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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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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릉(3)

DUMMY

“저놈··· 약점이 안 보여!”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마물이든 인간이든 상관없이 약점을 파악해 주던 능력이 무용지물이었다.


“쓸모없는 새끼. 내가 붙잡아 둘 테니···”


퍽! 세상 모든 모술을 섭렵했다는 무술가가 코피를 흘리며 멀리 날아간다.

강하다. 멈출 수가 없다.

아무리 때려도 멈추질 않는 거대한 몸은 이성을 잃은 코끼리가 날뛰는 것 같았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우리 모두를 한 번에 상대한다고?’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우리 10명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 괴물새끼 좀 막아봐!!”


“누가 좀 붙들어봐. 미치겠네 진짜!”


양팔을 날카로운 칼날로 변형시켜 등을 벤다.

하지만 찢긴 옷 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너무 단단해 잔흠집하나 가질 않는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스스로의 시간을 가속해 극한의 속력을 만드는 날카로운 칼날이 1초에 수십 번 적을 베어낸다.


“왜 이렇게 단단해!”


어떤 것도 소용이 없다. 어떤 공격도 저걸 막거나 멈출 수 없었다.

짙은 패배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소닉붐]


공기를 압축한 소리가 날뛰는 괴물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처음으로 적의 몸이 멈칫하는 듯 보였다.


“통했나? 음파로 내부를 공격하면 되는 것 같은데?”


“그럼 나는 통배권으로 내부에 타격을···”


퍽! 퍽!


아주 잠깐이었을 뿐. 적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맞아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면서 한 방 한 방.

정성스럽게 공격해 왔다.


“후우······”


드디어 멈춰 선 괴물. 오드는 쓰러진 적들을 살피며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지치는군···’


오랫동안 묶여 있었기에 이렇게 움직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무리 무한한 재생능력을 가진 신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걸 다루는 게 인간인 이상 한계는 존재했다.

절대 부서지지 않는 육체일지라도 공격당할 때의 통증은 다른 사람들과 동일했고,

그걸 견뎌내야 하는 정신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네 차례다.”


“···형 많이 무서워졌네요.”


몇 년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지옥 같은 고문을 받아온 나에게 이 정도 고통쯤이야.

오랜만에 워밍업 한 느낌이었다.


“취미생활은? 여전한가?”


“네. 여전해요. 그렇게 태어난걸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만들어진걸 어떻게 해요.”


“그래. 예전에도 그랬지. 원래부터 그랬다고.”


선척적으로 타고난 사이코패스 기질?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괴로움?

개소리다. 그냥 아무것도 참기 싫었을 뿐이다.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참을성도 갖추지 못한 쓰레기. 그게 이주원이었다.


“어, 너무 가까이 오지 마요. 무섭잖아요.”


“너도 두려움을 아나?”


“당연히···!”


꽈악. 한 손으로 이주원의 얼굴을 감싸고는 꽉 힘을 주어 쥐었다.


“으아아악!”


“아프냐.”


“아파! 아프지 당연히! 이 개자식아!”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이주원을 보았다. 공중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게 보기 좋았다.


“처음엔 이상했지. 왜 널 그렇게 감싸는 건지. 나중에야 알았다. 너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으윽··· 뭐? 무슨 소리야?”


“너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다지? 기억을 읽어내는 능력 말이야.”


손아귀의 힘을 살짝 풀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뭐야. 누가 말한 거지? 형 별 걸 다 알고 있네요?”


이 녀석의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다만. 나는 그보다 더 재밌는 걸 생각 중이었다.


“읽어봐.”


“응? 뭘요?”


“내 기억. 내 지난 6년의 기억.”


“······싫은데요?”


뭔가 구린내 나는 의도를 파악한 이주원이 가벼운 반항을 해왔지만.

꾸욱. 손바닥을 까딱하는 걸로 해결 가능했다.


“으아아! 알았어! 할게! 한다고!!”


다시 힘을 푼 나는 왼쪽 뺨에 길게 나있는 흉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부터 해보자. 읽어봐.”


“이 미친 변태 새끼. 그래 얼마나 대단한 건지 보자.”


손을 뻗어 내 흉터에 올린 이주원의 눈이 진지해졌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좋아. 그럼···!”


손끝으로 기억을 읽어낸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간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까지 고스란히.


“으, 으아아!!!”


“이번엔 여기야.”


나는 가슴팍에 난 흉터를 가리켰다. 아직 보여줄 게 많았다.


“시, 싫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주원을 보는 건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다.


***


“혼자서 우릴 가로막을 참인가?”


게이트 관리국을 책임지며 사실상 정부의 모든 권한을 휘어잡고 있는 최고의 실세인 임한수 국장.

길드 연합과 ‘말콤의 푸른 잔’의 주요 병력을 직접 이끌고 강릉을 향하는 중이었다.


모든 상황을 세팅하둔 뒤, 연합에 상황을 보여주며 모든 죄를 유월에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5천 명을 가로막은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 가로막혔다.


“저게 그 ‘손님’인가?”


“그런 모양인데?”


길드연합을 이끌고 참전한 이수영과 김진환. 그들의 평소 생각보다 ‘손님’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키가 한 3미터 정도 되는 괴물일 것 같았는데.”


“그러게. 하고 다닌 일에 비해 소박하게 생기셨네.”


“근데 언제까지 멈춰있어야 해? 그냥 치워버리면 안 되나?”


“임국장이 또 이미지 챙기는가 보지. 떠들게 둬봐.”


둘의 이야기처럼 멈춰 선 5천의 정예병들의 짜증과 답답함과는 별개로 이야기는 차분하게 진행 중이었다.


“임한수. 여전히 건강해 보여 정말 다행이야.”


“진심인가? 내 건강을 염려해 주다니 의외군.”


“건강해야 끔찍한 것들도 보고, 끔찍한 일들도 당하고 하지. 손쉽게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그런 거냐. 그래. 오래 살아야지. 오래오래 살아서 이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서 호령하는 걸 봐야지. 안타깝구나. 그런 모습을 못 보게 돼서 말이다.”


임한수의 비열한 눈빛이 ‘손님’의 전신을 훑었다.

홀로그램도 분신체도 아닌 진짜 본체였다. 그동안 잡아넣은 것들이 다 가짜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던가.

이번엔 진짜 ‘손님’을 잡을 절호의 기회였다.


“눈빛이 돌았네. 원래 돌아이였긴 한데.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지?”


“미친 건 너다. 한국 최고의 테러범 아니더냐.”


‘손님’. 잊혀진 이름으로 살아가는 변절자이자 반란군. 국가의 반역자이자 수없는 테러를 일으켜온 테러범이자 흉악 범죄자.

그게 임한수가 만들어낸 그였다.

억울해도, 사실과 다른 것이 있더라도 소용없었다. 변명한다고 바뀔 건 없었으니까.

이 세상에서 진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진실이란 건 힘없는 자들이 스스로를 위로할 때나 사용하는 단어였다.


“여전하구나. 너는.”


‘손님’은 고개를 들고 멀리 5천의 병력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로 푸르게 펼쳐진 가을하늘도 바라보았다.

맑은 날이었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붉은 피가 흐르기엔 지나치게 평화로운 날이었다.


“오늘은 내 개인의 복수를 위한 날이 아니니. 살려주마.”


한번 봐준다는 ‘손님’의 말에 임한수가 어처구니없어 하며 말했다.


“죽일 순 있고?”


임한수의 주위로 각성자들이 모였다. 하나같이 강력한 마력을 뿜어내는 위험한 자들이었다.


“그럴 수도 있었지만. 길드연합과 기업연합은 죄가 없으니까. 살려줘야지.”


‘손님’과 눈이 마주친 길드연합의 이수영과 김진환, 그리고 ‘말콤의 푸른 잔’의 책임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거물 범죄자인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담대한 인간이었다.

이 정도 인원을 앞에 두고도 저렇게 평온한 걸 보면 말이다.


“후우. 일단 붙잡아 놓고 마저 이야기하자.”


임한수가 눈빛을 보내자 주변에 모여들었던 각성자들이 쏜살갈이 튀어나갔다.

하지만.


퍽!


그들 모두 무언가에 가로막혀 뒤로 튕겨져 나왔다.

투명한 결계였다.


“다음에 보자.”


‘손님’이 무방비로 등을 보인채 뒤돌아 걸어 나갔다. 게이트국의 각성자들이 재차 달려들었지만 그와 연합을 가로막은 투명한 벽은 생각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했다.


콰광!! 쿠구궁!!


각자의 절기가 쏟아졌다. 마법과 마력을 이용한 수많은 기술들이 ‘손님’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투명한 벽을 뚫을 순 없었다.


“그만!”


흥분한 각성자들을 제지한 임한수가 탄식했다.


“완성한 모양이군···”


‘손님’. 그가 오랜 시간 우리 모두가 염원해 왔던 능력중 하나를 손에 넣은 모양이었다.


***


“야, 일어나 봐라.”


축 처진 이주원을 달랑거리며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다.

아직 읽혀야 할 기억이 한가득인데 큰일이었다. 일시적으로 물러났던 적들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주원을 들고 있는 내 눈치를 보고 있기는 하다만. 이렇게 시간을 끌다간 일이 틀어질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구나. 그럼 이만하고. 낙인을 내리마.”


검붉게 물든 오른손을 들어 이주원이 자랑하는 얼굴에 가져다 댔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일인 만큼 허투루 할 수 없었다.


공을 들여 하나씩. 또박또박 적었다.

이마엔 ‘살인마’를. 왼쪽 뺨엔 ‘스토커’를. 마지막으로 오른쪽 뺨엔 ‘쓰레기’를.


한 자 한 자 공을 들여 새기고 나니 싸움을 벌일 때보다 더 지쳐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가슴속 충만히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제 됐다. 이 상태로 지켜보면 될 거다.

살아있는 게 지옥이 될 이주원이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인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가져가라.”


짐짝 다루듯 이주원을 집어던지자 고민하고 있던 적들이 화들짝 놀라며 받았다.

그 와중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마력을 이용해 받아내고 있었다.

신중한 놈들이었다.


“다음번엔 너희 얼굴에도 하나씩 새겨주마.”


“···미친 새끼.”


치를 떠는 적들을 뒤로하고 나는 마물 대응 센터를 향했다.

이제 아군에 합류할 시간이었다.


***


“모두 죽여라. 하나도 남겨두지 마”


“넵!”


강릉 주위를 둘러싼 싸움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임한수가 버리는 패로 사용한 마물 특전대의 병력들은 생각보다 너무 무기력했다.

유월의 정예병들은 강릉 주변을 원형으로 넓게 포진한 마물 특전대를 대부분 섬멸했다.


오드처럼 죽이지 않고 살려두는 이들도 있었으나 포로를 받지 않고 모두 죽이는 이들이 더 많았다.

결국 남은 건 마물 특전대를 둘러싼 현대화 병기를 사용하는 군인들뿐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비각성자란 사실이었다.


콰광! 콰과광!!


“저것들 어쩌지?”


“글쎄다. 툭 치면 다 죽을 것 같아서 건드리지도 못하겠고···”


이철진과 조세은 그리고 김두한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았다.

비각성자들이지만 어쨌든 무기를 든 적이었다.

하지만 그저 임한수의 명령에 따를 뿐인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고 싶진 않았다.


“방법이 있지 않을까.”


“어? 사람인데?”


보호막 너머 반대편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행색을 보니 살아남은 생존자들로 보였다.


“저기 오드가 있던 곳 아니야?”


“그러게. 이번엔 오드가 한건 제대로 해줬어.”


조세은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게이트국에 대항하기 위한 중요한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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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마물 헌터(1) 24.04.05 28 1 13쪽
53 세상을 가르는 힘 24.04.04 32 0 12쪽
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4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0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7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7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2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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