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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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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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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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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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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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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DUMMY

“여기요!”


꿀꺽. 둘은 이주원이 건넨 시원한 물을 받아 마셨다.

방금 막 사막을 헤쳐 나온 사람들처럼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자 호흡이 가라앉으며 흥분이 가셨다.


“더 강해지셨네요. 저도 웨이트 트레이닝 같이 할까 봐요.”


“언제든. 운동시켜 주지.”


30분을 치고받은 사람들이라기엔 지나치게 짧은 문답이었다.

이미 알만큼 알아서일까. 공방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윤은 무슨 일인지 오는 게 계속 늦어졌다.

우린 불판을 정리하고, 각자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이 지나고도 한참이 지나 햇빛이 길어질 때쯤.

다시 밥을 차려 먹어야 하나 고민 중일 때 멀리서 차량 한 대가 펜션으로 접근했다.

기감이 발달한 우리는 멀찍이서부터 오고 있던 차량을 느끼고 있다가 펜션 근처에 다다를 때쯤 문을 열고 나갔다.


“···응? 이윤이 없는데?”


구찬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차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모두 느끼고 있었다.

이윤 고유의 마력 파장이 느껴지질 않았다.


철컥. 차 문이 열리고, 임한수의 심복인 이기후가 차량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눈이 번적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 따라 내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유라?”


인기 걸그룹 멤버이자 현재는 배우로도 활동 중인 연예인.

TV나 SNS를 거의 하지 않는 나조차도 알 수밖에 없는 유명인인데.


이곳엔 무슨 일이지?

모두의 의문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 이기후가 입을 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이번에 화랑 탐험대에 새로 합류하게 된 이유라 씨입니다. 이윤씨는 검사가 끝나지 않아 이번 탐험에선 열외 됐습니다. 모두 반갑게 새 팀원을 맞아주십시오.”


“······이유라씨가요?”


“각성자였어요?”


“···진심인가.”


“허허. 참, 놀라운 일이구나. 이유라양이 앞으로 각성자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인가? 언론에 나가면 시끌시끌하겠어. 근데 이유라양은 장비가 부실해 보이는데 혹시···”


“이유라씨는 만능형입니다. 장비는 게이트국에서 충분히 지급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기후는 할 말을 빠르게 마치고, 서류 한 장씩을 건네고는 차에 올랐다.

차량은 빠르게 펜션을 빠져나갔다. 질문이 길어지는 걸 피하려는 듯 보였다.


‘근데 이윤은 괜찮은 건가. 이상하게 다들 그 부분은 궁금해하질 않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모양인데. 나중에 구찬혁에게 물어봐야겠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건 이유라였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유라라고 해요.”


“아아, 넵.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누나 반가워요!”


“반갑다.”


“반갑네. 반가워. 유명한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다니 즐거운 마음이 드는구나. 이번 탐험은 즐거울 것 같다네. 근데 이유라양은 블랙잭을 해본 적이 있나?”


이유라의 인사에 다들 나름대로 반응을 보였는데, 차태백의 반응이 이상하다. 꽤 흥분한 거 같아 보이는데. 이윤을 좋아하던 거 아니었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작게 미소 지으며 주먹을 꽉 지어 보이는 이유라의 모습에 다들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왔을 때랑은 반응이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출발한다.”


“넵!”


간단한 인사 후 우린 펜션 가까운 곳에서 관리 중인 게이트 출입구로 향했다.


***


“재밌네. 재밌는 의뢰야.”


창백한 피부.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마른 몸을 가진 기괴한 웃음을 짓는 사나이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이는 인적사항들을 살피며 웃음 지었다.


“요즘 너무 눈에 띄는 일을 많이 저질렀어요. 당분간 게이트 내에 계시는 게 좋겠어요.”


“그래서 여··· 여길 가라는 건가?”


“맞아요. 가있는 동안 정리해 둘게요.”


통통한 몸매의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답했다.


“레이첼. 아무리 그···래도 5등급 탐험가들이라니. 날 너무 무시···하는군.”


“그냥 휴가 간다고 생각해요. 자꾸 비각성자를 죽이고 다녀서 나도 골치 아프다고요! 얼굴까지 다 드러내고 생존자를 남겨두면 어떻게 해요?”


“그게··· 내 방식이다.”


“그것 때문에 우리 ‘레네세’의 입지가 어떻게 되고 있는 줄 몰라요? ‘눈’께서 명하신 거니 그냥 들어요.”


“······알···았다.”


“바로 가요. 들여보내줄게요.”


레이첼은 귀찮은 표정으로 남성을 이끌고 경기도 가평으로 향했다.

한적한 골짜기에 자리한 게이트를 향해서.


***


나는 게이트 입구로 가는 동안 이기후가 준 이유라의 능력치 일람을 자세히 살펴봤다.


[Lv : 35]

[신체능력 : 524.5]

[정신능력 : 726]

[특수능력 : 없음.]

[기술 : 궤도계산. 마법이해. 씹어 삼키기. 검은 공포. 마법 가루. 단단히 버티기.]

[마정 : 로어 엘프의 정수. 레드 퍼프의 정수. 스트릿 앤트의 정수. 검은 개의 정수. 흰나비의 정수. 다나플러트의 정수.]


이 톱스타가 레벨을 35까지 올리는 동안 알려지지 않은 것도 충격이긴 한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능력치와 마정의 상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잡캐지?

만능형은 무슨 그냥 이도저도 아닌 잡캐나 다름없다.


특히 정수들을 선택한 방향성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

8등급 1개, 7등급 2개, 6등급 2개, 5등급 1개. 등급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고.


거기다 레드 퍼프의 정수는 마력회로와 마력량, 회로시냅스를 올려주는 전형적인 마법사용 마정인데 반해 스트릿앤트의 정수는 힘, 내구력, 감응력을 올려주는 전사계열이 선택하는 마정이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마정들이 이런 식으로 상호보완적인 게 없는 그냥 따로 노는 형태였다.


‘물론 계열이 다른 마정들도 잘 혼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지만···’


이것들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덕분에 신체능력이나 정신능력도 어중간했다.


물론 단순히 신체능력이나 정신능력의 수치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긴 한다.

일단 이주원만 봐도 능력치만 놓고 보면 이런 식으로 신체능력과 정신능력이 둘 다 애매한 수준일 테니까.


중요한 건 그 능력치를 이루는 세부능력치이다.

신체능력만 보아도 힘 같은 공격에 관련된 능력이나 골강도, 피부강도, 내구력 같은 방어에 관련된 능력이 다 섞여 있다.

똑같이 신체능력이 500이라고 쳐도 공격계열로 500을 올렸는지 방어계열로 500을 올렸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랐으니까.


특정 능력치에 편중해서 성장했다면 그것만으로 하나의 역할을 맡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이유라는 아무리 보아도 능력치 분포가 겹치는 게 거의 없었다.

이것저것 다 애매하게 올려놨다는 말이다.


‘진짜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한 거지?’


화랑 탐험대의 팀원들은 능력치 편중이 심한 편이다. 한쪽에 완전히 올인한 느낌의 능력치랄까?

물론 다른 팀원들의 능력치를 직접 본건 아니다. 다들 나보다 레벨이 현저히 높아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을 거라 추측되는 마정들과 실제 전투 모습을 비교하면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이독 팀장은 신체 능력의 대부분이 근력 쪽에 몰려 있었다. 대신 몸의 강도나 내구력이 약할 테고. 구찬혁도 비슷할 거다. 또한 강력한 기술들을 사용하기 위해 마력도 어느 정도 올려 뒀을 거고.


반면 차태백은 신체능력의 대부분이 내구력과 체력에 집중되었다. 생각보다 근력은 약할 테고, 대신 그걸 마정으로 습득한 기술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일 테지.


이렇듯 자신만의 확실한 노선이 있어야 한다.

레벨업 때마다 오르는 능력치는 제한적이고, 흡수할 수 있는 마정의 숫자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근데 레벨 35에 마정을 6개나 먹은 상태인데 나보다 괜찮아 보이는 게 하나도 없다니···

물론 내 신체능력과 정신능력의 대부분은 내구력과 저항에 집중되어 있긴 하다만.


‘상승량도 말이 안 되긴 하지.’


나는 레벨업당 신체능력이 30, 정신능력이 41.5가 늘어났다.

레벨업당 15만 올라도 S+ 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이긴 하다만.

어차피 그것보다 중요한 건 마정과 장비이다.


‘특히 마정이 중요한데···저딴 식으로 채워 넣었다니.’


아직까지 사람들이 레벨업에 집중하는 건 지금이 3등급 마정도 몇 개 풀리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초수료반이 인기를 끌며 인재가 넘쳐나고 대 게이트 시대가 오면서 빠른

속도로 상위 마정들이 풀리겠지만 아직은 1,2등급 마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다들 각성자 등급에 목메고 있는 거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마정이다.

마정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치 상승은 상상을 초월했다.


내가 먹은 1등급 마정인 카악투라의 정수만 봐도 그렇다. 내구력과 저항, 힘 모두 계수가 높은 편에 속하는 능력치들이라 이 마정 하나만으로 늘어난 능력치가 신체능력 592에 정신능력 114였다.


사실상 레벨업으로 올라가는 능력치들이 다 소용없어 보이는 수준의 상승폭이다.

물론 그만큼 1등급 마정을 얻는 건 어려웠다.


“이유라양은 마법에 관심이 있나? 내가 마법전수에 일가견이 있다네. 물론 가격은 저렴하게 해 주겠네. 팀원이니 말이야.”


“아, 저 웬만한 마법은 전부 배웠어요. 아직 활용하는 게 어색하지만 노력할게요!”


“···그랬나? 알겠네. 역시 톱스타답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왔구나. 기특하네. 기특해.”


우리는 곧 게이트에 도착했고 빠르게 문 안으로 들어섰다.

검게 출렁이는 세상을 단절하는 문 안으로 몸을 집어넣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쏴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한 바람이었다.


철썩-. 파도가 치고 있었다.

황금빛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가엔 시원한 파도가 투명한 속내를 드러내며 육지에 몰려왔다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해변이네요?”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계곡의 울창한 나무들이 아른거려 눈앞의 해변이 신기루 같았다.

너무나 따스한 풍경이었다.


“오, 이번에는 쉽겠는데요?”


“그러게. 그 영감탱이가 웬일로 우리한테 이런 곳을 맡긴 거지?”


구찬혁과 차태백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해변가는 동급의 게이트 중 가장 난이도가 낮은 휴양소 느낌의 게이트였기 때문이다.

물론 팀 내 유일한 힐러였던 이윤이 빠졌기에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새로 편입한 이유라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김상식의 여자친구였던 이유나. 아마도 내 죽음에 밀접한 관련이 있을 그 여자와 이름이 묘하게 비슷하다.


‘외모는 다르군.’


외모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그냥 우연이라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 경계는 할 필요가 있겠다.


“이동한다.”


기대감과 흥분도 잠시.

이동을 시작하자 모두가 주변을 살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배테랑 탐험대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파도가 출렁이는 해변가를 거닐며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만들었다.

길게 늘어진 햇빛이 만든 기다란 그림자를 뒤편에 남기며.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백사장을 걸었다.


“따뜻하네···”


나는 따뜻한 햇빛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옷을 반팔에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이렇게 입으니 진짜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부럽네. 튼튼해서 갑옷도 필요 없고.”


차태백은 온몸을 튼튼한 갑옷으로 감싸고 있었다.

사실 탱커라면 누구나 저런 중갑주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처럼 방패 하나만 들고 다니는 게 특이한 일이겠지.


“바람도 선선하고 좋네요.


이유라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으며 말했다.


“······”


“······저기 그···”


지나치게 도드라지는 가슴을 간신히 가린 비키니 위로 속이 훤히 비치는 반팔 셔츠와 짧은 핫팬츠를 입은 이유라의 모습에 구찬혁과 차태백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시상식 같은 곳에서 드레스를 입는 것을 제외하고는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그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즐기던 이유라였기에 더욱 의외의 차림새였다.


덕분에 젊은 남성들의 심박이 빠르게 치솟으며 전방을 주시해야 할 구찬혁과 차태백의 눈길이 자꾸 뒤편을 향하려 했다.


“집중해라. 마물이다.”


이독 팀장의 음성이 들리고.

적절한 순간 파도 속에서 단단한 껍질을 가진 전갈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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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7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4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0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7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7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2 0 13쪽
»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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