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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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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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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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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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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월(逾越)(6)

DUMMY

2029.10.19 19:02


“정문 뚫렸습니다!. 대피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대피상황은?”


“아직 30% 정도입니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젠장···하필 다들 나가있을때 에 오다니.”


긴급을 알리는 경보음이 아프게 귓가를 울렸다.

실시간으로 태백산맥 내부에 지어진 유월의 본부가 공격당하고 있었다. 외부와 연결해 둔 2개의 문을 동시에 공격해 온 적들은 빠르게 방어마법진과 결계를 부수며 내부로 진입해 왔다.


유월 본부의 전역을 비추고 있는 수백 개의 화면 대부분이 불타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까. 막아야 할 적은 많고, 그들을 막을 병력은 한없이 부족했다.


본부를 지키는 병력을 확보하기 항상 철저하게 임무와 휴가를 나가는 인원을 통제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검은 두더지 공략’ 이후로 급박하게 일이 진행되다 보니 많은 인원이 본부를 나가 있었다.


‘ 설마 이때를 노릴 줄이야···’


생각보다 적의 스파이가 유월의 중심까지 뻗쳐 있던 모양이다. 가장 취약한 때를 노리고 쳐들어 온걸 보니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흘러나가고 있던 모양이다.


“모두 최선을 다 해라! 목숨을 걸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것밖에 없었다.


같은 시간.


“다행히 대장님이 계시니 어떻게든 될 거다. 모든 병력은 인원대피 및 중요물자 확보에 총력을 다 해라!”


본부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전원이 각성자로 이루어진 게이트국과 정보부, 그리고 그들에게 협력하는 길드와 대행업체의 인원들은 조금의 거리낌없이 보이는 모든 걸 부수고 죽이며 전진하고 있었다.


아무리 적이라도 투항 권고는 한번 정도 해볼 법한데, 적들에겐 자비가 없었다.

마물을 쓸어버리는 탐험가들 같았다. 같은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아니었다.


“세뇌당한 불쌍한 종자들이군.”


유월의 리더이자 대장. 이혜수는 밀려오는 적을 보며 짧게 읊조렸다.

저들의 눈이 왜 저런지 이미 알고 있었다. 흡사 가족을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를 대하는 듯한 태도와 눈빛.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저런 살의를 품을 수 있는 건 다 임한수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상교육을 했다. 조작된 이야기를 알려 주었고, 자신들의 적들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럴 수 없다. 저 지독한 악의는 약물과 최면에 의한 것이었다.

게이트국의 임한수 국장. 그가 가진 고유한 능력이 저들을 맹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임한수 밑으로 들어간 걸 후회해라.”


임한수를 죽이지 않으면 저들의 최면을 깨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이곳 유월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당히 대처하거나 막는 건 불가능했다.


[지옥업화]


그건 모든 것을 불태우는 불이었다. 지옥을 이곳에 현현시킨 듯 견딜 수 없는 화마가 이혜수의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피어올랐다.


“크아아악!”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방어마법을···!”


정문으로 오든 후문으로 오든 모두 한 곳에서 모이게 된다.

적의 습격을 대비해 만들어진 독특한 구조의 건물은 적을 한 군데 몰아두었고, 이혜수는 그런 적들은 단 일수에 쓸어버렸다.

50이 넘는 숫자가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아직 죽지는 않았으나 불타고 있는 적들은 그 배가 넘었다.


“으아아악! 불을···불 꺼!!!”


“제발 불 좀 꺼줘! 제바알!!”


살이 불타는 끔찍한 고통에 쓰러져 바둥대는 적들로 통로가 틀어 막혔다.

지옥의 불꽃은 훨씬 더 뜨겁고 집요했다. 웬만한 불엔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각성자들도 불타는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덕분에 시간을 번 유월의 사람들은 바쁘게 물자와 사람을 대피시켰다.


“1번 구역 정리 끝났습니다. 폐쇄 들어갑니다!”


“2번 구역 마무리됐습니다. 폐쇄 들어갑니다!”


순차적으로 대피가 끝난 구역들은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적들에게 어떤 정보도, 작은 이득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쿠구궁! 쿠궁!

외벽이 무너지며 각 구역을 연결하던 통로가 무너졌다. 산속에 지어진 본부이기에 통로가 무너져버리면 각 구역은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남겨지며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13개의 구역이 차근차근 폐쇄되는 사이 적의 본진이 밀고 들어왔다. 아직도 불타고 있는 아군을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며 유월의 중앙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선두엔 베레모 모자를 쓴 늙었지만 다부진 인상의 남성이 있었다.


“이혜수. 오랜만이군.”


“이차령. 네가 직접 왔구나.”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군내 특수부대인 마물특전대의 대장인 이차령 특전대장. 그가 직접 이들을 이끌고 있던 모양이다.


“건강해 보이는군. 도망 다니느라 잠도 못 자고 피곤에 찌들어 있을까 싶었는데. 보기 좋아 보이는군.”


“그래. 그 시절보단 좋아. 더 인간답게 사는 중이야.”


“그런가. 그래도 난 그 시절이 그립단말이야. 그땐 정말로 살아있는 기분이었지.”


“난 지금이 그래. 진짜로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임한수 밑에서 죽어가는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


한때의 동료이지만 지금은 적이 된 이들. 게이트 발생 초기 목숨을 걸고 게이트에 들어갔던 탐험가들이자 영웅들. 그들이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하며 싸우게 된 건 결국 임한수 때문이었다.

그 한 명의 사상과 판단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뛰어나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지. 우리에겐 대의가 있다. 변절자인 너희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우린 인간을 위할 뿐이야. 국가를 내세워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임한수와는 달라. 그는 결국 자신만을 생각할 뿐이다.”


“궤변이군. 국가를 배신하고 변절자로 낙인찍혀 이렇게 숨어 지내야 하는 것들이. 말만 많구나.”


“그럼 그만 말하고 덤벼. 오랜만에 실력 좀 볼까?”


이차령의 말을 들은 이혜수의 눈이 초록빛을 띠었다. 마력이 끌어 오르며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래. 오랜만에 겨뤄보네. 이번엔 중간에 멈추는 거 없을 거야. 여기서 죽게 해 줄게.”


“재밌구나. 해봐.”


이차령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옷을 찢고 나온 피부는 회색빛을 띄었고, 크고 두터운 근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톱이 날카롭게 자라났고, 길게 찢어진 입술사이로 길쭉한 송곳니가 튀어나왔다.


마물의 능력을 신체에 체화(體化)시키는 마물화의 능력이었다.

거대한 육식동물로 변한 이차령은 으르렁거리며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이혜수를 바라보았다.


“우습구나. 마물을 때려잡는다는 특전대의 대장이 마물이 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이혜수의 손에 거대한 불꽃이 넘실거렸다.

한국 최고의 불꽃을 다룬다는 자부심을 가진 이혜수의 몸은 금세 붉은 불꽃에 휩싸였다.

이혜수를 따르던 이들도, 이차령을 따르는 이들도 뒤로 멀찍이 물러나야만 했다.

휩쓸리는 순간 적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소멸시킬 힘이 눈앞에서 격돌하려 하고 있었다.


“모두 물러나라.”


“다들 끝까지 물러나. 어차피 여긴 끝났다.”


모두가 광장 끝까지 물러난 순간. 둘의 격돌이 시작됐다.

시작은 이차령이었다.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5미터에 달하는 육체가 순간이동하듯 이혜수의 앞으로 이동했다.


쿠콰쾅!!!


이차령이 움직인 공간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동시에 휘둘러진 그의 팔이 어마어마한 힘을 안고 이혜수를 뭉개버렸다.


콰광!!!


불꽃으로 변해 공격을 벗어난 그녀는 마력을 담은 손짓으로 이차령의 발밑에 불기둥을 만들어냈다.


“크아아악!”


검게 그을린 이차령이 불기둥을 벗어나 다시 이혜수를 노렸다.

어마어마한 내구력과 체력, 힘을 가진 이차령은 이혜수의 불꽃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콰광! 콰과광!!


아름다원던 본부의 광장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아름답게 조경된 꽃과 나무는 모두 불탔고,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전부 무너졌다.

모든 것이 불타올랐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전쟁이 난다고 해도 보기 힘들 것 같은.

지구 멸망의 순간을 목도한 것 같은 강렬한 충격에 모두가 말을 잊고 그 싸움을 지켜보았다.


“강해졌구나. 이혜수.”


“너도 더 튼튼해졌네.”


한때는 적을 막던 가장 든든한 방패였던 이가. 한때는 적을 휩쓸던 가장 강력했던 마법이.

이젠 서로를 향한 채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시간은 모든 걸 바꾼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되었다.

동료는 적이 되었고, 영웅은 배신자가 되었다.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을 거라 믿었던 자들이 서로가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고 반목하며 결국은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했던 이들은 결국 서로를 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죽여야 한다.’


이혜수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야만 한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였다.

수없이 많은 동료들이 죽어갔다. 가장 단단했던 방패가 적으로 돌아섰을 때 우린 너무나 무력했다.

그랬기에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본 채 속절없이 죽어야 했다.


수많은 동료를 잃었다. 수많은 친구와 가장 사랑했던 연인을 잃었다.

그럼에도 복수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미 정부기관을 장악하고, 언론을 장악한 임한수는 손댈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군의 최고실세가 된 이차령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던 그들 중 하나가 지금 눈앞에 홀로 서있었다.


‘오늘은 다를 거다.’


유월의 본부는 단순히 숨어 있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찾아올 적을 섬멸하기 위한 그 무엇보다 위험한 함정이기도 했다.


“13 구역까지 전원 대피 끝났습니다!”


부관의 외침이 들려온다. 슬슬 끝낼 시간이다.


“즐거웠다. 이차령. 부디 지옥에 떨어지길.”


이헤수의 몸이 떠오르며 초록빛을 내뿜었다. 그년 전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활성화했다.


“이곳에 그대로 묻혀라.”


[유황불의 감옥]


광장 전체에 밝은 선이 그려졌다.

선은 기이한 도형을 품고 본부 전체를 뒤덮었다.


“크르륵. 이건 뭐냐!”


짐승이 울부짖는 끔찍한 소리로 이차령이 소리쳤다. 온몸을 옥죄는 강력한 마력의 압박감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이 육체를 얻고 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떤 적을 마주하던 어떤 함정에 빠지던 가볍게 이겨냈던 강력한 육체가 처음으로 말을 듣지 않았다.



“뭐냐···! 그르륵!”


끌어 오르는 침을 뱉어내며 이차령이 소리쳤다.

바닥에 엎드린 이차령은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리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두 팔로 상체가 엎어지는 걸 막기 위해 바닥을 밀어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너와 임한수를 잡기 위해 만든 최강의 결계야. 네놈들이 만든 검은 두더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


“이··· 개 같은 년이!”


“그래. 그래야 너답지. 어깨에 별을 달더니 점잖은 척하는 게 얼마나 보기 싫던지. 그렇게 가볍고 경박한 게 너잖아.”


“이 씨발···!”


침을 질질 흘리는 이차령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져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숨을 몰아쉬었다.


“임한수도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너라도 이렇게 붙잡아 다행이야. 떠나간 이들의 한이 조금은 풀리길.”


빛이 점점 더 강해지고 이차령을 누르는 거대한 기운이 더욱 힘을 얻었다. 동시에 본부의 거대한 외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벽이 움직인다!”


“통로가 닫히고 있어! 빠져나가야 해!”


“하지만 대장님이!”


“이 병신아! 일단 나가!”


이차령의 부대원들은 모두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 누구도 이차령과 함께 최후를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세뇌당해 앞뒤분간 없이 달려들던 이들은 모두 죽었고, 의식이 있던 이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래. 그렇게 개처럼 도망쳐라.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는 게 우습구나.”


우스웠다. 수십 년간 권력을 잡고 걸어온 길이 저 모양이라니. 동료를 버리고 선택한 길이 겨우 이까짓 것이었다니.


“그만 가라.”


“······!”


더 이상 말도 내뱉지 못하는 이차령의 눈에 자신을 덮쳐오는 벽이 보였다. 그 거대했던 본보의 외벽이 접히고 접혀서 공간을 압축하고 있었다.

이혜수는 그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며 유일한 출구로 뒷걸음질 쳤다.


쿠궁!!!


벽이 닫혔다.

수십 년을 증오해 왔던 적의 무덤을 두고 이혜수는 알 수 없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후우······ 부디 지옥이 있기를.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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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1 0 13쪽
» 유월(逾越)(6) 24.03.26 47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6 0 13쪽
44 유월(逾越)(4) 24.03.21 55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2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90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4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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