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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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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쿡
작품등록일 :
2024.01.15 10:31
최근연재일 :
2024.04.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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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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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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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월(逾越)(4)

DUMMY

첫 시작은 해커였다.

조세은은 먼저 중앙 의료원을 경비하는 수도 방위 사령부 산하의 ‘도시 경비대’에서 근무 중인 해커를 찾았다.


전투인원이야 차고 넘치겠지만 이런 전문 분야별 인원은 많지 않았다. 결국 담당 해커 한 명을 설사병으로 며칠 고생하게 만드는 걸로 준비는 끝이 났다.


목표가 있는 병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비상 상황시에 이루어지는 경비 프로토콜과 VIP 전용 통로도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에 오드의 예언도 있었다.


‘장담하지. 이철진을 배신자로 만들고 바로 그의 동생에게 암살자를 보낼 거다.’


설마 했지만. 그것도 맞았다.

혹시 모른다며 며칠 전부터 병원을 감시 중이던 이철진도 배신자로 공표하자마자 암살자를 보낸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뿐이었다.

썩어빠진 놈들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후로도 작전은 순조로웠다. 간단한 해킹으로 스스로 병원 내부에 갇혀버린 경비대를 뒤로 하고 유유히 빠져나가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게 아무 변수가 없어 보였던 작전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올 줄은 몰랐네.”


“뭐야, 여길 어떻게 알았어?”


탈출용 차량이 있는 골목에 막 당도한 이두한과 이철진은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 의외의 인물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는 정장에 얇은 코트를 걸친 잘 차려입은 젊은 남성이었다.


“이야, 역시 정보부의 브레인답네. 저 쥐새끼들이 여기로 올 걸 어떻게 알았을까.”


정보부의 해결사이자 암살자인 코드넘버 4. 통칭 4호로 불리는 남성은 갈고리 모양의 무기를 꺼내 쥐었다.

정보부에서도 거의 모든 일들을 아우리는 천재이자 넘버가 아닌 고유 코드로 불리는 블러드. 그의 말대로였다. 적은 그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허탕 치나 했는데 이런 행운이 있나. 다른 쪽으로 갔으면 섭섭했을뻔했잖아!”


신이 나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약한 놈들은 썰어도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날카로운 사선 위에서 생사를 건 칼부림을 벌일 때만큼 즐거운 일이 없는데. 그동안 도통 위기감을 주는 상대가 없었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눈앞에 있는 두 개의 먹잇감은 그런 잔챙이들과는 달랐다.

4호는 적을 발견하면 바로 지원을 부르라던 지시를 무시하고, 혼자 이 먹잇감들을 독차지할 생각이었다.


“너희 쪽도 똑똑한 사람이 있나 보네. 근데 우리 쪽에도 있거든. 똑똑한 사람.”


이두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골목 안으로 거대한 체구의 남성이 뒤뚱거리며 들어왔다.

인간보다는 공에 가까운 둥근 체형을 가진 남성이 간신히 이두한의 뒤에 와서 섰다.


“저거 맡길게. 일단 지시대로 해야 하니.”


이두한은 전투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강자를 찾아다니는 성격이었다. 적을 보고 물러나는 법이 없었고, 자신보다 강한 적을 만나도 즐거워하면 즐거워했지,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작전은 작전이다. 이두한은 호승심보다 작전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워워~ 이게 무슨 소리야? 먹잇감이 둘에서 셋으로 늘었는데. 다 거기 서있어. 하나도 못 도망간다.”


“······”


거대한 덩치의 남성이 앞서 나왔다. 그는 뒤룩뒤룩 찐 살점 사이로 간신히 뜨인 실눈으로 4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 돼지는?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하네.”


“넌 정보부 소속인가?”


“글쎄다. 날 이긴다면 알려줄지도?”


4호는 먹잇감과 오래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답과 동시에 달려들어 갈고리를 관자놀이로 휘둘렀다. 바람과 같은 움직임은 잔상을 남기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쿡. 요상한 소리와 함께 머리에 갈고리가 닿았다. 하지만 두터운 피부를 뚫어내진 못했다.


“이게 무슨···”


꽈아악. 4호의 팔을 잡아낸 거구의 남성이 뒤쪽으로 휙 하고 던져버렸다. 줄 끊어진 풍선처럼 하늘을 날던 4호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두 발로 착지했다.

이두한과 이철진은 그 사이에 차량에 탑승했다.


“먼저 갈게. 이따 보자고!”


“······”


“과묵하기는. 간다!”


차량은 빠르게 골목길을 빠져나가 도로에 합류했다. 퇴근길 차량들에 합류하는 사이 차량은 완전히 다른 모양과 색으로 바뀌었다. 유월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차량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차량들 속으로 사라졌다.

4호는 일그러진 얼굴로 오드를 바라보았다.


‘뒤뚱거리던 건 눈속임이었나.’


손을 낚아채고 뒤로 던질 때의 움직임은 빠르고 간결했다. 속도로는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4호의 자부심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날 속여? 꽤 빨랐네.”


가장 악질적인 범죄자, 사이코패스들을 모아 만든 부대가 있다.

청무대(靑蕪隊)라 이름 붙여진 그 곳에서 인권 따윈 없는 개 같은 훈련 과정을 통해 선발한 자들만이 넘버를 부여받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모두 자신의 실력에 과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랬기에 인정할 수 없었다.

저 덩어리가 자신보다 빠르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간다. 다시 받아봐라.”


순간 4호의 모습이 허공에서 지워지듯 사라졌다가 오드의 뒤에서 나타나 갈고리를 휘둘렀다.

고위 마법사들 중 일부가 사용하는 단거리 순간이동 마법인 블링크(Blink)에 비견될만한 속도였다.

하지만.


퍽. 갈고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부 위를 맴돌 뿐이었다.


“이 자식이!”


마력을 머금은 갈고리가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며 오드의 몸을 수십 차례 베어냈다.

절삭력을 극도로 올린 갈고리에 베인 오드의 옷이 걸레짝처럼 찢어지며 맨살을 드러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복부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흉터. 피부 곳곳에 있는 자국들은 화상과 자상이 뒤섞인 흔적이었다.

4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끔찍했던 청무대에서도 이런 사람은 보지 못했다. 대체 어느 정도의 고문과 학대가 있어야 이런 몸이 만들어질지 짐작되질 않았다.


“나는 오드다. 앞으로 너희 모두의 악몽이 될 이름이니 기억해 둬라.”


“···지랄하지 마. 악몽은 이미 충분히 겪었다!”


4호는 정수의 힘을 이끌어냈다. 그가 얻은 빅모스키토의 정수에 담긴 힘이 그의 피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동시에 심장이 강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피가 미친 듯이 빠르게 혈관을 타고 돌았다. 피부와 머리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받아봐라.”


갈고리가 붉은빛을 뿜더니 곧 허공에 수백의 붉은 선을 만들었다.

붉은 선은 하나하나에 강력한 힘을 담은 채 오드의 전신을 난자했다. 어마어마한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휘두르는 속도가 음속을 가볍게 돌파하며 소닉붐(Sonic boom)을 만들었고,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골목길 주변에 있는 건물의 외벽이 금이가더니 급기야 부서지며 무너져내렸다..


콰광! 콰과광!


흙먼지와 수증기가 자욱해진 골목길에서 4호는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헉···헉···”


신체에 끔찍한 후유증을 남기는 기술이었지만 그만큼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순간적으로 목표로 한 지점의 공간 자체를 찢어버릴 수준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수증기와 흙먼지가 가라앉은 그곳엔.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있는 오드가 있었다.

찢긴 옷가지 말고는 처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나는 너희들의 악몽이다. 기억해라.”


오드의 주먹이 커졌다. 4호의 눈엔 분명 그렇게 보였다. 집채만 한 주먹은 4호의 전신을 짓뭉개듯 짓쳐들었다.


퍼억. 단 일격에 피떡이 된 4호가 바닥을 뒹굴었다.


“커억··· 허억···”


간신히 숨을 내뱉었다. 전신의 뼈가 조각난 느낌이다. 갈비뼈 일부가 폐를 찔렀는지 숨쉬기가 무척 괴로웠다.


“무···무슨···”


“죽이진 않겠다. 내 이름을 알려야 하니.”


오드는 두툼한 손바닥을 4호의 이마에 댔다. 손바닥에선 검붉은 빛이 번쩍였다 사라졌다.


“크아악···으으으···”


웬만한 고통엔 눈썹하나 까딱 안 할 4호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이마에 새겨진 무언가가 일으킨 고통 때문이었다.

피부가 아니라 뇌에 직접 새겨지는 것 같은 전신이 쪼개지고 찢기는 감각에 4호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다.


“전해라. 오드가 너흴 찾아갈 거라고.”


덩치가 떠났다. 그가 떠나고 한참 후에야 잦아든 통증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크윽. 이 시발새끼가.”


핏물을 뱉어낸 4호는 부서진 몸으로 간신히 포션을 꺼낸 뒤 들이마셨다.


“죽여버리겠다. 이 개자···으아아아악!”


덩치의 얼굴을 떠올리자 이마에서 또 끔찍한 통증이 시작됐다.

그가 보지 못하는 이마엔 검붉은 글씨로 ‘살인자’ 라 적혀있었다.


***


“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조세은은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미 한참 전에 왔어야 할 오드가 오지 않고 있었다.


‘설마 당한 건가? 아니, 설마···’


천하의 임한수국장이 레벨 D등급에 몰래 숨겨둔 사람이다. 이 정도의 일도 해결하지 못할리는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불길한 생각이 들어왔다.


‘아니, 고문을 너무 당해서 약해졌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1번 방의 괴인인 이현태. 그도 아직 몸을 회복하기 위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으니까.


“안 되겠다. 내가 가서···”


띠딕. 스마트폰을 울리는 소리에 조세은은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 저녁까지 돌아가마.]


오드였다.


“이 개자식이 뭔 헛소리야!”


재빠르게 오드의 몸에 심어둔 추적기를 확인했지만 이미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다. 오드의 위치를 띄워야 할 화면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으아! 뒤졌다 진짜!”


조세은의 분노에 찬 외침은 멀리 오드에게 닿지 못하고 있었다.


***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를 옹호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단 한 명도 남김없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호사장.”


죽여야 할 이름이 많다. 수년간 고문을 당하며 끊임없이 되뇌었던 이름들이다.

죽지 않는 신체를 가졌기에 어떤 고문을 가해도 상관없었다. 고문을 가하던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은 없었을 거다.


나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끔찍한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버텨내기엔 너무나 길고 끔찍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복수를 다짐하며 복수해야 할 대상들을 잊지 않는 것.


고통이 새겨질 때마다 더욱더 강하게 복수심을 불태우며 그들을 떠올렸기에 나는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하나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신림.

본래 수많은 불법 장물아비들이 넘치던 이곳은 지난 몇 년간 하나의 인물에 의해 통합되었다.

게이트국을 등에 업은 호사장이란 인물에 의해 완전히 일통 된 것이다.

이제는 거대한 하나의 상가단지가 된 곳에서 나는 뒤뚱거리며 상가 안에 들어갔다.


“자~ 오세요. 오세요. 쌉니다!”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입니다. 기억력 포션이에요. 개당 3백만원! 폭탄 세일 중입니다!”


“호그아이의 피! 정력에 좋다는 귀한 물건이 들어왔어요!”


가게들은 경쟁적으로 자신들을 홍보했다. 모두가 경쟁하며 성장하는 것.

그게 호사장이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강제로 손님을 잡아끌지는 않았다. 오로지 큰 목소리로 유혹할 뿐이었다. 이 또한 호사장의 생각이었다.

퇴근길에 이곳에 들린 사람들로 가득 찬 상가를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으앗! 아니 어떤···”


“아이 뭔데 치고 지나가는···으흠.”


몸이 너무 커져서 자꾸 사람들과 부딪힌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해하고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걸음은 느렸지만 가장 빠른 길로 호사장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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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강릉(5) 24.04.03 31 0 13쪽
51 강릉(4) 24.04.02 37 0 12쪽
50 강릉(3) 24.04.01 38 0 12쪽
49 강릉(2) 24.03.29 42 0 12쪽
48 강릉(1) 24.03.28 47 0 12쪽
47 유월(逾越)(7) 24.03.27 50 0 13쪽
46 유월(逾越)(6) 24.03.26 46 1 13쪽
45 유월(逾越)(5) 24.03.22 55 0 13쪽
» 유월(逾越)(4) 24.03.21 55 0 12쪽
43 유월(逾越)(3) 24.03.20 61 0 13쪽
42 유월(逾越)(2) 24.03.19 60 0 15쪽
41 유월(逾越)(1) 24.03.18 68 1 13쪽
40 5번방의 괴생명체 24.03.15 71 0 15쪽
39 음모(2) 24.03.14 74 0 15쪽
38 음모(1) 24.03.13 71 0 16쪽
37 랭커가 되다(3) 24.03.12 74 0 13쪽
36 랭커가 되다(2) 24.03.11 75 0 13쪽
35 랭커가 되다(1) 24.03.08 78 1 12쪽
34 새천년(2) 24.03.07 88 0 14쪽
33 새천년(1) 24.03.06 82 1 13쪽
32 침식당한 학교(2) 24.03.05 87 1 14쪽
31 침식당한 학교(1) 24.03.04 89 0 14쪽
30 두 번째 게이트 탐험(6) 24.03.01 93 0 14쪽
29 두 번째 게이트 탐험(5) 24.02.29 98 1 14쪽
28 두 번째 게이트 탐험(4) 24.02.28 103 1 14쪽
27 두 번째 게이트 탐험(3) 24.02.27 103 0 13쪽
26 두 번째 게이트 탐험(2) 24.02.26 1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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