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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최근연재일 :
2022.12.28 22:25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73,992
추천수 :
2,527
글자수 :
469,180

작성
22.12.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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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7쪽

카탈리나 공국(2)

DUMMY

“아무래도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


허리춤의 레이피어를 꺼내든 니콜라스가 칼날을 소녀의 미간에 들이밀었다.

특이하게도 칼날 역시 검집과 같은 검은색이었다.


“얌전히 있거라. ”

“... ”

“자네들도 일어나도록. ”

“뭐야? 이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이 어디서 명령질을... ”

“야, 임마! 입 조심해! 저 칼은... ”

“흑검 클레멘스? ”

“크, 클레멘테 백작님! ”


띠꺼운 표정이던 사내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죄, 죄송합니다! 소인들이 감히 백작님을 몰라 뵙고! ”

“됐으니 말하라. 어찌 된 일인가? ”

“하... 그게 말입니다! 막 부두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있는데 이 년이 갑자기 배밑에서 튀어나오지 뭡니까? 아무래도 밀항을 한 원주민인 모양인데, 보셨다시피 귀한 봄 수박까지 훔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요! ”

“도둑 아니야! 이건 원래 내가 키우던 거라고. 언니 생일에 올리려고 아껴둔 건데 저놈들이 멋대로 따 간 거란 말이야! ”


항의하는 소녀와 사내를 번갈아서 쳐다본 니콜라스가 이윽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분증은 있나? ”

“예! 여기 제 모험가증입니다. 야, 뭣들 해? 너희도 보여드려! ”

“신분증? 그게 뭔데? ”


소녀의 질문을 깨끗하게 무시한 니콜라스가 사내들이 품에서 꺼낸 증서를 받아 읽었다.


“흠. 좋다. 도둑의 처분은 공국법에 따라 자네들에게 맡기지. 단, 아직은 어리니 손목을 자르지는 말고 노동으로 배상받도록. ”

“예! 감사합니다. 뭐해? 어서 이 년 끌고 가! ”

“이, 이거 놔! 나 도둑 아니야! 도둑 아니라니깐? 야! ”

“가시죠. 이미르 공. ”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 대답했다.


“그냥 이렇게 가도 되는 겁니까? ”

“소란에 말려들게 한 점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애 말입니다. 지금 양쪽 주장이 완전히 반대인 것 같은데요? ”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뾰족한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

“예? ”

“절도 혐의를 받는 신분증도 없는 밀항자가 제국어조차 하지 못해서야 사정을 봐주려 해도 봐줄 수가 없지요. 성채로 압송되어 죗값을 받는 것보다는 저들 선에서 끝나는 편이 저 소녀 입장에서도 나을 겁니다. ”


...아, 그런 건가.

아무래도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 중에서 나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멀어져가는 소녀와 사내들을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가시지 않는 찝찝함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놔! 이거 놔아! ]

[야! 근데 이젠 어떡할 거냐? ]

[어떡하긴? 최대한 부려먹어서 뽑을 만큼 뽑아내야지. 저 년 때문에 매대 맨 앞에 놓을 최상품이 박살났는데. ]

[놔! 놓으라고, 이 도둑놈들아! ]

[보다시피 요 모양인데? 뭔 수로 일을 시켜? ]

[적당히 손봐주면 다 얌전해지게 돼있어. 백작님도 손을 자르지 말라고 했지 때리지 말라고는 안 했잖냐. ]

[망할 새끼들아! 이거 놔라고오옥! ]

[아! 반항하지 마라? 확 던져버리기 전에! ]

[지치지도 않나 보네, 이 야만인 년. ]

[야! 차라리 그냥 에드한테 팔아버릴까? ]

[에드? ]

[에드라면 그 노예, 아니, ‘하인중개상’ 말이지? ]

[딱 그 녀석이 환장하는 스타일이긴 하거든. 젊은 금발 여자. 원주민 치고는 얼굴도 반반하고. 잘 쳐줄 것 같은데? 깨끗한 은화 너댓 닢은 족히 받을 거야. ]

[하긴 이 정도 생겨먹은 계집이면 그쪽이 쏠쏠하긴 하지. 요기랑 요기에 흠은 좀 있지만. ]

[... ]

[그래, 그래. 팔아버리자! 어차피 연고도 없는 원주민 밀항자잖아? 후환도 없을 거 아냐. ]

[야야, 근데 그럴 거면 나부터 재미 좀. 크흐흐... ]


‘저건 아닌데. ’


생판 남이라지만 이래서야 내버려 둘 수가 없겠다.


“이봐! 거기! ”


내 외침에 소녀를 허리춤에 끼고 가던 사내가 돌아섰다.


“엥? 넌 또 뭔... ”

“얌마! 아까 백작님이랑 같이 있던 거 못 봤어? 말 낮춰! ”

“크흠! 무슨 일이십니까요? ”

“그 녀석을 데리고 뭘 할 작정이지? ”


남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민머리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표로 나섰다.


“그야 변상을 시켜야지요. 이 도둑년 때문에 모처럼 딴 봄 수박이, 그것도 최상품이 박살이 났는데 그 값은 호송을 맡은 저희들이 배상해야 하니까요. ”

“얼마인가? ”

“예? ”

“변상해야 할 금액이 얼만지 물었다. 사실 저 수박을 깨뜨린 건 저 애가 아니라 나니까. ”

“아아! 고것이... ”


뜸을 들이던 그가 입맛을 다셨다.


“그, 아시겠지만 봄 수박이란 게 워낙 귀한 물건이지 말입니다. 크기나 품질도 공작님께 진상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의 상품이라서요. 은화로 치면 족히 다섯 닢은 나갈 겁니다요! ”


바가지가 빤했지만 흥정할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로브 안쪽에 매달아둔, 호손을 떠나기 전에 프란츠에게서 받은 가죽주머니를 열었다.


‘...전부 금화네. ’


프란츠 녀석, 은화도 조금은 섞어주지.

아깝기는 했지만 여기서 거스름돈을 요구해봐야 일만 더 귀찮아질 듯했다.


“가져가라. 금화 하나가 은화 12닢이라고 들었으니 이거면 충분하겠지. ”


-팅!


“오오? ”


손가락을 튕기자 마치 금화와 교환하듯이 소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꽥! ”

“괜찮니? ”


까진 무릎을 쓰다듬던 그녀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넌 뭐야. ”

“나는 이미르라고 한단다. 저 북쪽의 호손에서 카탈리나 공작님의 초대를 받고 여기에 왔지. 넌 누구니? ”

“공작 전하의 손님이 내 출신과 이름은 알아서 뭐 하게. ”


퉁명스레 대꾸한 녀석이 이윽고 작게 덧붙였다.


“...남쪽에서 온 니아야. 니아 에디슨. ”


그녀의 대답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흘 전, 호손 성에서 베일의 귀부인과 밀담을 나눈 그날 내려왔던 세 번째 신탁의 내용이 뇌리를 스쳤다.


[선택목표 ‘멘로 파크의 마법사’가 주어졌습니다. ]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십시오. (0/1)

-상태 : 진행 가능


‘어쩌면 얘가... ’


그때였다.


[진행 중인 신탁의 현황이 갱신되었습니다! (확인하기) ]


갑자기 뜬 반투명 메시지가 쐐기를 박았다.


[선택목표 ‘멘로 파크의 마법사’가 주어졌습니다. ]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십시오. (0/1)

-상태 : 진행 가능 -> 진행 중 (방금 갱신됨)


‘역시. ’


괜히 제목이 ‘멘로 파크의 마법사’가 아니었구나. 하마터면 시작부터 놓칠 뻔했네.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 니아가 물었다.


“근데 너 남방어를 알아? ”

“그런가 보네. ”

“어떻게? ”

“어쩌다 보니. ”

“... ”


잠시 벙 찐 표정을 지은 그녀가 되물었다.


“아무튼, 그래서 날 어떻게 할 작정인데? ”

“어떻게 할 생각 없어. ”

“거짓말. 인간이 아무런 목적 없이 금화를 쓸 리가 없잖아. ”


그건 그렇지.

원래는 그저 구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이 녀석이 신탁과 관련된 것을 알게 된 이상 이대로 보낼 수는 없겠다.


“나랑 같이 후안 성으로 가자. 어차피 너 혼자서는 먹을 것도 묵을 곳도 마땅치 않을 거 아냐. ”

“아. 때 빼고 광낸 뒤에 잡아먹으려고? ”

“뭔 소리야. ”


릴리와 니콜라스가 다가온 건 그때였다.


“미르 씨! 어떻게 된 거예요? ”

“보셨다시피 저들에게 값을 치르고 이 친구의 신병을 양도받았습니다. ”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

“놈들이 얘한테 접시닦이나 며칠 시킬 생각이었으면 저도 가만히 있었겠죠. ”

“예? ”

“묻겠습니다만, 아까 말씀하신 ‘노동’에 인신매매와 매춘도 포함됩니까? ”

“당연히 아닙니다. 이곳은 여신님께서 보우하시는 리카 제국의 왼발인 카탈리나 공국입니다. 노예와 창부의 자리는 공국법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미간을 팍 찌푸린 니콜라스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한데 이미르 공. 그 말씀은 설마... ”

“아무래도 저들의 뒤를 조사해 보셔야겠습니다. 녀석들이 사고파는 게 수박만이 아닌 것 같거든요. ”

“그런... ”


눈앞의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야! 근데 너 남방어는 어디서 배웠어? 얼굴도 희멀건한 게? ”


갈색 피부의 소녀만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 * *



카탈리나 공국의 성채 후안 성으로 향하는 마차 안.

나는 맞은편에 앉은 소녀에게 사과했다.


“아까는 미안했다. ”

“뭐가? ”

“너한테 돌 던진 거. ”

“아아. ”


구릿빛 피부의 소녀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도둑인 줄 알고 그랬던 건데, 뭐. ”

“이해해줘서 고맙다. ”

“근데 너 엄청 잘 던지더라? 생긴 거랑 다르게. 던지는 자세도 희한했고. 외국의 전사 출신이야? 아니면 투포환 선수? ”

“굳이 말하자면 야구겠지. 아마추어지만. ”

“야구? ”

“내 고향의 인기 스포츠야. 아무튼... ”


나는 자세를 고치고 화제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네가 날 이해시켜줘야 할 차례 같은데. ”

“뭘? ”

“왜 제국어를 모르는 척 한 거야? ”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하하... 눈치 챘구나? 하긴 넌 남방어를 아니까. ”

“그뿐만이 아니지. 더 이상한 게 있어. ”


나는 손깍지를 끼고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왜 자진해서 인신매매를 당하려고 했던 거야? ”

“... ”


녀석은 이번에는 정말로 놀란 눈치였다.


“무슨... ”

“넌 제국어를 할 줄 알아. 적어도 듣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 그런데 줄곧 격렬했던 저항이 노예상에게 널 넘긴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뚝 멈췄어. 보통은 오히려 더 거세게 반항하는 게 정상인데 말이야. ”

“... ”

“어째서야? ”

“후우. ”


한숨을 쉰 소녀가 목 뒤로 손깍지를 끼더니 몸을 젖혔다.


“나 참. 너는 그걸 알면서도 날 데려왔고? ”

“제 발로 사지에 들어가는 애를 내버려둘 위인은 못돼서. ”

“흐응. ”


슬쩍 입꼬리를 올린 그녀가 대답했다.


“맞아. 원래는 그 녀석들한테 일부러 끌려갈 생각이었어. ”

“왜? ”

“누구를 좀 찾고 있거든. ”

“누구를? ”


니아가 로브 깊숙이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칠흑 같은 검은색의 펜던트였다.


“어때? 예쁘지? ”


가운데의 로켓을 열자 사진처럼 세밀한 초상화가 나왔다.


서로 딱 달라붙어 웃고 있는 한 쌍의 소녀들.


백색에 가까운 옅은 색의 금발은 공통이었지만 한 명은 건강해 보이는 갈색 피부와 녹색 눈동자를, 한 명은 비칠 듯이 창백한 흰 피부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전자는 지금 내 눈앞에 있었고 후자는 불과 10살 남짓 될까 싶은 어린애였다.


“동생이야? ”

“응. ”

“혹시 친동생? ”

“...응. ”

“그렇구나. ”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니아가 눈을 크게 뜨더니 되물어왔다.


“어? 더 안 물어봐? ”

“왜? ”


오히려 캐묻지 않는 것을 떨떠름해하는 반응.

그 이유를 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친자매임에도 생김새가 다르다.

그냥 안 닮은 정도가 아니라 피부와 눈 색에 이르기까지.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초상화를 보자마자 확신했다.


백색증(Albinism).


체내에 멜라닌 색소가 없거나 부족해서 피부와 머리카락, 홍채가 하얀색을 띠게 되는 희귀 유전질환.


눈은 백색이 아닌 적색이지만 그건 홍채에 색소가 없어서 눈의 혈관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 탓이다.


녀석의 말대로 둘이 친자매 사이인데 피부와 눈 색이 이렇게나 차이난다면, 심지어 한쪽의 생김새가 은발적안에 가깝다면 과학적으로는 그것밖에 있을 수가 없다.


내게는 누구보다 친숙한 병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바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이곳 사람들은 의심과 궁금증을 못 이기고 몇 번씩 되묻고는 했겠지.


아니나 다를까 니아가 제풀에 물어왔다.


“진짜로 안 궁금해? ”

“안 궁금해. 알고 있으니까.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멜라닌 합성 결핍증이지. ”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고는 아차 싶었다.


과학도인 내게야 ‘돌연변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가치중립적인, DNA가 변이해서 원본과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할 뿐이지만, 내 세계의 사람들조차 돌연변이라고 하면 방사능을 맞고 초록색 괴물로 변하는 것 따윌 떠올리곤 하니까.


어린 시절 지구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보육원에서 간식으로 바나나가 나왔던 날, 혼자 도서실에 틀어박힌 여동생이랑 나누었던 얘기가.


[여기 있었구나! 안 보여서 한참 찾았네. ]

[... ]

[거기서 뭐해? 오늘 너 좋아하는 바나나 나오는 날인 거 몰랐어? ]


바닥에 쭈그려 앉은 녀석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눈시울이 붉었다.


[뭐야! 누가 또 괴롭혔어? 언 놈이야! 당장 내가... ]

[아, 아니야! 그냥 내가 엿들은 것뿐인걸. ]

[그게 괴롭힌 거지! 누가 감히 내 동생을 욕해? ]

[욕은, 아닌데... ]


두 팔로 무릎을 감싼 그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애들이 나보고 돌연변이래. ]

[... ]


어젯밤 자유시간에 TV에서 <놀랍다! 헐? 크!>를 방영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딴 소리 신경쓰지 말라고 했잖아. 너는 괴물이 아니야. 귀신이나 악마도 아니고! ]

[알아. 아는데... ]


녀석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근데, 아니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 ]


톡,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나만 다른 거 맞잖아. 심지어 오빠랑도... ]

[... ]


틀리지는 않은, 하지만 너무나도 글러먹은 말에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간신히 할 말을 찾아냈다.

예전에 교육방송에서 보고 재미있어서 기억해두었던 이야기였다.


[그래. 이하나 너 돌연변이 맞아. 이름대로 여기서 하나밖에 없는 돌연변이지. ]

[흑... ]

[그렇지만 착한 돌연변이야. ]

[...? ]

[그거 아니? 이 바나나도 사실은 돌연변이인 거? ]


나는 일주일에 두 번 간식으로 나오는 노란 바나나를 손에 들고 말했다.


[...진짜? ]

[그래. 원래는 맛도 훨씬 없고 안에 씨도 되게 많대. 그래서 옛날에는 열매가 아니라 뿌리를 캐서 먹었다더라. ]

[정말? ]

[정말이야. 잠시만 있어 봐. ]


나는 도서실 컴퓨터로 검색한 것을 녀석에게 보여주었다.


[내 말 맞지? ]

[진짜네? 내가 알고 있던 바나나랑 완전 달라. ]

[근데 어느 날 돌연변이가 생겨서 지금 우리가 아는 씨 없는 바나나가 생긴 거야. 덕분에 열매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게 된 거고. 그러니까 돌연변이는 나쁜 게 아냐.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어. 중요한 건 어떤 돌연변이가 되느냐지. ]

[...! ]

[그러니까 울지 마. 누가 또 그딴 소릴 하면 저 녀석은 돌연변이가 뭔지도 모르는 바보구나 하고 속으로 훗 웃어주면 돼. 알았지? ]

[...응. ]

[알았으면 뚝 그치고 이거 먹어. ]

[오빠는? ]

[난 먼저 먹고 왔어. ]

[거짓말. ]

[와, 귀신이네. ]

[아아! 방금 귀신 아니라고 해 놓고선? ]

[하하. 미안, 미안. 그럼 반씩 나눠 먹자. ]

[헤헤! 고마워. ]

[근데 방금 나 좀 멋있지 않았니? ]

[응! 완전 TV에 나오는 과학자 선생님 같았어! ]

[과학자라... ]


어쩌면 그게 계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내친 김에 진짜 과학자가 돼 볼까? ]

[오빠는 분명 될 수 있을 거야! 이 귀신이 보장해! ]

[정작 지 입으로 귀신이라고 하는구만. ]

[돌연변이기도 하고! ]

[... ]

[그치만 착한 돌연변이가 될 거야. 이 바나나처럼! ]

[...그래. ]


방울진 추억에 가슴이 아련해졌다.

그걸 깨운 것은 맞은편에 앉은 소녀의 목소리였다.


“돌연변이? ”


과거 동생과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까 싶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진화론을 모를 니아에게는 그런 단어 자체가 생소한 듯했다.


“음... 쉽게 말해서 부모님은 안 그런데 자기 대에서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는 거야. ”

“그렇구나. 근데 ‘증상’이라는 건 역시 병이라는 거야? ”


니아가 울 듯 말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고칠 수 있어? ”


잠깐 고민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내가 아는 한 완치는 어려워. ”

“그렇구나. ”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당장 죽는 병은 아니니까. 아마 시력이나 피부에 문제가 좀 있을 텐데, 햇빛만 조심하면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대. ”

“... ”

“그리고 지금은 치료보다 찾는 게 먼저지. 안 그래? ”

“그치. ”


고개를 끄덕이는 니아에게 나는 손을 내밀었다.


“이것도 인연이니 나도 힘이 닿는 만큼은 도와줄게. ”

“...응. ”


맞잡은 손 너머로 도개교가 내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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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새로운 불꽃(6) +1 22.12.14 498 22 14쪽
56 새로운 불꽃(5) +1 22.12.13 515 19 13쪽
55 새로운 불꽃(4) +2 22.12.12 541 22 19쪽
54 새로운 불꽃(3) +3 22.12.11 581 25 14쪽
53 새로운 불꽃(2) +2 22.12.10 583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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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승리의 함수(1) +1 22.12.02 736 20 15쪽
44 바다의 밀과 악마의 열매(6) +2 22.12.01 740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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