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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님의 서재입니다.

중세 판타지에서 과학적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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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1
작품등록일 :
2022.10.31 13:13
최근연재일 :
2022.12.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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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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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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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탈리나 공국(1)

DUMMY

물의 도시, 제국의 왼발, 은빛 물결의 나라.


이튿날 도착한 카탈리나 공국의 아침 공기는 호손의 그것보다 훨씬 따뜻했다.


“날씨 한 번 좋네요. ”

“그러게요. ”


중앙의 광장을 중심으로 큰 배와 작은 배가 오가는 두 개의 부두가 동서로 뻗어있는, 일명 쌍둥이 항구의 서쪽 끝에 나와 릴리는 서있었다.


잠시 후 곧은 발걸음으로 다가온 금발의 미청년이 가볍게 목례하더니 우리에게 물었다.


“여행길은 편안하셨습니까? ”

“네. 덕분에요. ”

“다행이군요. 선실의 짐은 따로 지시할 게 없으시면 바로 후안 성의 객실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니콜라스 공. ”

“한데 그 비둘기는 계속 데리고 다니실 겁니까? ”


니콜라스가 릴리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요나를 가리켰다.


“그럴 것 같네요. ”

“알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짐만 보내지요. 후안 성으로는 바로 가십니까? ”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

“물론 만찬 때까지는 성으로 모실 생각입니다만, 이곳은 공국은 물론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미항(美港)이니 한 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전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

“예. 따라오시지요. ”


다시 목례한 니콜라스가 앞장섰다.

그렇게 함께 걷기를 몇 분,


-뿌우우우!


우렁찬 뱃고동이 울려 퍼졌다.

눈을 크게 뜬 릴리가 입을 가리더니 탄성을 내질렀다.


“우와! 저렇게 큰 배가 건물 사이로 쏙 들어가네요? ”

“코스코 운하입니다. 제국의 수도 에닉스 시와 공국을 이어주는 수로이자 근처 수많은 도시들의 젖줄이기도 하죠. 특히 수도로 은괴를 올려 보낼 때면 호위하는 기사단이 운하의 양 옆으로 동시에 진군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은빛 물결과도 같아서 공국을 ‘은빛 물결의 나라’라고 부르는 유래가 되었답니다. ”

“장관이겠네요! ”

“머무는 동안에 한 번은 보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


미소를 지은 니콜라스 백작이 이내 내 쪽을 돌아보았다.


“어떤가요, 이미르 공? 저 대양 너머 공의 나라에도 이런 것이 있나요? ”

“음... 비교적 최근에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비용과 환경보호 문제 등으로 결국 엎어졌습니다. 가지고 있는 나라들을 몇 개 알고는 있지만요. ”

“그렇군요. 어쩐지. 별로 놀라질 않으시기에 여쭤보았습니다. 보통은 여기 릴리 양처럼 무심코 감탄하게 마련이거든요.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인상적이기는 합니다. ”

“그렇습니까? ”

“네. 여기서 제국의 수도까지라면 모르긴 몰라도 꽤나 먼 거리일 테죠. ”

“듣기로는 온 대륙의 절반에 가깝다고 하니까요. ”

“그런데 어떻게 이런 큰 운하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까? 외람되지만 이 시대의 건축술로는 도저히 무리일 것 같은데요. ”


니콜라스 백작이 수염 하나 없는 매끈한 턱을 쓰다듬었다.


“음. 사실 물길을 새로 팠다기보다는 근처의 강을 군데군데 정비해서 이어붙인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인간보다 신의 작품이라고 하는 게 옳겠지요. 완공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로 2년차니까요. ”

“아. 그래서 제가 본 지도와 풍경이 달랐던 거군요? 보안 목적으로 일부러 오기를 한 건가 했습니다. ”

“하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건 후안 공작 전하와 공작부인께서 직접 보시는 지도니까요. 원래는 앞으로 50년은 더 걸릴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의 사태로 기간이 많이 당겨졌습니다. ”

“뜻밖의 사태라고 하면? ”

“10년 전의 대지진에 대해서는 공께서도 익히 들어보셨지요? ”

“아하. ”

“덕분에 근방의 도시들 상당수가 쑥대밭이 되고 공국에도 큰 홍수가 일어났습니다만, 삽을 뜨기도 전에 서쪽의 바다와 동쪽의 강이 반쯤 이어져 버렸습니다. 공국에 채굴권이 있는 천사의 산맥 깊숙이 숨어있던 은광맥이 드러나서 전보다 훨씬 많은 은이 들어오게 되기도 했고요. ”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

“덕분에 공사가 탄력을 받아 재작년부터 운하를 통해서 서쪽 바다로 바로 나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토런스와의 관계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기존의 육로를 고수해왔습니다만, 이젠 이미르 공이 전해주신 나침반도 있으니 해로를 통해 산맥에서 생산된 은을 훨씬 저렴하게 운반할 수 있겠지요. ”

“그 기항지는 토런스가 아닌 호손이 될 테고요. ”

“맞습니다. ”

“그렇게 된 거군요. ”


품고 있던 의문 하나가 풀렸다.


산타카탈리나호를 비롯해, 대항해시대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대형 범선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왜 나침반 같은 항해술이 발달하지 않았는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의 배 대부분은 제국 수도와 공국 동쪽 사이의 수로를 오가는 조운선(漕運船)이었다.


한방향으로 난 물길을 오르내리기만 하면 되니 나침반과 같은 항해도구가 필요한 일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항해라기보다는 초대형 후룸라이드에 가까웠던 셈이었다.


“그래서 바다와 맞닿아있는 서쪽 부두의 배들이 오히려 적었군요. 종류도 순수한 범선보다는 노 달린 갤리선이 많고요. ”

“예. 바다와 달리 내륙의 바람은 변덕이 심한지라. ”

“운하를 오가려면 노 같은 별도의 동력원이 필수겠죠. ”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군요.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동쪽 부둣가에 도착했다.


과연 전장 100m에 이르는 산타카탈리나호 정도는 아니지만. 길이가 40~50m는 되어 보이는 대형 갤리선들이 아침부터 몇 대씩 들어오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공국의 상황이 괜찮아 보이네요. 동쪽의 괴수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

“다행히도 얼마 전 녀석들을 공국의 경계이자 주요 식수원인 후안 강 너머로 쫓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곧 있을 정기시를 앞두고 급한 불은 끈 셈이지요. 이미르 공 덕분입니다. ”

“제 덕분이요? ”

“공께서 개발하신 화포를 도입한 덕에 원래는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던 전선을 마침내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요. ”

“아하. ”


그 말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세 번째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


[신탁의 주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카탈리나 공국의 괴수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완료 보상 : 1000MP

-상태 : 진행 중


세 번째 신탁이 공국 땅을 밟기 전부터 ‘진행 중’이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작에게 말을 던졌다.


“아르노 백작을 가차없이 실각시킨 배경이 그거였군요? 토런스의 기사들이 더 이상은 필요가 없어졌으니. ”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


작게 미소지은 백작이 표정을 고쳤다.


“아무튼 덕분에 이번 정기시도 무사히 개최할 수 있겠네요. 다행스런 일입니다. ”

“정기시요? ”

“예. 혹시 ‘링글리 정기시’를 모르십니까? ”

“부끄럽게도. ”

“흠. 아닙니다. 공께서는 대양 너머의 다른 대륙 출신이라 하셨으니 모르실 수도 있겠지요. 말 그대로 이곳 링글리 광장에서 열리는 정기시입니다. ”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닌데.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정기시’가 뭔지 궁금하신가요, 주인님? ]


‘부탁해, 오라클. ’


[정기시(定期市, fair) :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각종 상품들을 전시 및 거래하는 행사. 때로는 일종의 축제를 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도서전(book fair), 박람회(trade fair) 등이 있다. (출처 : 세피로스위키) ]


‘아하. ’


나는 눈앞에 펼쳐진 창을 얼른 읽고 맞장구쳤다.


“보니까 시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축제 같군요? ”

“오! 바로 보셨습니다. 링글리 정기시라고 하면 제국 서쪽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행사니까요. 봄이랑 가을에 한 번씩 1년에 총 두 번 열리는데 이곳 상인들은 한 달 동안 정기시를 준비하고, 한 달 동안 정기시를 치르고, 남은 한 달을 쉬며 봄과 가을을 보낸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세상에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하지요. 저기의 배들도 대부분 거기에 출품할 물건들을 싣고 온 걸 겁니다. ”

“대단하군요. ”


나는 때마침 하역중인 삼단노선 한 척을 바라보았다.

호위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세 명의 남자들과 그들 뒤로 짐을 옮기는 선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더니 헐레벌떡 갑판으로 뛰어올라갔다.


휘날리는 헤진 로브와 그 뒤를 쫓는 일련의 사람들.

아무래도 추격전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뭔지 몰라도 일이 났나 보네요. ”

“그래 보이는군요. ”

“가보지 않으셔도 됩니까? ”

“공국의 조운선이나 교역선이라면 제가 바로 나서겠습니다만 저 배는 모험가들의 상선인지라. ”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니콜라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 잡아, 잡아! ]

[빌어먹을! 쪼그만 게 잽싸기는... ]

[활은 집어넣어! 저게 한 통에 얼마짜린지 알아? ]


품에 묵직한 무언가를 한 아름 안은 로브의 인물이 묘기 같은 움직임으로 배에서 뛰어내렸다.

그 뒤를 달리는 세 명의 사내들.


[도둑이다! 도둑이야! ]

[밀항자다! ]

[거기 당신들! 저놈 좀 잡아주시오! ]


“도둑? 밀항자? ”

“어느 쪽이든 이젠 제가 나서야겠군요. ”


니콜라스가 허리춤의 칼집에 손을 갖다 대었다.

내가 그의 손등을 가볍게 친 것과 동시였다.


“흠? ”

“굳이 칼을 쓸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여긴 제가 맡도록 하지요. ”


아침부터 칼부림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동안 해온 수련의 성과를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원하신다면. ”

“감사합니다. ”


나는 속으로 뇌까렸다.


‘오라클. [파이어볼(Lv.1)] 1발 결제. ’


[결제완료. (현재 보유 중인 MP : 2779(-1)) ]


나는 로브 안에 넣은 오른손이 묵직해지자마자 야구선수처럼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다.


노리는 곳은 머리.

...는 너무 위험할 것 같으니까 몸통.


“하압! ”


-퍼억!


“꾸엑! ”


그동안 틈틈이 훈련한 게 헛수고는 아니었는지 내가 던진 짱돌은 목표 정중앙에 명중했다.


녀석이 고꾸라짐과 동시에 사방으로 튀는 붉은 물방울.

피는 아니고 붉은 빛깔의 과즙이었다.


‘수박인가? ’


직접적인 타격은 과육이 받아냈을 텐데도 충격이 상당했는지 녀석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쫓아온 사내들이 도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잡았다! 이 도둑놈! ”

“끄으... ”


세 명의 장정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움직임을 봉했다.


한 명이 팔을 다른 한 명이 다리를 붙잡은 가운데 리더로 보이는 민머리 사내가 멱살을 잡고 상체를 확 들어 올렸다.


“이 놈이 감히 밀항도 모자라서 도둑질까지 해? 어디 그 뻔뻔스런 낯짝 좀 보자! ”


로브의 후드가 벗겨지자,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와 백색에 가까운 밝은 금발, 녹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여자였다.

나이는 릴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라나.


전체적으로 귀여운 생김새의 소녀였지만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와 반쯤 뜯어져나가 있는 양쪽 귀, 왼쪽 눈에 쓴 안대가 범상치 않았다.


“엥? ”


놀란 사내들의 손이 멈춘 사이 녀석이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남자의 고간을 걷어찼다.


“크악! ”

“이 도둑년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나? ”

“도둑? 내가 도둑이라고? 도둑은 니들이지! 내가 이걸 얼마나 공들여서 키웠는데... 아앗? ”


그제야 품안의 구멍 뚫린 수박을 발견한 소녀가 산산이 바서지는 과육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뭐야, 이거! 내 수박 돌려내! 돌려내에에에! ”

“이 년이! 날뛰지 마! 패버린다? ”


그렇게 다시 난리통이 난 찰나,


-스릉!


날카로운 쇳소리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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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나침반이 향하는 곳(1) +3 22.12.21 419 18 19쪽
62 정산의 날(4) +2 22.12.20 445 20 12쪽
61 정산의 날(3) +3 22.12.19 432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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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새로운 불꽃(3) +3 22.12.11 581 25 14쪽
53 새로운 불꽃(2) +2 22.12.10 583 24 14쪽
52 새로운 불꽃(1) +3 22.12.09 618 26 13쪽
51 승리의 함수(7) +2 22.12.08 619 27 20쪽
50 승리의 함수(6) +7 22.12.07 633 25 15쪽
49 승리의 함수(5) +5 22.12.06 642 28 15쪽
48 승리의 함수(4) +1 22.12.05 665 2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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