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변수들 45화 [돌입(5)]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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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고등학교 양호실]
“그 지하실, 혹시 입구를 알고 있나?”
“지하실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지하실을 찾던 것은 계현중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이었다. 형준과 진수, 그리고 탁민호가 지하실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고, 박병준 교감은 그들이 나간 후 급식실 외부 문을 잠근 것이 본인이었단 것을 방금 깨달았다. 교무부장에게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한 뒤 자신이 직접 문의 잠금장치를 채워둔 것을 보았다.
이것 또한 기이한 일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고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니.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했으나 마치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기억될 뿐,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 자네는 아직 모를 수도 있겠네. 유형준 선생과 한진수 선생, 그리고 탁민호가 급식실로 다시 돌아오지 못 하도록 막은 것은 나일세...”
이 말을 하는 박병준의 표정에 죄스러움이 가득했다. 도대체 왜 이 나이에 이런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지금의 표정은 자신이 자신의 후배들과 제자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예상은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알 수 없는 존재들과 대화를 하실 때, 처음에는 분명 거부하시는 듯 한 모습이었지만 나중에는 뭔가 알 수 없게 행동하셨거든요”
“알 수 없게? 무슨 말인가?”
“그들이 쓰는 말을 반복해서 자판으로 적으셨습니다. 저는 볼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라... 저에게는 선생님과 그 공간, 그리고 그 기계까지 전부 마치 무슨 흑백영화 보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럼 자네는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인가? 처음부터?”
왜 자신을 말리지 않았는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초반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자신이 그런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알고는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기억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떠오른 것은 일이 터지기 시작했을 때였거든요. 죄송합니다”
“애초부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을 수도... 그러면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해결방법까지는 계현중도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으로써는 박병준의 무의식 안에 있는 그 통신기를 부숴버리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그 존재들이 물리적인 힘을 직접적으로 발휘하는 것은 사실 그 기계의 화면 밖에는 없었다.
‘세 명의 선생님들...’
그리고 세 명의 실종됬던 교사들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그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자신들과 비슷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과 더 유사한 상태인 것 같았다.
확실히 과거와는 달랐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교사들이 지금은 아이들이 되었고, 그 공간은 과거 계현중과 탁민호에게 자신을 열어 보여주었지만 이번에는 어른이 된 자신들과 새로운 인물들에게 자신을 열었다.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일단 모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모이게 된다면 뭔가 해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하실은 뭡니까?”
“자네가 과거에 본 그 공간. 그 공간이 지하실과 굉장히 유사하네. 그리고 아마도 자네가 본, 내가 그 존재들과 대화를 이어간 공간도 아마 지하실과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네. 내 무의식이라면 물리적 공간은 따로 없겠지만, 모든 일이 그 곳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자신이 과거 그 공간을 들어갈 때 직접 지하실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졌던 다 타버린 나무기둥 같아 보이는 물체가 그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백 도어 라면, 지금 박병준의 말도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었다.
“지하실... 지금 어떻게 들어가죠 그리로?”
“글세... 탁민호 일행이 그 공간을 찾으려고 어제 급식실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가 나간걸세”
‘결국 탁민호 일행을 기다려야 하나’
잠시 머뭇거린 박병준 교감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가 그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려 한 것 같군..."
[미희-인류재건연구소]
“3차 실험 시작합니다!”
교실 세 개 정도를 합쳐놓은 크기의 공간 한가운데에 달걀형 구체가 놓여 있었다. 사람 다섯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구체안에 죄수복을 입은 실험자 다섯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자, 과거에서 다들 또 봅시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던 실험자가 소리쳤다. 이들은 감형을 조건으로 실험에 협조를 약속한 죄수들이었다. 유지현 박사는 굳이 죄가 있는 사람들을 이런 실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앞선 실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사회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 실험에 참여한 것이었다.
“저 사람들... 괜찮은 건가요?”
"이제까지 사상자가 나오기는 했어요. 하지만 저 사람들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미희씨 덕분이에요"
유지현 박사는 미희의 몸에서 나오는 희미한 파동을 제대로 포착했다. 타임머신이란 것의 작동개념은 원래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지만, 현대에 들어와 중력과 시간의 연관성이 드러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예컨데, 중력이 강한 곳에서 한시간이 지나면 약한 곳에서는 며칠이 지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중력을 인위적으로 높일 경우 미래로, 낮출 경우 과거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예상하에 세계 각국에서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몸이 중력의 변화를 직접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여행을 할 정도의 중력을 그대로 받는다면 몸은 개미만하게 작아질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파장이었다. 바람이 불 때 특정 파장이 다리의 것과 동일하면 약한 바람에도 무너질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중력이 강해질 때 특정 파장을 신체가 발산하도록 한다면 시간을 이동할 때 중력의 영향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이론.
그 파장을 미희가 가지고 있었다. 이제 실험에 참여하는 죄수들에게 그 파장을 가지도록 만드는 약을 투여하고 그들이 들어갈 계란형 구체도 그 파장에 맞게 진동할 것이다. 그러면 주변에 위치한 네 개의 중력발생기가 그들을 과거 백 년 전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유지현 박사로써는 미희와의 만남이 행운이었다. 전인류적 위기에 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대한민국이 보유하게 되는 일등공신이 됨으로써.
"이제 저들이 성공한다면 저도 돌아갈 수 있겠죠?"
미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연구소에서 그녀가 있었던 시간은 한 달 정도였다. 정부에 지금 상황을 보고하고 체류를 허가하는데 보름정도, 그리고 그녀의 신분을 생성하는데 열흘정도 걸렸다. 그리고 지금은 외부출입도 가능한 상태였다.
그 사이 그녀의 배는 점점 더 크게 준비된상태로 불러왔다.
"네. 돌아가실 수 있으실거에요"
-송신 시퀸스 시작 일분 전-
중력발생기가 작동하기 전 구체에서 미희로부터 찾아낸 파동과 동일한 진동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연구소 외부에서 들을 수 있었던 낮은 중저음과 비슷했다. 미희는 울렁거림을 느꼈다.
-송신 시퀸스 시작 삼십초 전-
미희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지현 박사가 옆에서 그녀를 부축하고는 바로 옆에 있던 다른 남성 연구원에게 그녀를 조작실 바깥으로 에스코트 하도록 부탁했지만 미희는 끝까지 보고 있겠다는 손짓을 했다.
-송신 시퀸스 시작 십초 전, 카운트다운 시작-
구체 주변에 설치된 네 곳의 중력발생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미희는 순간 귀가 멍해짐을 느꼈다. 유지현 박사에게 들었던 절차대로라면 이제 중력발생기가 이동에 충분한 중력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 때 저 달걀같은 구체가 작동을 멈추면서 잠시동안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동에 필요한 중력을 만들어 낼 것이었다.
-오.. 사.. 삼.. 이.. 일.. 송신-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선영고등학교 본관]
학교는 조용했다. 전날에 이어 똑같이 완전한 암흑에 쌓인 오래된 건물의 모습은 이 학교에서 수 년간 근무한 형준과 수 십년 전 학교를 매일같이 다녔던 탁민호조차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네요"
유기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이 학교 졸업생이지만 이런 모습은 익숙하지 않았다.
"어젯밤에도 이랬어요. 당직실 들어갈때는 심지어 밖에서 창문 두드리고..."
"쉿! 움직이는게 있어요!"
제일 앞에서 걷던 형준의 눈에 중앙계단 방향으로 어렴풋하게 움직임이 느껴졌다. 크기나 방향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평소에는 항상 켜져있던 소화전이고 비상구표시고 빛을 내는 어떤 것도 켜져있지 않았다.
다들 그 자리에 멈춰섰다. 움직이는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어둠이 너무 짙었다.
"..."
움직임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들과의 거리가 대략 오 미터쯤 됐을 때, 그 움직임이 멈췄다. 달빛에 비친 두 개의 노란색 눈동자가 보였다.
-야옹~-
"아~ 고양이였네..."
맨 앞에 서 있던 형준의 뒤로 작은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흉가탐험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숨막히던 적막감이 잠시 사라졌다. 고양이가 형준 쪽을 잠시 바라보다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느꼈던 것 보다 복도가 기네요"
유기준이 자신의 학교생활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둠 속이라 그렇게 느끼기만 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천천히 가다 보니까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그래도 엄청나게 긴 복도는 아니었다. 다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워낙 천천히 가고 있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앞에 양호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 바로 앞에 서서 형준이 잠시 귀를 갖다대고 있었다.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 이래서 사실 전날에는 내부에 한 명을 남겨두고 이동했던 것이었다.
"일단 소리는 아무것도 안 들리네요. 들어가겠..."
-끼긱.. 휙-
형준의 말이 끝나기 직전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팔 하나가 빠져나와 급히 형준을 끌어당겼다. 형준의 일행은 그가 끌려들어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문이 다시 닫혔다.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 작가의말
‘유지현 박사에게 들었던 절차대로라면 이제 중력발생기가 이동에 충분한 중력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 때 저 달걀같은 구체가 작동을 멈추면서 잠시동안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동에 필요한 중력을 만들어 낼 것이었다’
-본문 내용 中-
하지만 글에 표현된 과학적 내용들은 전부 뻥입니다요~
추천글이 필요한 시점이 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흑....
역시 개학은 모든 이들에게 힘이 드는 일이네요....
-가시지 않는 더위에 지쳐있는 작가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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