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변수들 42화 [돌입(2)]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선영고등학교 급식실]
-위~잉~-
-우당탕 쿵 쿵-
사이렌이 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막 문을 뚫고 들어온 여학생 다섯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그것은 분명 다행이었으나, 경찰관 아저씨와 여학생 하나가 막 부딛치려는 찰나에 여학생은 쓰러지고 탁민호는 사라졌다.
-와장창!!!-
그가 휘두르고 있던 방망이만 주인을 잃 고 날아가 급식실 유리문에 부딛쳤다. 이제껏 양쪽의 팽팽한 힘겨루기까지 잘 버틴 유리문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이미 초반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박병준 교감과 계현중, 그리고 도망친 아이들 셋이었다.
형준과 진수, 그리고 왠 처음보는 젊은 아저씨까지도 전부 사라졌다. 그나마 정신있는 어른들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흑.."
지연이 놀란 마음에 울기 시작했을 때까지 새민과 현규는 마치 뭐에 홀린 것인 양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급히 뛰어오느라 숨도 가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는 지연이 흐느끼는 소리와 새민과 현규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리밖에 없었다.
"괜찮아? 다들 괜찮아?"
"무슨일이야? 선생님들 다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하나 더 늘었다. 학교가 이 정도로 아수라장이 된 것 부터 방금 전 까지 바로 옆에 있던 사람들이 순간이동을 한 듯 사라지는 일 까지.
"사라지셨어. 다들..."
"얘네들은 왜이래? 왜 갑자기 그냥 쓰러져버린거야?"
현규는 바로 앞에 쓰러져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불과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같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이미 이들이 튀어나온 방 안에서 한바탕 하고 나왔는지 피투성이에 상처도 많았다.
"이 소린 또 뭐야~ 이거 우리 엊그젠가? 비오던 날 아침에도 들리지 않았어?"
"어제도 들렸었어. 사이렌소리 같은 거"
일단은 방금 전 까지의 급박했던 위험은 지나간 듯 했다. 아니, 잠시 멈췄다. 쓰러져 있는 이 애들이 이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일어나 공격할지 몰랐다.
"지연이... 지연아! 괜찮아? 진정해. 일단 괜찮아 우리"
"흑..."
지연은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현규는 이 곳에서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코앞에서 다시 이 아이들이 다시 움직이고, 혹시라도 방금 전 처럼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번에는 이들을 막아줄 사람이 없었다.
"움직여야 해! 일단 다른곳으로 움직이자"
현규가 소리쳤다. 어차피 사라진 선생님들을 이곳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조리실 내부 냉장고에 숨어 있었듯이 다른 은신처를 찾아야 했다.
"저기... 현규아, 다른 선생님들은?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흑..."
"우린 우리 발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네, 학생들. 으..."
계현중이 깨어나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박병준 교감도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껌뻑였다.
"일단 옮기자는 생각에 찬성이다, 학생. 그리고 우린 대화를 조금 해 봐야 겠죠, 선생님?"
[미희]
건물은 그대로였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미희가 다시 학교에 들어갔을 때 부터 계속해서 느껴졌던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이 장소 또한 무엇인가 밝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건물 방향에서는 계속 중저음의 소음이 들리고 있었다. 마치 발전기가 위치한 동네나 거대한 레이더가 작동하는 소리 같았다.
건물 밖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불이 군데군데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내부에는 사람이 분명 있었다. 건물 쪽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살폈지만 이상한 것은 없었다. 다만 계속해서 들리는 중저음 때문인지 그 소리를 제외한 어떤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건물 입구까지 도달했을 때 바로 안쪽에서 누군가가 뛰어나왔다. 손에는 길이가 긴 총을 들고 있었는데 옷은 미희가 아는 군복의 모습과 조금 달랐다.
"누구냐! 신원을 밝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했으나 계현중과 탁민호에게 들었던 과거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신이 이상해져 아이들과 주변 다른 선생님들을 공격하고 실종된 세 명의 교사.
그것에 비하면 이것은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미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양손을 하늘로 올렸다. 가려졌던 배가 드러났다. 아이를 가진 배의 모습은 비만으로 나오는 배와는 달랐다.
"잠시만요! 여기 어디에요!?"
"어떻게 들어왔어요 이 아줌마!?"
경비원인 것 같은데 군복 비슷한 것을 입고있는 남자가 미희의 배를 보고 본인도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총구는 겨누고 있으면서도 자꾸 중앙로비 안쪽을 쳐다봤다. 마침 혼자 경비를 하고 있었는지 이 상황에서 상부로 연락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 때 이곳이 소란스러운 것을 듣고 한 여성이 복도를 돌아나오며 말했다. 이 여성은 연구원이나 의사들이 입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고 인상이 푸근했다. 미희를 보고는 별로 놀라지도 않은채 신기하게 바라볼 뿐 이었다.
"어? 유박사님,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 같은데 어떻게 건물까지 들어온지를 모르겠습니다"
경비원의 표정이 그제서야 약간 풀렸다. 이 사람보다 저기 가운입은 여성이 더 높은 직책인가 생각이 들었다.
"저 잠시만요! 여기 선영고등학교 아닌가요?"
뭔가 또 다시 일이 틀어진 것 같았다. 이곳은 분명 그 학교였다. 하지만 미희가 있는 곳은 그녀가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선영고? 선영고.... 왠지 익숙한데... 여기가 예전에 학교였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예전에 학교였다?'
이 여성의 푸근한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도 뭔가 지금 상황의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미희는 그 표정을 알아차렸다. 지금은 아니란 말이라면 시간에 뭔가 변화가 생겼단 것이었다. 형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이 몇 년도죠?"
저 질문을 하면서 불안감이 극도로 그녀를 둘러쌓다. '제발 이것도 전날의 환각이나 꿈과 같은 것이기를'
"연도요? 정말 모르셔서 물어보시는건가요? 2120년입니다"
의아해하는 표정이 눈에 다 들어오기 전, 미희의 가녀린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안감에 둘러쌓였을 때 부터 억지로 버티고 있던 두 다리와 정신.
여기에서 정신을 잃고 깨어나면 자신의 집 침대에서 깨어나기를 스스로도 모른 상태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형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방금 대화를 나누던 여자가 사람들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여러명의 발소리가 점점 저 멀리 멀어졌다.
2120년. 정확히 백 년 뒤였다.
[선영고등학교-공간]
완전한 적막.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 어두운 공간에 하나의 전등이 비추는 빛에 의지하고 남자 넷이 서 있었다.
"이거 다들 이해되시나요?"
방금 전 까지 자판을 직접 두드리던 진수가 먼저 적막을 깼다. 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무더기로 겪고 있는 상황이니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다고 문제될 일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몰랐다.
"그건 그렇고, 우리 아까 그 상황 굉장히 위험했었는데... 이리로 튀어오고 나서 계현중이나 박병준 선생님이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아이들도 그렇고. 빨리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유기준은 마치 외국에 나온 기분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본인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무슨 이상한 나라에 탐험을 와 온갖 위험한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공간은 몇 시간 전에 비슷하게 겪었으나, 그 때는 자의적으로 들어왔던 것이었다. 지금은... 너무 위험한 순간에 마치 피신오듯이 이 곳으로 넘어오는 바람에 남은 사람들이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놀랄만한 일들이 끝이 나니 이런 평온이 지속되는 것 조차 뭔가 불안했다.
"나가야죠. 근데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형준은 형준대로 뭔가 혼란스러웠다. 화면에 나타났던 글자들은 이제까지의 일들을 고려해봤을 때 다른 것과는 다르게 조금은 익숙했다.
뭐 그래봐야 목소리가 아닌 글자였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어떤 존재가 썼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일단은 이 공간에서 나가야 했다. 유기준의 말마따나 지금 바깥 상황이 어떤지도 몰랐다. 그리고 물리적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따르려면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야 했다.
형준이 화면을 보고 있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하나 더 들었다. 이 공간이 실제가 아니라면, 바이러스와 같은 작동을 한다면 나가는 문 또한 자신들이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이지 못할 것이다.
천천히 자판의 엔터 키가 눌리는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 작가의말
허허.... 지치는 날씨입니다....
원래 일요일은 정기연재날은 아니지만.... 몇 분의 소중한 독자님들을 위해ㅠ
추천이 필요... 하지만 추천하기의 무서움은 익히 보고 들어와서ㅠ
추천할 만한 글을 쓰고 추천받기를ㅠㅠ
이제 약간의 SF로 돌입합니다. 뿅~
-더위먹은 작가의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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