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세상 1부 실험실 04화 [기억(2)]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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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자, 수업 시작하자. 어제까지는 Lesson 3을 끝냈지. 별다른 건 없었어. 영어는 언어니깐 글을 읽을 때는 쓴 사람이 전달하기 원하는 내용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면 된다. 오늘은 단어시험 하나 보고 문법 조금 더...”
- 번쩍, 쿠궁...-
아까보다 번개와 천둥소리의 시간적 간격이 좁아졌다. 이 말은 점점 더 벼락이 떨어지는 곳이 가까워지고 있단 의미였다. 산기슭에 위치한 학교이기에 밖에 나가있으면 위험이 있겠지만, 건물 안에 있으면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비가 온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산기슭이라 가끔 흙더미가 밀려 내려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는 오지 않았다. 습한 공기와 멀리서 가까워지는 벼락만이 곧 비가 쏟아질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이 가져온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왜 이리 번개가 치냐, 수업 끊기게”
“선생님, 조금만 쉬고 하면 안 될까요?”
“왜? 피곤해? 다음 주 수학여행 가잖아~”
“더워서 힘들어요. 습해서 더 힘들고요. 조금만~”
수업을 쉬고 하자고 말한 새민은 2학년 3반의 학생이다. 항상 할 얘기가 있으면 수업 중간에도 하는 성격이라 다른 선생님들께 자주 혼난다. 새민의 가정은 형편이 어려운 편이라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신다. 야자시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도 반겨줄 가족이 없는 것.
진수는 어찌 보면 새민이 자꾸 수업시간에 수업을 끊고 딴 소리를 하는 것이 집에서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만 빼고는 성적도 그럭저럭 나오는 편이기에 가끔씩 새민을 불러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곤 했다. 한창 힘들 시기라 차라리 축 늘어져 있는 것 보다는 저렇게 말이라도 하면서 힘을 내겠지 생각했다.
“No! 이거 끝내고 쉬어. 쉴 시간 주잖아 충분히. 밤에 뭐하고 학교 와서 잔대 자꾸”
“잠이 안와요 밤에. 날씨가..”
- 번쩍, 쾅 -
“깜짝이야. 점점 더 가까워지나 보다”
“선생님, 보기보다 간이 작으신데요”
“현규, 넌 안놀래냐, 이렇게 크게 치는데”
“조용 조용~ 욕해서 조용히 시키게 만들지 말아라. 새민이는 잠 깨겠네 이제”
진수의 머릿속에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 간밤의 꿈. 계속해서 기억에 맴돌기는 했지만 무슨 꿈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던. 번개와 천둥이 왜 익숙하게 들렸는지도 알았다. 무엇인가 비와 번개와 천둥에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꿈에서 진수는 진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선배 형준이 움직이는 대로 진수의 시선은 따라갔던 것인데, 지금은 달랐다.
- 우웅~ -
‘사이렌 소리인가? 학교에 사이렌이 울릴 곳이 있었나? 화재경보기 말고? 이건 밖에서 나는 소리다’
뒤편으로 밀려났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맞다. 분명 천둥번개가 치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진수는 급히 복도로 나갔다.
[복도]
“유형준선생님!”
“응? 왜 나왔어?”
“어디 가세요?”
“본부교무실 가는 중인데? 근데 이거 무슨 소리야?”
뭔가 꿈과는 약간 달라진 것 같기도 했다. 사이렌 소리를 파악한 것도 조금 달랐던 것 같았다. 하지만 불길했다. 단순히 날씨와 사이렌 소리만 해도 뭔가 알 수 없는 일이니 불길할 수 있겠으나, 이번에는 꿈까지 연관되어 있었다.
“사이렌 소리 같은데 어디서 나는 거죠?”
“모르지. 이 학교 와서 처음 듣는 소린데? 근데 되게 오래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네”
“우리 학교 지어진지 오래 돼서 옛날에 쓰던 그... 민방위 훈련 때 쓰거나 야간출입통제 때 쓰던 스피커 아니에요?”
“그런 게 있었나, 학교에? 이거 계속 켜져 있으면 수업 방해 될 텐데. 한진수선생님, 일단 들어가 있어, 교실에. 교무실 갔다가 나가보지 뭐”
“휴대폰 있으세요?”
“휴대폰? 아니 교무실에 두고 왔어, 아까 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정황 자체가 꿈이랑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았다. 분명 진수가 사이렌 소리에 복도로 나왔었고, 형준이 상황을 알아보고 스피커를 어떻게 해보기 위해 운동장 쪽으로 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번개가 다시 한 번 가깝게 치고 나서, 그 다음에 무언가를 보고 상당히 놀랐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꿈을 꾸고 나서 가지게 되는 좋지 않은 기분의 원인이 바로 운동장에서 보게 된 무언가 였는데, 그것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형준을 막아야 하나?
도대체 운동장에 있던 것은 무엇이었나?
“뭐야, 갑자기 조용해지고. 내려갔다 올게”
“아, 저도 같이 가요. 잠시만요”
“수업 중 아니야? 나오면 어떻게. 내려갔다가 혹시 전달할 일 있거나 하면 부를 테니깐 창문 쪽에서 밖에만 봐줘! 간다”
“아...”
형준이 내려가 버렸다. 진수가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복도에 서 있다가 교실을 보니 복도 쪽에 앉은 아이들 두어 명이 복도 측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할 수 없었다. 무엇을 보기는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 기분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교실로 들어가서 창문으로 보고 있자. 꿈에서는 분명 운동장에 무엇인가 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번개 친 이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계속 있던 것인지를 모르겠다. 번개에 눈이 부시기 전 까지는 운동장 쪽을 보질 못했기에 알 수가 없었지’
[교실]
“선생님, 사이렌소리 들려요~ 어디서 나는 거에요?”
이런 질문은 마치 유치원 다니는 꼬마아이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들리는 모든 내용에 대해 궁금해 하며 물어보는 것 같다. 보통 어린애들이 무슨 말만 하면 “그건 뭐야?” 하고, 그것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또 설명에 나온 단어는 뭐냐고 물어보는 식인데.
“몰라. 찾아봐야해. 다들 조용히 있어. 시끄러우면 정신사납다!”
그나저나 꿈과 지금이 크게 다른 것은 진수가 형준의 눈으로 상황을 보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갑자기 진수는 창문을 통해 운동장을 보면 형준 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진수는 급히 운동장 측 창문으로 갔다. 아이들이 그런 진수와 창문 밖의 날씨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번쩍, 콰쾅 -
꿈에서 보다 빠르게 벼락이 떨어졌다.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듯 했다. 진수는 급히 창밖을 쳐다봤다.
그리고 창 밖에는...
앨리스와 현실세계(Alice and the Real World)의 첫 부 "꿈의 세상"편입니다.
- 작가의말
‘하지만 꿈에서 진수는 진수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선배 형준이 움직이는 대로 진수의 시선은 따라갔던 것인데, 지금은 달랐다’
-본문 내용 中-
*20160724 18:56 일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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